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75)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75화
59장 하이펠 제국의 황태자(1)
로열 하트를 비롯한 제국 함대 비공정들의 수색이 시작되고 3일째 되는 날이었다. 남부 레인저 군단의 사령관, 레일린 자작이 한 가지 요청을 해왔다.
하이펠 제국의 레인저들을 제국 함대의 비공정에 승선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그녀가 무슨 의도로 이런 요청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수색을 위해 하이펠 레인저들의 기동력을 높이려는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상당히 실례되는 요청이었다.
아직 둘 사이에 이렇다 할 신뢰 관계가 쌓이기 전이었는데, 필리어스 제국의 주요 전력이 된 비공정에 하이펠 제국의 최정예 병력을 승선시킨다고?
말이 안 되는 소리였지만, 레이먼은 수색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과감하게 허락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로열 하트에만 100명의 레인저 승선을 허락한다는 것이었다.
초거대 비공정, 로열 하트에는 6천 명의 황군이 탑승해 있다. 100명 정도 되는 인원이라면 그들이 최정예라고 해도 좋지 않은 마음을 먹었을 때 능히 제압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
까다로운 조건이었지만 레일린 자작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이 작은 협조에도 진심을 담아 감사할 만큼 하이펠 제국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남부 레인저 군단 사령부에 처음 방문한 날보다 상황이 훨씬 악화되어 있었으니, 레인저들도 레이먼과 필리어스 제국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자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수색 일주일째 되는 날, 레인저들을 로열 하트에 승선시키고 제국 함대의 보급을 위해 남부 레인저 군단 사령부를 찾아갔을 땐, 필리어스 제국의 군사들을 대하는 레인저들의 태도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쉐이드.”
하이펠 레인저들의 승선이 끝나고 로열하트가 이륙했다.
함교의 지휘는 레거시 남작에게 맡기고 집무실로 돌아온 레이먼은 조용한 목소리로 쉐이드의 조장 중 한 명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황제 폐하.”
“네게 하이펠 레인저들의 감시를 맡기겠다.”
레이먼은 조심성이 많은 편이었다. 그는 하이펠 제국을 전적으로 믿지 않았다.
공동의 적이 있기에 협력하고 있을 뿐이었다. 만약 종말 협회라는 절대 악이 없었다면 레이먼은 하이펠 제국을 최종 공격 목표로 잡았을 것이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쉐이드 조장이 고개를 숙이고는 천천히 어둠 속으로 물러났다.
“하이펠 레인저들이 허튼짓할까요?”
데시아였다. 그녀는 집무실 벽 쪽에 기댄 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이라는 게 있으면 허튼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간혹 생각이라는 게 없는 놈들이 있지. 만일을 대비하여, 눈과 귀를 하나 정도 심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황제 폐하.”
침묵을 지키고 있던 게슈타인이 말했다. 레이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함교로 가십니까?”
“그래, 슬슬 레거시 남작도 지쳤을 테니, 교대를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게슈타인의 물음에 레이먼이 대답했다. 로열 하트의 통제 술식을 운용하려면 황제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효과적으로 다루려면 드높은 경지에 오르거나 술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마도학자일 필요가 있다.
현재 황제 레이먼의 허가를 받아서 로열 하트의 통제 술식에 접근할 수 있는 이는 레거시 남작과 데시아, 그리고 지금 동행 중인 청탑주, 리세필드 디올이 유일했다.
레이먼을 포함한 이들 중 레거시 남작이 제일 직위가 낮기에 그가 로열 하트와 함교를 통제하고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도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예정보다 조금 빨리 함교로 이동하려는 것이었다.
“황제 폐하께서 입실하십니다!”
입실과 동시에 함교를 지키고 있던 황군 기사가 힘찬 목소리로 레이먼의 등장을 알렸다. 함교의 승무원들은 잠시 작업을 중단하고 레이먼에게 경례했다.
“황제 폐하. 빨리 오셨군요.”
레거시 남작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가서 쉬도록. 지금부터는 내가 지휘하겠다.”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
레거시 남작은 레이먼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휴식을 위해 선실로 돌아갔고, 레이먼은 함교의 통제단에 섰다.
“레일린 자작으로부터 추가 연락은 없나?”
로열하트의 마법 레이더가 고성능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지상을 탐색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마물 숲과 인접해 있는 이펠리아 산맥의 남쪽은 마물들이 내뿜는 특유의 마기가 짙어서, 마나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마법 레이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지상에서 수색을 펼치는 레인저들이 가져오는 정보가 중요했다.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통신을 담당하는 최상급 마법사의 보고에 레이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연락이 오는 즉시, 최우선으로 나에게 보고하게.”
“예, 황제 폐하.”
함교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갔다. 이펠리아 산맥에서 마물들을 정리하며 수색 작전을 펼치는 레인저들을 엄호하거나 독자적으로 일정한 지역을 마법 레이더로 훑는 걸 지휘하는 게 고작이었으니, 갖은 전쟁으로 단련된 몸을 가진 레이먼에게는 지루한 일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함교에서 통신 시설을 맡고 있는 최상급 마법사가 통신실에서 달려 나와 레일린 자작에게서 연락이 온 사실을 알렸다.
“레일린 자작이 연결을 요청했다고?”
“예, 황제 폐하. 통신실은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바로 가겠네.”
최상급 마법사의 보고에 레이먼은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함교 내의 통신실에 들어서자 선명한 빛을 내뿜고 있는 연락용 수정구의 모습이 보였다. 레이먼은 연락용 수정구 앞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의자에 앉자 눈앞의 연락용 수정구에서 마나로 만들어진 환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남부 레인저 군단 사령관, 레일린 자작이었다.
-황제 폐하.
“무슨 일인가?”
-황제 폐하와 제국 함대의 엄호 덕분에 제 부하들이 마물 숲 인근까지 수색 범위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본론부터 말해줬으면 좋겠군.”
칭송해 주는 건 고맙지만 서론이 긴 걸 싫어하는 타입이라 레이먼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황태자 전하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자세히 설명해보게.”
-마물 숲 초입에서 쓰러져 있던 황실 친위군의 생존자를 찾았습니다. 지금은 숨을 거뒀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에 의하면 황태자 전하께서는 생존해 계시며, 마물 숲의 주둔군과 접촉하기 위해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마물 숲에는 하이펠 제국의 최정예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 황태자, 나이트엘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들의 보호를 받을 생각인 듯했다.
“전달 고맙네, 레일린 자작. 황태자 일행이 마물 숲으로 진입한 게 확실해졌으니……. 제국 함대 또한 남쪽으로 향하겠네.”
-협력에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
“그대는 언제라도 제국 함대를 지원할 수 있도록 레인저 병력을 준비해둬야 할 것이야.”
-물론입니다.
레일린 자작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레이먼은 짧은 한숨과 함께 마법 통신을 종료했다.
“황제 폐하. 무슨 일 있으십니까?”
굳은 얼굴로 통신실을 나오는 레이먼을 보며 황군의 카시야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네, 카시야스 경. 하이펠 제국의 황태자가 마물 숲으로 진입했다는 흔적이 발견되었다네.”
레이먼은 대답하면서도 한숨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야만 했다.
마물 숲에는 마기가 가득해서 고성능 마법 레이더조차 탐색 범위가 상당히 좁아지는 등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상으로 병력을 보내야 하는데, 지형이 험하고 마물들이 많아서 수색이 쉽지 않을 것이다.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어버렸군요.”
카시야스도 낮은 목소리로 한탄했다. 레이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함교의 통제단에 섰다.
“마물 숲으로 간다.”
“예!”
함교 승무원들의 힘찬 대답과 함께 로열 하트와 제국 함대 비공정들의 항로가 마물 숲을 향해 재설정되었다.
이펠리아 산맥의 남쪽에서 마물 숲까지는 멀지 않았다. 전속력으로 항행한 덕분에 출발한 지 3일 만에 마물 숲의 상공에 진입했다.
“하늘에서 보는 마물 숲은 평화롭네요.”
데시아가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창밖으로 보이는 마물 숲의 모습은 잔잔한 바다와도 같았다. 하지만 저 울창하게 솟아 있는 나무들 아래에서는 온갖 잔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함교의 인원 모두가 알고 있었다.
“황제 폐하. 다음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오늘은 이곳에서 대기한다.”
레거시 남작의 물음에 레이먼이 대답했다. 내일이면 하이펠 레인저들이 추가적인 정보를 보고해 올 것이라 기대하며 오늘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그날 밤부터 시작된 휴식은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졌다. 그 시간은 달콤한 만큼 순식간에 지나갔고, 제국 함대의 모든 인원은 약속된 시간이 되기 무섭게 각자의 위치로 복귀했다.
“하이펠 레인저들로부터의 보고는 없었나?”
“나이트엘 황태자의 흔적을 찾았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견된 것으로 이곳에서부터 서쪽으로 3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통신실을 맡은 최상급 마법사가 차분한 음성으로 보고했다.
비공정으로 3시간 거리면 가까운 곳은 아니었지만, 가장 최근에 발견된 흔적이라고 하니 이동할 가치가 있었다.
“현 시간부로 제국 함대는 특정된 곳을 목표 지점으로 설정하고 전속력으로 항행한다.”
“예!”
레이먼의 지시에 함교의 승무원들이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통신 마법사는 제국 함대의 다른 비공정들에 황명을 전파했다.
긴장 속에서 3시간이 흘러갔다. 어쩌면 이번에는 황태자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하강한다. 모든 비공정은 엄호 대형으로.”
승무원이 힘찬 목소리로 보고하자 레이먼은 차분하게 지시했다. 천천히 고도를 낮추는 로열 하트를 제국 함대의 다른 비공정들이 엄호했다.
고도를 낮추고 울창한 나무들을 짓누른 순간, 나무 그늘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수백의 마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크다!”
“오우거도 있습니다!”
마물 숲의 오크는 서대륙의 오크 중 가장 포악하기로 유명하며, 오우거 또한 쉽게 볼 수 없는 종류의 마물이다.
“마동포를 사용합니까?”
레거시 남작이 조심스럽게 물었으나, 레이먼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 ‘고작’ 저런 마물들에게 사용하기에는 마동포의 화력이 아까웠다.
“각 함에 공격 명령을 전달하도록.”
“예, 황제 폐하.”
엄호 대형을 갖추고 있던 제국 함대의 비공정들에 레이먼의 지시가 즉각 전달되었다. 그들은 더욱 고도를 낮췄고, 갑판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들이 지상을 향해 강력한 공격 마법을 퍼부었다.
“쿠아아악!”
“그워어어!”
마물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토해내며 쓰러졌다. 강력한 마법 화력 앞에서 수백의 마물들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마물들의 반응이 소멸했습니다.”
함교의 승무원이 모여 들었던 마물 무리의 전멸을 보고했다.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레이먼의 예상대로 마동포 화력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함내에서 대기 중인 하이펠 레인저들에게 상륙을 준비하라 전하라.”
“예! 황제 폐하!”
힘찬 대답과 함께 전령이 어딘가로 뛰어갔다. 함교를 떠나는 전령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레이먼의 시선은 이윽고 황군의 지휘관, 카시야스에게 향했다.
“카시야스 경.”
“예, 황제 폐하. 하명하소서.”
“황군 또한 상륙을 준비해야 할 것이야. 1개 여단 병력이면 충분할 것 같군.”
“지금 즉시 황명을 전파하겠습니다.”
카시야스가 짧은 경례와 함께 잠시 자리를 비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황군과 하이펠 레인저 부대가 준비되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마법 레이더를 확인하고 있던 마법사가 새로운 마물 무리의 출현을 알렸다.
“상륙을 강행합니까?”
마물 무리의 수가 생각보다 많았다.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계속해서 몰려오고 있었다.
레거시 남작은 조심스럽게 상륙 여부를 물었고, 레이먼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륙한다.”
간신히 황태자의 흔적을 찾았는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레이먼은 상륙의 강행을 결정했고, 로열 하트의 착륙과 동시에 연결교가 내려갔다.
레이먼도 서둘러 갑옷을 챙겨 입었다. 그 모습을 본 로열 하트의 블리자드 후작이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
“나를 말리지 말게, 블리자드 후작. 황군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내가 선봉에 설 필요가 있다.”
로열 가드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레이먼은 고집불통이었다. 이쯤 되면 로열 가드도 말릴 수가 없었다.
무장을 갖추고 황군과 합류하는 레이먼을 호위하기 위해 따라가는 것밖엔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레이먼은 연결교에 도열한 황군의 선봉에 섰다.
“황제 폐하께서 함께하신다!”
카시야스가 마나를 담아 목소리를 높였다. 황군의 군사들이 우렁찬 함성을 쏟아냈다. 그 광적인 모습에 하이펠 레인저들은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