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76)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76화
59장 하이펠 제국의 황태자(2)
“현재까지 확인된 마물 무리의 숫자는 약 5천 정도라고 하네요.”
어느샌가 옆으로 바짝 다가온 데시아가 로열 하트에서 파악한 적들의 숫자를 전했다.
5천이 넘는 마물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걸 보고하는 것치고는 침착해 보였다.
레이먼이 함께하는 전장에서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 때문일지도 몰랐다.
“로열 하트에 연락해서 황군 1개 여단을 추가로 더 내려보내라고 해.”
“예, 황제 폐하.”
예상보다 많은 마물 무리가 모여들 때부터 남은 황군 병력도 대기 중이었다. 그래서 레이먼이 지시하기 무섭게 1개 여단, 총 2천 명의 황군 병력의 추가 상륙도 빠르게 이루어졌다.
마물 무리가 접근하기 전에 4천의 황군이 전투태세를 갖췄다.
“빠른 속도로 접근 중입니다. 30분 거리예요.”
실비아가 경고했다. 마물 숲에서는 정령을 이용한 정밀 정찰이 가능한 실비아의 탐색 능력이 마법 레이더보다 정확했다.
“제국 함대에 엄호 명령을 전달하도록.”
“예, 황제 폐하.”
차분한 대답과 함께 데시아는 연락용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그녀가 황제의 명령을 전파하자 제국 함대의 비공정들이 대형을 바꿨다. 그리고는 다가오는 마물 무리를 향해 마법을 쏟아냈다.
쾅! 콰아앙!
폭발과 함께 숲이 격동했다. 불기둥과 거센 화염의 장막을 뚫고 마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력한 마법 폭격 덕분에 성한 몰골을 하고 있는 마물은 단 하나도 없었다.
“온다!”
황군의 누군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레이먼은 직접 연락용 수정구를 들고서 로열 하트에 마동포 포격을 개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콰앙! 쾅!
포문이 열리고 포격이 시작되었다. 폭음과 함께 마물들의 몸이 솟구쳤다. 5천을 넘었던 마물 무리는 마법 폭격과 마동포 포격으로 많은 병력을 잃고 이제는 겨우 2천이 안 되는 숫자가 남아서 돌진해 오고 있었다.
저들에게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공격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황군의 마법사들이 남아 있었다.
“아이스 스피어!”
“파이어 레인!”
다시금 마법이 쏟아졌다. 그중에는 데시아의 강력한 마법도 섞여 있었다. 거침없이 쏟아지는 공격에 마물 무리의 절반이 또 쓰러졌다.
이제 남은 수는 1천이 고작이다. 그러나 마물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자극을 받은 맹수가 되어 맹렬하게 돌진해 왔다.
“궁수!”
한 차례 마법 공격 뒤에는 궁수들의 차례였다. 카시야스가 마나를 담아 외치자 후열에서 대기하고 있던 궁수들이 당겼던 시위를 일제히 놓았다.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다. 하지만 마물들의 저돌적인 돌진은 멈추지 않았고, 카시야스는 망설임 없이 곧바로 다음 지시를 내리기 위해 검을 들어 올렸다.
“방패!”
우렁찬 호령에 방패를 든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앞으로 나섰다. 장창을 든 이들이 그 뒤를 채웠다.
순식간에 진형을 바꾸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들은 황제와 함께 숱한 전장을 누비고 함께 생사의 전선을 넘어온 필리어스 제국의 최정예 황군이다.
대지를 뒤흔들며 달려오는 거대한 몸집의 오우거들조차 황군의 굳은 의지를 흔들기엔 부족했다.
마물 무리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왔다. 어느새 황군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하지만 그들은 두렵지 않았으니, 찬란한 광휘의 검을 들어 올린 황제가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었다.
“하앗!”
짧은 기합과 함께 광휘의 기둥이 마물 무리를 휩쓸었다. 일백의 마물이 도륙당했다. 일격에 전열이 와르르 무너졌다.
“황제 폐하께서 길을 열어 주셨다! 황군은 돌격하여 적을 섬멸하라!”
방패와 창으로 무장한 황군이 돌격했다. 오우거들이 무너진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그들을 향해 기사들이 마나를 머금은 검을 휘둘렀다.
“그어어어!”
“쿠워어어!”
오우거들의 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그들은 묵직한 몽둥이와 도끼를 휘두르며 저항했지만, 실전 경험이 풍부한 황군의 기사들은 마물 숲의 포악한 오우거들을 손쉽게 유린했다.
황군의 기사들이 피바람을 일으키며 진군했다. 강인한 오우거들이 무너지고 오크와 트롤들로 이루어진 후열이 모습을 드러냈다.
“궁수!”
카시야스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고, 전방을 향해 다시 한 차례의 화살 비가 쏟아졌다. 오크들이 쓰러졌다.
그나마 회복력이 강한 트롤들이 버티고 서서 황군을 맞이했다. 가장 강력하고 위협적인 적, 오우거들을 도륙했으나 트롤 역시 만만한 적은 아니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여기저기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황군 기사들이 피를 분수처럼 흩뿌리며 쓰러졌다.
“기사단! 20보 후퇴! 중보병대! 앞으로!”
카시야스가 검을 휘두르며 바쁘게 지시를 내렸다. 깃발을 든 전령들이 바쁘게 뛰어다니며 명령을 전파했다.
궁수들이 기사단의 후퇴를 엄호하는 사이, 두꺼운 철갑을 입고 창과 방패로 무장한 중보병대가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기사단이 체력을 회복하는 동안 마물들의 공격을 막아낼 것이다.
“그어어어어!”
트롤들이 내찌른 창이 중보병들의 방패를 위협적으로 두드렸지만, 그들은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으며 방진 또한 흔들림이 없었다.
“황제 폐하 만세!”
방진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려는 낌새가 보이면 황군이 하나 되어 만세를 외쳤다. 그러면 요동치던 방패벽이 거짓말처럼 안정되었다.
“다시! 기사단은 앞으로!”
“기사단 앞으로!”
카시야스의 지시를 복창하며 기사단이 다시 앞으로 나섰다. 잠시 체력을 회복한 기사단이 진격하자 오크들과 트롤들은 힘없이 쓰러졌다.
순식간에 마물 무리가 토벌되었고, 황군은 흐트러진 대형을 다시 원상태로 만들었다.
“황제 폐하. 황군이 다음 지시를 기다립니다.”
마물들이 전멸한 것을 확인한 카시야스가 전투의 종료를 선고하는 것과 동시에 레이먼에게 다가와 다음 지시를 요청했다.
“병력으로 둘로 나눈다. 그리고 각 여단은 하이펠 레인저들을 앞세워서 나이트엘 황태자의 흔적을 추적한다.”
“예! 황제 폐하!”
카시야스가 힘차게 외쳤다. 그는 상륙한 황군 병력을 신속하게 둘로 나누었다. 레이먼의 지시를 들은 하이펠 레인저들도 50명씩 부대를 재편성했다.
“레인저 중대장.”
편성이 끝나고 카시야스가 이끄는 2번 부대가 먼저 움직였다. 그는 레이먼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2번 부대를 이끌 마땅한 지휘관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황제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예, 황제 폐하.”
하이펠 제국의 레인저 중대장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황태자의 흔적을 발견한 레인저 중대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있겠지?”
“예, 황제 폐하.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저희는 서로를 찾을 수 있는 수단을 알고 있습니다. 마물 숲이라고 해도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좋아. 시간이 많지 않으니, 서두르게나.”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이트엘 황태자는 종말 협회의 병력으로부터 추격을 당하고 있을 것이다.
레이먼의 말뜻을 알아차린 하이펠 레인저 중대장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하들과 함께 선봉에 섰다.
* * *
마물 숲에 진입한 이후, 나이트엘 황태자와 하이펠 황실 친위군은 오크와 트롤, 그리고 오우거들과 쉬지 않고 전투를 벌여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검성, 테레노어의 존재 덕분에 마물들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테레노어의 예상대로 마물 숲에 진입하기 무섭게 종말 협회의 병력이 추격해 오는 속도 또한 줄어들었다.
그들 역시 마물들의 방해에 부딪혔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누가 더 빨리 마물들을 쳐내고 이동하느냐의 싸움이 되었다.
“여기서 잠시 휴식한다!”
이어지는 전투로 인해 피로해진 탓일까? 테레노어의 목소리가 마른 땅처럼 갈라졌다. 쉬지 않고 이동하던 황실 친위군 기사들이 딱딱한 바닥에 주저앉았다.
무너지듯 주저앉는 그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제 주군을 지키기 위해 밤낮으로 싸웠을 터, 엉망이 된 갑주와 여기저기 묻어 있는 붉은 피가 그들이 쉽지 않은 투쟁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그들의 숫자도 많이 줄어 있었다. 이제 남은 인원은 20명도 되지 않았고 모두 지쳐 있었다. 이 짧은 휴식으로는 저들의 짙은 피로를 씻어낼 수 없을 것이리라.
“테레노어 경.”
“예, 황태자 전하.”
나이트엘이 많이 지친 듯한 목소리로 부르자 테레노어가 곧장 달려와 고개를 숙였다.
“제1군 주둔지까지 얼마나 남았는가?”
마물 숲에 주둔한 하이펠 제국 병력을 제1군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마물들로부터 하이펠 제국의 최전선을 수호하는 군대답게 그 수도 많고 실전 경험도 풍부한 최정예들이다.
“아직 조금 더 가야 합니다, 황태자 전하.”
지친 듯한 나이트엘의 모습에 테레노어는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기사들조차 힘들어할 정도의 강행군이다. 젊은 황태자가 지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뭔가 말하려는 순간, 검성의 예리한 감각에 이곳으로 다가오는 다수의 기척이 감지되었다.
“적이다!”
테레노어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치자 휴식하고 있던 기사들이 날렵하게 일어나 검을 빼 들었다.
기사들이 대형을 갖추는 사이 테레노어는 마나를 끌어 올려 감각을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었다. 적들의 정체를 미리 파악하기 위해서였는데, 그는 곧 다가오는 적들이 종말 협회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투박한 마나와 기세의 주인은 분명.
‘마물이다.’
테레노어는 이를 악물고서 검을 들어 올렸다. 오우거나 오크, 트롤과 같은 마물보다 위협적인 종말 협회의 전투원들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할 법했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다가오는 마물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최소 2천이다.’
그는 감히 입 밖으로 그 숫자를 내뱉지 못하고 삼켰다.
“테, 테레노어 경…….”
땅이 요동치고 하늘이 흔들렸다. 군세가 가까이 다가오자 황실 친위군의 기사들 또한 적들의 숫자를 짐작하고서 안색이 창백해졌다.
“흔들리지 마라. 하이펠 제국을 위하여, 우리는 황태자 전하를 지켜야 한다.”
테레노어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었지만, 황실 친위군 기사들도 애써 마음을 다잡고 검을 들어 올렸다.
이윽고, 어두운 밤하늘 아래 울창한 수풀을 뚫고 오크와 트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지금까지 만난 다른 마물들과는 행색이 달랐다. 투박하지만 비슷한 모습과 색의 갑옷을 입고 있었으며, 몇몇은 마물답지 않게 붉은 깃발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황실 친위군의 기사들을 향해 날카로운 무기를 겨눌 뿐, 더는 다가오지 않았다. 섬뜩한 긴장 속에서 시간이 흐르고 기사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테레노어 경……. 저 깃발은…….”
“그래, 전쟁군주의 깃발이다.”
기사의 물음에 테레노어가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물 숲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포악한 마물들 때문은 아니었다. ‘부족 연맹’과 대족장의 깃발 아래 모여든 마물 무리가 진정한 공포였다.
그런데 지금 테레노어와 황실 친위군 앞에 대족장의 수하, 전쟁군주의 깃발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테레노어 경……. 승산이 있겠습니까?”
“승산이 없어도 만들어야 한다. 하이펠 제국의 마지막 희망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야.”
황실 친위군의 기사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자 테레노어는 그를 다그치며 검에 오러를 불어 넣었다. 그는 지쳐 있었으나, 오러 블레이드는 선명했다.
마치 최후의 불꽃처럼.
“내가 길을 열겠다. 경들은 황태자 전하를 모시고 제1군 주둔지로 달려라.”
테레노어가 말했다.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뜻이었다. 황실 친위군의 기사들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입술을 꽉 깨물고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테레노어 경…….”
빙검이라고 불리는 검성이 자신을 희생하려는 걸 알아챈 나이트엘 황태자는 뭐라 할 말이 있는지 입술을 달싹였으나 끝내 속 시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가라! 황태자 전하를 모셔라!”
선명한 오러가 일렁이는 검이 휘둘러졌다. 냉기를 머금은 오러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그어어어!”
“크어어어!”
오크들과 트롤들이 무력하게 쓰러졌다. 그들이 입고 있는 두꺼운 중갑은 종이처럼 찢겨 나갔고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어서!”
변형된 오러 블레이드가 폭풍처럼 쏟아졌다. 황실 친위군의 앞을 막아섰던 마물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테레노어 경!”
“황태자 전하! 어서 이쪽으로!”
“시간이 없습니다!”
나이트엘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테레노어의 위태로운 뒷모습에 절규하듯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황실 친위군 기사들이 시간이 없다며 재촉했기 때문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어어어!”
투박하지만 위협적인 무장을 갖춘 트롤 창병들이 앞으로 나섰다. 황태자 일행을 향해 일제히 투창을 준비하는 그들의 머리 위로 검광이 빗발쳤다.
“이놈들! 내가 있는 한 황태자 전하께는 어떤 위해도 가할 수 없다!”
테레노어가 일갈했다.
“그렇다면 네놈만 제거하면 되겠군.”
날카로운 기세가 파도처럼 테레노어를 덮쳤다.
“크, 크윽! 네놈은!”
테레노어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며, 붉은 깃발을 들고 있는 트롤.
다른 마물들과는 전혀 다른 기세를 풍기는 그는, 대족장에게서 전쟁기를 허락받은 전쟁군주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