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77)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77화
60장 마물 숲의 부족 연맹(1)
“트롤 전쟁군주…….”
거대한 몸집의 트롤을 눈앞에 둔 테레노어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떨렸다.
전쟁군주.
부족 연맹의 대족장이 전쟁기 사용을 허락한 최측근이며, 전쟁이 발생했을 때 최전선에 나서는 선봉장들.
그들의 무위는 고위 기사와 맞설 수 있다는 ‘대전사’보다도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전쟁군주의 경지는 검성과 비슷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무위가 높다.
“저건 필시 하이펠 제국 황가의 문양이로군. 하이펠 제국의 황족이 여기까지 무슨 일인지 궁금하군.”
트롤 전쟁군주는 테레노어에게 날카로운 창끝을 겨눈 채 유창한 대륙어로 말했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부족 연맹에는 잘된 일이지. 설마 하이펠 황가의 혈통을 사로잡게 될 날이 올 줄이야.”
“내 시체를 넘기 전에는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날카로운 기세를 일으키며 테레노어가 결사 항전의 의사를 나타냈다. 그 모습을 본 트롤 전쟁군주는 몸을 들썩이며 웃었다.
“뭐가 그렇게 우습나? 트롤.”
“뒤를 보게, 인간 검성이여. 그대가 그토록 탈출시키고자 했던 황족이 어떤 몰골로 있는지 그 두 눈으로 직접 보게나.”
트롤 전쟁군주의 말에 테레노어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황태자 일행이 도망간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쓰러진 채 피를 흘리고 있는 황실 친위군 기사들과, 또 다른 전쟁군주의 억센 손아귀에 붙들려 있는 황태자의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항복하거라, 검성이여. 그대가 계속하여 저항의 의지를 불태운다면 저 황족이 계속 성한 모습일 거라 생각하지 말거라.”
팔다리 하나쯤은 잘라버릴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 섬뜩한 말에 테레노어는 결국 검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 * *
레이먼은 황군을 이끌고 마물 무리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지휘관의 호령에 맞춰 황군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적들을 격퇴했다!”
또 다시 승전했고, 기수가 황군의 깃발을 힘차게 흔들며 승전을 알렸다.
“추격합니까?”
“아니. 그럴 필요 없다.”
황군의 지휘관이 추격 여부를 물었지만, 레이먼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마물 섬멸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추격은 무의미한 행동이었다.
“하이펠 레인저들이 흔적을 탐색하는 동안 일대에 넓은 방어선을 구축하고 마물 무리의 접근을 차단한다.”
“예, 황제 폐하.”
황군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들이 임시 방어선을 형성하는 동안 로열 하트가 하늘에서 엄호했다.
수백 정도 규모의 마물 무리는 로열 하트의 마동포 포격에 전멸하거나 겁을 집어먹고 물러났으나 1천 이상의 규모가 문제였다. 그들은 겁을 집어먹고 물러나지도 않을뿐더러,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접근하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전투를 피할 수 없었다.
흔적을 탐색하는 하이펠 레인저들을 보호하는 동안 2번의 크고 작은 교전이 있었다.
수색은 큰 성과가 없었고, 레인저 중대장의 보고가 끝난 직후 휴식을 위해 로열 하트로 돌아가려는 순간이었다.
“황제 폐하! 적들이 옵니다!”
실비아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경고했다. 이윽고 로열 하트의 함교에서도 마물 무리의 접근을 마법 통신으로 알렸다.
“방어선에 도달하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나?”
-대부분 기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0분 안에 도착할 겁니다.
레이먼의 물음에 레거시 남작이 대답했다.
20분이면 로열 하트가 착륙하고 황군이 모두 승선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더군다나, 승선하다가 뒤를 공격 당하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방어선에서 적들과 맞선다. 황군은 준비하라.”
레이먼이 차분한 음성으로 지시했다. 황군은 굳건하게 방어선을 지키고 섰다.
“로열 하트는 포격을 개시하라.”
-확인했습니다.
“적들의 접근을 지연하고 그 숫자를 최대한 줄이도록.”
마법 통신이 종료되었다. 머리 위의 로열하트가 선수를 돌렸다.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빠르게 접근하는 마물 무리들, 측면이 그들에게 향했다.
포문이 열리고 마동포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순식간에 조준이 끝나고 모든 마동포가 일제 포격을 시작했다.
쾅! 콰앙!
포성과 함께 흙먼지가 솟구쳤다. 멀리서부터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강력한 포격에 늑대를 타고 맹렬하게 돌진해 오던 오크들의 기세가 죽었다.
“온다! 총원 전투 준비!”
레이먼이 경고와 함께 힘차게 영혼검을 들어 올렸다. 백색 광휘의 기둥이 하늘을 꿰뚫을 기세로 솟구쳤고 새하얀 기운의 파편이 흩어졌다.
울창한 수풀을 뚫고서 늑대를 탄 오크 기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1천을 가볍게 넘기는 숫자였다. 그나마 마동포 포격으로 인해 줄어든 숫자일 것이다.
레이먼의 날카로운 시선이 오크 기수들을 훑었다. 이어서 그가 검을 휘두르자, 마나를 담은 일격이 오크 기수들을 덮쳤다.
“그어어어!”
“크어어어!”
“황제 폐하 만세!”
오크 기수들의 전열이 무너졌고 황군 진영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전열이 무너졌으니, 속도가 줄어들지는 않을까 하고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기대와는 다른 상황이 이어졌다.
거대한 몸집의 다이어 울프에 올라탄 예사롭지 않은 기세의 트롤이 붉은 깃발을 흔들자, 무너진 전열이 금세 회복되었다.
“전쟁군주의 깃발인가…….”
붉은 깃발을 본 레이먼은 불안한 얼굴로 입술을 씹었다. 저 깃발이 있다는 건 이 전장 어딘가에 전쟁군주가 있다는 걸 의미했다.
절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전쟁군주는 무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전장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마물들의 사기를 높이는 존재였다.
“게슈타인.”
“예, 황제 폐하.”
오크 기수들과 황군의 충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레이먼은 차분한 목소리로 게슈타인을 불렀다. 옆을 지키고 있던 게슈타인이 짧은 대답과 함께 조용히 다가왔다.
“전쟁군주가 온 것 같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지만 그 악명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 경지 또한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나?”
“검성을 능히 상대한다고 들었습니다.”
게슈타인의 대답에 레이먼은 고개를 저었다. 절반만 맞췄다.
“세간에 알려져 있는 전쟁군주의 무위는 군의 사기 저하를 우려하여 다소 약화된 면이 있어. 몇몇은 검성을 압도할 정도의 무위를 가지고 있지.”
“황군이 최정예라고는 하지만 감당하기 힘들겠군요.”
지금 이곳의 황군에서 가장 높은 경지에 오른 이들은 고위급이 끝이었다. 검성과 비등하거나 혹은 압도할 만한 전력으로 평가받는 전쟁군주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했다.
“우리가 나서야 한다, 게슈타인.”
여기서 말하는 ‘우리’는 레이먼과 두 근접 호위, 그리고 로열 가드들을 의미한다.
뒤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로열 가드의 블리자드 후작은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이와 같은 일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황제를 설득하는 일은 이제 무의미하다는 걸 깨닫고 포기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게슈타인도 굳이 레이먼을 만류하지 않았다. 이윽고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크 기수들이 황군이 형성한 방진과 충돌했다.
쾅!
요란한 소음과 함께 황군 병사들과 오크 기수들의 육신이 피를 흩뿌리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거센 충돌에도 불구하고 황군의 방진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오크 기수들의 틈에서 위협적으로 방진을 노려보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트롤 전쟁군주였다.
그는 자신의 수하, 트롤들과 함께 방진을 향해 돌진했다.
“황제 폐하.”
게슈타인의 목소리. 이미 레이먼은 영혼검에 마나를 끌어 모은 뒤였다.
“전쟁군주다!”
“제가 길을 열게요!”
데시아가 허공에 대고 스태프를 흔들어 마법진을 완성했다. 일순간 불어 닥친 싸늘한 냉기가 앞을 막고 있던 오크 기수들을 얼어 붙게 만들었다.
길이 열렸다. 레이먼이 트롤 전쟁군주를 향해 총탄처럼 쏘아졌다. 뒤이어 게슈타인이 날렵하게 행동했다.
“황제 폐하를 따르라!”
로열 가드 또한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는 않았다. 그들은 트롤 전쟁군주와 그 수하들을 향해 일제히 몸을 날렸다.
선공은 레이먼의 몫이었다. 왼손을 뻗자 철조차 녹일 정도로 뜨거운 화염이 분사되었다.
이글거리는 불길이 트롤 전쟁군주의 시야를 어지럽히는 동안 게슈타인이 깊숙이 침투했다.
화염 분사가 끝나는 순간, 게슈타인이 트롤 전쟁군주를 향해 더욱 깊숙하게 파고 들면서 검을 휘둘렀다.
“크아아악!”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하지만 트롤 전쟁군주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는 왼팔을 잃으면서도 들고 있는 창을 힘차게 내찔렀고, 공격에 집중하던 게슈타인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복부가 꿰뚫리고 말았다.
“큭!”
“물러나세요!”
데시아가 황급히 게슈타인에게 지혈과 봉합 마법을 사용했다.
일반적인 마법사들의 회복 마법은 효율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지만, 데시아는 대마법사였다. 그녀의 회복 마법은 웬만한 사제들의 신성 기도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게슈타인의 상처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조심하세요! 무리하게 움직이면 터질 거예요!”
등 뒤에서 데시아의 우려 섞인 외침이 들려왔지만 게슈타인은 대답 대신 검을 들어 올릴 뿐이었다.
그는 황제의 검이다. 이깟 부상 하나에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애써 봉합한 상처가 터지는 건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레이먼과 로열 가드를 도와 트롤 전쟁군주를 몰아붙였다.
트롤 전쟁군주는 이미 게슈타인의 날카로운 일격으로 팔 하나를 잃었다. 그런 상태에서 고위 마검사와 검성, 그리고 대마법사를 비롯한 최정예 병력의 협공을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크아아악!”
레이먼이 영혼검을 휘두르자 트롤 전쟁군주가 비명을 내질렀다. 붉은 피가 솟구치고 트롤 전쟁군주의 몸이 무너지듯 쓰러졌다.
생포할 생각이었지만 트롤 전쟁군주의 경지가 높은 탓에 힘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았고, 결국 그의 목숨을 빼앗고 말았다.
“황제 폐하. 전쟁군주가 하이펠 제국의 문양이 각인된 검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열가드의 블리자드 후작이 보고했다. 조금 전에는 치열하게 검격을 주고 받는 도중이라 자세히 살피지 못했다.
블리자드 후작의 말을 듣고서 뒤늦게 트롤 전쟁군주를 살폈는데,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이 심상치 않았다.
그걸 뽑아서 면밀하게 살펴보니 블리자드 후작의 말대로 하이펠 제국의 문양이 각인된 검이었다.
범상치 않은 문양이었다. 정교하게 장식되어 있는 이것은 하이펠 제국의 평기사가 아닌 황실 친위군 기사가 사용하는 검이 분명했다.
“이걸 왜…… 트롤 전쟁군주가……?”
레이먼은 눈살을 찌푸렸다. 부족 연맹의 공격을 받아 황태자 일행이 몰살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경우가 떠올랐으나, 그는 고개를 젓는 것으로 그 불길한 생각을 떨쳐냈다.
“황태자 일행이 전멸한 게 아닐까요?”
실비아가 눈치 없이 툭 내뱉었다. 그녀는 무언가 더 말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날카롭게 노려 보는 데시아의 시선을 느끼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부족 연맹의 대족장과 전쟁군주들의 지능은 높은 편이다. 그러니 나이트엘이 황태자라는 걸 알아본다면 죽이는 것보단 생포한다는 선택지를 골랐을 것이야.”
“저도 동의합니다. 하이펠 제국의 황태자는 이용 가치가 높으니까요.”
레이먼의 말에 블리자드 후작이 동조했다.
물론 대족장이나 전쟁군주가 나이트엘이 하이펠 제국의 황태자라는 걸 알아보기 전에 마물 무리로부터 목숨을 잃는 최악의 경우도 있지만, 그의 곁에 검성 테레노어가 있으니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적어도 전쟁군주급이 나섰을 것이다. 나이트엘이 황궁을 탈출할 당시 입고 있었던 의복에는 하이펠 제국 황실의 문양이 각인되어 있다고 했다.
의복을 갈아입을 시간 따위는 없었을 테니 그것을 계속 입고 있을 것이고, 전쟁군주 정도 되는 이가 하이펠 황가의 문양을 모를 리 없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블리자드 후작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레이먼은 고민 끝에 복잡한 심경이 묻어 나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선 로열 하트로 돌아간다. 하늘에서 대책을 논의하도록 하지.”
그들은 로열 하트로 돌아갔다. 아군의 시체 수습을 끝낸 황군 병력까지 모두 승선하자 로열 하트가 이륙했다.
“황제 폐하께서 입실하십니다!”
함교로 들어섰다. 통제단을 지키고 있던 레거시 남작이 고개를 숙이며 옆으로 물러났다. 그를 대신하여 통제단을 차지한 레이먼은 창밖으로 보이는 어두운 하늘을 응시했다.
“수색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든 비공정들에 집결 명령을 내려.”
“집결 위치는 어디로 합니까?”
“이곳으로. 로열하트를 중심으로 모든 병력을 집결시킨다.”
“예, 알겠습니다.”
레거시 남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통신실로 들어가 각 비공정에 황명을 전달했다.
이윽고 통신실에서 나온 그는 제국 함대의 비공정들이 소집에 응하였으며, 이곳을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좋아.”
만족스러운 듯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먼. 그를 향해 레거시 남작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수색을 중단해도 되겠습니까?”
“더 이상의 수색은 무의미하다, 레거시 남작. 부족 연맹이 황태자를 확보한 것 같아.”
“그렇다는 것은…….”
“우리는 부족 연맹의 군락을 공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