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78)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78화
60장 마물 숲의 부족 연맹(2)
종말 협회의 고위 간부, 세바스는 ‘살검’이라는 이명을 얻은 검성이다.
그는 신생아 시절에 버려졌고, 지나가던 종말 협회 간부의 눈에 띄었다. 당시 세바스를 발견한 간부는 그가 마나에 대한 기본적인 친화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서 종말 협회로 데려왔다.
훈련소에서 세바스는 남다른 재능을 보이며 어린 나이에 전투원으로 발탁되었고, 투입되는 작전마다 공을 세워 빠르게 간부의 위치로 진급하고서 출세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검성의 경지에 오르면서 고위 간부 중에서도 높은 위치를 가지게 된 그는, 리처드가 반란을 일으켜 새롭게 만든 최고 회의로부터 하이펠 제국 황태자를 추격하는 임무에 책임자가 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마물 숲까지 오게 될 줄이야…….”
세바스가 불평을 쏟아냈다.
처음 병력을 이끌고 추격을 시작할 때만 해도 마물 숲까지 오게 될 줄은 예상조차 못 했다.
“제기랄! 이러다가 필리어스 제국령까지 가게 될지도 모르겠군!”
불평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국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세바스는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젓는 것으로 불평과 잡념을 떨쳐냈다. 가까이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종말 협회에 대해 부정적인 불평을 늘어 놓는 모습을 다른 이에게 보여서 좋은 건 없었기 때문에, 세바스는 서둘러 그 감정을 지워 버렸다.
“세바스 경.”
어둠 속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모습을 드러낸 이는 예상대로 직속 부하들 중 한 명으로 간부의 직위에 있는 이였다.
추격대 선발조에 투입한 부하였는데, 그가 2선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곳까지 온 걸 보면 보고를 위해서인 것 같았다.
“무슨 일인가?”
세바스가 차갑게 물었다. 부하 간부는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급히 보고드릴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내가 준 연락용 수정구는 깨먹었나 보지?”
조금 전까지 불평을 늘어놓고 있어서 그런지 목소리에 짜증이 가득 섞여 나왔다.
“추격 중에 최상급 마법사가 전쟁군주의 공격을 받아서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직속 간부의 설명에 세바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보고를 시작하도록. 간략하게 해줬으면 좋겠군.”
세바스가 말했다. 그의 휘하에서 오래 임무를 수행한 직속 간부는 그 성격을 잘 알고 있었고, 최대한 간략한 보고를 위해 머릿속을 차분히 정리한 다음 입을 열었다.
“하이펠 제국의 황태자 일행이 마물들에게 패배하였으며, 현재 부족 연맹의 군락에 포로로 잡혀 있습니다.”
직속 간부의 보고에 세바스는 신경질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상황이 좋지 않군.”
그는 고개를 저었다.
부족 연맹의 전쟁군주들은 지능이 높다. 나이트엘을 죽이지 않고 생포했다는 것은, 그가 하이펠 제국의 황태자라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증원을 요청해야 할 것 같다.”
“황태자가 마물들의 손아귀에 들어갔으니, 곧 죽임을 당하지 않겠습니까?”
“멍청한 소리 하지 말거라. 그냥 마물들이 아니라 부족 연맹이다. 그들은 황태자의 목숨을 인질로 잡아서 하이펠 제국에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황태자의 이용 가치가 남아 있는 한, 그를 죽이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우리가 나서서 죽일 수밖에 없다. 부족 연맹의 대규모 마물군을 상대로 전면전을 펼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은밀하게 행동할 수 있는 전투원들의 증원을 협회에 요청해야 할 것 같군.”
말을 끝내며, 세바스는 다시 한번 신경질적으로 입술을 씹어댔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일이 너무 커졌다.
* * *
하이펠 제국은 필리어스 제국처럼 중앙의 절대 황권으로 유지되는 국가가 아니었다.
그래서 황제가 목숨을 잃었을 때 지방 영주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마침내 황태자마저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퍼지자 그들은 하나둘씩 거병하기 시작했다.
독단적으로 군사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고 둘 이상이 연합하여 거병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하이펠 중앙군에겐 큰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하이펠 중앙군을 위협할 만한 군대는 단 하나였다.
바로 하이펠 제국 북부의 대영주, 슈타이너 공작의 군대였다.
그는 대표적인 황실의 반대파였고, 황제가 목숨을 잃고 황태자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 가장 먼저 군대를 일으켰다.
슈타이너 공작의 군대는 그 수도 많았고 대부분 정병들이었다. 막대한 재화를 뿌려 고용한 노련한 용병들의 수도 적지 않았다.
순식간에 20만의 병력이 소집되었고, 그들은 북부에서 중앙군과 산발적인 전투를 벌였다.
“가스펠 후작 각하. 슈타이너 공작의 군대 10만이 북부 대평원에 진입했다는 척후대의 보고입니다.”
날카로운 인상을 한 부관의 보고에 가스펠 후작은 굳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스펠 후작, 그는 하이펠 제국에서 북부 영주들의 견제를 맡은 제2군의 사령관으로 오늘 이곳, 북부 대평원에서 슈타이너 공작군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제2군 병력을 이끌고 집결했다.
“증원군에 대한 소식은 없나?”
가스펠 후작이 부관에게 질문했다.
현재 북부 대평원에 집결한 제2군 병력은 7만 명이었다.
이들 역시 정병들이었으나, 슈타이너 공작의 10만 대군과 전면전을 벌이기에는 다소 부족한 전력이라는 의견 역시 적지 않다.
“후작 각하. 10분 전에 중앙군 사령부로부터 병력의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현재 하이펠 제국의 모든 중앙군 병력은 지방 영주들의 군대와 교전 중이며, 그들이 수도로 진군하는 걸 막는 게 고작이라고 합니다.”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군.”
부관의 말에 가스펠 후작은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슈타이너 공작군이 보입니다!”
전방에서 보낸 전령이 지휘부로 달려 들어와 보고했다. 지휘부에 모여 있던 이들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이제 정말 전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총 병력 10만의 슈타이너 공작군과 가스펠 후작이 이끄는 제2군 병력 7만이 격돌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가스펠 후작은 슈타이너 공작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가스펠 후작은 슈타이너 공작과 친분이 없었다. 그래서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과 달리 슈타이너 공작은 면담에 응했다.
양측은 소수의 호위를 대동한 채 서로의 군대가 대치 중인 곳의 중앙에서 만남을 가졌다.
제2군의 깃발과 슈타이너 공작의 깃발이 바람에 펄럭였고, 그 아래에서 두 사람은 말에 올라탄 채 서로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나눴다.
“슈타이너 공작.”
가스펠 후작이 먼저 대화의 시작을 열었다.
상대는 공작이었으나, 반역자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그는 슈타이너 공작에게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본인은 시간이 없으니, 용건이 있다면 빨리 말해줬으면 좋겠군.”
“슈타이너 공작. 하이펠 제국과 황실에 충성을 맹세한 지난날이 기억나지 않소? 유혈 사태가 심해지기 전에 어서 항복하는 게 좋을 것이오.”
“나는 이미 거병을 했네. 이제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이지. 남은 건 반역자가 되느냐, 아니면 새로운 국가를 세우느냐…… 이 두 가지의 길뿐이라네.”
“하이펠 제국이 건재한데, 새로운 국가를 세운다니……! 그것은 불충이오!”
가스펠 후작이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슈타이너 공작은 입가를 씰룩거릴 뿐, 격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후작이 보기에는 지금 하이펠 제국이 건재하다고 생각하는가? 제국은 무너지고 있다네. 황제는 죽었고 지방 영주들이 거병하고 있으니, 본인 또한 시대의 흐름에 편승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며 슈타이너 공작은 허리를 꼿꼿이 폈다. 이윽고 그는 말을 이어가기 위해 희미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내 뒤의 군세가 보이는가?”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어 보이는 슈타이너 공작이었다. 그의 어깨너머로 슈타이너 공작 가문의 깃발을 앞세운 10만의 군세가 보였다.
가스펠 후작이 대답이 없자 슈타이너 공작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들이 끝이 아니라네, 후작. 나에게는 더 많은 군대가 있다네. 제2군 따위는 단번에 섬멸하고 수도 지방으로 남하할 수 있다는 말일세.”
“공작과 말이 통할 것이라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소. 전장에서 보겠소.”
“쯧쯧. 안타까운 일이로군. 항복한다면 후작의 충심을 생각해서 목숨만은 살려줄 생각이었거늘……. 이 북부 대평원에서 싸늘한 시체가 되어 짐승들의 주린 배를 채우게 되겠군.”
가스펠 후작은 슈타이너 공작의 도발을 뒤로 한 채 제2군의 지휘부로 귀환했다. 그가 돌아온 직후였다.
슈타이어 공작의 군대가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슈타이너 공작군이 전투태세를 가다듬고 있습니다. 곧 공격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부관이 보고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뿌우우우우우!
슈타이너 공작군 진영에서 진격을 알리는 뿔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고, 10만의 군대가 가스펠 후작의 제2군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했다.
선봉은 기사단이었다. 슈타이너 공작 가문과 기수 가문들이 자랑하는 기사단이 매섭게 말을 달렸다.
“저희도 기사단을 출격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참모들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건의했지만 가스펠 후작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기사단은 아낀다. 중보병들을 앞세워서 방진을 구축하여, 적 기사단을 최대한 저지한다!”
“예! 알겠습니다!”
제2군은 기사 전력이 부족하다.
기사단 간의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필연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스펠 후작은 기사 전력을 아끼기 위해 중보병을 희생시키는 판단을 내렸다.
다행히 제2군 지휘부는 가스펠 후작의 지시에 이견 없이 따랐다.
기사단이 물러나는 동안 중보병대가 앞으로 달려나갔다. 잘 훈련 받은 정병들답게 그들은 곧 견고한 방진을 구축하여 슈타이너 공작군의 기사단과 맞섰다.
쾅!
거센 충돌이 있었다. 그리고 시체들이 붉은 피를 흩뿌리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중무장한 보병이라고는 하지만 기사의 상대가 될 리 없다. 심지어 슈타이너 공작군의 기사단에는 고위 기사들 또한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었고, 방진은 무자비한 파도 앞의 약한 모래성처럼 힘없이 무너졌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제2군의 중보병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완전히 무너진 방진의 틈으로 슈타이너 공작군의 보병들이 비집고 들어왔다.
양 진영의 거리가 좁혀지면서 이제 마법 공격까지 시작되었는데, 시작부터 슈타이너 공작군이 마법전에서 우위를 점했다.
막대한 재화를 풀어서 용병 마법사들을 아낌없이 영입한 탓에 제2군보다 마법 전력이 우수했다.
“제기랄!”
중보병들로 구성된 전열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본 가스펠 후작이 욕설을 내뱉었다.
“기사단을 내보내라!”
그는 결국 아껴두었던 기사단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마법전에서 밀리고 있으며 방진마저 박살 난 상황에서 기사단을 내보내면 그들 역시 위험에 처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너진 전열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하이펠 제국을 위하여!”
제2군 기사단이 우렁찬 함성을 토해내며 말을 달렸다.
그들을 엄호하기 위해 하이펠 레인저들의 화살 사격이 더해졌다.
후방에서 제2군 전열을 공격하기 위해 달려오던 경보병대 일부가 하이펠 레인저들의 화살 세례에 당해 발이 묶였다.
그들이 주춤하는 동안 제2군 기사단은 슈타이너 공작군 기사단의 후방을 공격했다.
“깃발을 들어! 진격한다!”
전열의 지휘관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제2군 기사단이 슈타이너 공작군의 후방을 공격하고 있는 지금이 반격의 기회였다.
기수가 힘차게 깃발을 흔들고 물러나던 중보병대가 다시 반격을 시작했다.
중보병대가 모루가 되고 제2군 기사단이 망치가 되어 전방과 후방에서 슈타이너 공작군 기사단을 두들겼다.
“슈타이너 공작 각하를 위하여!”
“기사단은 전력을 다해 적들을 상대하라!”
하지만 슈타이너 공작군의 기사단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3천이 넘는 기사들에 고위 기사들의 숫자만 해도 50명이 넘었다.
그에 비해 제2군 기사단은 기사들이 고작 1천에 고위 기사들의 숫자도 10명 정도에 불과했으니, 전방과 후방을 동시에 공격한다고 해도 더 큰 피해를 입는 쪽은 제2군이었다.
“사령관님…….”
어느 지휘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가스펠 후작을 불렀다. 굳은 얼굴로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던 가스펠 후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예비대까지 모조리 투입한다.”
“알겠습니다…….”
제2군의 모든 병력이 동원되었다. 하이펠 레인저들은 쉬지 않고 화살을 쏘았다. 손가락이 터져서 피로 물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의 거센 공격 덕분에 슈타이너 공작군에서도 가벼운 갑주를 입은 경보병대는 제2군에 접근조차 못 했다.
“아껴두었던 기병대도 출격시켜. 오늘 놈들은 북부 대평원을 넘지 못할 것이야.”
가스펠 후작이 싸늘한 목소리로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