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80)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80화
60장 마물 숲의 부족 연맹(4)
폭격은 계속되었다. 하늘에서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마법 세례에 군락의 마물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그나마 반격이 가능했던 주술사들은 전멸한 지 오래였다. 로열 하트의 정밀 포격이 가장 먼저 그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제국 함대는 2시간 동안이나 멈추지 않고 부족 연맹의 군락을 폭격했다. 비공정 갑판 위에서 교대로 마법 폭격을 퍼붓던 마법사들이 하나둘씩 지칠 정도였다.
폭격의 효과는 엄청났다. 군락의 전투원 절반 이상이 쓰러졌다.
남은 절반 중에서도 대부분이 부족 연맹의 군락에서 도주했으니, 이제 군락을 지키고 있는 인원은 4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폭격을 계속 진행할까요? 마법사들의 전투 피로가 많이 누적되겠지만 지속 폭격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레거시 남작이 보고했다. 레이먼은 함교의 창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창밖으로 폐허가 된 지상의 모습이 보였다. 살아 움직이는 이들의 수가 아직 적지 않았으나, 위치가 좋지 않았다.
저들 또한 거듭된 폭격 속에서 마법이 적게 쏟아지는 곳을 찾아냈고 그곳에 중점적으로 모여들었기 때문에, 그들을 섬멸하기 위해 마법 폭격을 쏟아붓는다면 필시 황태자 주위에 은신해 있는 청탑주와 쉐이드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폭격은 중지한다.”
레이먼이 차분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렇다면 상륙입니까?”
“우선 내가 로열 가드들을 이끌고 가서 리세필드와 쉐이드들과 합류하여 황태자를 확보한다. 신호를 보내면 황군과 기사 여단을 상륙시키거라.”
“예, 알겠습니다.”
레거시 남작이 고개를 숙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고, 레이먼은 함교를 떠나 50명의 로열 가드와 합류했다.
“로열 가드는 모든 준비를 끝냈습니다.”
블리자드 후작이 보고했다. 로열 가드는 만전의 태세를 갖췄다. 황명이 떨어진다면 당장이라도 출전할 수 있는 상태였다.
“데시아. 부탁한다.”
대마법 수준의 집단 은신과 동시에 비행 마법까지 펼쳐서 50명의 인원을 은밀하게 지상까지 인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레이먼 또한 마검사로서 마법의 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부탁하는 목소리에서 미안한 감정이 잔뜩 묻어났다.
“맡겨주세요, 황제 폐하.”
힘든 부탁이었지만 데시아는 언제나처럼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스태프를 들어 올렸다.
선미의 철문이 열리고 데시아가 스태프를 한 차례 흔들자 레이먼과 로열 가드들의 몸이 투명해졌다. 그리고 마나를 잔뜩 머금은 바람이 불더니 그들을 하늘로 인도했다.
“지금부터 제 인도에 따라주세요. 지상까지 안전하게 모실게요.”
50명 규모의 집단 은신과 비행을 마법으로 지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제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데시아에게 있어서는 조금 벅차기는 해도 무리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는 마나를 정밀하게 움직여서 레이먼과 호위들을 지상까지 안전하게 인도하는 데 성공했다.
“황제 폐하.”
땅에 발이 닿기 무섭게 기다리고 있던 청탑주, 리세필드 디올이 달려와 고개를 숙였다. 그의 뒤로 검은 옷을 입은 쉐이드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수고했네, 노인장.”
“하이펠 제국의 황태자가 있는 곳까지 안내하겠습니다.”
“부탁하지.”
“대족장도 눈치를 챘는지 감옥 주변에 전쟁군주를 포함해 다수의 병력을 배치했습니다. 은신 마법을 사용해도 전투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리세필드는 자신이 직접 그린 군락 감옥 주변의 약도를 보여주며 현재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레이먼은 심각한 표정으로 약도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전투를 피할 수 없다는 건 예상했다네. 마물이지만 이런 거대한 부족 연맹을 일궈낸 대족장이니, 멍청이도 아니고, 폭격이 집중되지 않은 곳에 병력을 배치하는 건 당연한 행동이지.”
설정집에서 대족장에 대한 내용은 상세하게 적혀 있지 않았지만, 굳이 그걸 볼 필요도 없이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이윽고 청탑주, 리세필드 디올이 안내를 시작했다.
폭격이 피해간 군락 중심지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경계가 삼엄해졌고, 마침내 감옥 근처에 도달했을 땐 대족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데시아는 은신 마법을 강화했지만 대족장의 경지 또한 절대 낮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레이먼에게 닿았다. 분명, 은신 상태였을 텐데 말이다.
결국, 레이먼은 선공을 결심하고 모두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과 동시에 땅을 박찼다.
“바인드!”
기본적인 속박 마법을 강화하여 펼치는 것과 동시에 대족장을 향해 몸을 날렸다.
게슈타인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날렵한 움직임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대족장의 다리를 향해 오러를 머금은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속박 마법의 마나는 대족장이 방출한 거센 기운과 충돌하여 흩어졌고, 레이먼과 게슈타인의 검격은 각자 다른 전쟁군주가 휘두른 창과 검에 가로막혔다.
“전쟁군주가 둘이나……?”
레이먼은 한탄하며 게슈타인과 함께 황급히 뒤로 빠졌다. 물러나서 주위를 살펴보니, 대족장의 옆을 지키고 있는 전쟁군주 둘의 모습이 보였다. 하나는 오크였고 다른 하나는 트롤이었다.
그들의 뒤로 수십의 마물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들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모두 최소 대전사급의 경지에 오른 마물들인 것 같습니다.”
리세필드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전사는 고위 기사와 비슷하다고 평가받는 경지다.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로열 가드는 전투를 준비하라!”
날카로운 외침이 허공을 갈랐다. 힘찬 목소리의 주인은 블리자드 후작이었다. 그의 호령에 맞춰 로열 가드들이 일제히 전투태세를 가다듬었다.
“게슈타인. 전쟁군주 한 놈을 맡을 수 있겠나?”
“트롤 쪽을 처리하겠습니다.”
“부탁한다.”
게슈타인이 트롤 전쟁군주의 앞을 막아섰고, 레이먼은 영혼검의 끝을 오크 전쟁군주에게 겨눈 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데시아와 실비아가 뒤에서 레이먼을 엄호하기 위해 서서히 기세를 올렸다.
그리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대족장은 당장 나설 생각이 없는 것인지 팔짱을 낀 채 한 걸음 뒤로 물러났고, 대신 두 전쟁군주가 앞으로 나섰다. 대전사들 역시 매서운 기세를 풍기며 로열 가드들을 향해 돌진했다.
전쟁군주는 검성의 경지에 오른 마물이다. 고전할 것 같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처음부터 레이먼이 우위를 점했다. 실비아와 대마법사인 데시아의 엄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크 전쟁군주가 밀리는 형세를 보이자 대족장이 땅에 꽂아 두었던 거대한 도끼를 집어 들고서 앞으로 나섰다.
“황제 폐하!”
데시아가 청아한 목소리로 위험을 경고하며 대족장을 향해 대마법을 퍼부었다.
푸른색의 마법진이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숨결을 토해냈다. 대족장조차 정면에서 감당하기 힘든 강력한 대마법이었고, 그는 결국 오크 전쟁군주를 방패로 삼았다.
“대, 대족장님……!”
당황한 듯한 외침이 울려 퍼졌으나, 대족장은 대답이 없었다. 말없이 오크 전쟁군주를 앞세운 채 그의 뒤에 몸을 숨겼다. 마법의 위력을 약화하기 위해 기운을 끌어 올렸지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을 뿐이었고, 오크 전쟁군주는 정면에서 대마법을 맞이해야만 했다.
“으, 으아악!”
비명마저 얼어붙었다. 레이먼과의 치열한 전투로 대부분의 마나를 소진한 오크 전쟁군주는 대마법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없었고, 잔혹한 냉기에 새하얀 얼음 인형이 되어 쓰러졌다.
“황제 폐하! 이쪽으로 오세요!”
실비아가 바람의 정령이 깃든 화살을 연거푸 쏴대며 대족장을 견제하는 사이에 레이먼은 뒤로 물러날 수 있었다. 어느새 트롤 전쟁군주를 처치한 게슈타인 또한 합류했다.
레이먼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빠르게 살폈다. 로열 가드들과 쉐이드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부족 연맹의 대전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로열 가드에서도 가장 강력한 전력인 블리자드 후작과 템페스트 후작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블리자드 후작.”
“예, 황제 폐하.”
숨이 막힐 듯한 대치 속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로열 가드의 수장을 불렀다. 황금 가면을 쓴 충신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황태자의 위치를 알고 있겠지?”
“황제 폐하의 곁을 떠날 수 없습니다.”
“대족장이 황태자를 빼돌릴 가능성도 있다. 그대가 해줘야 한다, 블리자드 후작.”
“황제 폐하…….”
“그대가 해줘야만 한다. 다른 이에게 맡길 여유도 없고, 또 그럴 수도 없다.”
무한한 신뢰가 가득 묻어나는 말에 블리자드 후작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어둠 속으로 물러났다.
그를 향해 대족장이 분노를 담은 참격을 날렸으나, 데시아의 방어 마법 앞에 가로막혔다.
“당신의 상대는 우리예요.”
데시아가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오크 대족장의 표정이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곧 분노를 참지 못하고 선두에 있는 게슈타인을 향해 쇄도했다.
그 모습을 본 템페스트 후작이 폭풍검을 내질렀다. 하지만 대족장은 날카로운 검풍을 뚫고 깊숙이 파고들어 게슈타인을 향해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다.
콰아앙!
“큭!”
게슈타인이 검을 들어 방어에 성공했지만, 강대한 일격에 그의 몸이 푹 꺼지는 것은 물론이고 검에 모인 선명한 오러의 일부가 흩어졌다.
“데시아! 엄호해라!”
“예!”
그녀의 대답을 듣는 것과 동시에 레이먼이 게슈타인을 지원하기 위해 움직였다.
소환된 수십의 서포터들이 불과 얼음의 속성을 머금은 채 대족장을 향해 날아들었다. 데시아의 고위 마법 또한 함께였다.
“어림없다!”
대족장이 외침에 섞인 강대한 마나의 기운이 둥근 형태의 서포터들을 잘게 조각냈고, 그가 휘두른 도끼가 데시아의 거대한 화염구를 쪼갰다.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레이먼은 호위들과 함께 쉬지 않고 공세를 펼쳤으나 대족장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 치명적인 반격까지 펼쳤다.
“크아악!”
“으아악!”
대전사들을 처리하고 합류한 로열 가드 중 몇몇이 대족장의 도끼에 당해 비명을 내질렀다. 경지가 낮은 이들부터 차례대로 쓰러졌다.
“커헉!
템페스트 후작 또한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의 흉부에서 붉은 피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고, 레이먼은 황급히 그에게 지혈 및 봉합 마법을 사용했다.
“제기랄!”
거듭된 공세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대족장의 모습에 레이먼은 욕설을 내뱉고야 말았다.
마음 같아서는 영겁의 사슬과 희생의 창을 사용하여 단숨에 끝내버리고 싶지만, 적진 한가운데서 정신을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용하더라도 둘 중 하나만을 사용해야 한다. 두 기술을 모두 사용할 경우, 마나나 생명력의 소진으로 기절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게슈타인!”
“예, 황제 폐하!”
“사슬을 사용할 테니, 일격을 준비하라!”
“알겠습니다!”
게슈타인에게 미리 필살의 일격을 준비하라 말했고, 데시아에게도 따로 일러두었다. 그리고 레이먼은 영겁의 사슬을 사용했다.
차원을 찢고 나온 칠흑의 사슬이 오크 대족장을 옭아맸다.
“이, 이게 대체 무엇이냐!”
마나는 물론이고 완력으로도 끊기질 않으니, 대족장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가 알리피스 공작과도 같은 기민함과 기교로 무장한 초월자였다면 영겁의 사슬이 통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대족장은 무식하게 힘과 마나만 기른 전형적인 골수 무인이었다.
영겁의 사슬에 속수무책으로 전신이 봉쇄될 수밖에 없었다. 이걸 단순히 힘과 마나만으로 무식하게 파괴하는 건 불가능했다.
신격조차 봉인한 사슬이었으니까.
“대체 이게 무슨!”
대족장이 다시 한번 외쳤다. 이번에는 당혹감이 아닌 절망이 서렸다. 그런 그를 향해 게슈타인이 망설임 없이 오러를 머금은 검을 내찔렀다.
“커흑!”
검이 대족장의 목을 관통했다. 그는 한참이나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힘없이 고개를 떨궜고 대족장의 죽음에 남아 있던 대전사들은 모두 도망쳤다.
이윽고, 블리자드 후작이 황태자, 그리고 테레노어와 함께 돌아왔다.
“로열 가드를 봤을 때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설마 황제께서 직접 나를 구하러 올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반드시 보은하겠습니다.”
하이펠 제국의 황태자, 나이트엘은 고마움을 숨기지 않고 표현했다. 레이먼은 그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감사 인사는 안전한 곳에서 제대로 받겠다.”
“몇 번이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나이트엘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레이먼의 입가에도 희미한 미소가 번졌고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로열 하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로열 하트는 사방으로 마동포를 발사하며 마물들을 정리하고는 천천히 착륙했다. 황군 병력이 쏟아져 나와 주위를 경계하는 사이, 레이먼과 나이트엘 등은 로열 하트에 승선했다.
“이렇게 큰 비공정은 처음 봅니다. 이런 엄청난 기술이…….”
나이트엘의 감탄사를 들으며 레이먼은 함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이펠 제국에게 필리어스 제국의 위대함을 조금 보여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