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82)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82화
61장 진압(2)
마물 숲에서 황태자를 구출한 레이먼의 제국 함대는 하이펠 제국의 수도 중심도시를 향해 전속력으로 비행했다.
수도 중심도시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그 전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레이먼은 로열 하트의 함교 통신실을 이용하여 하이펠 제국 전역에 나이트엘 황태자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전파했다.
가문의 깃발을 들어 올리고 거병을 준비하던 지방 영주들이 소집된 군대를 해산시켰다.
이미 거병을 했던 영주들도 극형을 피하기 위해 절반가량이 조용히 항복했다.
황태자가 생존했다는 건 중앙군에게도 희소식이었다. 황제의 죽음으로 중앙군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러던 도중 퍼져나간 황태자의 생존을 알리는 마법 통신은, 흔들리는 중앙군의 재결속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탄이 되었다.
흩어지던 하이펠 제국 중앙군이 속속 재집결하여 전열을 가다듬었다. 슈타이너 공작의 군대와 전투를 벌이던 제2군의 사기 역시 높아졌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하이펠 제국의 수도 중심도시와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청탑주, 리세필드 디올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얼마 전 황성이 공격당해서 무력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수도 중심도시가 전멸한 것은 아니었다.
수도 방위군 사령부를 포함한 여러 군사 기관이 남아 있었으니, 지금 마법 통신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좋지 않은 징조였다.
최악의 경우 수도 중심도시가 변절했거나, 공격을 받아서 점령당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럴 리가 없네. 한 번 더 시도해주겠나?”
굳은 얼굴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 레이먼과 달리 나이트엘은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리세필드의 실수라고 생각한 것인지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수도 중심도시에 연락을 다시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응답이 없습니다.”
리세필드가 보고했다. 나이트엘은 다시 한번을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고위 마법사가 2번 연속으로 실수할 리가 없다는 걸을 알기에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하이펠 제국 황태자의 이름을 걸고 연락을 했는데 응답이 없다는 것은, 수도 중심도시에 변고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으로 볼 때 긍정적인 일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랜서 경.”
“예, 황제 폐하.”
레이먼은 조용한 목소리로 랜서를 불렀다. 나이트엘 황태자의 뒤에 시립해 있던 그는, 레이먼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서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수도 중심도시의 요원들로부터는 연락이 없나?”
“에, 황제 폐하. 실은 그들과의 연락도 끊겼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다. 수도 중심도시에서 은밀하게 활동 중인 요원들과의 연락까지 끊겼다는 건 단순한 변절이 아닌 어떤 공격으로 인해 수도 중심도시가 몰살당했다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종말 협회라면 거대한 중심도시의 모든 생명을 몰살시킬 수도 있다. 지금까지 레이먼이 보아온 종말 협회는 인간의 목숨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이 아니었다. 필요하다면 수십만의 목숨조차 제물로 바칠 수 있는 게 그들이었다.
“인근에 있는 요원들을 움직여 수도 중심도시의 상황을 파악하는 게 좋다고 판단되는데……. 경의 생각은 어떠한가?”
“저 또한 동의합니다. 통신실을 빌려주신다면 즉시 수도 중심도시 인근의 요원들에게 지령을 내리겠습니다.”
“어렵지 않은 부탁이로군. 통신실을 뜻대로 사용해도 좋다.”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
레이먼은 거듭 호의를 베풀었다. 나이트엘은 대대로 냉혈했던 하이펠 제국의 황제들과 달리 온화한 성격이었으며, 은혜를 반드시 갚는다는 설정이 있다.
설정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레이먼은 지금까지 설정집을 믿고 행동해서 손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설정집에 정리되어 있는 나이트엘의 성격을 믿기로 했다.
레이먼의 호의 덕분에 랜서는 함교의 통신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는 도청에 대비하여 방해 술식을 사용했으나, 유감스럽게도 레거시 남작은 마도 문명이 발전한 고대 시대의 사람이었다.
그는 랜서가 사용하는 방해 술식 따위는 통하지 않는 수준 높은 도청 술식을 통신실에 각인해 둔 상태였다.
랜서의 통신실 사용이 끝나고 레이먼은 은밀하게 레거시 남작을 호출했다. 조심스럽게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를 보며 레이먼이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추가로 보고할 내용 있나?”
랜서가 통신실에서 수상한 행동을 했는지 묻는 것이었다. 레이먼은 작가의 설정집을 신뢰하는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맹신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는 했고, 이번에 레거시 남작을 시켜 랜서의 마법 통신 내용을 도청하게 한 것 또한 대비책의 일환이었다.
“없습니다. 랜서 경은 하이펠 제국 수도 중심도시 인근의 요원들과 접촉을 한 걸 제외하면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상황이 재밌는 것인지 특유의 광기를 억누르며 레거시 남작이 보고했다.
레이먼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랜서나 나이트엘이 다른 마음을 품었다면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했을 것이다.
이용당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다행히 나이트엘은 레이먼과 필리어스 제국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으며, 호의적이었다. 반드시 은혜를 갚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언제쯤 답신이 올 것으로 생각하는가?”
“통신 내용을 들어봤을 때 수도 중심도시와 인접한 곳에 하이펠 특무국 요원들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최선을 다해 움직인다면 하루에서 이틀 안에 정확한 상황을 전해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레거시 남작의 말대로였다. 랜서는 정확히 다음 날 아침에 하이펠 특무국 요원들로부터 수도 중심도시의 상황에 대해 보고 받을 수 있었다.
-수도 중심도시가 전멸했습니다.
하이펠 특무국의 요원이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 연락용 수정구에 드러난 그의 환영이 슬픔으로 물들어 요동칠 정도였다.
간단명료한 보고였지만 랜서는 일순간 이해하지 못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번에 알아듣기에는 그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전멸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시민들은 모두 시체가 되었고, 귀족들의 잘린 머리가 내성의 대로를 따라 장대에 꽂혀 있었습니다.
“이럴 수가…….”
랜서는 비통한 심정을 간신히 삼켰다. 이 참담한 소식을 황태자, 나이트엘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감이 서질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은폐할 만한 규모의 사건은 아니었다.
그는 황급히 나이트엘 황태자를 찾아가 보고했고, 하이펠 제국 수도 중심도시의 전멸 소식은 레이먼의 귀에도 들어갔다.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합니다, 황제 폐하.”
레거시 남작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사태가 심각하다는 그의 말에 레이먼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설마 수도 중심도시를 전멸시킬 줄이야…….”
레이먼은 눈살을 찌푸린 채 혼잣말을 흘렸다.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충격이 덜한 것은 아니었다.
하이펠 제국 역사상 처음으로 있는 일이다. 아마 나이트엘이 받은 충격은 심할 것이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레거시 남작이 조심스럽게 레이먼의 의중을 물었다. 수도 중심도시가 멸망했으니, 나이트엘 황태자와 하이펠 제국의 중앙은 그 힘을 일부 잃었다.
하이펠 제국 역사상 최초로 수도 중심도시를 지키지 못했다는 오명이 함께할 것이니, 나이트엘 황태자가 생존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 영주들에게 반란의 명분을 줄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신속하게 움직여야 했다.
“일단 기다려 봐야 하지 않겠는가? 나이트엘 황태자도 바보는 아니니, 당연히 피의 복수를 선포하고 병력을 집결시킬 것이야.”
증오의 대상을 만들어 그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게 한다. 이것은 내부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었으며, 현 상황을 타개할 거의 유일한 방책이라고 볼 수 있다.
“장담컨대, 나이트엘 황태자는 3시간 안에 생각을 정리하고 날 찾아올 걸세.”
“확신하시는 겁니까?”
“그는 바보가 아니니까,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레거시 남작을 바라보는 레이먼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빛났다.
“나의 도움이 필요할 테니까.”
냉정하지만 사실이었다.
* * *
“수도 중심도시를 잃으면서 중앙군의 집결 속도 또한 약화되었습니다.”
선실에서 랜서가 착잡한 심정으로 보고했다.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듣고 있던 나이트엘 황태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선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이 나이트엘 황태자의 참담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비추었다.
“중앙군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가?”
“중앙군보다는 황실에 충성을 유지하고 있는 귀족들이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들 중 몇몇은 이미 변절하여 반란의 깃발에 가담했습니다. 특히 북부 쪽에서는 슈타이너 공작에게 가담하는 이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 합니다.”
“제2군이 버틸 수 있겠는가?”
“현재 북부와 중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수도 방위군 6만 병력에 속히 지시를 내리셔서 행보를 결정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랜서가 고개를 숙이며 의견을 말했다.
“수도 방위군에게 북진하여 제2군을 지원하라 이르게.”
“수도 중심도시는 어찌하는 것이옵니까?”
“이미 폐허가 되어 버린 곳이라네. 멸망한 곳을 지키는 것보단 제2군을 지원하는 게 현명한 처사일 것이야.”
상징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나이트엘은 멸망한 도시를 지키는 게 가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것 같네.”
“외세의 힘을 빌리실 생각입니까?”
“그럴 수밖에 없지. 내부의 혼란을 잠재우려면 종말 협회에 대한 피의 응징을 선언해야 하는 시국인데, 하이펠 제국의 중앙은 많은 힘을 잃었다네. 역적의 완전 토벌을 위해서는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필리어스 제국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지.”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이었고 랜서도 더 이상 군말하지 않았다. 그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보일 뿐이었다.
이윽고 나이트엘 황태자는 곧장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 레이먼에게 독대를 요청했다.
레이먼은 마침 나이트엘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허가했고, 로열 하트의 집무실에서 만남이 이루어졌다.
호위들조차 대동하지 않은 독대였다.
“도움이 필요하다고요?”
“그렇습니다.”
레이먼의 물음에 나이트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침통한 기색을 숨기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고, 황태자의 그런 모습에서 레이먼은 우월감을 느꼈다.
하이펠 제국이 도움을 청하다니, 몰락을 거듭하고 있던 시절에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내전이 발생한 특별한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필리어스 제국의 국력이 하이펠 제국과 비등하거나 뛰어넘었다는 증표이기도 했다.
“병력의 지원을 요청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마물 숲이 국경을 가로막고 있다고는 하지만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께서는 비공정 함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희 하이펠 제국을 도와줄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데, 황태자. 양국이 종말 협회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무조건적인 지원은 힘듭니다. 귀족들을 달래야 하는 제 입장도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거짓말이다. 귀족들의 의사 따위 찍어 누르면 될 일이다. 타국에서는 힘든 일이지만 필리어스 제국에서는 가능했다. 가뜩이나 황권이 강한 제국인데, 레이먼이 몰락의 시대를 끝내고 번영을 가져오면서 황실의 힘이 더욱 강력해졌다.
귀족들은 허수아비나 다름없었다.
“황제께서 원하는 게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최대한 맞춰 드리겠습니다.”
나이트엘 황태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종말 협회의 공격으로 황제가 목숨을 잃고 내전이 시작되었으며 수도 중심도시가 전멸했다.
하이펠 제국의 건국 이후 최악의 위기였으니, 나이트엘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필리어스 제국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흐음.”
레이먼은 턱을 긁적이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는 나이트엘 황태자가 이렇게 저자세로 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미리 되니츠 백작과 의논한 요구 조건을 급히 수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하이펠 제국의 북쪽 광산에서 나오는 광석에 대한 지분을 원합니다.”
하이펠 제국의 북쪽에는 거대한 광산 지대가 있다. 풍부한 양의 광석이 매장되어 있고 하이펠 제국의 국력을 이루는 기반이기도 했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요구하면서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알겠습니다. 자세한 건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최대한 많은 지분을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이트엘 황태자는 상당히 급한 모양이었다. 그는 순순히 지분의 양도를 결정했다. 그는 곧 황제가 될 인물이었으니, 귀족들의 반대가 있더라도 필리어스 제국이 어느 정도의 지분을 인정받는 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