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84)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84화
61장 진입(4)
선두의 전열이 무너지자 하이펠 제국 북부군의 기사단 병력이 슈타이너 공작군 진영 깊숙이 침투했다.
중무장한 기사들이 검을 휘두르자 그나마 남아 있는 방진들마저 순식간에 흐트러졌다.
“공작 각하! 속히 후퇴하셔야 합니다!”
고위 지휘관이 슈타이너 공작에게 후퇴를 종용했다.
“그럴 수는 없다! 지금 여기서 물러나면 영원히 북부 대평원을 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공작 각하! 이대로는 전멸입니다! 이미 전방 부대의 이탈이 시작되었습니다! 2천의 호위대를 제외하면 지휘부를 지키는 병력이 없습니다!”
“2천의 호위대로는 북부군 기사단을 막을 수 없습니다, 공작 각하.”
참모들이 한마음으로 후퇴를 종용했다. 슈타이너 공작은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피가 새어 나왔다.
이대로 물러나면 다시는 북부 대평원을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으나, 지금 물러나지 않으면 지휘부까지 위험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후퇴를 명할 수밖에 없었다.
“후퇴하라!”
전령들이 말을 타고 전장을 돌아다니며 슈타이너 공작의 명령을 전파했다. 후퇴 명령이 울려 퍼지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슈타이너 공작군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추격할까요?”
하이펠 제국의 북부군 사령관을 맡게 된 가스펠 후작이 나이트엘 황태자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동안의 망신을 설욕하기 위해 추격섬멸을 명령하고 싶었다.
하지만 후작은 지금 북부군이 승리했다고는 해도 재정비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누구보다 알고 있다.
또한, 하이펠 제국의 황태자인 나이트엘의 의사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섣불리 군에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북부군 사령관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우리는 슈타이너 공작군을 추격하지 않는다. 섣불리 저들을 추격하여 익숙한 지형에서 역공을 당하는 것보다는 태세를 정비하여 북부의 영지를 하나씩 점령하는 게 이로울 것이야.”
나이트엘은 현명한 군주였다. 그는 감정에 휩쓸려 급하게 추격 명령을 내리는 대신에, 북부군 사령관을 설득하고 군의 전투태세를 정비하는 걸 선택했다.
“알겠습니다, 황태자 전하.”
가스펠 후작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황제가 목숨을 잃은 현시점에서 하이펠 제국 중앙군의 최고 지휘권은 나이트엘 황태자에게 있었다.
황실의 충실한 신하인 가스펠 후작은 나이트엘 황태자에게 거역할 수 없을뿐더러, 그 역시 감정에 휩쓸릴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전투태세를 정비하자는 의견에 동조했다.
그들의 결정은 머리 위, 로열 하트의 함교에도 전달되었다.
“그렇다고 하더군요.”
마법 통신의 담당 마법사는 청탑주, 리세필드 디올이었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친애하는 황제에게 지상의 소식을 전했다.
“전투태세를 재정비할 생각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레이먼의 혼잣말에 옆을 지키고 있던 레거시 남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수도의 되니츠 백작을 연결하라, 급히 의논할 문제가 있다.”
이윽고 수도에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던 되니츠 백작이 연결되었다는 보고가 들려왔고, 레이먼은 함교의 통신실로 향했다.
통신실에 들어선 레이먼은 연락용 수정구 앞에 앉았다. 그리고 북부 대평원에서 일어난 전투의 결과와 현재 하이펠 제국의 최근 정세를 알려줬다.
-나이트엘 황태자가 훌륭하게 군부를 장악하고 있나 보군요.
“그런 것 같더군.”
-하지만 황제 폐하. 북부의 영토에 주둔 중인 슈타이너 공작군에 맹렬한 포격을 가하는 건 반대입니다.
“어찌 그러는가?”
레이먼의 물음에 되니츠 백작은 두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지금은 종말 협회를 상대로 우방국을 표명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하이펠 제국은 저희의 속국이나 점령지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역사를 볼 때 하이펠 제국은 언제라도 동맹 및 우방 조약을 파기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내부에서부터 서로를 갉아먹게 놔두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되니츠 백작의 생각은 냉정하지만 필리어스 제국의 입장에서 봤을 땐 실리적이었다. 레이먼도 동의하기 때문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북부의 반군 토벌 문제는 황태자에게 모두 맡기는 게 좋을 것 같군.”
-그렇다면 황제 폐하께서는 하이펠 제국령에서 무얼 하실 예정입니까?
“종말 협회 놈들을 모두 잡아서 처형해야겠지. 다행히 황태자가 내게 하이펠 제국 전역에 대한 군사이동권을 포함해 종말 협회 문제에 대한 전권을 주었다.”
-‘사냥’이 편해지겠군요.
“그런 셈이지.”
대화가 잠시 중단되었다. 되니츠 백작은 주위를 빠르게 살폈다. 황성의 통신실도 보안이 철저한 곳이었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습관적으로 주위를 살핀 모양이다.
-황제 폐하. 군사이동권과 광역 작전에 대한 권한을 부여받은 상황이라면 하이펠 제국의 역량을 ‘합법적’으로 관측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호오?”
되니츠 백작의 말에 레이먼의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이번에 2함대를 통해 수송할 황제교 병력 틈에 중앙정보국의 최정예 요원들을 심어두라고 포타스 백작에게 일러두겠습니다.
레이먼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 통신이 종료되고, 그는 즉시 로열 하트를 포함한 제국 1함대에게 북부 전선 이탈 명령을 내렸다.
“하이펠 제국의 황태자에게 따로 전달할 필요는 없겠습니까?”
“나이트엘 황태자로부터 하이펠 제국령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전권을 받았으니, 굳이 그에게 보고하고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레거시 남작의 물음에 레이먼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필리어스 제국은 하이펠 제국의 속국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지금과도 같은 상황에서는 여러 면에서 우위를 점한 상태라고 볼 수 있었다.
이윽고 로열 하트가 북부 전선에서 이탈했다. 나이트엘 황태자는 제국 1함대의 갑작스러운 이탈에 아쉬워했지만, 그들을 잡아둘 수단이 없었다.
이미 군사이동권을 포함해 상당한 권한들이 레이먼에게 넘어간 뒤였고, 이는 문서화되어 하이펠 제국 전역에 전파되었기 때문에 번복할 수도 없었다.
북부 전선을 이탈한 제국 1함대는 파괴당한 수도 중심도시 상공으로 이동했다.
“2함대는 언제 도착하는가?”
레이먼이 물었다. 랜서가 나이트엘 황태자를 돕기 위해 로열 하트에서 내렸기 때문에 하이펠 특무국의 정보를 기민하게 처리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2함대의 무장 병력에 섞여 들어올 필리어스 중앙정보국의 최정예 요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종말 협회 사냥을 위한 눈과 귀가 되어 줄 것이다.
“마물 숲을 넘었다는 마법 통신이 있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저희 1함대와 합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법 통신 기록을 확인한 레거시 남작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레이먼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일주일만 기다리면 하이펠 제국령에 필리어스 제국의 정예 병력이 상륙하게 된다. 이들은 선봉이다.
나이트엘 황태자가 군사이동권과 군사 작전을 허가했고 문서화하여 전파했으니, 수만의 병력이 여러 차례에 걸쳐 상륙하더라도 하이펠 제국에서는 레이먼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모조리 사냥해 주마.”
방해된다면 하이펠 제국까지도 타격할 의향이 있다. 레이먼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 * *
“나이트엘 황태자가 살아 돌아왔더군.”
어둠 속에서 검은 가면을 쓴 리처드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책망하는 듯한 기색은 없는 목소리였지만 가면의 틈으로 보이는 눈동자에서는 차가운 분노가 섞여 흐르고 있었다.
구석진 곳을 지키고 있던 실버스가 입을 열었다.
“세바스 경은 최선을 다했어.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라는 고약한 변수가 있었을 뿐이야.”
“치명적인 변수가 발생하면 언제나 그곳에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가 있군.”
“끔찍한 악연이지.”
실버스는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그런 그를 향해 리처드가 고개를 돌렸다.
“나이트엘 황태자는 지금 어디에 있지?”
“북부 대평원에서 가스펠 후작의 군대와 합류했어.”
“암살할 수 있겠나?”
“불가능. 하이펠 제국의 수도 중심도시를 공격하고 파괴하는 건 우리에게도 큰 부담이었어. 지금은 10만이 넘는 군대의 호위를 받는 황태자를 암살하는 건 힘들어.”
서슬 퍼런 리처드의 물음에 실버스는 차분한 목소리로 솔직하게 대답했다.
부정적인 대답이었지만 리처드는 아쉬운 기색 하나 없었다. 그 역시 최고 회의를 장악하면서 확보한 연락망을 가지고 있었고, 현재 종말 협회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실버스에게 던진 질문은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방법이 없겠나?”
“나이트엘 황태자보다는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를 노리는 게 어떨까?”
“초거대 비공정에 숨어 있는 황제 놈을 어떻게 암살한다는 거지?”
실버스의 말에 리처드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가 보기에 10만이 넘는 군세의 보호를 받는 나이트엘 황태자보다 로열 하트라는 이름이 붙은 거대 비공정을 타고 하이펠 제국 전역을 비행하는 필리어스 황제의 암살이 더 가능성 없는 이야기 같았다.
“리처드. 제국 재건 계획에 대해 들어봤는가?”
“조금은 알고 있다.”
“하이펠 제국령에도 필리어스 제국의 봉인된 유적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들어봤지만 정확한 위치는 모른다.”
“얼마 전 최고 회의의 기밀문서를 조사하다가 봉인된 유적 하나의 위치를 알아냈다네.”
종말 협회의 최고 회의는 대륙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을 관측해 왔다. 그들이 입수한 정보 중에서는 필리어스 제국에서 극비로 다루어지는 재건 계획에 대한 것들도 있었다.
최고 회의의 전멸로 인해 그대로 묻혀 버릴 위기였던 정보를 실버스가 발굴한 것이었다.
“필리어스 제국의 유적 위치를 확보했다고?”
리처드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레이먼이 제국 재건 계획을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이펠 제국령에 발을 들였으니, 이곳에 있는 필리어스 제국의 봉인된 유적을 깨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나에 불과하지만…… 투자해 볼 가치는 충분하지 않나? 일반적으로 유적은 지하에 있고 필리어스 제국이 유적을 깨우는 데에는 황제가 반드시 필요하니까, 그 로열 하트라는 이름의 비공정에 숨어 있지 못할 거야.”
“당장 고위 간부들과 전투원들을 소집해야겠군.”
종말 협회가 움직이고 있다.
* * *
2함대가 필리어스 제국에서 선발된 정예 병력 1만을 하이펠 제국의 남부에 상륙시켰다. 크레이어 후작이 지휘하는 이 선발대에는 포타스 백작과 중앙정보국 요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상륙 작전을 끝낸 2함대는 추가 병력의 수송을 위해 다시 필리어스 제국으로 돌아갔고, 레이먼이 지휘하는 1함대는 선발대가 진지를 구축할 동안 공중에서 그들을 엄호했다.
마법이라는 힘 덕분에 진지 구축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진지 구축이 절반 정도의 진행도를 보였을 때, 레이먼은 지상으로 내려와 선발대의 병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풀었다.
“황제 폐하.”
반가운 얼굴들과 재회도 했다. 바로 포타스 백작과 크레이어 후작이었다. 레이먼은 그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필리어스 제국의 사정을 들었다.
매일 같이 보고서를 전달받고 있었지만 이렇게 구두로 전해 듣는 것과는 또 느낌이 달랐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레이먼은 다시 로열 하트로 승선했다. 이번에는 포타스 백작도 함께였다.
“황제 폐하. 중앙정보국 요원들은 당장이라도 하이펠 제국령에 전개할 수 있습니다.”
“내일 아침이 되기 전에 모든 요원을 출발시키게.”
“예, 황제 폐하.”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포타스 백작은 모든 요원이 작전을 위해 출발했다는 사실을 보고했고, 레이먼은 레거시 남작과 포타스 백작, 그리고 리세필드가 있는 아침 식사 자리에서 제국 재건 계획의 유적을 방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늘 있어 온 일이었기 때문에 반대는 없었고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진지 구축이 끝난 직후, 로열 하트는 1함대 대형에서 벗어나 단독으로 비행을 시작했다.
로열 하트는 6천 명이 넘는 병력이 승선해 있을 뿐만 아니라, 마동포 무장까지 갖추고 있기에 단독 작전이 가능한 비공정이었다.
“황제 폐하. 이틀이면 목적지에 도착한다네요.”
집무실에 앉아 쉬고 있을 때, 실비아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함교의 소식을 알렸다.
숲의 맑은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청아한 목소리에 꾸벅꾸벅 졸고 있던 레이먼이 짧은 하품과 함께 졸음을 몰아냈다.
“이제 이틀 남았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들었다. 하지만 호위들이 옆에 있기에 내색하지 않았다. 황제는 언제나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하니까.
그저 말없이 창가에 앉아 술잔을 채웠다. 그 모습을 본 데시아는 조용히 로열 가드들을 집무실 밖에 나가게 했다.
게슈타인과 데시아, 그리고 실비아가 처음 근접 호위가 되었던 초창기였다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 게슈타인은 검성이었고, 데시아는 대마법사였다.
두 사람의 근접 호위를 소리 없이 뚫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로열 가드들도 알기 때문에 순순히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