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88)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88화
63장 잔혹한 처단의 시작(1)
“중앙정보국에서의 전갈이 도착했습니다, 구스타프 주교님.”
“무슨 내용이더냐?”
날렵한 체형의 부관이 가까이 다가와 보고했다. 구스타프 주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는 하이펠 제국의 수도 중심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소도시를 순찰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황제 폐하께서 하이펠 제국령 내의 종말 협회 은신처 일부를 친히 찾아내셨다고 하십니다.”
“역시 황제 폐하이시다.”
구스타프 주교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손뼉을 치며 감탄했고, 부관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은신처 중 하나가 이 근처에 있습니다.”
“우리가 제일 가깝나?”
구스타프 주교가 물었다. 귀찮다는 기색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친애하는 황제의 적들을 토벌할 기회가 주어져서 영광이라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부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희가 제일 가깝습니다.”
“잘되었군. 즉시 군을 동원하여, 공격한다. 은신처에 대한 추가 정보는 전달받았겠지?”
“예, 중앙정보국에서 추가로 확인한 결과 30명 규모의 정예 병력이 있다고 합니다.”
“증원을 요청할 필요는 없겠군.”
지금 이곳에서 대기 중인 병력이 1개 전투대, 즉 500명 정도의 숫자였다.
종말 협회의 은신처를 지키고 있는 이들이 정예라고는 하지만, 15배가 넘는 수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정도라고는 판단되지 않았다.
구스타프 주교는 즉각 대기 중인 병력을 소집했다. 순찰을 끝낸 뒤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던 황제교 병력이 집결했다.
“황제교 제군!”
그들은 소도시 밖에서 집결했고, 구스타프 주교는 짧은 연설을 하기 위해 500명의 병력 앞에 나섰다.
그는 1m가량 높이에서 부유 중이었다.
구스타프 주교는 마법사가 아니었지만 부유하거나 짧은 시간 비행 정도는 가능했다. 그가 황제에 대한 극한의 믿음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여러 작은 기적 가운데 하나였다.
“우선 고된 순찰이 끝난 직후, 제대로 휴식을 취할 틈도 없이 소집해서 미안하다.”
황제교에게 부여된 임무는 하이펠 제국령 안의 모든 종말 협회의 사냥과 말살이었으니, 총합 1만 명이 되지 않는 병력으로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정이 잔혹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늘 고된 순찰이 끝나고도 휴식 시간은 지극히 짧았지만, 황제에 대한 광신으로 무장한 이들답게 불만은 조금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휴식 중에 소집되었음에도 황제에 대한 충성심이 잔뜩 느껴지는 굳건한 얼굴의 부하들을 보며, 구스타프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쉬고 있을 수는 없다! 조금 전에 경애하는 황제 폐하를 위협하는 간악한 악의 무리가 이 근처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이를 충성을 맹세한 신하 된 자로서 어찌 묵과할 수 있겠는가!”
구스타프 주교는 ‘충성’이라는 단어에 강세를 붙였다. 집결한 황제교 병력은 대답 대신 동시에 갑옷이나 방패를 주먹으로 탕! 하고 내려쳤다,
일종의 긍정이었다.
“하여, 나는 제군들과 함께 그 역적 놈들을 토벌할까 한다. 이 영광스러운 ‘성전’에 참여하겠는가? 아니면 여기서 남은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고 있을 건가? 강요는 하지 않겠다.”
분명 강요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남겠다고 선언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광신의 경지에 오른 황제교도들에게는 당연한 모습이었고, 구스타프 주교는 크게 만족한 얼굴로 그들을 지휘하여 이동을 시작했다.
동시에 대기하고 있는 중앙정보국의 무장 요원들에게 연락을 보내, 그들로 하여금 종말 협회의 은신처를 포위하게 했다.
이동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퇴로를 완벽하게 차단했다는 마법 통신이 도착했다.
“속도를 높인다!”
구스타프 주교가 힘찬 목소리로 외쳤다.
이윽고 그들은 종말 협회의 은신처에 도착했다. 성기사단을 앞세운 맹렬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은신처를 지키고 있는 종말 협회의 전투원들은 정예들이었고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황제교 병력이 워낙 많은 탓에 순식간에 전멸하고 말았다.
마지막 남은 다섯이 최후까지 저항했지만 이내 자결했다.
그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은신처의 자료들을 모두 불태우려 시도했지만, 구스타프 주교와 황제교가 발 빠르게 대응해서 일부 자료를 건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료는 하이펠 제국의 귀족 일부가 종말 협회와 관련 있다는 정보를 담고 있었다.
“모든 것은 황제 폐하의 뜻대로…….”
구스타프 주교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 * *
“정확히 해명하기 힘들지만, 우리의 연락 수단이나 술식이 저쪽에 넘어간 것 같다.”
검은 로브의 대마법사, 실버스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느 저택의 어두운 응접실 안, 벽난로 앞에 앉아 있던 리처드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조금 전에 서대륙 전역의 우리 지부나 은신처 일부가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았거든.”
“빌어먹을……. 좋지 않군.”
“연락 술식을 바꿔야 할 것 같아.”
종말 협회는 오랜 세월 동안 암약해 온 집단이다. 최고 회의의 연락 수단이나 술식은 하나가 아니었다. 이렇게 노출될 상황에 대비하여 여러 대비책을 갖추고 있었다.
“승인하지. 당장 바꾸도록 해.”
“바로 지시를 내려둘게.”
리처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허가하자 실버스는 그 자리에서 바로 연락용 수정구를 꺼내 어딘가에 지시를 전했다.
“전달했어.”
그는 곧바로 리처드에게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지부들과 은신처들이 공격당했다면 일부 정보가 넘어갔겠군.”
능숙하게 소각을 한다고 해도 단서는 남기 마련이다. 적어도 리처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정확히 어떤 정보가 넘어갔는지는 아직 몰라. 하이펠 제국과 달리 필리어스 제국 쪽에는 남아 있는 첩자들이 거의 없거든.”
삼국 동맹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필리어스 제국이 가장 먼저 취한 행보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내부의 적, 종말 협회의 첩자들을 말살하는 일이었다.
종말 협회의 특성상 완벽한 말살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들이 긴 시간을 들여서 침투시킨 첩자들 대부분이 이 대청소 과정에서 발각되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몇 가지 정황 증거를 놓고 봤을 때, 하나는 확실히 알 수 있었어.”
“그게 무엇이지?”
“하이펠 제국의 귀족들 일부가 우리 협회와 연관이 있다는 정보가 넘어간 건 확실해.”
“심각한 문제는 아니군.”
“어……. 그렇지…….”
리처드의 반응에 실버스는 말끝을 흘렸다. 그는 이게 나름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했지만, 리처드는 아닌 모양이다.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나?”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리처드는 실버스의 속내를 정확히 읽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닌가?”
“황태자 암살이 실패했으니, 하이펠 제국의 내통자들은 이제 이용가치가 없다. 그리고 수도 중심도시 공격 때 많은 것이 드러났으니 내통자들의 존재 또한 더 이상 비밀이 아니지. 황제교가 작정하고 설치면 명단 정도야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듣고 보니까 그러네.”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최종 병기의 존재다. 그것만 들키지 않으면 된다.”
하이펠 제국의 최정예 황실 친위군 1만을 순식간에 전멸시킨 그 병기를 말하는 것이다. 리처드의 말에 실버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 문제는 걱정할 필요 없어. 관련된 정보는 최고 회의 직통의 은신처에만 아주 조금씩 보관되어 있거든.”
* * *
로열 하트에 도착한 포타스 백작은 늘 입고 다니는 붉은 제복과 같은 색깔의 망토를 펄럭이며 레이먼의 집무실까지 성큼성큼 걸어갔다.
언제나 그렇듯 레이먼의 집무실 근처는 황금 가면을 쓴 로열 가드들이 철통 경계를 갖추고 있었지만, 그들은 포타스 백작의 접근에 말없이 길을 비켜 주었다.
그를 신뢰한다는 증표이기도 했지만 언제나 황제의 곁을 지키는 근접 호위들의 존재 때문에 강도 높은 검문을 실시하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황제 폐하. 포타스 백작이 찾아왔습니다.”
집무실 문 앞에 도착했다. 앞을 지키고 있는 로열 가드가 힘찬 목소리로 포타스 백작의 방문 사실을 알렸다.
“들어오라.”
안에서 레이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열 가드가 문을 열었고 포타스 백작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황제교의 구스타프 주교로부터 중요한 내용의 마법 통신이 도착하여 이를 정리한 보고서를 가지고 왔습니다.”
포타스 백작이 차분한 음성과 함께 품속에서 금빛 봉투를 꺼내어 레이먼에게 건넸다. 레이먼은 붉은 밀랍 봉인을 깨고 봉투를 열고서 내용물을 확인했다.
“되니츠 백작과 마법 통신을 연결하게.”
“예, 황제 폐하.”
이윽고 되니츠 백작이 준비되었다는 전갈이 도착했고, 레이먼은 집무실 안에 마련된 작은 통신실로 들어갔다.
청탑주 리세필드가 직접 마법 통신을 연결했고, 밀실의 중앙에 놓인 연락용 수정구는 되니츠 백작의 환영을 비추고 있었다.
레이먼이 연락용 수정구 앞에 앉자 되니츠 백작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황제 폐하.
“되니츠 백작. 긴히 상의해야 할 내용이 있어서 마법 통신을 연결했다네.”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황제 폐하.
“하이펠 제국의 일부 귀족들이 종말 협회와 관련이 있는 게 확인되었다네.”
레이먼이 말했다. 하지만 되니츠 백작은 놀란 기색이 전혀 없었다.
-어느 정도 짐작하고 계시지 않으셨사옵니까?
“짐작일 뿐, 확신하지는 않았지.”
-그건 그렇지요.
“내 생각에 하이펠 제국의 황태자는 이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네.”
-정확히 보셨습니다. 흩어진 중앙군의 힘이 이제 겨우 결집하고 있는 단계인데, 종말 협회 숙청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죠.
현재 하이펠 제국은 황태자의 생환으로 인해 황실이 잃어버린 힘을 되찾기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슈타이너 공작과의 내전에 모든 힘을 집중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개입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
-황제 폐하께서 개입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하지요.
두 사람 모두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하이펠 제국이 미래의 적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종말 협회와 관련된 귀족들을 처단하면 하이펠 제국의 국력 또한 적당히 약해질 것이라는 기대 또한 바탕으로 깔려 있었다.
“그래서 관련된 외교 문서 작성을 부탁하고 싶은데…….”
-외무부 대신이 해야 할 일이 아니옵니까?
되니츠 백작이 씨익 웃었다. 기분 나쁜 미소가 아니었다. 장난기 넘치는 표정에 레이먼도 피식 웃고 말았다.
“내가 백작을 믿으니까 부탁하는 것이야.”
레이먼이 신뢰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되니츠 백작은 외교학에 대해서도 배웠기 때문에 외교 문서 작성도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제 폐하. 하지만 외무부 대신보다 더 잘 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군요.
“나는 백작을 믿는다네.”
-그 신뢰에 반드시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되니츠 백작과의 마법 통신이 종료되었다.
다음 날, 하이펠 황태자가 마법 통신의 연결을 요청했고 레이먼은 승인했다.
당연히 자국의 귀족들을 숙청하는 것에 대한 반대와 항의의 목소리를 담은 마법 통신이었지만, 레이먼은 오히려 단호하면서도 뻔뻔하게 대응했다.
“종말 협회 척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거절한다면 하이펠 제국에 대한 필리어스 제국의 지원도 없을 것이다.”
상당히 고압적이고 뻔뻔한 태도였지만, 당장 필리어스 제국의 도움이 필요한 나이트엘 황태자는 이를 꽉 악물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레이먼은 작전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로열 하트를 타고 필리어스 제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황성 지하 6층에서 쉐이드들을 추가로 깨웠다.
종말 협회와 관련된 귀족들을 처단하는 방법으로는 암살이 제격이라고 생각한 레이먼이 세운 계획으로 핵심은 쉐이드였다.
100여 명의 쉐이드가 추가로 깨어났고 레이먼은 그들을 로열 하트에 승선시킨 후, 마물 숲의 상공을 가로질러 하이펠 제국의 영공으로 진입했다.
레이먼은 착륙을 앞둔 로열 하트 내부의 격납고에서 쉐이드들을 집결시킨 후, 단상 위에 올라가 입을 열었다.
“그대들이 해야 할 일은 확실히 알고 있겠지?”
“필리어스 황실의 충직한 그림자로서 황제 폐하의 적들을 척살하는 것이옵니다.”
“머나먼 이국의 땅이지만 이곳에 분명 나의 적들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척살해야 합니다. 그것이 설령 하이펠 제국의 황제일지라도.”
제국 재건 계획의 일환답게 쉐이드들의 각오는 확실했다. 레이먼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로열 하트가 착륙했다.
쉐이드들은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어둠 속으로 흩어졌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쉐이드 측 조장들로부터 전갈이 속속히 도착했다. 그 내용을 정리하자면 목표 49명을 전원 암살했다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약화된 하이펠 제국이다. 귀족 49명이 더 죽었으니, 혼란은 가속되고 국력은 더욱 힘을 잃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