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89)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89화
63장 잔혹한 처단의 시작(2)
하이펠 제국의 나이트엘 황태자가 이끄는 중앙군이 마침내 슈타이너 공작령으로 들어섰다.
내전 초기에는 슈타이너 공작군이 주도권을 잡았지만, 황태자의 생환과 함께 필리어스 제국의 로열 하트가 하이펠 제국 중앙군을 지원하면서 전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슈타이너 공작가가 일으킨 군세는 큰 피해를 입고 이젠 겨우 7만 명이 남았을 뿐이었지만, 하이펠 제국의 중앙군은 뒤늦게 합류한 귀족들의 군세 덕분에 20만이 넘는 대군을 움직이게 되었다.
승전이 눈앞에 보였다. 전황이 슈타이너 공작에게 불리하게 진행되자, 다른 곳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크고 작은 파벌의 귀족들 역시 일찍이 항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전은 종식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트엘 황태자의 마음은 평온하지 않았다.
전황이 유리해지자 간언하는 귀족들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번에 귀족들의 대규모 실종과 암살 사건을 필리어스 제국의 소행이라고 보고 있었다.
“황태자 전하. 전권을 줬다고는 하지만 레이먼 황제는 본 제국의 국력을 갉아먹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강력하게 항의해야 합니다.”
가스펠 후작이 말했다. 그 역시 간언하는 귀족 중 한 명이었다.
“이미 마법 통신으로 한 차례 항의했어요. 그래도 변하는 건 없더군요.”
“더욱 강력하게 항의해야 합니다! 반란이 진압되고 있으니, 더 이상 필리어스 제국의 도움 역시 필요 없습니다, 황태자 전하.”
가스펠 후작의 말에 나이트엘 황태자는 입술을 씹었다. 그는 하이펠 제국의 황태자이니 이번 필리어스 제국의 행태에 깊은 유감의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줬다. 그래서 냉정하게 적대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귀족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무너지기 시작하는 하이펠 제국을 다시 일으키려면 귀족들의 적극적인 조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나이트엘 황태자도 알고 있었다.
그는 선대 황제들처럼 뛰어날 정도로 현명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바보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내가 뜻을 굽혀야 하는가…….’
나이트엘 황태자는 착잡한 심정이었다. 신념과 실리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며칠간 고뇌한 뒤에야 그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모든 것은 하이펠 제국을 위하여.”
은혜를 갚는 것보다 하이펠 제국을 위해 행동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그는 곧 군부의 인사들을 불러 모았다.
“내전이 끝나면 필리어스 제국과의 전쟁도 염두에 둬야 할 겁니다. 그러니 슈타이너 공작군의 잔당을 상대할 때 병력을 최대한 보전하는 방향으로 전투를 전개하도록 하세요.”
“예! 황태자 전하!”
나이트엘 황태자의 지시에 군부의 인물들이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은밀히 어둠 속에 숨어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 * *
“황제 폐하. 쉐이드로부터의 보고가 있습니다.”
집무실을 찾아온 포타스 백작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단거리 차원 마법의 사용자였다. 그래서 비행 중인 로열 하트와 지상을 큰 제약 없이 왕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쉐이드 중에서도 마법 통신의 여건이 안 되는 경우에 서신을 수령하여 황제에게 직접 전달하거나, 황제로부터 일부 허가받은 권한을 사용하여 직접 지시를 내리거나 전달하고는 했다.
“쉐이드로부터?”
레이먼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쉐이드들은 종말 협회와 관련된 귀족들을 모두 암살하고 귀환 중이었다.
관련된 보고가 얼마 전에 있었기 때문에 추가로 보고할 내용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예, 황제 폐하.”
“귀환 중에 문제가 발생했나?”
“그쪽 문제는 아닙니다. 하이펠 제국의 황태자 쪽에 심어뒀던 이들이 보낸 서신입니다.”
포타스 백작이 품속에서 검은 봉투를 꺼냈다. 레이먼은 붉은 밀랍의 봉인을 깨고 서신을 읽었다.
“나이트엘 황태자가 뒤통수를 칠 줄이야.”
그를 믿고 있었지만 만일의 변수에 대비하여 쉐이드들을 심어둔 게 이번에 빛을 발했다. 레이먼은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이펠 제국에 대한 감시를 3배로 강화하도록. 이번에 귀환하는 쉐이드들은 모두 감시 임무에 투입한다.”
당장 선전포고를 한 것은 아니지만 나이트엘 황태자가 다른 마음을 먹었다는 게 들통났으니, 저들을 경계하고 집중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임무에는 쉐이드가 제격이다.
종말 협회와 연관된 귀족들을 암살하기 위해 쉐이드들을 추가로 깨운 상태였으니, 하이펠 제국 전체를 감시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였다.
“예, 황제 폐하. 쉐이드들에게 지시를 전달하겠습니다.”
포타스 백작의 충직한 대답에 레이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추가로 보고할 내용은 더 없었기 때문에 포타스 백작은 곧 물러갔고 레이먼은 창가로 갔다.
새하얀 구름이 깔린 바깥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충격은 크지 않았다. 그래서 레이먼의 손에 술병이 들려 있지는 않았다.
다만, 뒤통수를 맞았다는 생각이 들 만한 일이었기 때문에 기분은 좋지 않았다.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는 레이먼의 눈동자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결국, 이렇게 되네요.”
과묵한 게슈타인을 대신해 데시아가 레이먼을 위로하기 위해 다가갔다.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조금은 안정되었다.
“어느 정도는 예상하던 일이었어. 쉐이드를 침투시켜 놓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군.”
레이먼이 말했다. 쉐이드들을 황태자 근처에 심어두지 않았다면 나중에 꼼짝없이 당해야만 했을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쉐이드들에게 황태자의 암살을 명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하이펠 제국은 조금 더 서로를 소모시킬 필요가 있다.
슈타이너 공작군의 잔당 또한 절대 약하지 않기 때문에 황태자는 아직 살아 있을 필요가 있다.
아직 완전한 배신행위를 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최후까지 기회를 주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부디, 하이펠 제국의 나이트엘 황태자가 마지막 기회까지 저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똑똑똑.
데시아는 레이먼을 위로하기 위해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노크 소리에 막혀 다시 입을 닫아야만 했다.
“블리자드입니다.”
노크한 이가 이름을 밝혔다.
“들어오라.”
레이먼이 입실을 허가하자 문이 열리며 황금 가면을 쓴 블리자드 후작이 천천히 들어왔다.
“황제 폐하. 황제교의 구스타프 주교가 마법 통신의 연결을 요청했습니다.”
“구스타프 주교가?”
“예, 황제 폐하.”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이내 하이펠 제국령에서 구스타프 주교가 맡은 바 임무를 떠올린 레이먼은 고개를 끄덕였다.
종말 협회와 관련되어 있는 일이 분명했다.
“마법 통신을 연결하도록. 여기서 받겠다.”
“즉시 전하겠습니다.”
블리자드 후작이 나간 직후, 레이먼은 집무실과 연결되어 있는 밀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중앙의 탁자에 놓여 있는 연락용 수정구에 데시아가 다가가 마나를 주입했다.
마나를 받아들인 연락용 수정구가 밝은 빛을 내며 구스타프 주교의 환영을 만들어 냈다. 레이먼이 탁자 앞의 의자에 앉자 구스타프 주교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황제 폐하.
“구스타프 주교. 종말 협회의 척살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나?”
-그것과 관련해서 보고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일인가?”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구스타프 주교의 표정이 자못 심각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부정적인 일은 아닙니다, 황제 폐하. 새로운 척살 좌표의 전달을 요청하기 위해서입니다.
다행이었다.
“새로운 좌표를 전달해 달라는 것은, 기존에 전달한 장소들은 모두 토벌했다고 생각해도 되겠는가?”
-물론입니다. 처음 전달받은 곳들은 모두 토벌했습니다.
놀라운 소식이었다. 처음 전달한 좌표는 10곳이 넘었고, 하이펠 제국 전역에 흩어져 있었다.
비공정의 기동 지원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모든 곳을 신속하게 공격하기에는 병력이 부족했을 텐데 황제교의 구스타프 주교는 해낸 모양이다.
황제에 대한 광신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추가 좌표를 전달해주도록 하겠네. 그때까지 현 위치에서 대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제 폐하 만세.
마법 통신이 종료되었고 레이먼은 레거시 남작을 호출했다. 이윽고 집무실 문이 열리더니 레거시 남작이 걸어 들어왔다.
“황제 폐하. 저를 찾으셨다 들었습니다.”
“잘 왔네. 레거시 남작. ‘호크아이’를 지금 사용할 수 있겠나?”
“그렇지 않아도 관련하여 보고를 드릴 예정이었습니다만, 시급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내일 아침 시간에 정기 보고를 하면서 알리려고 했습니다.”
“무슨 내용인가?”
레이먼이 두 눈을 반짝이며 질문을 던졌다.
“호크아이의 마나 충전이 끝났습니다. 당장이라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침 필요했는데, 잘 되었군.”
레이먼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레거시 남작과 함께 ‘호크아이’가 잠들어 있는 마법 공방으로 향했다.
눈치 빠른 레거시 남작이 미리 사람을 보내서 호크아이의 작동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에서 레이먼이 호크아이의 앞에 섰다. 그가 마나를 주입하여 술식을 깨우자 호크아이가 작동했다.
서대륙 지도에 붉은 점들이 꽃처럼 피어났고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서기들이 그 위치를 서둘러 기록했다.
종말 협회는 연락 수단을 바꾸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호크아이를 사용했을 때보다 지도에 표시되는 붉은 점의 숫자가 적었지만, 레이먼은 아직 이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호크아이의 작동이 끝나고 레이먼은 마침 마법 공방 안에 있던 리세필드를 불렀다.
“노인장.”
“하명하시지요, 황제 폐하.”
“마법 통신으로 이 좌표들을 구스타프 주교에게 전달해주게나.”
“예, 알겠습니다.”
리세필드가 빠른 걸음으로 멀어졌다.
* * *
“리처드. 지부들과 은신처들이 또 공격당했다.”
“연락 술식을 바꾼다고 하지 않았나?”
실버스의 보고에 리처드가 차가운 목소리로 질책하듯 물었다. 최고 회의를 장악하고 나서 연이은 실패로 인해 그는 요즘 날카로운 모습만 보이고 있었다.
“연락 술식을 한 번에 교체할 수는 없어. 그건 불가능해. 순차적으로 교체를 해야 하는데, 아마 그동안은 계속 공격을 당할 것 같아.”
“좋지 않은 소식이군. 벌써 우리 협회의 전력은 하이펠 제국 공격 전과 비교했을 때 절반 이상 줄었다. 이대로는 전멸을 피할 수 없을 것이야.”
하이펠 제국의 수도 중심도시를 무리하게 공격하면서 종말 협회 또한 전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그 이후 필리어스 제국의 척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종말 협회는 하이펠 제국을 도모하기 직전과 비교했을 때 그 전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되었다.
“실버스. 대책이 필요하다.”
“일단 연락 술식은 바꾸고 있어. 한 달 안에 끝나.”
“지금 황제교 놈들의 공격 주기를 봤을 때, 한 달이면 협회의 전력이 크게 감소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지.”
“점조직 형태라서 바뀐 연락 술식을 전파하는 게 시간이 걸려. 이건 재촉해도 어쩔 수 없어.”
실버스가 고개를 저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 모든 근원을 제거해야 해.”
리처드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실버스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리처드를 보며 입을 열었다.
“필리어스 제국이라도 공격하려고? 지금 전력으로 그건 불가능해. 더군다나, 필리어스 제국령에서 암약하는 협회의 인원은 전멸 직전이라고.”
제일 먼저 사냥이 시작된 곳은 동맹령과 필리어스 제국령이다. 그나마 종말 협회의 영향력 안에 놓여 있는 하이펠 제국과 달리, 필리어스 제국령에는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필리어스 제국 본토를 공격하자는 게 아니다.”
“그러면?”
“황제를 공격한다.”
“로열 하트에 타고 있는 황제를 어떻게 공격할 건데……?”
“최종 병기를 쓰면 된다.”
“최종 병기를?”
리처드의 말에 실버스는 깜짝 놀랐다.
“그건 안 돼. 지금 최종 병기는 하이펠 제국 황궁 습격 때 입은 피해 때문에 불안정한 상태야. 여기서 더 손상을 입으면 ‘세뇌’가 풀리게 될지도 몰라……. 그럼 통제가 불가능해.”
“통제가 불가능한 ‘마룡’을 하이펠 제국령에 풀어 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것 또한 작은 종말이 될 거다.”
설득이 통하지 않았다. 리처드는 반드시 종말 협회의 최종 병기를 사용할 것 같았다.
원래는 최고 회의의 승인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었으나, 지금 종말 협회의 최고 회의는 리처드와 실버스, 단 두 명밖에 없으니까 그가 마음만 먹으면 사용할 수 있다.
“기어이 ‘역천마룡’을 사용하겠다는 거야?”
실버스가 진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리처드는 굳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방법은 없다. 이대로는 우리가 전멸할 테니까.”
그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실버스는 짧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를 어떻게 말리겠냐. 무장친위대를 포함해서 끌어모을 수 있는 전력을 최대한 집결시켜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