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90)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90화
64장 역천마룡(1)
레이먼은 로열 하트의 갑판 위에서 한가롭게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실비아와 데시아가 앉아 있었고, 게슈타인은 레이먼의 뒤에 서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위를 살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로열 가드들이 호위를 섰다.
그동안 집무실에만 틀어박혀 있던 것 같아서, 바람을 쐬기 위해 오랜만에 갑판 위로 나왔다.
로열 하트에 각인된 고대의 마법진은 강한 바람을 차단하였고, 덕분에 티타임을 가지는 것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나쁘지 않군.”
강한 바람은 마법진이 막아주고 있었음에도, 높은 상공의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차를 금세 식게 만들었다. 하지만 레이먼은 갑판 위에서의 짧은 다과회가 만족스러운 것인지, 희미한 미소와 함께 혼잣말을 흘렸다.
“따뜻하게 만들어 드릴까요?”
데시아가 청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레이먼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찻잔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마나를 주입했다. 그러자 안에 담겨 있는 찻물이 순식간에 다시 따뜻해졌다.
“고마워.”
레이먼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찻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뜨거운 기운이 올라왔다.
마법사와 달리 마검사는 전투에 특화되어 있었고, 레이먼 또한 그런 마법들을 위주로 익혔다. 이런 실용적인 마법에는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따뜻해진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로열 하트는 고대 시대의 기술로 만들어진 거대 비공정이기 때문에, 갑판이라고 해도 흔들림은 거의 없었다.
“황제 폐하!”
거친 외침과 함께 황군 기사가 달려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레이먼은 그 황군 기사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봤다. 그는 함교를 지키고 있던 자였다.
“함교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
황군 기사의 표정이 심각하여 레이먼이 물었다.
“그건 아니옵니다. 하지만 속히 함교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알겠네.”
레이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어났다. 실비아도 허둥지둥 자리를 털었고, 데시아는 마나를 머금은 손을 한 번 흔드는 것으로 탁자와 다과 세트를 정리했다.
“황제 폐하께서 입실하십니다!”
황군 기사의 힘찬 외침과 함께 레이먼과 호위들이 함교로 입장했다.
레이먼이 통제단에 서자 마법 레이더를 읽고 있던 레거시 남작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황제 폐하.”
“레거시 남작. 무슨 일인가?”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비행체라고?”
레이먼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대륙에서 비공정을 보유한 국가는 필리어스 제국과 제이스트 마도 왕국이 유일하다.
하이펠 제국은 비공정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였으니, 갑작스러운 비행체의 출현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예, 황제 폐하. 비행체가 분명합니다.”
“자세한 정보를 더 보고하라.”
로열 하트의 고성능 마법 레이더라면 더 많은 정보를 알아냈을 것이다. 레이먼의 재촉에 레거시 남작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마법 레이더로 분석한 결과, 비행체의 정체는 생물입니다. 그 크기와 식별된 마나를 볼 때 ‘용’이 분명합니다.”
“용이라고……?”
레거시 남작의 보고에 레이먼은 다시 한번 놀랐다.
고대의 대전쟁 이후, 살아남은 용은 서대륙 전체를 봐도 역천마룡 한 마리뿐이다. 그런데 역천마룡은 마물 숲에 잠들어 있다.
깨어났다고 하더라도 이곳은 마물 숲과는 거리가 조금 되는 곳이다. 갑자기 이렇게 뜬금없이 로열 하트를 추격할 리 없다.
하지만 고성능 마법 레이더가 오작동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적었다.
“총원 전투 배치!”
레이먼은 즉각 전투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했다. 역천마룡은 로열 하트에게도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적이었으니, 레이먼은 긴장한 표정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황제 폐하! 미확인 비행체가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레거시 남작이 다시 한번 보고했다. 마법 레이더가 계속해서 위험을 경고했다.
레이먼이 함교의 뒤쪽을 향해 몸을 돌리자, 그의 시야에 검은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서나마 희미하게 보이는 용의 외형은 《망자들의 제국》 소설 설정집에 서술된 역천마룡의 모습과 똑같았다.
“세상에 이럴 수가……. 황제 폐하. 아무래도 역천마룡이 맞는 것 같습니다.”
바로 옆에서 호들갑을 떠는 이는 리세필드였다. 그 역시 청탑의 탑주로 군림하면서 많은 지식을 쌓아 왔기 때문에, 역천마룡을 실제로 본 적은 없었으나 그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마동포의 사거리 안에 들어왔나?”
레이먼이 물었다. 역천마룡의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그 모습이 아주 작고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용의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아주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에 조준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
“아슬아슬하게 사거리 안에 들어왔습니다.”
거리가 상당히 멀었지만, 고대의 우수한 마법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마동포의 사거리 또한 절대 짧지 않았다.
“모든 포문을 개방하라!”
“교전할 생각이십니까?”
레이먼의 지시에 맞춰 함교의 승무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에 리세필드가 창백해진 얼굴로 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리세필드는 하나의 마탑을 이끄는 탑주로 여러 가지 지식을 알고 있었다. 그중에서는 마물 숲의 공포라고 불리는 역천마룡에 대한 것들도 있었다.
대전쟁에서 살아남아 역천마룡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이 흉물을 사냥하기 위해 수백 년 전부터 하이펠 제국에서 여러 번의 토벌대가 조직되어 움직였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역천마룡의 속도가 빨라서 이대로라면 꼬리가 잡힐 것이야. 어차피 벗어날 수 없다면 이대로 부딪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레이먼은 말을 끝내며 씨익 웃어 보였고 리세필드 또한 납득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들을 전부 갑판으로 올려보내! 우리도 갑판으로 간다! 레거시 남작! 함교의 지휘는 맡기겠네!”
“황제 폐하!”
“위험합니다!”
로열 가드들이 만류했지만, 레이먼은 고집불통이었다.
결국, 그는 로열 가드들을 뿌리치고서 갑판에 올라섰다.
멀리서 빠른 속도로 접근해 오는 역천마룡의 모습이 보였다. 로열 하트는 빠르게 선회하여 좌현을 역천마룡에게 향하게 했다.
열린 포문으로 수십의 마동포가 고개를 내밀었다. 장전은 끝난 상태였다. 그들은 함교의 통제하에 역천마룡을 향해 일제 포격을 쏟아냈다.
콰앙! 쾅!
드넓은 창공에 웅장한 포성이 울려 퍼졌다.
“저, 적중했나?”
옆에서 리세필드가 호들갑을 떨었다. 허공에서 검붉은 폭발이 터져 나온 걸 보고 적중했다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레이먼은 굳은 얼굴로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저 폭발은 명중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일부 폭발탄이 공중에서 터진 것일 뿐이었다. 검붉은 연기를 뚫고 역천마룡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윽고 그의 몸체가 드러났는데, 레이먼의 예상대로 피해는 크지 않은 듯했다.
쾅! 콰아앙! 콰앙!
다시 포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역천마룡의 움직임이 기민한 탓에 쉽게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먼은 여유로웠다. 곧 역천마룡이 로열 하트의 정밀 포격 사정권 안에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정밀 포격의 명중률은 상당히 높기에, 역천마룡이 날렵하게 움직인다고 해도 모든 포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게 있다면…….
“황제 폐하! 역천마룡이 마나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역천마룡 또한 원거리 공격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녀석이 마나를 모으자 리세필드가 호들갑을 떨며 외쳤고 마동포가 다시 일제 포격을 가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몇 발이 명중했는지 역천마룡의 몸체가 크게 요동치면서 마나를 모으던 움직임이 멈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역천마룡은 다시 마법진을 그렸고, 충분한 양의 마나가 모였다고 판단한 순간 거대한 입을 벌리고서 칠흑의 브레스를 토해냈다.
“함교! 실드를 최대로 올려!”
-알겠습니다! 실드 최대로!
연락용 수정구를 통해 함교에 있는 레거시 남작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이윽고 역천마룡이 내뱉은 브레스가 로열 하트의 실드를 타격했다.
실드가 선체를 보호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충격을 모두 흡수하지는 못한 것인지, 로열 하트가 크게 요동쳤다.
로열 하트 또한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흔들림이 진정되기 무섭게 역천마룡을 향해 포격을 가했다.
-크아아아아아!
역천마룡이 비명을 내질렀다.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더 많은 포탄이 역천마룡의 육신을 두들겼다.
“함교! 피해 상황을 보고하도록!”
실드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 역천마룡의 브레스가 생각보다 강력했던 모양이다.
레이먼은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연락용 수정구에 대고 함교에 상황을 물었다.
-실드의 30%를 잃었습니다. 현재 동력의 대부분을 실드 회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레거시 남작의 보고에 레이먼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역천마룡을 따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로열 하트의 몸집 또한 크기 때문에 넓은 범위에 쏟아붓는 브레스를 회피 기동으로 피하기도 쉽지 않다.
어차피 회피할 수 없다면 기동에 사용되는 동력 대부분을 실드 회복에 집중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었다.
“포격을 쉬지 말고 퍼부어. 역천마룡이 다시 브레스를 쏟아낼 틈을 줘서는 안 된다.”
-알겠습니다.
레거시 남작은 레이먼의 지시대로 역천마룡에 대한 포격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포탄 세례에 역천마룡은 브레스를 사용하는 대신 특유의 기민한 움직임으로 회피 기동을 펼쳤다.
“적이 근접합니다!”
견시대의 승무원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마법이라도 사용한 것인지 역천마룡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온 것이었다.
“마법사들!”
리세필드가 마나를 끌어 올리며 외쳤다. 그가 스태프를 힘차게 흔들자 강력한 고위 마법의 연사가 역천마룡을 향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데시아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녀는 순식간에 대마법을 완성하여 역천마룡을 향해 쏟아냈다.
공기마저 싸늘하게 얼어붙게 만드는 차가운 얼음 폭풍이 휘몰아쳤다.
강철마저 절단하는 오러를 머금은 얼음의 창칼 수백 개가 사방에서 역천마룡의 비늘 틈을 노렸다.
머리 위에서는 레이먼이 소환한 거대한 불덩이가 낙하했다.
대마법과 고위 마법의 연사. 그리고 마동포에 의한 포격이 쉴 새 없이 역천마룡을 견제했다.
“쉬지 말고 쏟아부어라!”
레이먼이 마나를 담아 외쳤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오래가지 못했다. 역천마룡이 어느샌가 마나를 끌어모아 브레스를 쏟아냈기 때문이었다.
쿠웅!
다시 한번 선체가 크게 흔들렸고 레이먼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연락용 수정구를 집어 들었다.
“함교! 상황을 보고하게!”
-실드, 절반 남았습니다.
“제기랄! 우선은 실드 회복에 집중해!”
레이먼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치고는 연락용 수정구를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오른손을 들어 올린 채 영혼검을 생성했다.
역천마룡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마법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오러를 머금은 발톱을 휘둘러 실드를 파괴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또다시 브레스가 쏟아졌다. 안간힘을 쓰며 막으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실드 소실! 이제 선체를 보호할 수단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연락용 수정구에서 레거시 남작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레이먼은 이를 꽉 악물었다.
실드가 너무 빨리 파괴되었다. 레이먼은 실드가 조금 더 버텨줄 것이라 생각했다.
레이먼은 결국 ‘영겁의 사슬’의 사용을 결정했다.
“와라! 영겁의 사슬이여!”
마나를 담은 외침과 함께 공간을 찢고 나온 영겁의 사슬이 역천마룡을 노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레이먼은 절망하고 말았다. 타락의 신격, 아스타르조차 봉인한 영겁의 사슬이 역천마룡의 불길한 기운을 뚫지 못하고 소멸한 것이다.
이 상황은 역천마룡이 아스타르보다 상위의 신격에 도달했다는 걸 의미한다. 레이먼은 피가 나올 정도로 입술을 강하게 씹었다.
역천마룡은 신격에 가까운 존재였지만 절대 신격은 아니었다. 반면에 아스타르는 하위에 불과하지만 분명한 신격이다.
그런데 지금 초대 마검사 데이리안의 ‘영겁의 사슬’이 통하지 않았다는 건, 누군가의 개입으로 역천마룡이 신격에 올랐다는 걸 뜻한다.
그리고 레이먼은 그 ‘누군가’가 종말 협회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제기랄!”
욕설이 튀어나왔다. 상당량의 마나를 소진하여 ‘영겁의 사슬’을 사용했지만, 결과가 비참했다.
-키야아아아아!
역천마룡은 그런 레이먼을 비웃는 것처럼 몸을 들썩이더니 검붉은 기운을 마구 분출했다.
로열 하트의 선체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데시아와 리세필드, 그리고 황군과 청탑의 경지 높은 마법사들이 노력했지만 부식은 멈추지 않았다.
“레거시 남작! 고도를 낮춰라! 이대로는 추락한다!”
-예! 알겠습니다!
로열 하트의 손상은 심각하고 이 고도에서 추락하면 즉사다. 추락하기 전에 최대한 고도를 낮춰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