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91)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91화
64장 역천마룡(2)
로열 하트가 빠른 속도로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역천마룡 역시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역천마룡은 로열 하트에 바짝 달라붙어서는, 오러를 머금은 발톱으로 선체를 마구 내려찍거나 긁었다.
너무 가까이 붙은 탓에 더 이상 마동포로 포격을 가할 수 없었다. 역천마룡은 영악하게도 좌현과 우현의 포문에서 포격할 수 있는 각도가 나오지 않는 위치에서 로열 하트를 공격했다.
갑판 위의 마법사들이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역천마룡을 향해 강력한 마법이 빗발쳤지만 큰 피해는 주지 못했다.
하지만 거듭 쏟아지는 마법이 거슬리는 것인지, 선체를 공격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갑판 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역천마룡은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입을 쩌억 벌렸다.
“브레스 온다! 피해! 끄아아악!”
“방어 마법을 전개…….”
“으아아악!”
“사, 살려……. 커헉!”
대마법사인 데시아의 보호를 받는 레이먼과 호위들은 멀쩡했지만, 일순간에 병력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들 중에서는 마법사도 수십 명 섞여 있었다.
“제기랄!”
레이먼이 욕설을 내뱉으며 영혼검을 집어넣었다. 어느새 그의 오른손에는 ‘희생의 창’이 들려 있었다.
“황제 폐하……. ‘희생의 창’을 사용하실 생각이십니까?”
급박한 상황 속에서 리세필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레이먼은 리세필드를 향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것 같아서 말이지.”
“황제 폐하……. 사용하시더라도 출력을 조정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리세필드가 진언했다.
“그럴 생각이라네.”
역천마룡은 변칙적이고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영겁의 사슬’까지 통하지 않는 상태라 조준이 쉽지 않았다. 모든 생명력을 끌어모아서 희생의 창을 던졌다가 빗나가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희생의 창’이 일격필살의 기술이라고는 하지만 출력 조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효율이 좋지 않아서 지금까지 출력을 조정하지 않았던 것인데, 지금은 효율을 따질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모두, 나를 엄호해 주겠나?”
레이먼은 호위들을 둘러보며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잠시 침묵이 이어진 끝에 게슈타인이 가장 먼저 앞으로 한 걸음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제 폐하.”
그것은 시작이었다.
“최선을 다해 엄호하겠습니다!”
“황제 폐하의 방패가 되어 목숨을 바치겠나이다!”
“황가의 방패는 절대 뚫리지 않을 것입니다!”
로열 가드들이 힘찬 목소리로 외쳤고 레이먼은 백색의 빛을 머금은 ‘희생의 창’을 든 채 역천마룡에게 달려들었다.
마침 역천마룡은 로열 하트에 달라붙어서 갑판 위 구조물들을 마구 파괴하고 있었다.
“플라이!”
레이먼의 몸이 솟구쳤다. 데시아와 몇몇 로열 가드들이 뒤따라 날아올랐다.
위협적인 기세의 마나를 느낀 것일까? 역천마룡이 로열 하트를 파괴하고 있던 역천마룡이 고개를 돌렸다.
-크아아아아!
역천마룡이 포효했다. 날카로운 칼날을 머금은 충격파가 레이먼 일행에게 쏟아졌다.
“제가 막을게요!”
청아한 목소리의 주인은 데시아였다. 그녀가 스태프를 흔들자 마나로 엮어낸 거대한 방패가 생성되어 칼날 바람을 막아냈다.
“블링크!”
“화, 황제 폐하!”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레이먼의 몸이 단숨에 역천마룡과의 거리를 좁혔다. 뒤에서 로열 가드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눈앞의 역천마룡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레이먼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파이어 캐논!”
마법 주문을 완성하며 시동어를 외치자 거대한 화염구가 눈앞에 생성되었는데, 하나가 아니었다.
총합 14개의 거대한 화염구가 역천마룡의 눈을 노렸다. 치명상을 노린 게 아니라 ‘희생의 창’이라는 강력한 공격을 숨기기 위한 일종의 교란이자 연막이었다.
상급 마법에 해당하는 파이어 캐논이었지만 신격에 오른 역천마룡을 상대로는 잠시의 연막조차 될 수 없었다.
-크아아아아!
역천마룡이 레이먼을 향해 입을 쩌억 벌렸다. 거대한 아귀에 불길한 기운을 머금은 마나가 모여들었다.
“황제 폐하! 걱정하지 마세요!”
데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이먼은 그녀를 믿기로 했다. 역천마룡을 향해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지는 레이먼을 향해 검붉은 브레스가 쏟아졌다.
동시에 데시아의 스태프에서 선명한 푸른빛이 터져 나왔고, 레이먼의 앞에 마나로 엮은 거대한 방패가 생성되어 역천마룡의 브레스를 막아냈다.
대마법 중에서도 그 경지가 높다고 평가받는 마법인 ‘웅장한 수호’였다. 데시아가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무리해서 펼친 강력한 대마법은 결국 역천마룡의 브레스를 한 차례 막아냈다.
방패가 거두어진 순간, 레이먼은 ‘희생의 창’을 높이 들어 올려 투창을 준비했다.
-크아아아아아!
역천마룡 또한 가만히 당할 생각은 없었다. 다시 엄청난 양의 마나가 집결하기 시작했지만, 레이먼은 여유로웠다.
신격의 경지에 올랐다고는 해도 ‘브레스’는 연속으로 사용하기 힘든 기술이었기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역천마룡은 레이먼이 ‘희생의 창’을 던질 때까지 브레스를 사용하지 못했다. 그에 비해 레이먼의 손을 떠나간 ‘희생의 창’은 역천마룡의 왼쪽 눈에 꽂혔다.
-키에에에에에에엑!
역천마룡이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마구 몸을 비틀며 본능적으로 로열 하트를 놓고서 뒤로 물러났다.
“일제 포격을 개시한다! 저 사악한 흉물에게 위대한 필리어스 제국의 기술력을 보여줘라!”
함교에서는 레거시 남작이 포격을 통제하고 있었다. 장전된 채 대기 중이던 마동포들을 일제히 발사했다.
수십 발의 포탄에 적중당한 역천마룡이 다시금 몸을 비틀었다.
“전탄 명중!”
“역시 필리어스 제국의 기술력은 대륙 제이이이이이일이다!”
레거시 남작의 광기 어린 외침이 함교에 울려 퍼졌다.
“역천마룡이 물러갑니다!”
“와아아!”
출력을 조절하였다고는 하지만 ‘희생의 창’이라는 치명적인 무기에 왼쪽 눈을 당한 역천마룡은 더 이상 공격을 이어가지 못하고 빠른 속도로 도주했다.
바깥을 살피던 승무원이 그 사실을 알렸고 함교 안에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황제 폐하 만세!”
특수한 기술로 제작된 투명한 벽 덕분에 함교의 승무원들은 그들의 황제, 레이먼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만세’를 외쳤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로열 하트의 상태를 살피던 레거시 남작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는 곧바로 연락용 수정구를 들어 올렸다.
“황제 폐하. 로열 하트가 더 이상 비행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추락하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비상 장치를 모두 작동시키면 불시착 정도에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충격이 있을 것 같으니, 안전한 함교로 귀환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지금 바로 가겠네.
마법 통신이 종료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레이먼이 함교로 돌아왔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통제단에 섰고 레거시 남작은 로열 하트의 상태를 보고했다.
“사실상 비공정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봐야겠군.”
보고를 받은 레이먼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비공정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것은 아닙니다. 이대로 지상에 안전하게 착륙하는 것 정도는 가능합니다.”
레거시 남작이 말했다. 로열 하트는 역천마룡과의 전투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모든 기능을 상실하지는 않았다.
레거시 남작이 전력을 다해 응급 수리를 감행한 덕분에 간신히 추락을 면했다.
손실된 비행 기능을 완전히 복원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안전한 착륙을 도모할 정도로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알겠네. 안전한 곳으로 착륙하게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레거시 남작의 대답에 레이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카시야스로부터 황군의 피해를 보고 받았다. 역천마룡이 로열 하트에 맹렬한 공격을 퍼부은 탓에 승선해 있던 황군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
“착륙했을 때 적의 기습을 받으면 치명적이겠군.”
마법 레이더가 멀쩡했다면 좋겠지만, 역천마룡의 맹공에 당해 현재 로열 하트가 상실한 기능 중 하나였다.
“레거시 남작.”
“예, 황제 폐하.”
안전한 착륙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던 레거시 남작이 레이먼의 부름에 응답했다.
“1함대의 다른 비공정들은 어디에 있나?”
“가장 가까운 2번 함과 3번 함이 현재 5시간에서 6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습니다.”
레거시 남작이 대답했다. 2번 함과 3번 함은 필리어스 제국에서도 최정예로 유명한 기사 여단 병력을 태운 비공정이었다.
“그들에게 지원 요청을 하게나. 지상에 착륙했을 때 적들의 공격을 받게 될 수도 있으니까.”
지상의 동향을 살필 수 없는 게 아쉬웠다. 지상을 관측할 수 있는 고성능 마법 레이더는 현재 손상이 심해서 사용할 수 없었다.
“즉각 지원을 요청하겠습니다!”
로열 하트의 조종 때문에 바쁜 레거시 남작을 대신하여 리세필드가 대답과 함께 황급히 통신실로 달려갔다.
추락을 면했다고는 하지만 로열 하트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하강 중이었고, 지상에는 또 다른 적들이 존재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함교에는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고 레이먼 역시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황제 폐하!”
통신실에서 달려 나온 청탑주, 리세필드 디올이 함교에 감도는 무거운 침묵을 깼다. 그는 밝은 표정으로 통제단 앞으로 달려와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2번 함과 3번 함이 응답했습니다! 착륙 예상 지점을 향해 전속력을 다해 날아오겠다고 하였습니다!”
“소요 시간은?”
“4시간에서 5시간 정도면 도착할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긍정적인 소식이었다. 더군다나 처음 레거시 남작이 예상했던 것보다 약 1시간 정도 빨리 도착할 것 같다고 했다.
이 기쁜 소식에 얼어붙었던 함교의 승무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환호를 내질렀고, 레이먼 또한 자신도 모르게 환한 얼굴로 주먹을 꽉 쥐었다.
‘착륙 지점에서 5시간만 버티면 된다.’
레이먼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로열 하트의 견고한 선체를 성벽으로 삼고 강력한 화력의 마동포를 운용한다면 그 어떤 적들이 몰려와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카시야스 경!”
“예, 황제 폐하! 소신은 여기 있사옵니다!”
함교가 크게 흔들리는 와중에도 황군의 카시야스는 경애하는 황제의 부름을 받고서 한달음에 달려왔다.
“황제 폐하! 하명하시옵소서!”
“여기 승선한 모든 황군에게 착륙과 동시에 전투태세를 갖추라고 이르게!”
“예! 알겠습니다!”
카시야스가 힘찬 대답과 함께 함교를 떠났다. 그는 전령들을 시켜 황명을 전파했다.
로열 하트가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와중에도 승선한 황군 병력은 철저한 전투태세를 갖췄다.
“곧 착륙합니다. 충격에 대비하셔야 합니다.”
시야를 가로막던 구름이 사라지고 지상이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레거시 남작이 보고했다.
차분한 목소리 속에 특유의 광기가 섞여 있었지만, 이 혼란 속에서 그걸 알아차리는 이는 레이먼이 유일했다.
“곧 착륙한다!”
“충격에 대비하라!”
함교는 물론이고 로열 하트 선내 곳곳에서 착륙을 알리며 충격에 대비하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윽고 로열 하트가 하이펠 제국령 동부의 어느 이름 없는 산맥 지대에 착륙했다.
불시착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거친 착륙이었지만 레거시 남작의 훌륭한 조종 솜씨 덕분에 로열 하트 선체나 승선한 인원의 추가 피해는 전혀 없었다.
“생각보다 안정적인 착륙이었네요.”
옆에서 데시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중얼거림을 들은 것인지 레거시 남작이 씨익 웃는 게 보였다.
고개를 들고서 주위를 살피니 착륙 직후, 로열 하트의 손상 상태를 살피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함교 승무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노인장. 저번에 탐색 마법에 자신 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내 기억이 정확한가?”
“물론입니다, 황제 폐하.”
레이먼의 물음에 리세필드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황군 기사들을 호위로 붙여 줄 테니, 갑판으로 가서 마법을 사용한 광역 탐색을 부탁하지. 이변이 있으면 내가 가지고 있는 연락용 수정구 통신 좌표를 알고 있겠지? 그곳으로 연락하게나.”
고위 마검사의 경지에 오른 레이먼은 마법 통신 정도는 다른 이의 도움 없이 혼자서 가능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제 폐하.”
리세필드가 함교를 떠났다. 레이먼이 손짓하자 함교를 지키고 있던 황군 기사 일곱이 앞서간 청탑주를 뒤따랐다.
“황군은 전투 준비가 끝났는가?”
카시야스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젊은 황군의 고위 지휘관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전령을 통해 최종 보고를 받았습니다. 황군은 다가올 적을 맞이할 모든 준비를 끝냈습니다.”
“훌륭하군.”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레이먼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미소 짓는 것도 잠시였다.
-황제 폐하! 다수의 적이 이곳을 향해 접근 중입니다!
갑판 위에서 광역 탐색 마법을 전개한 리세필드가 적들의 접근을 보고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