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97)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97화
67장 피의 복수(1)
3번 함의 엄호를 받으며 2번 함이 지상에 착륙했다. 연결교를 통해 기사 여단이 상륙했다.
그들은 차가운 땅 위에 발을 딛기 무섭게 하이펠 제국군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기사 여단의 장로이자 고위 기사인 빌리앙이 선두에서 돌격을 지휘했다.
하늘에서는 마법 폭격이 쏟아지고 지상에서는 필리어스 제국에서도 최정예로 이름 높은 기사 여단의 기사들이 하이펠 제국군을 도륙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기사 여단의 기사들이 전진할 때마다 하이펠 제국의 군사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포위망을 유지하고 있던 하이펠 제국군 병력이 기사 여단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제야 레이먼의 호위들은 안심할 수 있었고, 그들에게 빌리앙이 달려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황제 폐하께서는…….”
“너무 늦었습니다, 빌리앙 경.”
블리자드 후작이 원망 섞인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그의 날카로운 모습에 빌리앙도 별안간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서 덜덜 떨리는 손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지금 빌리앙의 시야에는 데시아가 부축하고 있는 레이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행여라도 하이펠 제국군의 눈에 보일까 싶은 마음에 로열 가드들이 망토로 철저하게 두 사람의 모습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빌리앙의 말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블리자드 후작이 옆으로 비켜서는 것을 시작으로 황제의 모습을 숨기고 있던 로열 가드들이 물러날 뿐이었다.
그로 인해 가려졌던 시야에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을 잃은 레이먼의 모습이 보였다.
데시아가 레이먼을 부축하고 있었고, 청탑주 리세필드가 그 옆에서 어린애처럼 울먹이고 있었다. 실비아는 혼절한 지 오래였고, 뒤늦게 합류한 게슈타인이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빌리앙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상처는 모두 치료했어요. 하지만 각성 마법의 부작용 때문인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계세요.”
데시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늘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빛을 잃었고 표정은 시체처럼 딱딱했다.
“우선 황제 폐하를 2번 함으로 모시겠습니다. 기사 여단이 철저하게 호위를 할 테니, 안전은 걱정하지 마시길.”
예상치 못한 황제의 변고에 빌리앙 또한 충격을 받은 건 마찬가지였다.
하이펠 제국군이 물러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곳은 아직 전장이었고 빌리앙은 지휘관이었다.
책임감 없이 목 놓아 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채 황제와 호위들을 2번 함으로 인도했다.
그들이 2번 함에 승선할 때 즈음에는 전투가 완전히 끝을 보이고 있었다. 이윽고, 하이펠 제국군은 2번 함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하이펠 제국을 상징하는 깃발조차 모습을 감추고 기사 여단의 병력이 모두 승선하자, 빌리앙은 2번함의 함교에 이륙 명령을 전달하고는 황제를 모시고 있는 귀빈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황금 가면을 쓴 로열 가드들이 서슬 퍼런 기세를 풍기며 통로와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황제 폐하를 뵈러 왔습니다.”
“안에 계십니다.”
빌리앙의 말에 템페스트 후작이 짧은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로열 가드들이 옆으로 비켜섰다.
문이 열렸다. 빌리앙은 조심스럽게 귀빈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로열하트에 비해서는 왜소했지만 2번함도 작은 크기는 아니었고, 일반 선실과 달리 귀빈실은 넓은 공간을 투자했기 때문에 방도 여러 개였다.
귀빈실 안에도 로열 가드들의 모습이 보였다. 침실로 향하는 곳에는 외팔의 검성, 게슈타인이 서 있었다.
부상은 회복되었지만, 황제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 때문인지 그의 안색은 뱀파이어처럼 창백했다.
“황제 폐하께서는 이 안에 계십니다.”
게슈타인이 말했다. 원래 말이 적었고 말투도 딱딱했지만, 유난히 그 정도가 심했다.
그가 모시던 황제, 레이먼이 쓰러지고 나서 계속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침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깨끗한 백색의 이불을 덮은 황제의 모습이 보였다.
고통 없이 평온한 표정으로 마치 잠에 빠져 든 것처럼 고요했지만, 침실 안에 내려앉은 분위기는 지극히 무겁고 절망이 잔뜩 묻어나고 있었다.
대마법사 데시아와 경지 높은 마도학자인 레거시 남작이 분주하게 레이먼의 몸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황제 폐하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좋지 않아요. 언제 깨어나실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에요.”
빌리앙의 질문에 대답한 이는 레이먼의 최측근이자 근접 호위를 맡고 있는 데시아였다.
그녀는 2번함에 승선한 직후부터 레거시 남작과 함께 레이먼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었으며 그가 의식을 되찾게 할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 사실을 어디에 먼저 알려야 할지 고민입니다.”
현실적인 문제였다. 무턱대고 필리어스 제국 전체에 레이먼이 의식 불명이라는 사실을 전파할 수는 없었다.
“되니츠 백작과 포타스 백작에게 가장 먼저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네.”
힘없는 목소리의 주인은 청탑주, 리세필드 디올이었다.
되니츠 백작은 군을 통솔하며 포타스 백작은 정보를 통제한다.
두 사람은 레이먼의 최측근이기도 했다.
“그러면 되니츠 백작 각하와 포타스 백작 각하께 최우선적으로 이 비보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곧장 함교로 돌아간 빌리앙은 비보를 전하기 위해 내부의 통신실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이미 포타스 백작이 함교 안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강의 사정은 전해 들었다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포타스 백작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질문했다. 정보에 민감한 중앙정보국의 수장답게 비밀리에 전달 받은 내용이 있었던 모양이다.
“저도 자세한 상황은 모릅니다.”
“조금 전에 황제 폐하께서 계신 귀빈실에 출입했다고 보고 받았다네. 지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달받았을 텐데?”
“역시 중앙정보국은 다르군요.”
“어서 설명해 주게.”
“이곳은 눈과 귀가 많으니, 밀실로 가시죠.”
빌리앙이 말했다. 두 사람은 함교 내부의 밀실로 향했다.
“그 누구도 들여보내서는 안 될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빌리앙의 명령에 중무장한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빌리앙은 포타스 백작과 함께 밀실 안으로 들어섰다.
밀실 안에서 빌리앙은 데시아에게서 들은 내용을 일말의 과장도 없이 포타스 백작에게 전했다.
“황제 폐하 만세……!”
모든 설명이 끝났을 때, 포타스 백작은 눈시울을 붉히며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 모습에 빌리앙 또한 깜짝 놀라 얼떨결에 두 손을 들어 올렸다.
“황제 폐하께서 제국의 적을 멸할 동안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그렇게 한탄할 시간에 되니츠 백작 각하께 이 소식을 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너무 충격적인 소식이라, 내가 잠시 경황이 없었군. 되니츠 백작에게는 내가 이 소식을 신속하게 전하도록 할 테니, 경은 황제 폐하의 호위에 만전을 기하라!”
“증원을 요청해 두었습니다. 제국 1함대가 현 위치로 집결하고 있습니다.”
“부탁하겠네.”
포타스 백작이 밀실의 그림자 아래로 모습을 감췄다.
* * *
늦은 밤이다. 되니츠 백작은 산더미 같이 쌓여 있던 보고서 검토를 간신히 끝내고는, 집무실에 붙어 있는 테라스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이펠 제국은 많이 추울 텐데, 황제 폐하가 걱정이군.”
늘 앞장서서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 황제의 모습을 떠올리며 되니츠 백작은 씨익 웃으며 술잔을 채웠다.
그런데 다음 순간 실수로 술잔을 쳐서 떨어뜨리고 말았다.
쨍그랑!
유리로 만들어진 술잔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처참하게 조각났다.
“이 무슨…….”
되니츠 백작은 미신을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전술 백작이라고 불리며 상급 마법사이기도 한 그는 간단한 마법을 사용하여 깨진 유리 조각을 수습했다.
“되니츠 백작 각하!”
노크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고 대원수부의 부관이 다급한 목소리로 되니츠 백작을 찾으며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더냐?”
“중앙정보국으로부터 마법 통신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아주 긴급한 일이라고 합니다.”
부관의 말에 되니츠 백작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부디 기우에 불과했으면 싶은 바람이었다.
되니츠 백작은 곧장 대원수부의 보안통신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한 그는 연락용 수정구가 놓인 탁자 앞에 앉았다.
“포타스 백작. 긴급한 일이라고 들었네. 무슨 일인가?”
되니츠 백작이 물었지만 포타스 백작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침묵은 5분 동안 이어졌고, 결국 참다못한 되니츠 백작이 거듭하여 재촉한 뒤에서야 포타스 백작이 입을 열었다.
-일레이아 산맥에서 대규모 전투가 있었다네.
“황제 폐하께서 참전하셨나?”
-역시 자네는 눈치가 빠르군.
“난 서론이 긴 걸 좋아하지 않아.”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되니츠 백작은 거듭 재촉한 끝에 포타스 백작으로부터 대략적인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아아! 황제 폐하!”
되니츠 백작이 의자에서 미끄러지듯 무너져 내렸다.
필리어스 제국이 고대의 영광을 되찾고 있는데 레이먼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으니, 이것은 큰일이었다.
충격이 컸지만, 되니츠 백작은 냉정한 성격의 참모답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박살 나기 직전의 정신을 수습했다.
“지금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되는가?”
정보가 통제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알아서는 안 되는 이들이 있으며, 또한 알아야 하는데 모르고 있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었다.
-당시 황제 폐하의 곁을 지키고 있던 호위들과 레거시 남작, 그리고 기사 여단의 빌리앙 경이 알고 있다네.
현 상황을 아는 이들의 숫자가 많지 않았다.
정보가 통제되고 있다는 걸 의미했지만, 되니츠 백작은 황제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아야 할 이들이 더 있다고 생각했다.
“황제교의 구스타프 주교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가 알게 된다면 곧장 하이펠 제국과의 전쟁이 터지지 않겠나?
포타스 백작이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했다.
“이보게, 포타스 백작. 자네는 분명 이번 일에 하이펠 제국군이 개입했고 기사 여단과 전투까지 벌였다고 하지 않았는가?”
되니츠 백작의 물음에 포타스 백작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분명 그랬지.
“그렇다면 자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이미 전쟁이 발발한 것이나 마찬가지야. 저들이 태세를 정비하기 전에 우리가 총공격해야 하네.”
-자네의 말이 맞네. 잠시나마 내가 유약한 모습을 보였던 걸 용서해 주게.
“알면 되었네. 어서 전쟁을 준비하게.”
마법 통신이 종료되었고, 되니츠 백작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통신실에서 나왔다.
“백작 각하, 무슨 일 있으신지요?”
그 안색이 너무나 창백하고 손을 덜덜 떨고 있는 모습에 부관이 조심스럽게 질문했지만 대답할 수 없어서 답답한 마음이었다.
* * *
포타스 백작은 구스타프 주교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갔다.
마침 그 근처였고 단거리 차원 도약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포타스 백작에게는 근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으니, 구스타프 주교의 얼굴을 직접 보고 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진지 안에는 무장한 황제교 성기사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저들은 황제를 신격화하여 모실 정도로 충성심 깊은 자들이다.
황제가 하이펠 제국과 종말 협회에 의해 의식 불명이라는 상황을 전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포타스 백작은 착잡한 심정으로 고개를 젓고는 구스타프 주교가 있는 지휘관 막사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휘부 막사 앞에는 60대의 노인이 마중 나와 있었다. 황제교의 사제복을 입은 그는 구스타프 주교였다.
“황제 폐하 만세. 어서 오시지요.”
구스타프 주교는 광신도적인 인사말과 함께 포타스 백작을 맞이했다.
그는 포타스 백작이 경애하는 황제의 최측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황제의 곁에 있다는 오직 그 이유 하나만으로 포타스 백작에게 깊은 신뢰와 호감을 보였다.
“황제 폐하 만세.”
포타스 백작 또한 구스타프 주교의 인사말에 답하고는 지휘관 막사 안으로 들어섰다.
“주위를 물러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포타스 백작이 요청하자 구스타프 주교는 뒤에 시립해 있던 부관을 내보냈다.
“이제 말씀하시지요.”
구스타프 주교가 가볍게 재촉했으나, 포타스 백작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던 탓이었다.
하지만 그는 중앙정보국의 수장답게 정리와 보고의 달인이었고, 5분이 지나기 전에 모든 내용을 구스타프 주교에게 전달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예상외로 구스타프 주교는 침착해 보였다.
“황제 폐하를 위한 성전을 시작하겠습니다. 하이펠 제국인들은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침착해 보일 뿐, 차가운 분노가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