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98)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98화
67장 피의 복수(2)
하이펠 제국의 나이트엘 황태자는 야심 차게 행한 황제 척살이 실패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급하게 병력을 동원한 탓에 명령서에 은밀함이 강조되지 않았고, 그 결과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를 암살하기 위해 움직인 병력이 하이펠 제국의 깃발을 당당하게 걸고서 공격을 전개하는 대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황제를 죽이고 목격자를 몰살했다면 하이펠 제국의 군기를 내세운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게 문제였다.
“가스펠 후작.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나이트엘 황태자가 불안 가득한 목소리로 가스펠 후작에게 물었다.
가스펠 후작은 하이펠 제국의 황제가 목숨을 잃고 황태자가 실종된 상황에서도 슈타이너 공작군과 맞선 공로를 인정받아서, 지금은 나이트엘의 최측근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늘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가스펠 후작이었지만 이번에는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를 공격하자고 종용한 게 바로 그였기 때문이었다.
“황태자 전하. 필리어스 제국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총동원령을 발령하고 군세를 모아야 합니다.”
고민 끝에 가스펠 후작이 말했다.
“전쟁을 피할 방법은 없을까요?”
“없습니다. 당장 군대를 소집해야 합니다.”
가스펠 후작은 단호했다.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를 공격했으니 전쟁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의 예상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이미 필리어스 제국의 2함대가 본격적으로 병력을 수송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비공정 함대의 기동력을 이용해 필리어스 제국의 중무장한 병력이 계속해서 상륙하고 있었다.
“총동원령을 선포하세요. 필리어스 제국과 전쟁입니다.”
하이펠 제국의 황태자 나이트엘은 고심 끝에 총동원령을 내렸지만, 이미 필리어스 제국의 10만 병력이 2함대를 통해 하이펠 제국령에 상륙한 뒤였다.
총동원령을 내린 건 필리어스 제국 또한 마찬가지였다. 되니츠 백작이 대원수의 권한으로 총동원령을 선포한 것이었다.
“하이펠 제국의 수도 중심도시는 폐허가 되었지만, 저들에게는 상징성이 깊은 곳입니다. 속히 진격하셔서, 먼저 점령하여야 할 것입니다.”
되니츠 백작의 특명을 받은 이는 크레이어 후작이었다.
그는 대원수부에 의해 10만 선봉군의 사령관이 되어 하이펠 제국의 땅을 밟았다.
그는 황제가 의식 불명이라는 걸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되니츠 백작은 하이펠 제국에게 황제가 공격당했다는 것 이상의 정보를 풀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필리어스인들은 분노했고 군대를 일으키는 것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기존에 상륙해 있던 5만 병력은 성전군으로 명명되었고, 사령관에는 황제교의 구스타프 주교가 임명되었다.
“황태자 전하! 필리어스 제국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전령이 뛰어 들어와 보고했다. 나이트엘 황태자는 극심한 두통이 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상황을 자세히 보고하세요.”
“중부 지방에서는 구스타프 주교의 5만 병력이 날뛰고 있으며, 남부 지방에서는 크레이어 후작이 10만의 대군을 이끌고 북상하고 있습니다!”
“알겠다, 전령은 나가보라.”
가스펠 후작이 전령에게 서둘러 물러날 것을 재촉했다. 전령이 물러나고, 그는 나이트엘 황태자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어찌해야 합니까?”
“우선은 남쪽의 리디크 후작에게 군을 이끌고 크레이어 후작과 맞서라고 전해야 합니다.”
“리디크 후작의 군세는 기껏해야 3만입니다. 10만의 병력을 보유한 크레이어 후작의 상대가 되겠습니까?”
“레일린 자작의 남부 레인저 군단을 지원해준다면 총동원령에 응한 이들이 무장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황태자의 명령은 마법 통신을 통해 곧장 리디크 후작에게 전달되었다.
“제기랄!”
“어찌 그러십니까?”
욕설을 내뱉으며 통신실을 나오는 리디크 후작을 보며 부관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리디크 후작은 화가 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보고 분노한 필리어스 제국의 10만 대군과 맞서라는군.”
“지원은 없는 겁니까?”
“남부 레인저 군단 소속의 여단 병력 지원뿐이다.”
여단 병력이라면 2천이다. 하이펠 레인저들이 정예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지원만으로는 크레이어 후작의 필리어스 제국군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나이트엘 황태자도 마음 같아서는 충분한 병력을 지원해주고 싶었지만, 남부 레인저 군단은 종말 협회와의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부대였기 때문에 더 이상의 병력 지원이 불가능했다.
“일주일을 못 버틸 겁니다.”
부관이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부정적인 내용을 입에 담았다.
“나도 알고 있다. 일주일 뒤면 내 목이 창대 끝에 꽂히겠지.”
“크레이어 후작은 어떤 인물인지 모르겠으나, 구스타프 주교의 군대가 난리치고 있는 중부는 피바다라고 합니다.”
“어느 정도길래…….”
“조금 전에 보고를 받았습니다만…… 저항하는 이들은 포로로 잡지 않고 무조건 즉결 처형한다고 합니다.”
부관의 보고에 리디크 후작은 깜짝 놀랐다.
“포로를 잡지 않는다고?”
“예, 전투 전에 항복하지 않는 이들은 모두 죽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시체로 산을 쌓아서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를 위한 제단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이 경애하는 황제가 공격당했다. 당장 미쳐 버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분별한 학살을 저지르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부관……. 자네는 우리가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나?”
“크레이어 후작과의 전투 말입니까?”
“나는 이 전쟁에서 하이펠 제국이 승산이 있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감히 말하건대, 저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게 이런 질문을 하시는 후작 각하께서도 같은 결과를 예상하시는 것 같군요.”
“날 너무나 잘 알고 있군.”
“후작 각하를 모셔온 세월만 해도 15년입니다. 이 정도도 모르면 이상한 거 아니겠습니까?”
대답과 함께 부관이 씨익 웃어 보였다.
“그래, 이미 반란을 일으켰다가 한 번 항복한 몸이다. 두 번 항복해서 다를 건 없겠지.”
리디크 후작은 짧은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다음 날 크레이어 후작은 리디크 후작으로부터 항복의 뜻을 내비치는 서한을 받았다.
“뭐라고 적혀 있던가요?”
크레이어 후작의 아들, 크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군사들을 해산할 테니, 가문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내용이군.”
“항복을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입니다. 더 빨리 중부 지방으로 진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 나쁘지 않은 제안이지…….”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가 뒤를 친 하이펠 제국이라서 크레이어 후작은 그들을 불신하고 있었다.
“많이 불안하시면, 군대가 완전히 해산하는 걸 확인한 뒤 움직여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전투를 치르는 것보다는 빨리 중부 지방에 진입할 테니까요.”
크론은 크레이어 후작이 납득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리디크 후작의 군대가 완전히 해산되는 걸 확인한 즉시, 전군은 중부 지방으로 진군한다.”
크레이어 후작의 결론이었다.
한편 구스타프 주교의 군대는 비어 있는 중부 지방을 그야말로 휩쓸고 있었고, 하이펠 제국의 황태자 나이트엘은 슈타이너 공작군의 잔당을 처리하기 위한 북부군 병력의 절반을 남하시켜야만 했다.
슈타이너 공작군 잔당들은 정말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남하한 병력은 북부군 소속 중에서도 정예들로 손꼽히는 군사들이었다.
하이펠 제국 북부군의 7만 병력은 구스타프 주교의 5만 병력과 북부 대평원에서 전투를 벌였다.
가스펠 후작이 직접 지휘하는 북부군은 수적으로 조금 우위에 서 있었으나, 구스타프 주교의 5만 성전군은 황제가 공격당했다는 분노로 전투력이 크게 상승한 상태였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비명이 난무했다. 사방에서 붉은 피가 솟구치고 바람은 진한 피 냄새를 머금었다. 전황은 시간이 갈수록 북부군에게 불리하게 진행되었다.
“가문의 깃발을 들어 올려라! 내가 직접 기사단 돌격을 지휘하겠다!”
결국, 가스펠 후작이 가문의 정예 기사들과 함께 전황의 반전을 꾀하기 위해 돌격을 감행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콰아아앙!
하늘에서 떨어진 전격이 가스펠 후작과 기사단을 덮쳤다. 구스타프 주교가 펼친 작은 기적이었다.
일격에 기사단의 돌격이 저지되었고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가스펠 후작과 10명이 안 되는 기사들이 전부였지만 그들마저도 성한 모습이 아니었다.
“어서 후작 각하를 모셔라!”
어느 기사가 외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아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절망하고 있을 때였다.
철갑이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구스타프 주교가 황제교 성기사들과 함께 서슬 퍼런 기세를 풍기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 기세가 어찌나 살벌하고 살기가 넘치는지 가스펠 후작은 체면도 잊고 검을 놓고서 두 손을 들어 올렸다.
“항복하겠소!”
“필요 없다.”
구스타프 주교가 차갑게 대답했다. 그가 손짓하자 중무장한 황제교 성기사들이 달려가 가스펠 후작과 기사들을 포박했다.
“무, 무슨…….”
가스펠 후작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후작이라는 높은 작위를 가진 귀족이니, 항복이 받아들여질 것이라 잠시나마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분노한 황제교 앞에서 작위는 무의미했다.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는 것 같았다.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발버둥 쳤지만 중무장한 황제교 성기사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런 가스펠 후작을 보며 구스타프 주교가 소름 끼칠 정도의 차가운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계시를 받았다.”
“무, 무슨…….”
“이 땅을 하이펠인들의 피로 물들인다면 황제 폐하께서 회복하실 거라는 계시 말이다.”
그렇게 말하는 구스타프 주교의 눈동자에는 강한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미쳤군.”
“나는 미치지 않았고 지극히 이성적이다.”
“제기랄!”
말이 통하지 않았다.
“너희들은 황제 폐하를 위한 제물이 될 것이다. 영광으로 알아라.”
“황제 폐하 만세!”
어느새 주위에 몰려든 황제교 병력들이 구스타프 주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만세를 외쳤다.
그날 가스펠 후작은 처형되었고, 포로로 잡힌 북부군 군사들도 모두 황제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 * *
종말 협회는 한때 서대륙 전역에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거대하고 비밀스러운 집단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필리어스 제국의 지속적인 사냥 때문에 그 힘의 대부분을 잃고 말았다.
특히 무리해서 하이펠 제국의 수도 중심도시를 학살했을 때 그나마 남아있던 전력 대부분을 상실했고, 최종 병기인 역천마룡조차 로열 하트를 상대하다가 잃게 되었다.
숙청 과정에서 많은 간부를 처형한 것도 몰락에 한몫했다.
어둠 속에서 서대륙의 지배했던 검은 영광은 무너졌고, 이제 최후의 불꽃조차 태울 수 없는 빈약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종말 협회 최강, 리처드마저 죽었다.
실버스는 끔찍한 절망 속에서 얼마 남지 않은 소수의 병력을 끌어모아 버려진 요새에서 재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실버스 경!”
무장친위대의 고위 간부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그는 현재 종말 협회에 유일하게 남은 고위 간부였다.
“무슨 일이더냐.”
“성벽에 세워둔 초병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암살자들이 침투한 것 같습니다!”
고위 간부의 보고에 실버스는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상념에 잠겨 있느라 마법 경계를 소홀히 한 것이 결국 적들의 침입을 허용하고 말았다.
실버스는 황급히 스태프를 챙기고 밖으로 나섰다. 탐색 마법을 최대로 증폭하니, 요새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죽음의 비명을 감지할 수 있었다.
“경종을 울려라! 적습이다!”
누군가 경종을 울렸고, 종말 협회의 전투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일사불란하게 야외로 뛰어나와 주위를 경계했다.
그런 그들을 어둠 속에서 지켜보는 눈동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필리어스 제국 황제 직속의 그림자인 쉐이드들이었다.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종말 협회를 척살하겠다.”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외팔의 검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제의 곁을 떠나려 하지 않는 데시아를 대신하여 직접 쉐이드들을 이끌고 종말 협회의 최후를 장식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과연…… 이게 최후인가…….”
실버스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는 쉽게 당할 생각이 없었고, 곧 씨익 웃으며 스태프를 들어 올렸다.
그 역시 초월의 경지에 오른 대마법사다. 눈앞에 검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무력하게 당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착각이었다. 어둠 속에서 쉐이드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수가 생각보다 많았다.
모두 레이먼이 하이펠 제국의 종말 협회 사냥을 위해 미리 깨워둔 이들이었다.
“이거 생각보다 쉽게 당할 수도 있겠군…….”
실버스는 생각을 정정해야만 했다. 어쨌거나 비참한 최후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확실했으니,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