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27)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27화
10장 국경의 영웅(4)
“5황자 전하, 준비가 끝났습니다.”
황군 지휘관, 카시야스가 연무장에 찾아와 보고했다. 그의 눈동자에서는 더 이상 동요하는 기색을 읽을 수 없었다.
레이먼의 압도적인 재능을 목격했지만, 그는 세상에는 아직 자신이 모른 게 많다고 생각하며 가볍게 넘기기로 한 것이다.
“포로의 상태는?”
“회복시켜두었습니다. 당장 고문을 진행해도 문제없을 정도입니다.”
“바로 가지.”
“예, 5황자 전하.”
카시야스는 유령 요원이 묶여 있는 막사로 레이먼과 그의 수행원들을 안내했다.
막사의 창문은 모조리 가려져 있었고 주변은 황군이 통제하고 있었다.
“모든 기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편히 사용하시면 됩니다.”
레이먼은 자신이 직접 고문을 맡아서 진행하겠다고 국경군과 황군에게 말해두었다.
이번 작전은 레이먼의 공이 가장 컸기 때문에 모두가 그를 인정했고 요청을 받아들였다.
“주변을 철저하게 통제하도록.”
“개미 새끼 한 마리조차 저희의 발밑을 지나가지 못할 겁니다.”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는 카시야스를 뒤로한 채 레이먼은 유령 요원이 있는 작은 막사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어두웠다. 마법등이 하나 있었지만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기 위해 의도한 것인지 빛이 강하지 않았다.
유령 요원은 바닥에 단단히 고정된 의자에 묶여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미동이 없는 걸 보니, 의식을 잃은 게 분명했다. 회복을 시켜두었다고는 하지만 정신적인 피로를 견디지 못한 모양이다.
“일어나라, 유령.”
“커, 커헉!”
레이먼은 차갑게 내뱉으며 충격 마법을 사용했다. 출력을 조정한다고 했지만, 최저로 낮추지는 않았기 때문에 유령 요원은 뇌가 흔들리는 듯한 극심한 고통과 함께 비명을 내지르며 깨어났다.
“제, 제기랄……. 여긴 대체…….”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의식을 되찾기 무섭게 황급히 주위를 살피는 유령 요원을 보며 레이먼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제야 유령 요원의 시선이 레이먼에게 향했다.
“필리어스 제국의…… 5황자…….”
그는 레이먼이 손가락에 끼고 있는 황가의 반지를 한눈에 알아봤다.
“내가 누군지 알고 있으니, 다행이야. 대화가 더 빠르겠어.”
“유령은 적과 협상하지 않는다. 차라리 죽여라.”
“그럴 생각이야.”
“뭐, 뭐라고?”
무덤덤한 레이먼의 태도에 오히려 유령 요원이 당황했다. 그런 그를 보며 레이먼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고문을 기대했나? 유감이지만 그건 정보를 캐기 위해 하는 행동이지.”
“설마…….”
마치 고문을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레이먼을 보며 유령 요원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유령, 허세와 자신감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저건 허세가 아니다.’
5황자는 도대체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일까?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냐…….”
“너희들이 크레이어 후작을 처형할 장소 정도는 알고 있지.”
유령은 말이 없다. 유도신문을 한다고 생각하고 말을 아끼려는 것이었다.
그 의도를 레이먼이 모를 리가 없다. 의미 없는 저항은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지게 했다.
진정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여유로운 모습에 유령 요원은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그는 5황자를 떠보기로 했다.
“네가 그걸 알 리가 없다.”
“칠흑 오크 부락 바로 옆의 뾰족 바위.”
무심한 듯 툭 내뱉은 말에 유령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동자는 흔들렸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감정을 숨기려고 했지만 무의미했다. 하지만 유령은 이대로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사납기로 유명한 칠흑 오크의 영토에서 처형을 한다고?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군.”
“유령 부대에 제한적으로나마 마물을 통제할 수 있다는 마법사가 있는 걸 알고 있다. 그 녀석의 비전 마법을 사용하여, 칠흑 오크 부락 근처까지 진입할 수 있을 텐데?”
“네, 네놈!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이냐!”
유령답지 않게 목소리를 높였다. 평정심이 깨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방금 레이먼이 말한 내용은 유령 부대 내에서만 전해지는 내용이었으니까. 하지만 작가의 설정집을 봤을 뿐만 아니라 소설을 3권까지 읽은 레이먼은 이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유령이 아니면 알 수 없을 텐데…….”
“나는 모든 걸 알고 있다.”
레이먼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어차피 눈앞의 유령은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없다.
그걸 알기에 놀리듯 말했다. 공포를 끌어안은 채 지옥으로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으니까.
어느새 왼손에는 날카로운 단검이 들려 있다. 확인 작업이 끝났으니 목숨을 취할 차례다. 단검을 휘둘러 유령의 목을 그었다.
붉은 피가 튀고 유령의 고개가 힘없이 꺾였다. 단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서 막사를 나오니, 게슈타인과 카시야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황군 지휘관.”
“예, 5황자 전하. 하명하시옵소서.”
“국경군 지휘부와 크론 경에게 크레이어 후작이 잡혀 있는 위치를 알아냈다고 전하라.”
불과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제국의 우수한 고문 기술자들도 이 정도로 빨리 알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카시야스는 다시 한번 레이먼에게 놀라고 감탄하며 전령을 보냈다. 이윽고 지휘부 막사에 크론과 지휘관들이 모였다.
“영주님의 위치를 알아냈다는 게 사실입니까?”
5황자, 레이먼이 지휘부 막사에 들어서기 무섭게 크론이 달려와 물었다. 레이먼은 고개를 끄덕였고, 크론은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버지가 납치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필리어스 제국의 사정과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어찌할 수도 없었으니, 많이 답답했을 것이다.
전전긍긍하며 시간을 보내다 유령 부대가 개입했을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땐 사실상 희망을 놓았었다.
그런데, 레이먼이 다시 희망의 불씨를 피웠으니, 들뜰 수밖에 없었다.
“위치가 어디입니까?”
국경군의 고위 지휘관 한 명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레이먼은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칠흑 오크 부락 인근이다.”
“그래서 찾을 수 없었던 것이었군요.”
마물들이 잔뜩 있는 지역이다. 유령 부대라고 해도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그런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레이먼의 적당한 연극과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 덕분에 지휘관들은 큰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고 곧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30분이 지나도록 제자리를 맴돌 뿐, 괜찮은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
“당장 국경군을 움직여야 합니다.”
“칠흑 오크 부족과 전면전이 발생할 겁니다. 그들과 싸워서 아군의 손실이 커지는 것이야말로 자유 이시리아 왕국이 원하는 바가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비무장 조약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군을 주둔시키는 게 아니니, 비무장 조약은 의미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북부 중앙군에 지원을 요청하여 북진해야 합니다!”
“크레이어 후작가와 영지군은 영광스러운 북진에 기꺼이 함께할 것입니다!”
잔뜩 흥분한 크론 크레이어가 검을 뽑아서 위로 치켜들었다. 북부의 명문 기사 가문의 후계자가 검을 뽑아 들었다.
몇몇 고위 지휘관들도 검을 들거나 의자에서 일어나며 동조했다.
“5황자 전하의 앞이오! 당장 검을 집어넣으시오!”
레이먼이 눈살을 찌푸리자 황군 지휘관, 카시야스가 호통을 쳤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모두 고개를 숙여 사죄하며 검을 집어넣었다.
크게 문제 삼을 수도 있는 부분이었지만 레이먼도 그들의 답답한 심정을 모르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넘어가기로 했다.
“별수 없군, 내가 가겠다.”
“5황자 전하!”
“그건 아니 되옵니다!”
“칠흑 오크 부락이 있는 곳은 검은 산맥에서도 마물들이 득세하는 심장부입니다!”
“부디 재고하여 주십시오!”
5황자, 레이먼이 또다시 폭탄선언을 하자 고위 지휘관들이 기겁해서는 벌떡 일어났다.
그들의 적극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레이먼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다른 이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나설 생각이었다.
“언제부터 필리어스 황가의 혈통이 겁쟁이 취급을 받았는가?”
날카로운 질문에 지휘부 막사에 모인 이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선대 황제 폐하들께서는 언제나 전장에서 선봉에 서서 싸웠지. 다른 황족들 또한 마찬가지다. 필리어스 황가의 혈통은 등을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군사들과 함께 전장에 선다. 그것이 필리어스 제국의 황족, 거신병의 운명을 짊어진 자들의 명예.
“경들은 과거의 영광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쇠락했으나, 오래전에는 찬란하게 빛났던 제국. 머나먼 고대를 호령했던 과거는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왔다.
그날을 직접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필리어스 제국민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꿈, 그것은 무너지는 제국을 재건하고 영광의 빛을 되찾는 것이다.
“제국을 부흥하기 위한 일에 내 목숨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바칠 것이다.”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중요한 건 연출, 지휘관들의 표정을 보니 거의 다 넘어왔다. 그들은 이미 과거의 영광이 언급된 순간부터 이성이 마비되기 시작한 상태.
“필리어스 제국에 영광의 승리를.”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엄숙히 선언하듯 말했다. 그 짧은 선언은 부풀러 오른 지휘관들의 강한 열망을 폭발시켰다.
“5황자 전하 만세!”
그들은 일제히 검을 뽑아 들고 천장을 향해 들어 올렸다.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고, 이제 본래 용건을 꺼낼 차례가 되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 영광스러운 전쟁의 선봉에 설 이들을 구하고 싶다. 소수정예로 움직여야 하니 각 부대와 기사단의 지휘관들은 의논하여 최정예 병력 30여 명을 뽑아줬으면 한다.”
소수정예로 움직여야 하지만 이번 일은 친위대만 대동하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피의 장례식’에서 살아남으려면 검은 산맥에서 친위대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했다.
“헬릭스 기사단에서 상급 기사 3명이 지원합니다!”
“흑풍사자 기사단의 정예들 또한 5황자 전하와 같은 전장에 설 것입니다.”
“일리안 마법대에서도 상급 마법사 2명을 보내겠습니다.”
분위기에 취한 지휘관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최정예들을 아낌없이 내놓았고, 레이먼은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지려는 것을 참아야만 했다.
“5황자 전하와 함께하겠습니다!”
“저 또한 위대한 전쟁의 시작에 선봉이 되겠나이다!”
30명은 금세 채워졌다. 이들의 사기는 하늘을 뚫을 기세였고 시간이 촉박한 만큼 부대 편성도 순식간에 끝났다.
국경군과 크레이어 영지군은 평소에도 자주 협동하여 훈련했기 때문에 호흡을 맞추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친위대가 조금 걱정이긴 했지만 필리어스 제국의 제식 훈련을 받았으니,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5황자의 친위대 일부와 국경군과 크레이어 영지군, 그리고 황군의 최정예 병력 50명으로 편성된 결사대는 하루 만에 모든 준비를 끝냈다.
소수 인원인 만큼 집결과 무장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거점의 입구에 중무장한 50명의 결사대가 집결했다. 그들의 중심에는 5황자가 있었다.
“전군, 출진한다.”
들뜬 군사들과 달리 차분하게 진정된 목소리가 싸늘한 공기 중에 흩어졌다. 오십 인의 군세가 검은 산맥 깊숙한 곳을 향해 나아간다.
* * *
검은 산맥의 지리에 밝은 국경군의 기사들이 앞장섰다. 덕분에 마물들과의 교전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이틀 만에 칠흑 오크 부족의 부락 인근에 도달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오크들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정찰을 다녀온 기사가 보고했다. 반경 1km 안이 칠흑 오크들로 가득했다. 지리에 밝고 몸이 빠른 경무장의 상급 기사 다섯을 정찰 보낸 끝에 얻어낸 정보였다.
“좋지 않아…….”
레이먼은 눈살을 찌푸린 채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마물에 대한 제한적인 통제가 가능한 마법사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 전원이 은신에 특화된 유령 부대와 달리, 결사대에게는 전투를 피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정면 돌파를 해야 할까요?”
대책 없는 질문을 던진 이는 놀랍게도 황군 지휘관의 직위에 있는 카시야스였다. 레이먼은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안 돼. 유령 부대가 눈치챌 거다.”
하사신까지 조력하고 있는 게 확인되었다. 지금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들의 정찰에 걸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적이라 할 만했다.
‘마물들 틈에 숨었으니, 굳이 주위를 경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혹은, 마물들 때문에 유령 부대조차도 척후를 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마물을 통제할 수 있는 비전 마법사의 몸뚱이는 하나였으니까, 광범위한 정찰 활동에 조력하는 건 무리다.
“적탑주.”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이럴 때는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검은 산맥의 오크 무리를 토벌할 때 사용했던 방법을 변형해서 쓰면 된다.
레이먼은 씨익 웃으며 적탑주, 베레누스 카일을 불렀다. 붉은 로브를 입은 노인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곁으로 다가왔다.
“불 지를 수 있나?”
“산불이라도 낼 작정입니까?”
“맞아.”
감정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또다시 충격적인 계획을 내뱉는 레이먼을 보며 청탑주, 리세필드 디올은 땅바닥을 치며 곡소리를 냈다.
“아이고! 5황자 전하! 적탑주의 화력으로 산불을 내면 저희도 위험합니다요!”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노인장.”
무심한 듯 내뱉으며 베레누스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렇지? 적탑주?”
“화염 소나기에 대해 자세히 알고 계시는군요.”
베레누스의 말에 레이먼은 대답 대신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청탑주조차 모르는 유일 마도구, 화염 소나기의 진정한 능력.
그것은 화염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