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31)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31화
12장 영웅을 맞이하라(2)
보답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다. 하지만 설마, 가문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유일 마도구로 보답할 줄은 몰랐다.
《망자들의 제국》이라는 소설 속은 마도구를 나누는 여러 등급이 있다.
그중에서도 ‘유일’ 등급은 상위나 희귀 등급과는 비교도 하기 힘들 정도로 가치가 높다.
찬란했던 고대 시대가 잊히면서 많은 기술이 유실되었는데, 이 기술 중에서는 ‘유일’ 등급의 마도구를 제작하는 방법도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몇몇 기술들이 복원된 덕분에 유일 마도구의 제작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공정 과정이 복잡하고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필리어스 제국의 황실 비고에도 ‘유일’ 등급의 마도구가 몇 없을 정도였으니, 그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이걸 나한테 줘도 괜찮은 건가?”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문득 크레이어 후작이 말하는 ‘모두’의 범위가 궁금해졌지만, 레이먼은 고개를 젓는 것으로 잡념을 떨쳐내고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유일 등급의 마도구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후작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네.”
기분에 휩쓸려 결정하기에는 너무나 큰 게 걸려 있다는 뜻이었지만 크레이어 후작은 망설임이 없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5황자 전하께 이걸 전하려는 것입니다.”
“크레이어 후작…….”
“마도구는 스스로 주인을 찾는다고 하지요? 저는 이 모든 일이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디, 받아주십시오.”
계속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형식적인 사양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레이먼은 반지 형태의 ‘빙혼의 수호’가 들어 있는 보관함을 받아들었다.
“빙혼의 수호에 대해서는 들어보셨습니까?”
“최후의 순간에 사용자를 지키는 갑옷……이라는 것까지는 들은 것 같군.”
“잘 알고 계시는군요. 이것과 관련된 일화도 알고 계십니까?”
물론 알고 있다. 작가의 설정집을 봤으니까.
하지만 크레이어 후작은 자기 입으로 설명을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으니, 레이먼은 가벼운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젓는 것으로 모르는 척했다.
“거창한 일화는 아닙니다. 저희 가문은 고대 시대부터 시작되었고, 마물로 가득한 검은 산맥으로부터 민가를 지키기 위해 군사를 양성했습니다. 검은 산맥의 마물들로부터 제국을 수호한 저희 가문에 선대 황제 폐하께서는 하사하신 게 ‘빙혼의 수호’입니다.”
여기까지는 알고 있는 이야기다.
“선조들께서는 지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셨지요. 그래서 우리 가문을 누군가 지켜준다면 우리는 ‘빙혼의 수호’로 보답해야 한다고, 일종의 약속을 정해두었습니다.”
이건 몰랐던 부분이다.
“5황자 전하께서 제 목숨을 지켜주신 것처럼, 이제는 이 ‘빙혼의 수호’가 5황자 전하를 지킬 것이옵니다.”
크레이어 후작이 활짝 웃어 보였다.
“든든하군.”
레이먼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보답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크레이어 후작은 아닌 모양이다. 그는 어느새 차분해진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또한, 5황자 전하께서 필요로 하신다면, 저희 가문은 기꺼이 깃발을 들고 집결할 것이옵니다.”
이제 크레이어 후작 가문이 5황자, 레이먼의 뒤에 설 것이다.
그들은 혼자가 아니다. 북동부의 명문 기사 가문이 선언했으니, 그의 휘하에 있는 기수 가문들 또한 뜻을 함께할 것이다.
크레이어 후작의 목숨을 구해준 것으로 인해 그를 따르는 북동부 절반이 레이먼의 뒤에 서게 되었다.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결과다.
“크레이어 후작, 그대의 충성을 기억할 것이다.”
“때가 되면 불러주십시오. 저희 가문과 기수들은 5황자 전하의 명을 기다릴 것입니다.”
그들의 힘이 필요로 하게 될 날은 머지않았다. 참극의 때가 다가오고 있으니, 레이먼은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 * *
카시야스, 그는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와 황실을 지키는 황군의 지휘관이면서 상급 기사의 경지에 오른 뛰어난 기사이기도 했다.
5황자의 호위를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그는 다소 실망했었다.
기왕 황족의 호위를 맡게 된다면 망나니라는 소문이 아직 남아 있는 5황자보다는 군부의 지지를 받는 1황자의 곁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5황자를 보필하기 위해 준비할 때만 해도 암황을 격퇴한 게 단순히 운이 좋아서였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카시야스는 5황자를 만나고 북동부 국경으로의 여정을 시작한 순간, 자신의 생각을 통째로 고쳐야만 했다.
“내가 마차에 계속 타고 있으면 행군 속도가 느려질 테니, 나는 말을 타고 이동하겠다. 지금도 북동부 국경에서 필리어스 제국의 충성스러운 군사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데, 어찌 지체할 수 있겠는가?”
5황자, 레이먼이 편한 마차에서 내려 말을 타고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가 탔던 마차는 보급품을 싣는 용도로 사용되었고, 레이먼은 북동부에 진입할 때까지 결코 속력을 늦추지 않았다.
황성을 떠나 장거리 여정을 떠나는 건 처음일 터였다. 하지만 그는 지친 기색 없이 묵묵히 말을 몰았다.
카시야스는 오래전에 3황자를 곁에서 보필한 적 있었다. 5황자, 레이먼과 비교하면 3황자는 엄살이 심한 편이었다.
물론 당시 나이가 어렸다고는 하지만 지금 레이먼의 나이도 10대 후반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조금 놀랐을 뿐이었지만…….’
중심도시에서 결단을 내렸을 때는 환호했고, 검은 산맥에서 첫 승리를 거뒀을 때는 들떴다.
그리고 마침내 유령 부대를 격퇴하고 크레이어 후작을 구출했을 때 카시야스는 이미 5황자, 레이먼에게 동화되어 그를 인정하고 충심을 키우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망나니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인가!’
카시야스는 5년 동안 레이먼이 보인 망나니 같은 행실은 힘이 없었던 그가 치열한 암투가 오고 가는 황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보였던 위장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인 영주성 연무장의 코앞에 도착했다.
크레이어 후작을 구출한 이후, 레이먼 일행은 후작의 호의를 받아들여 며칠 동안 영주성에서 휴식하고 있었다.
연무장을 지키고 있던 영지군의 병사 둘은 황군의 망토와 지휘관 흉장을 보고서 말없이 옆으로 물러났다.
“게슈타인 경은 안에 계신가?”
카시야스가 영지군 병사에게 물었다. 오늘 그가 연무장을 방문한 이유는 게슈타인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예, 5황자 전하와 대련 중이십니다.”
“오호라? 대련이라…….”
분명 게슈타인과 선약이 잡혀 있을 터였다. 불쾌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상대는 황군인 카시야스에게 하늘과도 같은 황족이었다.
무엇보다 5황자의 얼마 전 뜬금없이 마나 소드를 선보였던 5황자의 검술 실력이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에 호기심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혹시 지금 출입을 통제 중이더냐?”
카시야스의 물음에 병사는 고개를 저었다.
“5황자 전하께서는 따로 연무장을 통제하지 않으셨습니다.”
황족이나 고위 귀족 중에서는 자신이 수련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연무장이나 수련장을 통제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하지만 카시야스는 지금까지 보아온 5황자의 성격상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했고, 그의 예상은 정확했다.
그는 병사의 대답을 듣기 무섭게 5황자와 게슈타인이 대련 중인 연무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법뿐만 아니라 검술에도 재능을 보이는 5황자의 수련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에 점차 걷는 속도가 빨라져 끝내는 뛰다시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연무장에 도착한 그는 5황자와 게슈타인이 검을 주고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미 적지 않은 수의 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대련은 끝이 보였지만, 상급 기사인 카시야스가 5황자의 경지를 엿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수고했다, 게슈타인.”
“고생 많으셨습니다, 주군.”
검은 산맥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실전 경험이 없었다는 말을 믿기 힘들 정도의 환상적인 검술이었다.
카시야스를 포함한 기사들은 말없이 박수를 쳤다.
“나는 이만 가서 쉬어야겠어. 경은 약속이 있다고 했던가? 방해해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주군. 저 또한 검술의 진취를 확인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게슈타인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단 하나의 거짓조차 섞여 있지 않은 진심이었다.
왼팔이 잘리고 검술을 잃었을 때만 해도 절망감이 얼마나 깊었던가? 그런데 이제는 이렇게 대련을 하면서 누군가를 가르쳐 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그 기쁜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먼저 가볼게.”
수건으로 땀을 대충 닦아낸 레이먼이 데시아와 함께 연무장을 떠나자 기사들도 해산하여 자신의 수련에 집중했다.
“카시야스 경. 많이 기다렸는가?”
모여 있던 기사들이 물러나면서 모습이 드러난 카시야스를 발견한 게슈타인이 반가운 목소리로 말을 걸며 그에게 다가갔다.
“아닙니다. 저도 조금 전에 왔습니다.”
“저쪽으로 가지. 10분만 쉬고 바로 검술을 봐주겠네.”
“감사합니다.”
고위 기사는 흔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었다. 10분의 휴식은 금방 끝이 났고 검술 지도가 시작되었다.
게슈타인도 5황자 친위대장으로서의 업무에 복귀해야 하고 카시야스도 황군 정비의 책임이 있었기 때문에 검술 지도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늘은 이쯤 하는 게 좋겠군.”
게슈타인이 거치대에 목검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카시야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서로의 할 일이 많았다.
“게슈타인 경.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수련복을 벗어던지고 얼굴의 땀을 닦아냈다. 그리고 다시 망토를 걸쳤을 때, 카시야스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게슈타인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5황자 전하께서는 마법사가 맞으십니까?”
카시야스의 태도는 정중하면서도 조심스러웠다.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그는 궁금증을 참지 못했다.
연회장과 관련된 소문에서 5황자는 마법으로 암황을 격퇴했다고 전해지는데, 얼마 전 검은 산맥에서 본 그는 마나 소드를 사용하기도 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5황자가 순수한 마법사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나 소드를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카시야스를 놀라게 하기 충분할 정도였다.
“경은 어떻게 생각하나?”
속 시원한 대답 대신 또 다른 질문이 돌아왔다. 카시야스는 힘이 팍 빠지는 느낌이었지만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기사의 눈으로 볼 때, 검은 산맥에서 5황자 전하께서 보여주신 검술은 결코 초보자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실전 경험이 풍부한 기사와도 같았지요. 젊은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카시야스는 단 하나의 거짓조차 섞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검술 실력이 우수하더라도 경험이 부족하면 실전에서 실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5황자, 레이먼은 검은 산맥에서 숙련된 적들을 상대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어디선가 비밀리에 실전 경험을 쌓았다는 의심이 들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것도 아니면 타고난 재능이거나…….’
카시야스는 마른침을 삼켰다. 게슈타인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차분히 망토를 정돈한 뒤에서야 입을 열었다.
“5황자 전하께서는 마법사가 맞으시다.”
“마나 소드를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제가 마법사는 아니지만, 마법과 검술이 공존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찬란하게 빛났던 고대 시대가 끝나면서 마검사의 대가 끊겼다.
그 이후, 필리어스 제국은 물론이고 종족 연합과 삼국동맹, 그리고 하이펠 제국조차 마검사의 피를 되살리려 했지만 실패했다.
카시야스는 5황자, 레이먼에게 호감이 있었고 그를 높이 평가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실패한 마검사의 부활을 선고할 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대는 똑똑히 보았지 않은가? 5황자 전하께서는 지금 힘겨워하시기는 하지만, 분명 검과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고 계시다네.”
게슈타인의 말에 카시야스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마검사의 부활?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네. 5황자 전하는 내게 가능성을 보여주셨어.”
사실 레이먼은 아직 마검사라기보다는 마법사에 가까웠다.
마나 소드, 그리고 검술에 대한 재능과 실전 경험은 모두 영혼검에 깃든 일천의 기사가 함께했기에 가능했으니까.
하지만 검과 마법의 충돌, 그 고질적인 문제 때문에 레이먼은 아직도 원하는 수준의 검술과 마법을 완성할 수 없었다.
물론 이 문제는 상급 마법사의 경지에 오르고 검과 마법의 축복을 받게 된다면 해결될 것이다.
“나도 분명 5황자 전하를 오래 모신 것은 아니지만, 그분은 다른 이들과는 다르다네.”
게슈타인이 말했다. 카시야스는 대답 대신 경청했다.
“나는 5황자 전하를 믿는다네, 그분이 하고자 하신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야.”
오늘따라 외팔 기사의 평가가 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