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35)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35화
14장 검을 뽑으면(1)
광활한 밤하늘을 붉게 물들일 정도로 거대한 마법진이다. 마법에 지식이 거의 없는 암살자들이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경지의 마법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피해라!”
“따, 땅이 얼어붙었습니다!”
하늘은 붉게 물들고 땅은 차가운 백색으로 뒤덮였다. 암살자들은 제대로 된 회피 동작을 펼치지도 못했고 그런 그들의 머리 위로 불의 비가 쏟아졌다.
“고, 고위 마법…….”
멀리서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실비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숲에서 자라 온 탓에 전장에서 고위 마법사와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이게 전장의 공포…….”
푸른 숲에서 엘프들을 학살했던 하사신들과 2황자의 수하들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고위 마법의 향연 앞에서는 무력하게 쓰러질 뿐이었다.
“아가씨, 물러나야 할 것 같습니다.”
시아딘이 실비아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가 속삭였다. 그런데 그 작은 말소리를 들은 것인지 옆에 있던 암살자가 도끼눈을 뜨더니 날카로운 단검을 뽑아 들었다.
“너는 유사시에 우리 퇴로를 확보해야 한다! 허가받지 않은 움직임을 보인다면 목숨을 잃을 것이야!”
격양된 감정에 목소리가 커졌다.
“아무 데도 가지 않을 테니, 우려하지 마세요.”
실비아는 대답과 함께 다시 격전지로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서 엘프들을 학살한 2황자의 수하들이 모두 죽었으면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녀가 살아남으려면 그들의 승전을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 하사신들과 2황자의 수하들이 전멸하고 붙잡히게 된다면 그녀는 물론이고 일족도 위험에 빠지게 될 테니까.
“마법사!”
2황자가 보낸 수하 중에는 최상급 마법사도 섞여 있었다. 그가 로브 자락을 펄럭이며 스태프를 들어 올리자 땅 위를 뒤덮은 차가운 백색의 얼음이 모두 녹아내렸다.
“쿨럭!”
최상급 마법사라고는 하지만 고위 마법을 캔슬하는 건 그의 몸에도 상당한 무리가 가는 일이었다.
그는 전력을 다해 마나를 뽑아낸 탓에 코와 입에서 피를 쏟아내며 비틀거렸다. 일시적으로 마나 탈진 상태가 찾아온 것이다.
“회피!”
“고위 마법사를 찾아라. 먼저 제거해야 한다!”
최상급 마법사의 희생 덕분에 그들의 두 발이 자유로워졌다. 하사신들과 암살자들이 산개했다.
그들은 목표를 찾기 위해 눈동자를 바쁘게 움직였지만,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청탑주와 적탑주가 아니라 일백의 황군과 마탑의 전투 부대였다.
“필리어스 제국을 위하여!”
우렁찬 함성과 함께 돌격을 감행하는 황군과 마탑 기사들, 그리고 마탑의 중급 마법사들이 그들의 뒤에서 마법으로 지원했다.
“라이트닝 애로우!”
“아이스 레인.”
마나가 요동치고 마법이 완성되었다.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쏟아지고 전격의 화살이 허공을 꿰뚫었다.
2황자의 수하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그들은 암살자, 어둠 속에 숨어 적을 노리는 은밀한 칼날이다. 이렇게 모습이 드러난 상황에서 제대로 활약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마, 마법사들은 무얼 하는 것이냐!”
암살자들은 다급하게 마법사를 찾았지만, 마나 탈진 상태가 되어버린 늙은 최상급 마법사를 제외하면 동행한 이들 중에서 마법사는 상급 1명에 중급 3명이 고작이었다. 그들이 전력을 다해 마나를 쏟아냈지만 5황자가 이끄는 마법 전력이 너무 우수했다.
“5황자는 대체 뭐 하는 놈이냐! 어디서 저런 우수한 마법사들을 데려온 것이냐!”
혼란 속에서 2황자의 수하들이 쓰러져 시체가 되는 동안 에드리거 왕국의 하사신들은 ‘완전 은신’을 사용하여 몸을 숨겼다.
“커헉!”
“하사신들은 대체 어디에……. 크아아악!”
2황자의 수하들은 어딘가로 사라진 하사신들을 찾으며 죽어갔다. 마지막 희망이 모습을 감추자 암살자들이 쓰러지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2황자의 수하들이 쓰러지고 있습니다.”
“상관없다. 우리는 5황자만 죽이면 된다.”
오늘 그들이 모인 데에는 2황자를 돕는다는 명분도 있었지만, 실질적인 목표는 검은 책에 이름이 적힌 5황자, 레이먼 필리어스의 암살이었다.
2황자의 수하들 따위, 모두 죽어도 상관없다. 하사신, 그들은 철저히 자신들의 목적을 이룰 뿐이다.
격전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모여 짧은 대화를 나눈 하사신들은 다시 5황자를 찾기 위해 흩어졌다.
보이지 않는 칼날이, 전장에서 떠돌기 시작한다.
* * *
“물러서지 말고 싸워라! 우리는 위대한 필리어스 제국의 자랑스러운 황군이다!”
레이먼은 격전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관망 중이었는데, 황군 지휘관, 카시야스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마나를 사용하여 목소리를 키운 모양이다.
“슬슬 올 때가 된 것 같지 않나?”
“탑주님들께서 없으셔도 되겠습니까?”
혼잣말에 가까운 레이먼의 중얼거림을 들은 게슈타인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우려를 표했다.
현재 5황자와 함께하는 이들 중 가장 강력한 전력이 고위 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두 탑주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전방에서 암살자들을 유린하고 있었다.
하사신들이 갑자기 모습을 감춘 지금 5황자의 곁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게슈타인과 데시아, 그리고 친위대를 제외하면 은퇴한 로열가드가 전부고 하사신들의 수가 몇 명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으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친위대장님도 걱정이 너무 많으시네요.”
“책임감이 강하다고 해줬으면 좋겠군, 데시아 경.”
데시아는 대화를 더 이어가려고 했지만 이내 어둠 속에서의 접근을 눈치채고 마나를 끌어 올렸다.
“주군!”
게슈타인도 하나밖에 없는 팔을 날렵하게 움직여 검을 빼냈다. 뽑아 든 검에서 선명한 마나 소드가 피어올랐다.
“5황자 전하, 제 곁에서 떨어지지 마십시오.”
붉은 가면을 쓴 제이스는 긴말하지 않고 레이먼의 옆에 바짝 붙었다.
“왔구나.”
레이먼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하사신을 지근거리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옵니다.”
빛을 잃은 그림자 밑에서 검은 형체가 솟구쳤다. 일시에 전후좌우가 차단당했다.
“일곱 명인가?”
모습을 드러낸 이는 일곱. 하지만 몇 명이 더 숨어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사신들은 하나같이 음험한 족속들이니까.
레이먼은 말없이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시선을 받은 데시아는 탐색을 위해 날카롭게 벼린 마나를 사방에 퍼뜨렸다.
“장막 너머에 몇 명이 더 숨어 있어요.”
완전 은신을 정확하게 꿰뚫으려면 적어도 최상급 마법사의 경지에는 올라야만 한다. 데시아는 상급 마법사 중에서도 최상급에 근접한 위치였기 때문에, 완전 은신의 장막에 숨은 이들이 몇 명인지 어렴풋이 감지하는 것까지는 가능했다.
“몇 명이라……. 어느 정도?”
“장막 너머의 기운이 강렬한 걸 보니 다섯 명 이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레이먼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옮은 것일까? 도합 10명 이상의 적대적인 하사신이 주변을 포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데시아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방패는 뚫리지 않는다는 확신 때문인가? 마법에 대한 경지가 점점 오르면서 그녀의 자신감도 더욱 강해지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잡념은 여기까지, 이제 하사신들을 맞이할 차례였다.
“그대들을 이곳에 초대한 기억이 없는데?”
“긴말하지 않겠다, 5황자.”
더 이상 대화는 필요 없다는 것일까? 하사신들이 땅을 박차고 하늘로 솟구쳤다.
그들 중 절반이 다시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고,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이들은 단검을 투척했다.
일부는 어둠에 녹아들었고 일부는 검은 마나를 머금었으며, 일부는 여러 개로 분열했다. 하사신이 자랑하는 비전 암기술이었다.
“뒤로 물러나세요!”
데시아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앞으로 달려 나가려던 친위대원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고 그들의 앞에 푸른 마나를 머금은 실드가 생성되었다.
푸른빛을 머금은 거대한 방패는 하사신들의 단검 투척을 막아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하사신 셋이 어둠에 몸을 숨긴 채 실드를 뛰어넘었다. 장막을 찢고 모습을 드러낸 그들은 가까운 친위대원들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크아아악!”
친위대원 둘이 쓰러졌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어둠이 갈라지면서 하사신 다섯이 나타나 암기를 투척했다. 가까운 곳에서 던져진 암기에 친위대원 둘이 더 쓰러졌다.
다른 친위대원들이 요격하기 위해 달려갔을 땐 이미 하사신들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산개하라.”
“하지만 주군, 그건 놈들이 원하는 겁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산개해야 한다. 레이먼은 차분한 목소리로 지시했지만 게슈타인은 반대했다.
산개하면 넓은 범위에 친위대원들이 배치되기 때문에 하사신들의 행동반경이 좁아지지만, 그만큼 방진이 약화되기 때문에 레이먼이 위험해진다.
“나 혼자 살아남을 생각은 없다.”
레이먼의 말에 게슈타인은 입술을 씹으며 친위대원들에게 산개를 명했다. 친위대원들이 산개하자 하사신들도 더 이상 신출귀몰하지 못했다.
“5황자 전하…….”
“데시아, 방패를 준비해라.”
놈들이 오고 있으니.
앞을 지키고 있던 친위대원의 목에서 핏줄기가 솟구쳤다.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힘없이 쓰러지는 친위대원의 몸뚱이를 뛰어넘는 검은 그림자 넷이 보였다.
“필리어스 제국 황가의 혈통이 계신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무기를 겨누는 것이냐!”
게슈타인이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가며 푸른 마나 소드를 휘둘렀다. 휘둘러진 칼날이 선두에서 달려오던 하사신의 목을 일격에 베었다.
“조심해라, 고위 기사다!”
“협공하라!”
어둠의 장막을 찢고 또 다른 하사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친위대의 방진은 무너졌고 하사신 다섯이 게슈타인에게 달려들어 그의 발을 묶었다.
“나머지는 5황자를 친다.”
하사신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전후좌우에서 어두운 칼날이 레이먼의 급소를 노렸다.
“데시아.”
“알고 있답니다, 5황자 전하.”
다시금 펼쳐지는 푸른 장막이 살기를 품은 암기들을 모조리 튕겨냈다.
“원거리 공격은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근접전이다! 가까이 붙어서 쳐라!”
하사신들이 뽑아 든 검에서 마나 소드가 솟구쳤다. 동시에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제이스 또한 움직였다.
그가 발걸음을 옮겼다고 생각한 순간 하사신 둘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무,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여기 고위 기사급 적이 하나 더 있다!”
위기감을 느낀 하사신들이 모조리 어둠을 찢고 모습을 드러냈다.
“생각보다 수가 많군.”
가면 아래, 제이스의 얼굴이 굳었다. 데시아가 말한 것과 달리 숨어 있던 하사신들이 꽤 많았던 모양.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이만 해도 여섯이요, 게슈타인이 상대하고 있던 이들을 제외해도 도합 열하나다.
로열가드에 뽑힐 정도로 뛰어난 기사였다고는 하지만 늙어서 은퇴한 몸이다.
흉흉한 기세를 풍기는 열하나의 하사신들. 그들의 모습에 제이스는 5황자를 지켜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데시아 경, 5황자 전하를 부탁하네!”
제이스가 하사신들을 향해 달려들며 소리쳤다. 방어만 하고 있어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그는 혼자서 하사신 일곱의 발목을 묶는 기염을 토했으나, 남은 네 명이 레이먼과 데시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살기를 품은 채 매섭게 달려오는 그림자의 모습은 악몽 그 자체였지만, 레이먼은 침착하게 손을 들어 올리며 마나를 일으켰다.
“파이어 스피어!”
“아이스 블래스트!”
화염의 창이 어둠을 꿰뚫었고 눈앞에서 얼음이 터졌다. 남은 하사신은 셋. 상급 마법을 완성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가깝다.
데시아가 황급히 완성한 얼음 화살들이 하사신의 몸에 꽂혔다. 이로써 수가 하나 더 줄었지만, 여전히 둘이 더 남아 있고 거리는 가깝다.
데시아가 무리하게 마나를 일으키려고 했지만, 빛이 번쩍이더니 생성돼다만 마법진이 신기루처럼 흩어졌다.
마법 파괴 스크롤, 설마 그 비싼 일회용 마도구까지 들고 왔을 줄이야. 이건 생각도 못 했다. 레이먼의 입꼬리가 뒤틀렸고 하사신들이 먹잇감을 발견한 이리떼처럼 달려들었다.
“5황자 전하! 쿨럭!”
데시아가 검붉은 피를 한 움큼 토해내며 쓰러졌다. 한 번 캔슬 당한 직후에 마법 영창을 재개하여 마나 로드에 무리가 간 것이었다.
“저, 전하…….”
쓰러지면서도 데이사는 피로 물든 손을 뻗어 마법을 완성하려 했다.
레이먼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이 경지에 오르는 게 쉽지 않았을 터, 그가 눈앞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
“‘방패’를 처리했다!”
“마나의 기운은 없다!”
“5황자는 혼자 남았다! 쳐라!”
하사신들이 움직였다. 흉흉한 살기를 퍼뜨리며 달려오는 하사신들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레이먼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과 맞서기 위해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서며 오른손을 들어 올린다.
“내가 혼자 있는 것 같으냐…….”
내뻗은 오른손에 마나가 응집했다. 이내 그것은 검의 형상이 되었다.
“마나 소드라고?”
“5황자는 마법사가 아니었나?”
일순간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는 하사신들을 향해 레이먼이 땅을 박차고 거리를 좁혀 들었다.
“일천의 기사가 나와 함께하고 있으니…….”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났고 들어 올린 영혼검은 백색의 마나를 분출했다.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