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46)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46화
17장 중장 돌격대(4)
“벌써 일주일째 기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병사들이 쉬지를 못하고 있어요. 사기는 바닥을 치고 있고 이틀 전에는 보급품의 일부도 불탔습니다. 지휘관님, 당장 조처를 해야 합니다.”
휘하 장교로부터 보고를 받은 제19중장 돌격대 지휘관은 이 짜증 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눈살을 사납게 찌푸렸다.
“마법사들이 초기에 대응하고 있어서 피해는 크지 않지만, 부대의 피로가 크게 누적되고 있습니다.”
“추격대는?”
“추격대를 보내도 성과가 없습니다. 소수 인원으로 기습을 펼치고 있는 것인지,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계속 내리는 비 때문에 아군의 이동 속도가 저하된 탓도 있겠지만, 특수한 마법을 쓰는 것 같습니다.”
지휘관만큼이나 장교도 답답한 심정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추격대를 안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간이 기후도 그렇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대의 피로가 심화하고 있어서 걱정이었다.
“이 빌어먹을 비는 언제 그치는 건지……. 마법의 가능성은 확인해 봤나?”
“부대 내의 상급 마법사의 말로는, 이 정도로 광범위한 기후 마법을 펼칠 만한 이는 필리어스 제국에 몇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마법의 가능성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확신을 담은 장교의 목소리에 지휘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법에 대해 잘 몰랐지만, 상급의 경지가 높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부대 내의 상급 마법사가 확언했으니 안심해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몰랐다.
필리어스 제국에서 광범위한 기후 마법을 구사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인 청탑주, 리세필드 디올이 검은 산맥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유령 부대와 하사신이 리세필드가 검은 산맥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기는 했지만, 유령 부대는 정보를 전하기 전에 전멸했다.
에드리거 왕국의 하사신에서는 이 정보를 의도적으로 누락했기 때문에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제19중장 돌격대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다.
“제기랄!”
지휘관이 욕설을 내뱉었다. 마음 같아서는 다른 거점을 공격하고 싶었지만, 기습을 가하고 있는 적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뒤가 불안해지기 때문이었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려고 한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앙!
폭발음과 함께 천지가 뒤흔들렸다. 또다시 기습이 시작되었다는 신호였다.
이번에도 상급 마법을 두어 방 퍼붓고 사라지겠지, 싶은 마음에 지휘관은 소수의 추격대를 준비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남쪽 언덕에서 적의 궁병이 다수 출현했습니다!”
지휘관 막사를 열고 전령이 달려 들어와 보고했다.
“뭐라고?”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궁병대가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필리어스 제국 5황자의 깃발도 보입니다!”
“지휘관님, 이대로 방어만 합니까?”
장교가 날선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까지 쉽게 추격을 못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적이 소수 정예로 기습에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똑같이 말을 타고 움직인다고 해도 극소수의 인원을 다수가 따라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적의 군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게다가 5황자의 깃발도 보인다고 한다.
일주일 동안 당하고만 있었는데, 과연 지금도 참아야 할까?
장교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봤지만, 답은 ‘아니오’였다. 부디, 제19중장 돌격대의 지휘관 또한 같은 생각이길 바랄 뿐이다.
“추격섬멸을 시작한다. 백인대장들에게 명령 전파해!”
“예! 알겠습니다!”
장교의 목소리에서 활기가 느껴졌다. 계속 당하고만 있었기 때문에 이제 갚아줄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것이다.
지휘관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부하들 앞에서 과하게 들뜬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 기색을 감췄다.
지휘관 막사를 떠난 전령이 백인대장들에게 명령을 전파했다. 계속된 기습으로 지쳐 있던 그들은 지휘관의 명령을 반겼다.
“선봉기를 들어라!”
기수가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중장 돌격대가 자랑하는 선봉기를 들어 올렸다. 판금 갑옷과 두꺼운 방패, 그리고 창과 검으로 중무장한 중장 돌격대가 특수한 훈련을 받은 군마에 올라탔다.
“선두! 전진! 적 진형을 단숨에 박살 내라!”
“와아아!”
함성과 함께 묵직한 돌격이 감행되었다. 화살 세례가 쏟아졌지만, 대부분이 그들이 입은 특수한 중갑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물러난다! 마법 엄호!”
어느 정도 거리를 좁힌 순간이었다. 그들의 앞에 거대한 화염의 벽이 솟아났다.
중장 돌격대 소속의 마법사들이 화염의 벽을 파괴하는 동안 필리어스 제국군은 말에 탑승하여 전장을 이탈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일주일 동안 시달려왔다. 기껏 병력을 움직였는데 이번에도 성과가 없다면, 제19중장 돌격대의 사기는 급격하게 내려갈 게 분명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과가 있어야만 했다.
“어떻게 하긴, 당장 추격하여 섬멸한다!”
“전군, 전진하라! 추격하여 섬멸한다!”
부관과 장교들이 지휘관의 명령을 복창했고 중장 돌격대는 도망치는 궁병대의 뒤를 추격했다.
그동안 시달린 게 있기 때문에 그들의 눈은 분노로 물들어 있었다.
궁기병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도망치면서 화살을 쏘지는 않았지만, 화염 마법이 계속해서 그들의 앞길을 막았다.
중장 돌격대의 마법사들도 이 공격 마법이 어디에서 날아오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방어 마법을 전개하여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게 고작이었다.
“지휘관님, 더 이상의 추격은…….”
“나도 안다! 제기랄!”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 분하지만 매복의 존재와 야영지의 보급품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추격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칼에 적의 피를 묻히지 못한 채 돌아가야 한다는 게 허무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퇴각 경로는 어떻게 합니까?”
“매복이 있을지도 모르니, 왔던 길을 우회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제19중장 돌격대의 지휘관은 나름 신중한 편이었다. 깊숙이 침투하는 동안 왔던 길에 매복이 자리 잡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로를 바꾸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이 주변은 늪지대입니다. 저희가 왔던 길을 제외하면…….”
“늪지대가 아닌 곳이 한 곳 있지. 그곳으로 간다.”
야영지를 정하면서 주변 지형 정도는 파악해 뒀다. 중장 돌격대에 있어서 가장 취약한 지형이라고 할 수 있는 늪지대의 위치를 꿰고 있으니, 그곳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해서 움직일 생각이었다.
“확인했습니다.”
중장 돌격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제19중장 돌격대의 지휘관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일주일간 쉬지 않고 내린 비 때문에 그가 선택한 길이 늪지대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진흙탕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지휘관님. 땅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이대로 전진한다.”
다른 곳은 늪지대다. 왔던 길의 매복의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선택지는 제한되어 있고 이미 이 길에 깊숙이 진입했으니 우왕좌왕하며 말머리를 돌릴 여유는 없었다.
야영지에는 정말 최소한의 병력만 남아 있었기 ㅤㄸㅒㅤ문에 지금 당장 돌아가야 했다.
진흙탕이라고는 하지만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지휘관은 돌파를 명했다.
질척한 진흙을 밟고서 전진하는 중장 돌격대의 앞에 금색과 붉은색이 섞인 제복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위치가 높아 보였지만 수행원이라고는 외팔의 기사와 붉은 제복을 입은 기사, 그리고 푸른 로브를 입은 여성 마법사가 전부였다.
“그대들은 마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중장 돌격대는 그런 질문을 받아줄 여유가 없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안전하다고 생각한 길에 필리어스 제국을 상징하는 붉은 제복을 입은 이들이 나타났으니, 일순간이지만 이성이 마비되었다.
“쏴, 쏴라!”
마법이 준비되기도 전에 선두의 병사들이 석궁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수십 발의 화살이 날아들었지만 푸른빛의 실드에 가로막혔다. 그 모습을 보며 레이먼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마법이란 건 말이지, 환경에 따라 위력이 달라진다.”
레이먼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끝에 마나가 모여들었다. 상급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의 부름에 응답하는 마나의 양은 적지 않았다.
“가령 예를 들어보자면……. 비가 많이 내려서 지형이 이미 변화한 상태라면 이런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지.”
허공에 대고 손을 살짝 흔들자 모여들었던 마나가 퍼지면서 마법이 완성되었다. 동시에 레이먼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다, 당장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 물러나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중장 돌격대의 군사들이 다급하게 물러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들이 타고 있는 군마의 발을 얽매고 있는 족쇄와도 같은 진흙은 더욱 깊어졌으니, 자연히 변한 지형에 마나를 불어넣은 순간 천연의 함정이 완성되었다.
“진흙에 발이 묶였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조금 불편한 정도에 불과했던 진흙의 영역이 이제는 이동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훈련받은 군용마가 발버둥쳤지만 소용없었다. 그들의 발을 옭아맨 진흙의 족쇄는 쉽게 풀리지 않았으니, 늪지대 같은 그곳을 쉽게 빠져나갈 수 없었다.
참다못한 중장 돌격대의 병사들이 군용마에서 내려 진흙지대를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았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정예로 손꼽히는 중장 돌격대가 진흙지대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라니, 장관이었다.
“마법사들은 뭐하는가! 마법으로 어떻게든 하란 말이다!”
중장 돌격대의 지휘관이 악쓰는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다수의 마법사가 합심한다면 이 천연의 함정을 극복할 수도 있을 테지만, 레이먼은 그걸 가만히 앉아서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총공격하라!”
처음에는 진흙이었다. 병사들이 모아둔 진흙을 데시아가 마법으로 흩뿌렸다.
마법사들이 방어 마법을 전개하기는 했지만 이내 아무런 해가 없는 진흙이라는 것을 깨닫고 실드를 거뒀다.
방어 마법을 얼마나 사용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진흙 따위에게 마나를 소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곧 화살 공격과 마법 세례가 쏟아지자 그들은 실드를 다시 펼칠 수밖에 없었다. 하늘에서 화염구가 비처럼 쏟아지고 날카로운 얼음 파편을 머금은 바람이 위협적으로 불어닥쳤다. 중장 돌격대 진형의 전후좌우에 펼쳐진 실드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계속 쏴라! 놈들에게 조금의 여유도 줘서는 안 된다!”
카시야스가 황군의 깃발을 크게 흔들며 외쳤다. 국경군 궁병대는 쉬지 않고 화살을 날려 보냈다.
적탑과 청탑의 마법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이 한 번의 전투에 모든 마나를 불태울 각오로 전력을 다해 마법을 시전했다.
계속된 공격에 실드 하나가 버티지 못하고 박살 났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레이먼의 5황자군에게 유리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이곳은 주인공을 제외한 모두에게 잔혹한 소설 속의 세계다. 중장 돌격대 일부가 예상보다 빨리 진흙지대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윈드 커터!”
레이먼이 앞으로 달려 나가며 마법을 완성했다. 바람의 칼날이 날아가 중장 돌격대 병사의 팔과 다리를 절단했다.
“크아아악!”
쓰러진 중장 돌격대 병사의 목에 영혼검으로 찌르며 레이먼은 형형색색의 마법구를 소환했다.
“보병 앞으로! 궁병대를 보호한다!”
“궁병대는 진흙지대를 빠져나오려는 이들을 먼저 요격한다!”
레이먼의 명령에 카시야스도 궁병대 보호를 위해 황군과 함께 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 놈들아! 필리어스 제국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카시야스가 호기롭게 외치며 마나 소드를 휘둘렀다. 앞을 막아선 중장 돌격대 보병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그동안 연이은 승전으로 황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
기수는 힘차게 금색의 황군기를 흔들었고 기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레이먼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5황자 전하! 저희가 지켜드리겠나이다!”
마검사의 경지에 올랐으며 일천의 기사들이 다루는 검술을 소화하고 있는 레이먼은 적어도 지금 이 전장에서 기사들의 호위는 필요 없을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그는 희미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거절해서 기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필요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진짜가 온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레이먼이 마나를 담아 외쳤다.
처음에는 일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 절반이 넘는 중장 돌격대 군사들이 진흙지대를 벗어나고 있었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방심하지 마라!”
레이먼이 다시 한번 외쳤다. 저들은 지금 진흙 범벅이 되어 굼뜬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정예라는 사실이 변하는 게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섣불리 대열을 이탈하여 접근한 황군 병사 셋의 머리통이 날아가는 게 보였다.
“5황자! 우리에게 이런 굴욕을…….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제19중장 돌격대, 아무래도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