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48)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48화
18장 승전 귀환자(2)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크레이어 후작은 영지군을 이끌고 국경으로 향했다.
5황자군이 무려 중장 돌격대를 상대하게 된 만큼 유사시에 신속한 지원을 위해서였다.
대동한 영지군은 자유 이시리아 왕국을 자극하지 않을 정도의 소수, 고작해야 수백에 불과한 숫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크레이어 후작은 고위 기사의 경지였고 그의 영지군 또한 마물이 많은 북부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정예들이었기 때문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들은 레이먼이 도움을 요청하면 바로 지원할 수 있도록 국경 최전방의 요새에서 머물렀다.
모든 준비를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5황자 레이먼에 대한 걱정과 근심 탓에 크레이어 후작은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걱정되십니까?”
성벽으로 나와 찬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크레이어 후작의 뒤로 은퇴한 로열가드 제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상대는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정예 중의 정예로 평가되는 중장 돌격대라네. 걱정을 안 한다면 그게 오히려 황제 폐하와 제국에 대한 불충이 아니겠는가?”
크레이어 후작이 말했다. 중장 돌격대의 위명은 서대륙 전체에 퍼져 있을 정도였다.
그에 비해 레이먼이 이끄는 5황자군은 쇠락한 필리어스 제국 내에서 그나마 정예로 평가받는 황군이 편성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수가 고작해야 일백이며, 적탑과 청탑의 전투 부대가 약 삼십에 국경군 궁병대가 삼백 정도.
상식적으로 전면전이 발생한다면 필패할 수밖에 없는 전력이다.
“5황자 전하께서는 내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시니, 당장에라도 검을 뽑아 들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네. 하지만 자유 이시리아 왕국과의 외교 관계를 신경 써야 한다는 빌어먹을 사정 때문에 나서지 못하니……. 이 얼마나 답답한지…….”
자유 이시리아 왕국, 그리고 그들이 소속된 삼국 동맹과 필리어스 제국은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하이펠 제국과는 달리 외교적으로 완전히 단절된 상태는 아니었다.
최소한의 교류는 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전쟁에서 선제 타격을 야기할 명분을 주지 않는 게 중요했다.
삼국 동맹에서 눈과 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에드리거 왕국의 하사신들이 은밀히 움직이고 있으니,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크레이어 후작 각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5황자 전하께서는 비범한 분 아니십니까? 반드시 해내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도 간절히 바라고 있네.”
잠시 대화가 멈췄다. 5분 정도의 짧은 침묵 끝에 크레이어 후작이 입을 열려는 순간, 멀리서부터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후작 각하,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추격이 붙어 있는 것 같다.”
국경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탓에 실전 경험이 풍부한 크레이어 후작은 단번에 추격대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경종을 울려라! 궁병대는 성벽 위로! 기사단은 돌격을 준비한다!”
크레이어 후작이 마나를 담아 외쳤다. 국경 지대, 그것도 최전방의 요새답게 경종이 울리고 순식간에 성벽 위에 무장한 군사들이 도열했고 수십의 기사단이 성문 앞에 집결했다. 그들은 성문이 열리기만 한다면 당장에라도 튀어 나갈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5황자 전하의 깃발이 보입니다!”
망루의 초병이 외쳤다. 가장 먼저 레이먼의 깃발이 보였다. 크레이어 후작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살아계셨구나!’
하지만 안도하기에는 일렀다. 5황자군은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으니, 재회의 순간을 나누려면 우선 추격대를 모조리 쓸어버려야 할 것이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깃발입니다!”
“2개 기병대 규모, 약 일천 기의 기마 병력 확인!”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기병대가 일천이나 5황자의 뒤를 쫓고 있다?
“아무래도 5황자 전하께서 선봉기를 성공적으로 탈취하신 것 같습니다.”
제이스는 말을 하면서도 믿기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 크레이어 후작을 안심시키기 위해 5황자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설마 제대로 된 지원 병력 없이 중장 돌격대를 무너뜨리고 선봉기를 탈취해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후작 각하. 놈들이 곧 국경을 넘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검은 산맥을 넘어온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놈들이 국경을 넘어 필리어스 제국의 영토로 침입한다면 이쪽에서는 저들을 격퇴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그런데도 요새의 지휘관이 크레이어 후작에게 의견을 묻는 이유는 간단했다.
5황자를 추격하고 있는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용병 기마대의 숫자가 요새가 보유하고 있는 기병 전력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었다.
“기병대를 준비시켜라. 영지군과 국경군은 전력을 다해서 5황자 전하를 지원한다.”
크레이어 후작이 결단을 내렸다. 요새의 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영지군과 국경군의 기병대가 대열을 갖췄다. 그들은 이제 성문이 열리기만 하면 5황자를 구하기 위해 당장에라도 적들을 향해 돌진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랜스! 들어!”
선두에는 기사단이, 그 뒤로 기병대가 포진했다. 그들은 일제히 랜스를 들어 올렸고 이제 곧 성문이 열릴 것만 같았다. 긴장 속에서 크레이어 후작이 지시를 내리려는 찰나였다.
“5황자군이 반전합니다!”
“뭐라고?”
반전하면 요새를 등지고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용병 기마대와 마주하게 된다.
“당장 성문을 열라!”
크레이어 후작의 재촉에 성문이 열리고 요새의 기마 부대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들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5황자군의 뒷모습이었고, 그들의 너머로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용병 기마대 일천 기가 보였다.
“5황자 전하를 지원해야 한다! 속력을 높여라!”
필리어스 제국의 기사단과 기병대가 힘차게 말을 달렸다. 앞에서는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용병 기마대가 국경을 넘어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단숨에 들이 받아버릴 생각인지 랜스를 앞으로 겨눈 채 속도를 조금도 줄이지 않았다.
“5황자 전하! 속히 피하셔야 합니다!”
카시야스가 진언했다. 하지만 레이먼은 피하거나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용병 기마대를 향하는 그의 시선은 흔들림 없었고 날카로웠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군세여! 그대들은 지금 국경을 넘어 필리어스 제국의 영토를 침범했다!”
마나를 담아 외쳤다. 그제야 분노에 휩쓸려 국경을 넘었다는 사실을 떠올린 것인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오던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용병 기마대가 속도를 줄이다 이내 완전히 멈췄다.
국경은 매일 같이 비공식적인 전투가 벌어지는 마물 숲이나 검은 산맥과는 달랐다.
용병 기마대의 지휘관은 자신에게 모든 책임이 떠넘겨질까 봐 두려운 나머지, 레이먼이 2차 경고를 날리기도 전에 부하들과 함께 말머리를 돌려 검은 산맥으로 사라졌다.
“5황자 전하! 적들이 물러갑니다!”
검은 산맥으로 돌아가는 용병 기마대의 뒷모습을 보며 카시야스는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고, 레이먼은 티 나지 않게 조용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만약 적 지휘관이 국경에서의 마찰을 신경 쓰지 않고 선봉기를 최우선적으로 탈취하려는 생각을 가진 이였다면 결국 교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속도를 잃은 5황자군은 전투 시작과 동시에 적의 돌진 공격에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후방의 요새에서 출발한 지원군이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시도가 도박에 가까웠다는 것은 레이먼 스스로도 인정했다.
“5황자 전하! 무사하십니까?”
“크레이어 후작?”
중심도시에 있어야 할 크레이어 후작의 등장은 예상외였다.
“5황자 전하가 걱정되어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어야 말이죠. 그래서 제가 직접 영지군을 이끌고 마중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든든하군.”
“요새로 들어가시죠. 모두가 5황자 전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휘하의 군사들을 이끌고 요새로 돌아갔다.
“카시야스 경.”
“왜 그러는가? 게슈타인 경.”
“중장 돌격대의 선봉기도 올리는 게 어떻겠는가?”
“그거 좋은 생각이네.”
게슈타인의 의견에 카시야스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들 또한 영웅의 귀환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황군의 엄중한 경계 속에 잠들어 있는 자유 이시리아 왕국, 중장 돌격대의 선봉기를 카시야스가 들어 올렸다. 휘하 기수에게 시켜도 될 일이었지만 이 영광을 다른 이에게 넘겨주는 건 원치 않았다.
“저거 선봉기 아냐?”
“진짜로 중장 돌격대의 선봉기를 탈취하신 거야?”
“믿을 수 없어…….”
“이 사람아! 저기 선봉기가 눈에 보이는데, 믿을 수 없다고 말하면 큰 결례라네!”
5황자군은 친위대와 황군, 그리고 국경군과 마탑 등 적은 수지만 여러 소속의 군사들이 모인 만큼, 여러 가지 깃발을 들고 있었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5황자 깃발 옆에서 펄럭이는 선봉기였다.
그걸 본 요새의 기사들은 경의를 표했고, 병사들은 존경심이 잔뜩 묻어 나오는 시선을 보냈다.
성문을 넘어 주둔지 안으로 들어서자 제복과 가벼운 갑옷을 갖춘 장교들과 기사들이 달려와 고개를 숙였다.
“국경군 소속, 요새 지휘관을 맡고 있는 상급 기사 펄스너 남작이옵니다! 5황자 전하의 승전과 귀환을 경하드립니다! 또한 자유 이시리아 왕국에서도 위명 높은 중장 돌격대의 선봉기를 탈취한 것에 대해서도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딱딱하고 형식적인 인사말로 보였지만, 펄스너 남작은 진심으로 레이먼의 귀환을 축하하며 공훈에 경의를 표하고 있는 것이었다.
펄스너 남작뿐만이 아니었다. 요새의 군사들 모두가 선봉기를 가지고 당당히 귀환한 5황자를 보며 경의를 담은 뜨거운 눈빛을 보내고 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정예들은 어땠습니까?”
펄스너 남작이 조심스러우면서도 직접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레이먼은 그가 질문하는 의도를 단번에 파악했다.
이쯤에서 최전방에서 국경을 지키는 군사들의 사기를 한 번 올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중장 돌격대는 강한 적이었다! 무장 상태는 당연히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용병 군단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고, 함정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았으며 패전이 확실한 상황에서도 쉽게 물러나지 않을 정도로 용맹했다!”
요새의 군사들이 숙연해졌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더 남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승리했고 나는 이 자리에 선봉기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었다! 이는 필리어스 제국의 군사들 역시 저 삼국 동맹의 군세와 비교했을 때 결코 뒤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
레이먼의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사들과 병사들이 고개를 들었다. 그들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우리는 절대 약하지 않다! 필리어스 제국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그대들은 그걸 가슴 깊숙이 새기고 적들의 앞에 서야 할 것이다!”
이걸로 끝, 예상했던 박수갈채는 없었다. 소름 끼치는 고요함 속에서 기사들과 병사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꽉 쥔 주먹을 심장 부근에 올렸다.
“필리어스 제국이여! 영원하라!”
“만세!”
우렁찬 함성이 터져 나왔다.
* * *
늦은 밤, 2황자는 침실에 붙어 있는 테라스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왼손에는 술병이 들려 있었고 오른손에는 빈 잔이 함께였다.
그는 테라스에 마련된 안락의자에 앉아 술잔을 채웠다.
“오늘따라 달이 밝군.”
혼잣말일까?
“그렇지 않은가? 시딩턴 남작.”
“과연, 2황자 전하이십니다. 제 ‘완전 은신’의 기척을 읽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운이 좋았을 뿐이야.”
“운도 실력이라는 말을 제가 참 좋아합니다.”
뱀파이어처럼 창백한 피부에 옅은 색의 입술을 달싹여 대답하며 고개를 숙이는 시딩턴 남작.
그는 필리어스 제국이 아니라 에드리거 왕국의 귀족이었으며, 조금 더 깊게 파고들자면 하사신보다 소수 정예로 유명하며 구성원 전부가 귀족인 ‘어두운 귀족회’의 소속이기도 했다.
“내 멍청한 동생 놈이 잘해주고 있다지?”
“예, 3황자가 성공한 것 같습니다. 내부의 정보에 의하면 황제가 완전히 중독되었다고 하더군요.”
시딩턴 남작이 씨익 웃어 보였다.
“혹여 노출되더라도…….”
“2황자 전하께 해가 될 일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3황자가 독단으로 에드리거 왕국과 내통하여 독약을 손에 넣었고, 그걸 활용했을 뿐입니다. 물론 2황자 전하께서 독을 전달하라 저희에게 명하셨지만, 그 사실이 알려질 일은 없습니다.”
“믿어도 되겠나?”
“저희는 진정한 어둠의 길을 걷는 이들. 어딘가로 정보가 새어나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시딩턴 남작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2황자, 데네브는 눈살을 찌푸렸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알겠다, 물러나도 좋다.”
“좋은 밤 되시길. 깊은 밤이 언제나 당신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경고인지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서 시딩턴 남작이 모습을 감췄다. 그는 2황자궁 뒤편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앞에는 2황자의 친위대장, 아론이 서 있었다.
“시딩턴 남작 각하…….”
“모든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니, 걱정 말게.”
“그렇다면…….”
“그래, 모든 것은 협회의 뜻대로 흘러가고 있지. 이로써 우리는 종말에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