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58)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58화
21장 추살(2)
황권은 건재하다.
제국 곳곳에 파견된 전령들이 전파했다. 황제의 부재로 인해 찾아왔던 제국의 혼란이 잦아드는 듯했다.
“황제 폐하를 알현해야 하네.”
포타스 백작이 단치히 백작령의 영주성을 찾았다. 아직 레이먼의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황성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단치히 백작의 영주성은 황제의 임시 거처가 되었고, 피의 장례식 이후 어수선한 제국의 내정을 바로잡기 위해 고위 귀족들이 자주 출입하고는 했다.
“기별을 넣겠습니다.”
오늘 레이먼의 임시 침소를 지키고 있는 이는 실비아였다. 그녀는 친위대원을 시켜 기별을 넣도록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답신이 왔다.
“들라 하십니다.”
친위대원들이 길을 열었다.
포타스 백작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친위대원들과 로열가드들이 엄중하게 지키고 있는 복도를 지나 마침내 레이먼이 쉬고 있는 침실의 앞에 도달했다.
“황제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로열가드, 일루전 자작이 천천히 문을 열어 주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푹신한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레이먼의 모습이 보였다.
피의 장례식에서 과한 힘을 사용한 탓에 레이먼은 현재 요양 중이었다. 그 휴식을 방해한 것 같아서 미안했지만, 꽤 심각한 문제가 터졌으니, 어쩔 수 없었다.
“황제 폐하…….”
“표정이 좋지 않군. 심각한 문제인가?”
포타스 백작의 표정을 읽은 레이먼이 딱딱한 목소리로 물었다. 피의 장례식만 해도 《망자들의 제국》이라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대형 사건 중 하나다. 그걸 강제로 봉합했으니, 여기저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송구하오나, 황제 폐하. 피의 장례식 이후 제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산악 공작이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사옵니다.”
절대적인 황권으로 유명한 필리어스 제국에서 반란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불충이라고 생각했다.
반란의 조짐이 보이는 것만 해도 황권이 약화되었다는 걸 의미했으니까.
“그런가…….”
안절부절못하는 포타스 백작과 달리 보고를 받는 레이먼은 큰 감흥이 없었다. 소설의 설정집을 본 그의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이었다.
현 필리어스 제국은 찬란했던 영광으로 유명했던 고대 시대와 달리 빠른 속도로 쇠락하고 있었다. 전 황제인 로널드가 황권 강화를 시도하긴 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피의 장례식이 터졌으니, 약해진 황권과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제국의 내정을 틈타 반란이 발생할 확률은 높았다.
실제로 《망자들의 제국》 소설 본문에서도 피의 장례식 이후, 필리어스 제국의 황족이 전멸했을 때 가장 먼저 움직인 이가 산악 공작이었을 정도로 그는 탐욕스러운 인물이었다.
“불온한 움직임이라면, 반란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레이먼이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포타스 백작은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송구하오나, 황제 폐하……. 반란을 도모하고 있는 게 확실한 것 같습니다.”
“동조하는 이들은?”
“국경 지역을 제외한 북서부의 귀족 대부분이 반란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반란은 꽤 오래전부터 조금씩 준비한 것으로 보였다. 중앙정보국의 이목이 삼국 동맹을 감시하는 동안 산악 공작 리버스 벨피앙은 제국의 북서부 귀족들에 대한 영향력을 조금씩 높였고, 지금에 와서는 반란을 도모할 정도에 이르렀다.
“포타스 백작. 반란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냉정하게 말해주게.”
레이먼의 물음에 포타스 백작은 짧은 고민 끝에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현 상황을 중앙정보국이 너무 늦게 파악했습니다. 북서부 귀족들의 불온한 집결을 막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는 중앙정보국의 실책을 곧바로 시인하면서도 냉정하게 판단했다. 소파에 앉아 있던 레이먼이 몸을 일으켰다.
“황제 폐하?”
“깨워야 할 자들이 있다.”
“제국 재건 계획입니까?”
“상황이 급박하니, 가면서 설명하도록 하지.”
외투를 챙겨 입은 레이먼이 침소를 나서자 이곳저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로열가드들이 합류했다.
레이먼은 옆에 바짝 따라붙는 로열가드의 백작을 보며 입을 열었다.
“성소로 간다. 최대한 빨리 수행원들을 준비하라고 전해.”
“예, 알겠습니다.”
로열가드 하나가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영주성에서 나오기 무섭게 삼백 정도의 황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선두에는 얼마 전에 최상급 지휘관으로 진급한 카시야스가 있었다.
“황제 폐하! 성소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단치히 백작령에 남아 있는 적의 잔당들은 없으니 삼백의 황군과 로열가드라면 호위로 충분했다.
“잘 부탁한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레이먼은 황군과 함께 곧장 성소로 향했다. 쭉 뻗은 길을 따라 말들이 힘차게 달렸다. 레이먼과 포타스 백작은 대화의 비밀 유지를 위해 방음 마법이 각인된 마차를 이용했다.
그는 마차 안의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냉수를 들이켰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창밖을 보고 있던 레이먼은 뺨에 닿는 포타스 백작의 시선을 느끼고서 고개를 돌렸다.
앞에는 포타스 백작이 앉아 있었는데, 그는 성소로 가는 이유를 모르는 탓에 설명을 간절히 바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레이먼은 짧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성소에도 잠들어 있는 이들이 있다.”
“로열가드입니까?”
중앙정보국이 무능하다는 말은 많지만 나름 필리어스 제국를 총괄하는 기관이었고 포타스 백작은 그들의 수장이었다. 나름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정보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정도 추측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바로 맞췄다.”
레이먼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설정집을 봤기 때문에 제국 재건 계획이 남긴 유산들의 위치에 대해 알고 있었다.
황성 지하에 여전히 남아 있는 쉐이드들을 더 깨울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성소의 로열가드들을 일부라도 깨우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로열가드는 황권의 상징과도 같았으니까, 대대로 황권이 강했던 시기에는 로열가드의 권한 또한 막강했으며 그 숫자도 많았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걸 좋아한다고들 하지, 포타스 백작. 지금 시기에는 암약하는 쉐이드들보다는 황권이 아직 건재하다는 걸 여과 없이 직접 보여줄 뭔가가 필요해.”
“옳은 말씀이십니다.”
포타스 백작도 레이먼의 생각에 동의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문제는 중앙군의 재무장이다.”
레이먼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영주들이 직접 무장시키는 영지군과 달리 황군과 중앙군의 무장은 필리어스 제국 사군부에서 담당한다.
필리어스 제국은 한때 대제국이었으나, 현재는 쇠락하고 있는 시점이다. 마물 숲과 검은 산맥이라는 침략을 막을 수 있는 특수한 지형 덕분에 더 이상 영토를 뺏기지는 않고 있지만, 변수는 마물의 존재였다.
영지군 만으로는 영토 내의 마물과 소수 이종족의 위협으로부터 제국민들을 지킬 수 없기에 일부 지역에는 중앙군이 주둔하고 있는데, 국력에 비해 영토가 넓다 보니 무장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다.
마물들의 수가 제일 적고 외세의 위협과는 멀게 느껴지는 남부에 주둔한 중앙군 같은 경우에는 어지간한 영지군보다 무장 상태가 빈약하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였다.
“황제 폐하, 중앙군의 무장이라면 크게 걱정하실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보고하라.”
“산악 공작의 불온한 움직임을 급히 보고하느라 누락된 전달이 있습니다.”
“말해보라.”
레이먼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포타스 백작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저희 요원들이 2황자궁과 3황자궁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황금을 발견했습니다.”
“어느 정도지?”
“북부 중앙군의 일부를 재무장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황제 폐하.”
또 다른 소식이 있는 모양이다. 레이먼은 조금은 기대하며 포타스 백작에게 집중했다.
“피의 장례식에서 발렌시아 공작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보고 받은 게 기억나십니까?”
포타스 백작의 말에 레이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피의 장례식에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여러 준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피해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었다.
엄중히 보호해야 할 몇몇 인물들은 지키는 데 성공했지만, 2황자의 후원자였던 발렌시아 공작 같은 경우에는 애초에 호위 대상이 아니었다.
‘데네브도 발렌시아 공작을 지킬 생각이 없었겠지.’
어쩌면 일부러 그의 암살을 사주했을 수도 있다. 발렌시아 공작령 또한 먹음직스러운 케이크였으니까.
“발렌시아 공작령을 황실 직할령으로 변경하시고, 영지의 재정 일부를 흡수하시면 북부 중앙군 전체를 무장할 수 있습니다. 공작가의 반발이 있겠지만 그들 또한 피의 장례식에 관여했으니, 반역죄를 물으면 될 것입니다.”
포타스 백작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었다. 발렌시아 공작이 목숨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반역의 죄는 친족에게도 전가되는 것이니, 마땅히 그 죄를 물어 징벌해야 한다.
“그렇다면 서부 중앙군을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발렌시아 영지군을 상대할 수 있겠나?”
제국의 항구 도시가 있는 서부 해안가에 있는 대영지가 발렌시아 공작령이다. 산악 공작, 벨피앙과 함께 필리어스 제국에 두 명밖에 없는 공작이며 부유한 대영주 가문이니, 그들이 보유한 영지군은 결코 만만한 군세가 아니다.
아무리 쇠락했다 해도 필리어스 제국은 그나마 황권이 강한 국가라서 반역의 죄를 묻는다고 하면 영지군의 일부가 이탈할지도 모르겠지만, 발렌시아 공작 가문이 역적인 데네브를 지지했던 상황인 만큼 와해까지 기대하기는 힘들다.
“황군이 가세하면 발렌시아 영지군을 상대하는 게 가능합니다. 황제 폐하, 명분은 저희에게 있습니다.”
포타스 백작이 말했다. 레이먼은 굳은 얼굴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곧 시작될 삼국 전쟁과의 거대한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국 내부를 확실하게 집결시켜야만 했다.
발렌시아 공작 가문은 역적이기도 하지만, 제국의 앞날을 위해 희생시켜야 할 패였다.
* * *
청탑주, 리세필드 디올은 적탑의 수장을 맡고 있는 베레누스 카일과 티타임을 가지며 짧은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레이먼이 만반의 준비를 한 덕분에 피의 장례식은 실패했고 원작 소설의 사건에 비해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이 맡고 있던 책임은 살아남은 이들이 짊어지게 되었으니, 바쁠 수밖에 없다.
“상당히 피로해 보이는군.”
리세필드의 안색을 살핀 베레누스가 고개를 저었다.
“황탑을 흡수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해서 말이지. 자네는 피곤하지 않은가?”
“별로.”
짙은 다크서클이 눈 밑에 물든 리세필드와 달리 베레누스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비교적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나는 조금만 쉬고 싶을 정도라네.”
리세필드가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피곤해 보이는 그를 보며 베레누스가 입을 열었다.
“황탑주가 죽었네. 황탑의 마법사들이 다른 세력으로 흩어지기 전에 황제 폐하의 깃발 아래로 집결시켜야 하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우리가 그들을 흡수하는 수밖에 없어.”
“나도 알고 있다네. 그냥 해본 소리야.”
“그건 그렇고 손님이 온 것 같군.”
베레누스의 말에 리세필드는 찻잔 안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 기척이 느껴졌다.
“데시아 양?”
그곳에는 개편된 황실 친위대의 황금빛 로브를 입은 데시아가 서 있었는데, 그녀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진지한 대화가 오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직감한 베레누스는 흐트러진 로브를 정돈하며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자리를 비켜주겠네, 청탑주.”
적탑주 베레누스 카일이 정원을 떠나고, 데시아는 비어 있는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고민이 있는 모양이군.”
리세필드의 물음에 데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본래 청탑에서 다른 장로의 제자였지만 지금은 사실상 리세필드의 직계 제자에 가까웠다.
최근 들어서 그녀의 마법 수련도 많이 도와주고 있었다.
“피의 장례식 날 깨달았어요.”
데시아가 힘겹게 입술을 뗐다. 리세필드는 그녀를 향해 이목을 집중했다.
“황제 폐하의 곁을 지키기에 저는 아직 약해요.”
최상급 마법사의 경지는 절대 낮지 않지만, 현재 레이먼이 황제라는 게 문제였다. 5황자 시절과는 달리 그의 곁을 지켜줄 강자들이 너무 많았다.
수준 높은 실력을 자랑하는 로열가드만 해도 20명이 붙어 있으니, 데시아는 상대적으로 자신이 약하다는 생각을 품을 수밖에 없었지만 리세필드는 어이가 없었다.
“허어, 이런 어이없는 한탄이 있나.”
마법을 배운지 고작 4년이 안 되었는데 최상급의 경지에 오른 그녀다. 고위 마법사의 경지에 오르는 것도 시간이 걸릴 뿐, 확정된 일이나 다름없었다.
“원하는 게 뭔가? 데시아 양.”
필시 원하는 게 있어서 찾아온 것일 터.
“청탑의 비고에 출입하고 싶어요. 허락해주세요.”
그녀의 대답에 리세필드는 이마를 부여잡았다. 또 한 명의 날강도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