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59)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59화
22장 황권 강화(1)
단치히 백작의 영주성에도 어둠이 내렸다. 데시아가 청탑주에게 조르고 있을 때, 게슈타인은 야외 연무장에서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호흡이 거칠어졌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젊은 황제의 곁을 지키기에는 아직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아 버렸으니까.
그는 고위의 경지에 오른 기사다. 절대 낮은 위치는 아니었지만, 황제를 위협하는 존재들은 더욱 강력했다.
“내가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레이먼이 직접 하사한 ‘외팔검’을 소화하면서 다시 완전한 고위 기사의 경지를 되찾았음에도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검성의 경지에 올라야만 한다.’
본래 소설 속에서 그는 외팔검을 전수하고 검성의 경지에 오른다. 레이먼은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게슈타인은 모르고 있으니, 확신이 없고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성소를 방문하는 레이먼의 수행을 잠시 로열가드에게 맡기고 수련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었다.
검성의 경지로 향하는 벽이 너무 높게 느껴졌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황제 폐하를……. 지켜야 한다…….”
어둠 속에서 게슈타인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검에 기운을 주입하자, 마나 소드가 분출되었다.
오늘따라 그 빛이 유난히 선명했다.
* * *
성소까지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짧았으나, 기다림은 길었다. 황제의 깃발이 꽂혀 있는 마차와 다수의 황군이 출현하자 성소를 지키고 있던 중앙군의 지휘관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소수의 기사와 함께 마중을 나왔다.
미리 연락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참사가 일어났던 현장에 황제가 방문하는 것은 지휘관의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레이먼이 마차 문을 열고 나오자 중앙군의 지휘관과 기사들이 일제히 황제에 대한 예를 갖췄다.
“잠시 용무가 있어서 방문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테니, 지휘관은 기존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하여라.”
“예, 알겠습니다!”
중앙군 지휘관과 기사들이 고개를 숙이며 물러갔다. 성소 안으로 들어선 레이먼은 눈동자를 움직여 주위를 살폈다.
성소 안은 여전히 엉망이었다. 시체들은 모두 치웠지만, 전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번에도 지하입니까?”
포타스 백작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레이먼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고, 로열가드들은 혹시나 남아 있을지 모르는 잔당의 존재를 경계하며 주변을 살폈다.
분주히 걷고 있던 레이먼이 발걸음을 별안간 발걸음을 멈췄다. 뒤따르고 있던 포타스 백작과 로열가드들도 일제히 멈춰섰다.
“여기다.”
레이먼이 말했다. 그의 앞에는 거대한 관이 있었다. 선대 황제들이 묻혀 있는 다른 관들과는 달리 이름조차 적혀 있지 않은 관이었다. 이름 대신 작은 석판이 붙어 있었다.
관에 다가간 레이먼이 마나를 머금은 손가락으로 석판의 돌조각을 재배치하자 관의 뚜껑이 옆으로 밀려났고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섯은 여길 지키고 나머지는 황제 폐하를 호위한다.”
로열가드의 수장, 블리자드 후작의 지시에 로열가드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황제 폐하,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일루전 자작이 앞으로 나섰다. 어차피 길은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레이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통로가 생각보다 넓으니, 셋이서 선도한다.”
로열가드 셋이 앞으로 나섰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어두웠다. 그 흔한 마법등 하나 없었기 때문에 조명 마법을 사용했다.
마법의 빛이 어둠을 밝히고 로열가드 셋이 앞길을 열었다. 애초에 ‘이런 중요한 장소에 도굴꾼을 막을 함정이 있지 않을까?’ 하고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물론 함정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황손이자 황제인 레이먼이 일행에 포함되어 있기에 발동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위험 요소는 없는 것 같으니, 조금 더 빨리 이동해도 될 것이다.”
레이먼이 말했다. 선두를 맡은 로열가드 셋은 시선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속도를 높였다. 지금까지는 주위를 극도로 경계하며 천천히 걸었다면, 이제는 최소한의 경계만을 유지한 채 빠른 걸음으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계단의 끝이 보였다.
“철문입니다. 잠겨 있군요.”
일루전 자작이 철문을 살핀 끝에 결론을 내렸다. 그가 강제로 문을 부수려던 순간, 레이먼이 손을 들어 올리며 앞으로 나섰다.
“그건 내가 열 수 있다.”
부수거나 강제로 열려고 하면 설치된 기관 함정이 발동한다고 설정집에 적혀 있었다.
레이먼은 그걸 설명하고는 손가락에 작은 상처를 내서 문의 인식 장치에 핏방울을 떨구었다.
황제의 피를 인식한 기관 장치가 작동했다. 오래된 태엽이 돌아가는 소리가 울리면서 천천히 문이 열렸다.
“진입하겠습니다.”
마법의 빛이 먼저 안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선두의 로열가드들이 앞다투어 달려 들어갔다. 내부는 쉐이드들이 잠들어 있던 공간보다 조금 좁았다.
레이먼은 로열가드들보다 한발 늦게 공간에 발을 들였다. 벽면에는 푸른 마나를 머금은 수정들이 보였는데, 그 수가 100개 정도였다.
푸른빛에는 사람의 형체가 깃들어 있었으니, 로열가드가 잠들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들이 잠들어 있는 수정을 훑으며 레이먼은 생각했다.
‘내가 몇 명이나 깨울 수 있을까?’
암황을 죽이고 지배력이 회복되는 걸 분명히 느꼈지만, 한계는 이전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였기 때문에 몇 명이나 깨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바람이 있다면 최대한 많은 이들을 깨우고 싶은 심정이었다. 고대 시대부터 필리어스 제국은 대대로 황권의 건재함을 로열가드의 숫자로 과시하고는 했으니까.
“물러나라.”
포타스 백작과 로열가드들이 일제히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그와 반대로 레이먼은 앞으로 두 걸음 나서며 ‘고요한 절대자’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내재된 지배력이 깨어났다. 어두운 공간에 퍼져 나간 황금빛 기운이 수정들에 깃들었다.
쩌적.
황금빛 기운을 머금은 수정들이 일제히 쪼개지며 서슬 퍼런 냉기를 내뿜었다. 지하의 탁한 공기에 차가운 냉기가 섞여들었다.
“황명이다! 로열가드는 속히 내 앞에 집결하라!”
레이먼이 차분하면서도 위엄 있는 목소리로 지시하자 늦장을 피우던 로열가드들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수정에서 튀어나온 로열가드들이 레이먼의 앞에 도열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혼란은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약속이 되어 있었던 것처럼 그들은 현 황제에게 고개를 숙였고, 레이먼은 눈동자를 움직여 그들의 숫자를 셌다.
‘50명 정도인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무너진 황권을 다시 일으키기에는 충분한 숫자였다. 수를 헤아리는 걸 끝낸 레이먼은 다시 눈동자를 움직여 그들의 작위를 살폈다.
로열가드들은 자신의 가슴에 작위를 나타내는 흉장을 달고 있으며, 이건 고대 시대부터 쭉 변하지 않고 이어온 전통 같은 것이었다. 그들이 가슴에 달고 있는 흉장을 빠르게 살폈지만, 후작급은 없었다.
‘후작급까지 깨울 정도는 아니었던 건가?’
깨어난 이들 중 가장 높은 작위가 백작이었으며, 그마저도 수가 많지 않았다. 설정상으로 존재하는 고대 시대의 영웅 템페스트 후작이 깨어나길 기대했지만, 이번은 기회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오십의 로열가드가 합류한 것 또한 기쁜 일이었기 때문에 레이먼은 그들을 앞에 두고 절대 아쉬운 내색하지 않았다.
‘지배력은 거의 다 쓴 건가?’
레이먼은 속으로 생각하며 남아 있는 지배력을 가늠했다.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아직 지배력에 대한 많은 정보는 없었지만 설정집에서 본 내용과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짐작할 때, 세계관에 영향력이 있는 인물을 죽이거나 큰 사건을 일으키면 회복되는 것 같았다.
“황제 폐하…….”
로열가드들 중 한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가슴에는 백작의 작위를 상징하는 흉장을 달고 있었으니, 지금 깨어난 이들 중에서는 가장 작위가 높은 이였다.
“로열가드의 알폰스 백작입니다. 한 가지만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레이먼이 고개를 끄덕이자 알폰스 백작이 입을 열었다.
“제국 재건 계획이 발동된 겁니까?”
“그렇다.”
“상황이 좋지 않은 모양이군요.”
알폰스 백작이 말했다. 황금 가면 아래 숨겨진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번에 깨어난 다른 로열가드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조금 전에 동면 상태에서 깨어났기 때문에 현재 필리어스 제국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지만, 제국 재건 계획에 대해서는 모두 알고 있었다.
제국이 가장 쇠락했을 때를 대비해 선대 황제들이 남겨둔 최후의 보루. 그것이 제국 재건 계획이다.
“이날이 오지 않기를 바랐건만…….”
동면에서 깨어난 로열가드들 중 한 명이 중얼거렸다. 아주 작은 목소리였지만 레이먼은 분명하게 들었다.
“몸 상태는 어떤가?”
“문제없습니다.”
알폰스 백작의 대답에 레이먼은 다시 한번 그들을 살폈다. 오랜 시간 동면해 있었지만, 눈빛이 맑았다.
“좋다. 포타스 백작이 그대들에게 현 제국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줄 것이다.”
현재 필리어스 제국의 사정을 알고 있는 게 앞으로의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다. 몇 걸음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포타스 백작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레이먼의 옆에 바짝 다가와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느 정도까지 설명하면 됩니까?”
“모든 것을 말해줘도 될 것이다.”
직접 뽑지는 않았지만, 저들 또한 로열가드다. 오직 황제의 명만을 따르며, 배신의 가능성은 절대 존재할 수 없다.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포타스 백작이 고개를 숙이며 그들에게 다가가 설명을 시작했다.
레이먼은 지배력을 다 쓴 후유증으로 짧은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에 옆의 바위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다. 이윽고 그의 시선은 포타스 백작에게 향했다.
중앙정보국의 수장을 맡고 있는 포타스 백작이라면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 10분 동안 현재 제국이 처한 대강의 상황을 오십의 로열가드에게 전파를 끝낼 것이라고 기대하며, 레이먼은 조용히 눈을 감고 호흡을 골랐다.
* * *
발렌시아 공작령.
영주성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선대 황제의 장례식에서 발렌시아 공작과 가문의 장남, 그리고 수행원들 다수가 목숨을 잃은 탓도 있지만, 그들이 후원하고 있던 데네브 필리어스가 역적으로 낙인찍혔기 때문이었다.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아 살아남은 영주 가문의 차남 라크 발렌시아가 가신들과 기수 가문의 귀족들이 발렌시아 공작령의 중심도시로 소집했다.
영주성의 대회의장에 라크 발렌시아의 부름을 받은 귀족들이 모여들었다.
“영주님. 속히 움직이셔야 합니다. 벌써 내무부와 궁내부에서 발렌시아 공작령을 황실 직할령으로 변경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늙은 귀족이 진언했다. 라크 발렌시아는 아직 공식적으로 공작의 작위를 승계받지 않았지만, 목숨을 잃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발렌시아 공작령의 임시 영주직을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주’라는 호칭이 사용되었다.
“전통 깊은 공작령을 황실 직할령으로 변경하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
기수 가문의 귀족 중 한 명이 분노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명분이 대체 뭐랍니까?”
“정확한 건 아직 모르오. 하지만 아마 반역죄를 뒤집어씌울 것 같소.”
“허어! 드디어 망나니가 황제가 될 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는데,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소!”
술렁이는 귀족들의 모습에 라크는 이마를 부여잡았다. 보다 못한 늙은 기사가 검집으로 대리석 바닥을 강하게 내려쳤다.
“영주님의 앞이오! 진정들 하시오!”
늙은 기사의 호통에 그제야 모두 입을 다물었다. 소란스럽던 대회의장이 일순간 조용해지고 라크는 안정을 되찾았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자작.”
라크가 기수 가문의 귀족을 보며 물었다.
“우선, 반역죄를 묻게 된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대부분이 처형당할 겁니다. 그리고 영지조차 황실 직할령으로 변경된다면 발렌시아 공작 가문은 말 그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자작의 말에 라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망나니가 황제가 되면 안 되는 것이었어…….”
분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품고 있던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제기랄!”
라크는 욕설과 함께 이를 악물었다. 반역을 꾀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이대로 목숨을 잃는 것은 싫었다. 가신들이나 기수 가문의 귀족들이라면 목숨을 보전할 수 있겠지만, 발렌시아 공작 가문의 직계인 그는 반역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실제로 데네브의 반역에 조금 개입되어 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자작, 우리는 어찌해야 합니까?”
라크의 물음에 자작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반란을 일으켜야 합니다. 서부의 영주들을 규합하여 대규모 난을 일으키면 제국 또한 우릴 얕볼 수 없을 겁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실현 불가능한 말을 내뱉는 자작이었지만 아직 20대 초반에 불과한 라크는 그 말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비밀리에 영지군을 무장시키세요. 우리는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겁니다.”
라크의 결단에 모인 귀족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이 모든 이야기를 어둠 속에서 듣고 있는 이가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