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6)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6화
3장 망나니는 이제 없다(1)
마음속에 작은 불평이 고개를 들었지만, 아들에 대한 걱정이 가득한 황제의 시선이 닿는 게 느껴졌기에 고개를 살짝 젓는 거로 씻어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이냐?”
걱정은 잠시였다. 황제는 곧 위엄을 되찾았다. 그는 자초지종을 물었다.
레이먼은 긴장한 표정을 애써 감춘 채 마른 침을 삼켰다. ‘희생의 창’에 대해서는 아직 밝힐 수 없으니 여기서 대답을 잘 해야 한다.
두뇌 회전, 최대로.
“실은 황실 7번 비고에서 마나 로드를 만드는 방법이 적혀 있는 서책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관심이 생겨서 읽다가 한번 도전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더냐?”
황제가 질문했다. 목소리에서 호기심이 묻어났다. 신관이 옆에서 레이먼의 상태가 괜찮다는 수신호를 보내주었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지운 듯했다.
“마나의 길을 열었습니다.”
“정말이더냐?”
황제가 놀랐다. 곁을 지키고 있던 황실 기사들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망나니로 유명한 5황자가 독학으로 마나의 길을 열었다고?’
적당한 거짓이 섞여 있었지만, 그들이 알 길은 없었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5황자를 보는 가운데, 오직 로열가드들만이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다.
“예, 황제 폐하. 제가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믿겠다.”
실체화까지는 말할 필요 없을 것 같았다.
“황제 폐하, 곧 외무대신이 알현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벌써 그렇게 된 것이냐?”
시종장과 황제의 대화였다. 아무래도 황제는 바쁜 와중에도 아들이 쓰러졌다는 사실에 모든 일정을 잠시 뒤로 미루고 달려온 모양이다.
“너무 무리하지 말거라.”
그 말을 끝으로 황제가 의무실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황제의 등장에 긴장했던 황실 기사들이 그제야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5황자 전하의 몸 상태는 어떻습니까?”
상황이 진정되자 알렉스가 가장 먼저 나섰다. 질문을 받은 신관은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생명력을 많이 소진하시기는 했지만, 며칠 안정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면 회복되실 겁니다.”
“고맙네.”
얌전히 쉬고 있을 생각은 없었지만,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5황자궁으로 돌아온 레이먼은 알렉스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5황자 전하.”
“알렉스. 은밀하게 방문할 자가 있으니, 침실 주변 경계를 완화하도록.”
“겨우 얼마 전에 황궁 습격이 있었는데 괜찮겠습니까?”
알렉스가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했다. 그는 레이먼이 말하는 은밀한 방문의 의미를 이해했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최근 5황자에 대한 감정이 호감으로 발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에게 충성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5황자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즉참될 이가 알렉스였다.
“알렉스, 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다. 잠깐이면 되니까, 30분 정도만 순찰을 자제시켜.”
“예, 5황자 전하.”
“가서 쉬어.”
알렉스가 물러갔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천천히 문이 열리고 갈색 로브를 걸친 노인이 걸어 들어왔다.
청탑주, 리세필드 디올이다.
“노인장 왔는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리세필드가 피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청탑의 로브는 입고 오지 않았군.”
“5황자 전하, 난리가 났었습니다.”
막내라고는 하지만 황족이 청탑에서 쓰러졌으니, 난리가 났을 것이다.
레이먼은 대답하는 대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사관까지 다녀갔습니다. 정말, 변명하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리세필드가 흐르는 땀방울을 훔쳐내며 말했다. 레이먼은 술잔을 채우며 눈살을 찌푸렸다.
‘조사관까지 청탑에 다녀갔다고? 이건 조금 과한데?’
“아무리 내가 쓰러졌다고 해도, 황실에서 조사관까지 보냈다고? 노인장, 도대체 평소에 무슨 짓을 한 건가? 의심받을 짓을 많이 했나 봐?”
“하아! 조사관이 올 수밖에 없지요.”
리세필드가 여러 복잡한 감정이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땅이 꺼질 기세다.
“방어 마법으로 도배된 청탑에 구멍이 뚫렸으니까요.”
“노인장, 그게 무슨 소리인가?”
“기억이 안 나십니까?”
‘응, 기억 안 나. 진짜로.’
“5황자 전하께서 사용한 희생의 창이 청탑에 구멍을 뚫어 놨습니다.”
‘설마?’
“제가 그거 둘러대느라, 정말 고생했습니다.”
리세필드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아무래도 농담이 아닌 모양이다.
* * *
청탑주의 집무실이다.
상석에 레이먼이 앉아 있었고 그 앞에 청탑주, 리세필드 디올이 서서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청탑의 방어 마법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고 계십니까?”
“대충은 알고 있지.”
“고대의 대마법사, 첫 번째 청탑주가 설계하고 직접 방어 마법진을 그렸습니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아십니까? 5황자 전하…….”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리세필드는 심각한 얼굴로 한 걸음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5황자 전하께서, 대마법의 방어 각인을 박살 냈다는 말입니다. 이건 복원할 수 없습니다.”
‘그래, 내가 잘못했다.’
“때가 되면 보상을 해주겠다.”
“예, 수리비는 받아야겠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한센이 남긴 비밀의 방에서 찾은 귀중한 보석들이 한 상자나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청탑주가 수리비를 얼마나 부를지 기다렸지만.
“수리비는 5황자 전하께서 일주일간 청탑에서 생활하는 겁니다.”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황제 폐하께서…….”
“허락하실 겁니다. 5황자 전하께서 직접 부탁한다면 말이지요.”
이 노인네, 고단수다.
“청탑에서 일주일만 마법을 배워보시지요.”
청탑주, 리세필드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주 작정한 모양인지 퇴로를 철저하게 차단하고 쐐기를 박았다.
‘5황자 전하는 신이 내린 재능을 가지고 계신다. 이분이라면 대마법사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5황자를 바라보는 리세필드의 눈동자가 강한 열망의 빛이 피어올랐다.
대전쟁 이후, 살아남은 유일한 고대 국가가 필리어스 제국이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한 대가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대마법사와 검성의 대가 끊긴 게 벌써 수백 년이다.
필리어스 제국의 마탑 연합은 대마법사를 배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성과는 없었다. 그런데 희망은 전혀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청탑주는 그 희망을 보았다.
“노인장, 그렇게 그윽하게 보면 부담스러워.”
“크흠! 어쨌든 수리비는 내주셔야겠습니다!”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 적국인 하이펠 제국은 아니라도 마도왕국에서 대마법사를 초청해서 수리를 맡겨도 될 텐데?”
마도왕국에도 대마법사가 있다는 거로 알고 있다.
공식적으로 드러낸 이들만 해도 2명이었으며, 비밀리에 은둔한 대마법사가 2명이다.
레이먼은 설정집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마도왕국의 국왕과 수뇌부만 알고 있는 은둔 대마법사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타국의 대마법사에게 청탑의 보수를 맡길 수는 없나이다!”
청탑주가 목소리를 높였다.
“본 제국에도 은둔…….”
아차 싶은 마음에 서둘러 입을 닫았다. 아직 이 설정은 꺼낼 때가 아니다.
외팔검이나 붉은 수염에 대해 밝히기에는 아직 이르다.
“5황자 전하?”
“아무것도 아니다.”
고개를 저으며 일어났지만 리세필드의 의심스러운 시선 또한 함께 따라왔다.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화제를 전환할 뭔가가 필요하다고 느낀 레이먼은 서둘러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께는 내가 말해둘 테니, 청탑에서 일주일을 지내는 데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야.”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옵니다, 5황자 전하.”
‘그건 너한테나 그렇겠죠.’
뒷말은 가볍게 삼켜주었다.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는 청탑주 집무실에서 나와 수행원들과 합류했다.
“5황자 전하, 청탑주님과 친분이 있으셨던 것이옵니까?”
알렉스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요즘 잘해줬더니 트라우마는 많이 잊은 것 같았다. 예전이었다면 질문을 하는 건 감히 생각도 못 했을 것이고, 이렇게 가까이 달라붙지도 않았을 것이다.
“친분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 그냥 우연히 알게 된 정도?”
“청탑주님은 대외 활동을 거의 안 하는 거로 알려져 있는데, 역시 5황자 전하이십니다.”
가벼운 띄워주기.
“5황자궁으로 모시겠습니다.”
알렉스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지만, 레이먼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먼저 가야 할 곳이 있다.
“아니, 황궁으로 간다.”
“화, 황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알렉스가 깜짝 놀랐지만 괜한 걱정이다.
‘황제는 날 총애하거든.’
정보를 알고 있다는 건 생각보다 훌륭한 무기가 된다.
* * *
황제의 허락을 받았다. 마나 수련을 하기 위해 청탑에서 일주일간 생활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때, 황제는 반대하기보다 오히려 감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5년간 망나니 생활을 했던 아들이 갑자기 정신을 차린 거로도 모자라 마법을 수련하겠다고 하다니. 반길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마나를 다루는 법을 배우면 굳이 마법사가 되지 않더라도 강력한 마나 소드를 다루는 고위 기사로 향하는 길 또한 열린다.
거기서 더 발전하면 오러 블레이드를 다루는 검성이 되는 것이다.
“요즘 황궁에 자주 출입하는구나, 레이먼.”
“알로켄 형님이십니까?”
황제의 허락을 받고 알현실을 나오기 무섭게 3황자, 알로켄이 모퉁이에서 걸어 나왔다.
“내가 황위에 관심을 가지지 말라고 했을 텐데, 여전히 형의 말을 안 듣는구나.”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위협적인 어조였다.
“제가 알아서 합니다.”
차갑게 대꾸했다. 그게 반항으로 들린 것일까?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머금고 있던 알라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금 나한테 대드는 거냐?”
알로켄이 강하게 나왔다. 아무리 5황자가 망나니라고는 하지만 황실 기사들 앞에서 이 정도로 막 나올 줄은 몰랐다.
뒤에 있는 수행원들을 향해 슬쩍 고개를 돌렸다.
“뒤에 있는 황실 기사들을 믿는 것이냐? 저들이 정녕 너의 기사일 것이라 생각하는 거냐?”
음험한 목소리로 말하는 3황자. 황실 기사들은 말없이 뒤로 세 걸음 물러났다.
알렉스가 그나마 자리를 지켰지만 안쓰러울 정도로 벌벌 떨고 있었다.
‘3황자, 설정보다 더 무서운 놈이었어.’
설마 5황자궁의 황실 기사들까지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 넣을 줄이야,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제아무리 3황자의 권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단기간에 이뤄졌을 리가 없다. 아마 몇 년 전부터 준비해 왔을 것이다.
“어떤가?”
알로켄은 악역 같은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두려움에 떨기를 바란 것 같지만 유감스럽게도 별 감흥은 없다.
유일하게 든 생각이 있다면 하루빨리 세력을 구축해서 직속 호위대를 편성해야겠다는 것이다.
‘내 사람들이 필요하다.’
현 황제, 로널드 필리어스는 뛰어난 황제였지만 지금은 늙고 병들었다.
그가 보내준 기사들을 3황자가 자신의 사람으로 채워 넣은 것만 봐도, 황제의 권력이 얼마나 약해졌는지 알 수 있다.
“형님의 조언을 새겨듣겠습니다.”
“오래 살고 싶으면 그래야 할 거다.”
3황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으며 자신의 수행원들과 함께 유유히 발걸음을 옮겼다.
“5황자 전하…….”
알렉스가 다가왔다. 레이먼은 멀어지는 알로켄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말거라.”
그렇게 말하고는 먼저 5황자궁으로 향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5황자 전하,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5황자궁의 정원을 거닐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으니, 어디선가 알렉스가 다가와 보고했다.
일주일만 있을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황족이 움직이는 것이다 보니 챙길 게 많았다. 그래서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린 모양이다.
“그래, 수고했다.”
이제 청탑으로 갈 시간이다. 발걸음을 옮기자 정원 안팎에서 대기 중이던 황실 기사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너무 많아.’
수가 10명이 넘었다. 황궁 습격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그런지, 청탑에 일주일간 있는 걸 허락해 주는 조건으로 황제가 황실 기사 10여 명을 붙여준 것이다.
근접 호위는 알렉스를 포함해서 2명에서 3명 정도겠지만 보는 눈이 많으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마차로 모시겠습니다.”
“그래.”
청탑으로 가는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청탑은 수도 인근에 있었기 때문에 이동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마차도 황실의 것이라서 그런지 안락했다. 청탑 앞에는 리세필드와 탑의 장로급 마법사 몇 명이 마중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차가 멈추고 레이먼이 내렸다.
“5황자 전하 오셨…….”
“노인장, 집무실로 가자.”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청탑주, 리세필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뒤따랐다. 이윽고 최상층의 청탑주 집무실에 도착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상석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청탑주를 향해 시선을 던지며 입을 열었다.
“노인장.”
“예, 5황자 전하. 말씀하시지요.”
“나, 마음이 변했다.”
마법사에 뜻은 없었다. 기본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청탑에서 생활할 일주일 동안 대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다.
“최소 하급 마법사.”
“예?”
뜬금없이 무슨 소리지? 하는 표정으로 리세필드가 되물었다.
‘아, 너무 생략했나? 그러면 이해하기 제대로 설명해 주마.’
“일주일 안에 최소 하급 마법사의 경지에 오르겠다.”
“5황자 전하, 천재라고 해도 1년 이상 걸리는 경지입니다. 평균적으로 일반인들은 4년 넘게 마나를 가다듬어야 하급 마법사가 될 수 있습니다.”
청탑주, 리세필드가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했다.
레이먼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마법을 배운 적도 없는데 일주일 안에 하급 마법사의 경지에 오를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노인장의 협조만 있으면 가능해.”
“예?”
불안한 마음에 리세필드의 눈동자가 떨렸다.
“내놔.”
“예?”
“‘예?’라는 말밖에 못 하냐? 청탑 비밀 전승 다 내놓으라고.”
이건 날강도가 따로 없다. 리세필드는 5황자의 말에 그만 기절할 뻔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