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60)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60화
22장 황권 강화(2)
성소에서 로열가드 오십을 깨운 직후, 단치히 백작의 영주성으로 돌아온 레이먼은 황성으로의 귀환을 결정했다.
“황제 폐하, 아직 몸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으셨습니다.”
담당 신관이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했으나, 레이먼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황권이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황성을 오래 비워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궁내부는 황성으로 돌아갈 준비를 서둘러라.”
“예, 황제 폐하.”
차분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곁에서 대기하고 있던 알렉스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고는 천천히 물러났다. 그는 레이먼의 지시로 평범한 시종에서 시종관으로 위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황제를 곁에서 직접 보조할 수 있게 되었다.
“황제 폐하, 그러나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레이먼이 변함없는 강경한 태도를 밀어붙이자 신관도 결국 백기를 들어 올렸다. 그는 한숨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억누르며 그저 무리하면 안 된다는 말을 반복한 뒤, 임시 집무실을 떠났다.
황권 강화를 위한 계획 중 하나인 황성으로의 귀환이 시작되었다. 궁내부에서는 맡은 일을 서둘렀고 이틀 만에 단치히 백작령을 떠날 준비가 끝났다.
“황제 폐하! 경계까지 저희 단치히 영지군이 안전하게 호위하겠습니다!”
중심도시를 나오자 단치히 영지군 소속의 기마대 오백이 모습을 드러냈다. 영주가 직접 그들을 이끌고 있었다.
예정되어 있지 않은 갑작스러운 호위였지만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레이먼은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호의를 받아들이겠다.”
“안전하게 모시겠나이다!”
단치히 백작이 호기롭게 외치고는 바람에 휘날리는 로브를 가다듬었다. 그는 훌륭한 영주이면서 뛰어난 실력의 상급 마법사이기도 했다.
“지금부터 영지의 경계까지 황제 폐하를 호위한다! 영지군은 지금 즉시 진형을 갖춰라!”
마법사보다는 기사에 가까웠다. 마나의 힘을 빌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우렁찼다.
영지군의 기마대가 일사불란하게 진형을 갖췄다. 그 모습만 봐도 평소에 얼마나 훈련을 잘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처음 약속한 대로 단치히 백작령의 경계까지 레이먼을 호위했다. 경계를 넘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북부 중앙군 소속의 기마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북부 중앙군이 황제 폐하의 방패가 될 것이니! 단언컨대, 적들은 우리를 꿰뚫을 수 없을 것입니다!”
호위를 책임지게 된 북부 중앙군의 최상급 지휘관이 말했다. 그들은 수도까지 레이먼을 호위했고, 수도 인근에 도달하자 수도 경비군과 황군이 호위를 넘겨받았다.
“돌아가면 즉시 궁정 회의를 열 것이니, 궁내부에서는 이를 준비하라.”
수도의 경계로 진입하여 중심도시로 향하는 길이었다. 레이먼은 궁정 회의의 소집을 지시했다. 알렉스는 황군의 최상급 마법사에게 이를 전달했다.
레이먼이 수도 인근에 도달했을 때, 궁정 회의가 소집되었다. 소집령을 받은 귀족들이 황성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황성에 마련된 별장을 임시 거처로 삼거나 궁내부에서 제공한 귀빈관에 머물렀다.
참석할 귀족들은 모두 모였지만 정작 중요한 황제가 수도에 도착하지 않았으니 궁정 회의는 조금 연기되었고, 여유가 생긴 귀족들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사교회를 중심으로 뭉친 친분을 만나기 위해 저마다의 별장에서 모였다.
“망나니가 황좌에 올랐으니, 이제 제국도 끝인가?”
“그러게 말일세. 1황자 전하께서 황위를 계승하셨어야 했네.”
귀족들이 모인 곳에서는 말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1황자를 지지하는 귀족들이 모인 별장에서 가장 많은 불만이 터져 나왔다.
레이먼이 연회장에서 암황을 저지하고 국경에서 활약했다고는 하지만 망나니였던 과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1황자에게 충성을 맹세한 귀족들이 보기에는 이번 황위 계승이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1황자 전하께서 빨리 깨어나셔야 할 텐데…….”
젊은 귀족 무리에서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소수를 제외하면 그들 모두 같은 심정이었다.
위태롭기는 하지만 1황자의 생명이 아직 붙어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이지, 어쩌다 제국이 이 지경까지…….”
“선대 황제 폐하께서는 왜 그런 망나니를…….”
불만은 계속 터져 나왔고 밤은 깊어갔다. 자정을 넘은 시각, 마침내 귀족들은 불평을 늘어놓는 것을 그만두고 비밀스러운 회동이 끝이 나는가 싶었다.
궁정 회의까지 짧은 작별을 고하려는 찰나, 응접실의 문이 노크도 없이 벌컥 열리더니 늙은 기사가 다급한 표정으로 달려 들어왔다.
“무슨 일인데 이런 소란이냐!”
자작의 작위를 상징하는 흉장을 찬 남자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질책하자 노기사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안색이 뱀파이어처럼 창백했다.
“1황자 전하께서 승하하셨습니다!”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응접실에 모인 귀족들이 딱딱하게 굳었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들이었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노기사는 진중했다. 거짓 하나 섞이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게 정말이더냐!”
“조금 전에 단치히 백작령의 최상급 마법사가 저희 측으로 마법 통신을 보내 왔습니다. 확실한 정보입니다.”
“이럴 수가…….”
1황자가 살아 있었다면 쇠락한 황권에 도전할 명분이 있었을 텐데, 그가 목숨을 잃으면서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지고 말았다. 모두가 절망하고 있을 때, 늙은 귀족 한 명이 정신을 차리고서 입을 열었다.
“유언은?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은 없으셨나?”
1황자, 세라크 필리어스는 거침없는 행보로 군부의 지지를 받았던 황족이었다. 불같은 성격이었지만 신중한 면모를 보일 때도 많았던 그라면, 필시 사경을 헤매면서도 자신을 믿고 따라왔던 지지자들에게 남긴 말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제국이 위태로우니 사익을 추구하지 말고 황제의 깃발 아래 집결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노기사의 말에 귀족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1황자 전하의 말씀대로 제국이 위험한 시점이니 사익을 추구해서는 안 될 것이야.”
“유언을 따라야 할 걸세.”
유언을 따르겠다고 선언하는 귀족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망나니 황제를 따를 수는 없소.”
“우리는 따로 살길을 찾겠습니다.”
대놓고 반발하는 이들도 있었다. 각 세력은 정확하게 절반으로 갈렸다.
반발하는 이들은 성을 내며 먼저 별장을 나섰고, 남은 이들은 침통함을 이기지 못하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설마 여기서 의견이 갈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절반이 이탈했습니다. 어쩌면 저들이 현명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남작! 자네까지 왜 그러는가?”
늙은 귀족이 호통을 쳤지만, 남작이라고 불린 이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그는 싸늘한 눈빛을 흩뿌리며 입을 열었다.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자작 각하. 침몰하는 배에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이미 황권은 무너지기 시작했으니, 황제 폐하께서 어떻게 나오시는지 한 번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냉정하지만 정론이었다. 늙은 자작은 입을 다물었고 다른 귀족들도 남작의 말에 동조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 * *
“세라크 형님께서 돌아가셨다고?”
레이먼의 물음에 청탑주, 리세필드 디올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조금 전에 단치히 백작령의 최상급 마법사로부터 1황자의 숨이 끊어졌다는 것을 보고 받고 그것을 레이먼에게 전달한 참이었다.
“이거야, 원…….”
마차의 창밖으로 한탄 섞인 한숨을 뱉어냈다. 황권 강화에 대한 장애물이 될 수도 있는 1황자가 끝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냉정하게 보면 희소식이었지만 꼭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다.
데네브나 알로켄과는 달리 1황자, 세라크와는 특별히 충돌이 없었던 탓이었다.
실제로 《망자들의 제국》 소설 속의 설정집을 봐도 1황자와 4황녀는 레이먼이 망나니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를 잘 챙겨줬다는 내용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그의 죽음이 실리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꼴이 되면서도 반갑지는 않았다.
“남기신 말씀은 없으셨나?”
“제국이 위태로우니 사익을 추구하지 말고 황제의 깃발 아래 집결하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번에는 포타스 백작이 대답했다. 1황자가 목숨을 잃을 때, 곁을 지키고 있었던 귀족 중 한 명이 중앙정보국 소속이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입수한 정보였다.
“형님께서는 끝까지 황실과 제국을 생각해주시는군.”
레이먼은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멀리 보이는 산맥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던지며 밤바람을 맞이했다. 옆에서 보기에는 생각에 깊게 잠겨 있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이 또한 연출이었다.
1황자의 죽음이 반갑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슬픈 감정이 느껴지는 것 또한 아니었으니, 최소한 형제의 죽음을 애도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레이먼의 연출과 연기에 마차 안의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수도에 도착했습니다.”
밖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게슈타인이었다. 힘차게 달리던 마차가 점차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고 호위를 맡았던 황군과 수도 경비군의 일부가 이탈했다.
마차가 황성을 통과하여 황궁에 멈추자 레이먼은 궁정 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환복을 위해 가까운 빈방을 찾아갔다.
“잠시 물러들 가라.”
환복이 끝났다. 은밀한 기척을 감지한 레이먼은 시종관 알렉스와 시녀들을 물렸다. 이제 방 안에는 과묵한 친위대장, 게슈타인과 레이먼만 남게 되었다.
“모습을 드러내거라, 그림자여.”
조금 전부터 느껴진 기척의 주인은 쉐이드가 분명했다. 대대로 어둠 속에서 황가와 제국을 수호해 온 그들은 얼마 전 제국 재건 계획에 의해 깊은 잠에서 깨어난 이후부터 황제인 레이먼의 명령을 착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방의 구석, 희미한 그림자 속에서 검은 제복을 갖춰 입은 창백한 얼굴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쉐이드 중에서도 조장급의 직급을 가진 자였다. 그는 자신이 모시는 황제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다가왔다.
“네가 보고 들은 것을 내게 모두 고하라.”
“발렌시아 공작 가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쉐이드가 거침없이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모두 레이먼에게 그대로 고했다.
“이것들이 선수를 치려고 하는 건가?”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이렇게 된 이상 발렌시아 공작령을 황실 직할령으로 변경하는 절차를 서두른다고 해도 불협화음이 터지는 건 피할 수 없다.
“어찌하면 좋을까?”
혼잣말을 흘렸다. 게슈타인과 쉐이드는 그저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우선 궁정 회의가 급선무니까, 그것부터 해결하고 와서 결정하겠다.”
“저희는 언제나 황제 폐하의 곁에서 황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쉐이드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윽고, 노크 소리와 함께 알렉스가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왔다.
“황제 폐하, 궁정 회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가자.”
복도로 나서자 로열가드들이 따라붙었다. 넓은 통로를 따라 10분 정도 걷자 궁정 회의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황궁 기사 둘이 고개를 숙이고는 힘차게 문을 열었다. 알렉스가 먼저 달려나가 힘차게 목소리를 높였다.
“황제 폐하께서 입실하십니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필리어스 제국에 군림하는 황제에 대한 당연한 예의다. 하지만 입실하는 레이먼을 향하는 시선들은 제각각이었다. 연회장이나 성소에서 목숨을 구원받고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탐탁지 않다는 눈빛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시작하라.”
레이먼의 차분한 목소리가 넓은 공간에 울리고 궁정 회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회의는 좀처럼 시원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지금 당장 대규모 병력을 파병하여 검은 산맥을 장악하고 삼국 동맹을 압박해야 합니다!”
“옳소! 성소에서의 참상을 일으킨 주범들을 마땅히 징벌해야 할 것입니다.”
피의 장례식에 대한 보복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반대를 외치는 입장이었다. 애초에 레이먼은 망나니였고 휘하의 귀족 세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황위를 이어받았으니 어쩔 수 없었다.
황제의 깃발 아래 집결하라는 1황자의 유언을 받은 귀족들 또한 일단은 지켜보자는 주의였으니, 궁정 회의는 레이먼에게 있어서 더욱 답답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분명 검은 산맥은 마물의 숲에 비하면 덜 위험한 지역이긴 합니다. 하지만 거길 뚫는다고 해도 삼국 동맹은 어찌 상대하실 겁니까?”
“백작 각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저희는 삼국 동맹의 군대를 상대할 힘이 없습니다.”
싸우기도 전에 패배를 말하고 있으니 답답한 심정이었다. 참담한 심정을 감추기 힘들었다.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젓는 레이먼. 그는 뺨에 닿는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산악 공작이 있었다.
히죽.
입꼬리를 끌어 올리는 그 모습이 감히 황제를 비웃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군.’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황권을 강화하는 건 불가능이요, 오히려 추락하게 생겼으니…….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왔다.
“누가 감히 패배를 입에 담는가!”
마나를 담은 외침이 궁정 회의장을 뒤흔들었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게 느껴졌다. 레이먼은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