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61)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61화
22장 황권 강화(3)
“그대들은 필리어스 제국의 귀족인가? 아니면 삼국 동맹의 앞잡이인가?”
날카로운 일침이 귀족들의 가슴을 후벼 팠다. 궁정 회의장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무거운 자물쇠가 입을 봉인한 것처럼 모두가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레이먼이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짐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위대한 필리어스 제국에 맹세한 그대들의 충의를 버릴 셈인가? 지금 제국은 흔들리고 있는데, 살아남은 황족은 아무도 없다. 방계마저 철저하게 전멸했으니, 지금 나를 견제하려는 경들의 행동은 현재 모래성과 같은 제국을 무너뜨리는 것과도 같다.”
귀족들의 반응이 갈렸다. 일부는 자신들의 잘못을 통감하고 고개를 숙였지만 몇몇은 오히려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었다. 그 낯빛에서는 반항의 심리가 들끓었다.
“황제 폐하! 망언 삼가시길 바랍니다!”
산악 공작 휘하의 귀족, 리피트 자작이었다. 그를 본 순간 떠오른 설정집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리피트 자작은 발렌시아 공작의 휘하 귀족들과도 연결점이 있었다.
그건 그렇고, 망언이라. 단어의 선택이 화려하군.
“황권이 이토록 쇠락했던 것인가, 아니면 피의 장례식 이후로 무너진 것인가.”
레이먼이 혼잣말을 흘렸다. 설정대로라면 후자였다. 황권이 쇠락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로널드가 목숨을 잃고 피의 장례식이 터지면서 그가 마지막까지 유지하고 있던 황권이 무너지고 제국이 개판이 된 모양이다.
-산악 공작이 술수를 부린 듯합니다.
적탑주, 베레누스 카일의 목소리였다. 궁정 회의장 구석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그가 포타스 백작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을 마법으로 전한 것이다.
“어전입니다!”
“무엄하오!”
여전히 제국에 충성하는 귀족들과 앞으로 나서며 외쳤으나 리피트 자작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의 뒤에는 믿고 있는 배경이 있었으니,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도 평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리라.
“비록 어전이라고는 하지만, 황제 폐하께서도 제국의 사정을 잘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국에 충성하는 귀족들이 여전히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리피트 자작은 오히려 의기양양했다. 그 어떤 반작용이 있더라도 뒤의 버티고 선 산악 공작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과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슬슬 드러낼 때가 온 건가……?’
미친개가 날뛰고 있으니, 엄한 벌로 다스려야 될지어다. 레이먼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황금 가면을 쓰고 금빛 망토를 걸친 로열 가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수는 무려 오십을 넘었다.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들의 등장은 찬란하게 빛났다.
“로열 가드?”
“이렇게 수가 많았나?”
반기를 들었던 귀족들이 동요했다. 단순히 황금 가면만 씌워서 로열 가드를 흉내 냈다고 하기에는, 그들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범상치 않았다.
“누가 감히 황권에 반기를 드는가?”
블리자드 후작이 냉기가 묻어나는 음성으로 말했다. 로열 가드들이 날카로운 기세를 올렸다. 그제야 리피트 자작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황제의 이름으로 온갖 잔혹한 수단을 벌여 온 숙련자들의 살기를 감당하기에 리피트 자작은 너무나 약한 존재였다.
“쿨럭!”
살기를 머금은 날카로운 기세가 리피트 자작의 내장을 찢었다. 그는 붉은 피를 토해내며 고통에 떨었다.
기운에 짓눌러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설정이 존재한다. 레이먼은 그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생각이었지만, 리피트 자작이 혼절하기 직전에 그의 앞에 가벼운 갑옷 차림의 남자 둘이 앞으로 나섰다.
산악 공작의 호위 기사들이었다.
“황제 폐하. 다들 지쳤으니, 오늘 궁정 회의는 이 정도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뒤에서 히죽 웃고 있던 산악 공작이 진중한 표정으로 앞에 나섰다.
“발렌시아 공작령을 황실 직할령으로 만드는 문제는 내일 의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쁘지 않군.”
레이먼이 답했다. 봉인에서 깨어난 로열 가드들의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황권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으니,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오늘 궁정 회의는 이쯤에서 끝내겠다.”
엄숙히 선언하자 귀족들이 고개를 숙였다. 레이먼은 가장 먼저 황좌에서 일어나 궁정 회의장을 벗어났다. 게슈타인과 로열 가드들이 뒤따랐다.
궁정 회의가 해산되고 그들은 각자의 저택이나 귀빈관으로 돌아갔다.
“공작 각하께서 명하신 대로 했습니다. 한데, 별일은 없겠지요?”
산악 공작, 벨피앙의 저택에서 리피트 자작은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마법사 덕분에 내상은 회복했지만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다.
“호들갑 떨지 마라, 리피트 자작. 내가 뒤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산악 공작의 단호한 목소리에 리피트 자작은 안심할 수 있었다.
“오늘은 잘해주었다. 이제 북서부 국경군만 설득하면 대계는 절반 이상 완성된다.”
“국경 쪽 영주들이 쉽게 넘어올까요?”
리피트 자작이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했다. 예로부터 국경 지역의 영주들과 그 군대는 제국에 대한 충성심이 드높기로 유명했다.
“그건 경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죄,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리피트 자작을 보며 산악 공작은 고개를 저었다.
“이제 그만 가보도록.”
노골적인 축객령이었다. 리피트 자작은 동행한 4명의 호위와 함께 산악 공작의 저택을 나섰다. 그는 대기하고 있던 마차에 올랐고 4명의 호위는 각자의 말에 올라탔다.
리피트 자작의 경우에는 황성이나 수도의 내성에 별도의 저택을 마련할 정도로 부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궁내부에서 제공하는 작은 귀빈관으로 향했다.
“뭔가 이상합니다.”
4명의 호위 중 유일한 마법사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무슨 일인가?”
늙은 호위 기사가 다가와 물었다. 중급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는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며 입을 열었다.
“여긴 황성입니다. 그리고 지금 시국이 불안한데, 순찰병이나 경비병이 한 명도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모두 검을 뽑아.”
뒤늦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은 기사가 지시했고 호위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중급 마법사 또한 조심스럽게 마나를 끌어 올렸다.
마법사의 주위로 푸른 마나가 집결하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단검에 목이 꿰뚫렸다.
“어디냐…….”
노기사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호위를 하나 잃었으나 마나는커녕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무, 무슨 일이냐…….”
“주군, 위험합니다!”
마차 문이 열리고 리피트 자작이 고개를 내밀자 노기사가 기겁했다. 당장 어디서 암기가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방어 마법진이 각인된 마차 안에 있는 게 그나마 안전할 것이다.
“커헉!”
마부가 쓰러졌다. 뒤이어 날아온 칠흑의 암기들이 마차를 끌고 있던 말들을 관통했다.
“대, 대체 무슨 일이!”
리피트 자작이 울먹였다. 절망이 고개를 들었다. 호위 중 한 명이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그마저도 깊은 어둠에 잡아 먹혔다.
“제, 제기랄!”
호위 중 한 명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쓰러진 그의 흉갑에는 검은 암기가 꽂혀 있었다.
이제 호위는 노기사와 젊은 기사 한 명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 가지 않았다. 젊은 기사도 어디선가 날아온 암기에 당해 즉사했고 이제 노기사만 남았다.
“모습을 드러내라!”
노기사가 허공에 대고 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정면 대결을 펼친다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어둠 속에서 쉐이드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노기사는 절망하고 말았다.
‘내가 감당할 수 없다.’
그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마치 깊은 심연을 앞에 둔 것 같았다. 에드리거 왕국의 하사신과 조우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 정도의 압도적인 차이였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여전히 앞에 있는 쉐이드는 검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 그 사이로 드러난 눈동자에서 흘러나오는 짙은 살기만 해도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가만히 서 있던 쉐이드가 발걸음을 뗐다. 동시에 손을 살짝 흔들자 튀어 나간 암기가 노기사의 미간에 꽂혔다.
다시 손을 흔들자 검은 참격이 마차의 천장을 날렸다. 중급 수준의 방어 마법진은 쉐이드에게 있어서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차의 내부가 훤히 드러나자,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는 리피트 자작이 보였다.
“오줌까지 지린 것이냐?”
쉐이드가 말했다. 리피트 자작은 대답이 없었다. 아니, 두려움에 침식당해 대답할 수 없었다.
“대,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겁니까?”
“정녕 그 이유를 모르겠나?”
쉐이드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지금부터 너의 죄를 고하겠다.”
단검을 들고 있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첫 번째, 너는 감히 지엄한 황권을 시험했다.”
서걱.
“끄아아아악!”
뭔가가 툭 떨어졌다. 그것이 자신의 왼팔이라는 걸 알아챈 리피트 자작이 목이 터져라 비명을 내질렀다.
“마음껏 소리치고 울부짖어라, 너를 도와줄 이는 황성에 없으니까.”
쉐이드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단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리피트 자작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두 번째, 너는 황제 폐하를 모욕했다.”
다시 심판이 내려졌다. 이번에는 왼쪽 다리였다.
“끄, 끄아아아악! 제, 제발 그만해!”
리피트 자작이 절규를 토해내며 애원했지만 쉐이드는 멈추지 않았다. 황제를 모욕한 순간부터 그들은 자비를 망각했으니, 자작은 마땅한 징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세 번째, 너는 제국에 불충했다.”
오른팔이 날아갔다.
“네 번째, 너는 감히 반역을 도모했다.”
오른쪽 다리가 사라졌다. 이제는 비명을 지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것인지 팔과 다리를 잃은 리피트 자작은 힘없이 헐떡이고 있을 뿐이었다.
당장에라도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의식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지만, 쉐이드는 고문 기술조차 익혔기 때문에 리피트 자작이 의식을 잃을 여유를 주지 않았다.
“너의 죄를 더 묻고 싶지만……. 이쯤 해야겠군.”
더 이상 죄를 물을 곳이 없었다. 쉐이드가 오른손을 들어 올린 순간, 리피트 자작의 목숨이 끊어졌다.
* * *
다음날 궁정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리피트 자작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은 널리 퍼졌고 산악 공작의 귀에도 들어갔지만, 그는 침묵을 지켰다.
그런 모습을 보면 처음부터 리피트 자작은 희생양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금 가면을 쓰고 금빛 망토를 걸친 로열 가드들이 엄중한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 귀족들이 하나둘씩 궁정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황제 폐하께서 입실하십니다!”
마지막으로 레이먼이 나타났다. 리피트 자작이 팔과 다리를 잃은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소문이 돌아서일까? 아니면 로열 가드들을 의식한 것일까? 레이먼에게 바라보는 귀족들의 눈빛이 어제와는 달랐다.
이윽고 궁정 회의가 시작되었다. 신분을 숨기고 있는 포타스 백작을 대신하여 파견 나온 중앙정보국 소속의 귀족이 나서, 발렌시아 공작 가문이 피의 장례식과 연관되어 있다는 여러 증거를 보고했다.
“증거가 명백합니다! 이는 결코 묵과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감정의 격류를 이기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인 이는 바쁜 와중에도 궁정 회의에 참석한 단치히 백작이었다.
“옳소!”
“당장 징벌해야 합니다!”
“발렌시아 공작 가문을 멸문시켜야 마땅히 황권이 바로 설 것입니다!”
제국파 귀족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감히 레이먼을 평가하고자 했던 1황자의 지지자들 또한 그 대열에 합류하자, 눈치만 보고 있던 이들도 황권 강화에 힘을 실었다.
예상과는 달리 황권 강화론에 힘이 실리자 산악 공작은 피가 새어 나올 정도로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새끼 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다 큰 사자였던 것이냐.’
어제까지만 해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던 산악 공작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공작 각하, 괜찮으십니까?”
기수 가문의 귀족이 조심스럽게 그의 상태를 살필 정도였다. 산악 공작은 가볍게 손을 휘젓는 것으로 그를 물러나게 하고서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레이먼에게 향하는 그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카소 자작.”
그는 기수 가문의 귀족 중 한 명을 불렀다. 곁을 지키고 있던 카소 자작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예, 공작 각하.”
“궁정 회의가 끝나는 대로 영지로 돌아가야겠다. 준비하거라.”
“수행원들을 준비시키겠습니다.”
카소 자작이 조심스럽게 뒤편으로 물러났다. 그가 수행원들과 접촉하는 동안 산악 공작은 당장에라도 일그러질 것만 같은 표정을 애써 진정시키며 레이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창 발렌시아 공작령을 황실 직할령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기회를 엿보던 산악 공작은 빈틈을 발견하고서 두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그렇다면 황제 폐하! 발렌시아 공작가의 식솔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들이 살아 있는 한 강력한 저항에 맞부딪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아시겠지만 발렌시아 공작령의 영지군은 제국 서부에서도 정예로 유명합니다.”
사냥감을 포착한 이리처럼 산악 공작이 매섭게 몰아붙였으나 레이먼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 없네, 내가 전문가들을 보냈거든.”
섬뜩하게 식은 목소리가 궁정 회의장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