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66)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66화
24장 황제 폐하께서 함께하신다(2)
선견대의 패배로 인한 필리어스 제국군의 사기 상승은 잠깐에 불과했다.
곧 벨피앙 영지군의 주력군이 웅장한 위용을 드러내자, 선봉을 맡은 필리어스 제국군의 사기는 제대로 싸워 보기도 전에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적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적들이 물러갑니다.”
초병이 보고했다. 벨피앙 영지군은 첫날부터 전투를 벌이지 않았다. 그저 1만에 달하는 대군세를 필리어스 제국군에게 보여 주고서 뒤로 조금 물러나 진지를 건설했다. 그리고 긴장 속에서 하루가 지났다.
“벨피앙 영지군이 움직입니다!”
이른 아침 초병의 목소리가 필리어스 제국군 진지에 울려 퍼졌다. 경종이 울리고 군사들이 즉각 대응하기 위해 움직였다.
막사에서 쉬고 있던 되니츠 백작 또한 경종 소리를 듣고 소수의 호위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눈앞에서 기사들과 병사들이 바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되니츠 백작 각하!”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북부 중앙군의 참모들이 달려왔다.
“지금 당장 진지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누군가 겁도 없이 총지휘를 맡은 되니츠 백작의 말에 반문했다. 되니츠 백작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급조하긴 했지만, 기병 장애물과 보초탑, 그리고 목책과도 같은 방어 장치가 갖춰져 있는 진지에서 방어전을 펼치는 게 어떻냐는 의견이었다.
다른 참모 두어 명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벨피앙 영지군의 전략, 전술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죽기 싫으면 지시에 따르세요.”
소름이 끼칠 정도의 차가운 목소리에 반문했던 참모는 흠칫 몸을 떨었다.
“어서 움직이세요!”
되니츠 백작이 거듭 재촉하자 진지 안에 주둔 중이던 병력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황군과 단치히 영지군, 그리고 재무장을 끝낸 북부 중앙군까지 하여 총 5천의 병력이 일제히 진지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직후.
콰아아앙!
하늘에서 수십 갈래의 전격이 진지로 떨어졌다. 뒤이어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비처럼 쏟아졌고, 수십 개의 바람의 칼날이 형성되어 엉망이 된 진지 내부를 배회했다.
“이, 이럴 수가!”
“대체!”
진지 밖을 벗어나는 걸 반대했던 참모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들이 주장했던 대로 진지 안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면 고위 마법에 당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5천의 군세를 전멸시킬 정도는 아니었지만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어떻게 알았던 겁니까?”
참모부의 마법사가 질문했다. 최상급의 경지에 오른 그가 감지하지 못했을 정도로 마나의 움직임이 은밀했다.
“벨피앙 영지군의 전략과 전술은 모두 저한테서 나온 겁니다. 이 정도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였다면 황제 폐하께서 저를 등용하지 않으셨겠지요.”
중무장한 다수의 군세를 보여줘서 적이 수비 진형을 갖추게 하고 그들의 진지 위로 은밀하게 고위 마법을 내리꽂는 전술은 되니츠 백작이 산악 공작의 휘하에 있을 때 직접 고안한 것이었다.
“대, 대단하십니다…….”
참모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그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었다.
백작의 작위를 수여 받았을 뿐 아니라 황권의 보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불만을 표할 수 없었을 뿐이었다.
“안심하기에는 이릅니다. 곧 적들이 몰려올 겁니다.”
되니츠 백작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벨피앙 영지군 진형에서 기수들이 전진을 뜻하는 깃발을 들어 올렸다.
전술이 실패했다는 걸 깨달은 지휘관이 서둘러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군세가 필리어스 제국군을 향해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천천히, 하지만 무겁게 움직였다. 마치 고요한 폭풍처럼 다가오다가 갑작스럽게 속도를 올렸다.
“선두는 벨피앙 영지군의 꽃이라고 불리는 듀크 기사단이군요. 중무장했기 때문에 화살 공격은 통하지 않습니다. 궁병대는 후열의 보병대를 노리세요. 그리고 충돌 직전에 적의 마법사 부대가 공격해 올 확률이 매우 높으니, 아군 마법사 부대는 이를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되니츠 백작이 차분하게 지시를 내렸다. 참모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마법 공격은 걱정 말게나! 우리가 반드시 막아낼 테니!”
적탑주와 청탑주가 앞으로 나섰다. 되니츠 백작의 말대로 양 진영이 충돌하기 직전에 필리어스 제국군의 선봉을 향해 수십 종류의 마법이 쏟아졌다.
두 탑주가 펼친 방어 마법과 연쇄적인 충돌이 일어나면서 사방에 수백 조각의 마나 파편이 튀었다.
빛이 번쩍였다.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필리어스 제국군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마법 공격이 소용없다는 걸 깨달은 듀크 기사단과 벨피앙 영지군 기마대는 더욱 속력을 올렸다.
말발굽 소리가 천둥처럼 퍼졌다.
“되니츠 백작 각하, 곧 충돌입니다!”
“안심하시길. 제가 진지 앞에 재밌는 장난을 쳐뒀거든요.”
되니츠 백작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청탑의 마법사들에게 안개 마법을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청탑주, 리세필드 디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전령을 시켜 청탑의 마법사들에게 지시를 전달했고 곧 전장에 안개가 번졌다.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제기랄! 마법사들은 뭐 하고 있는 거야!”
안개를 물러가게 하려면 마법사들도 마나를 운용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건 되니츠 백작의 노림수였다.
벨피앙 영지군의 마법사들이 지금 마법으로 안개를 몰아낸다고 해도 이미 되니츠 백작이 노리는 상황은 발생한 후일 것이다.
“때가 되었군요.”
되니츠 백작이 혼잣말을 흘리듯 말했다. 참모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히히힝!
당황한 듯한 말의 울음소리. 그와 함께 짙은 안개를 뚫고 맹렬히 돌진해 오던 듀크 기사단이 한순간에 바닥으로 꺼졌다.
“뭐, 뭐야!”
“함정이다!”
처음부터 안개를 흩뿌렸다면 마법사들이 걷어냈을 것이다. 하지만 충돌 직전에 안개를 펼친 덕분에 그럴 시간이 없었고, 벨피앙 영지군이 자랑하는 중무장의 듀크 기사단은 깊은 구덩이로 빠지고 말았다.
“오, 오지…….”
기사들이 후열을 향해 경고하려 했지만…….
“뿔 나팔을 불어라.”
되니츠 백작이 차가운 표정으로 지시했다. 이윽고 뿔 나팔 소리가 전장을 뒤덮었다. 기사들의 경고는 후열에 전달되지 못했고, 구덩이에는 철갑을 입은 이들이 산처럼 쌓여갔다.
“커, 커헉…….”
그 무게가 육중하다. 아래층에 깔린 이들은 그 무게에 눌려 죽어갔다. 기사들은 구덩이를 벗어나려 했지만 생각보다 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중무장 상태였으니, 구덩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벨피앙 영지군의 마법사들이 뒤늦게 안개를 걷어냈을 땐 평원에서 듀크 기사단의 모습은 찾아낼 수 없었다.
“대, 대체 어디로 간 것이냐…….”
수십 개의 구덩이만 보이고 기사단이 모습을 감추자 벨피앙 영지군의 지휘관들은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황제 폐하의 판단은 옳았습니다!”
필리어스 제국군의 지휘관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되니츠 백작은 그들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적탑의 마법사분들께는 화염 마법을 부탁합니다. 구덩이를 불바다로 만들어주시겠습니까?”
“어려운 일은 아니오.”
적탑주, 베레누스 카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법사들에게 전령을 보냈다.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들이 마나를 끌어 올리자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듀크 기사단의 역사는 오늘 여기서 종언을 고할 것이오.”
베레누스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붉은 마나의 응집이 하늘로 쏘아졌다. 그게 신호였다. 붉게 물든 하늘이 뜨거운 화염을 토해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구덩이로 화염 세례가 쏟아졌다. 구덩이에 화염이 채워지고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듀, 듀크 기사단이 전멸했습니다!”
벨피앙 영지군의 지휘부에 전령이 달려와 보고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벨피앙 영지군이 자랑하는 듀크 기사단이 평원에서 증발한 건 멀리서도 훤히 보였으니까.
“백작 각하.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후퇴한다.”
벨피앙 영지군의 지휘를 맡은 백작은 후퇴를 지시했다. 당연히 참모들은 반발했다.
“백작 각하!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습니다!”
“아직 저희는 저들보다 수가 많습니다!”
“재고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백작은 단호했다.
“최정예 기사단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기마대는 속력을 잃었다. 이대로 돌격을 감행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수가 어디 있겠나?”
백작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윽고 그의 시선이 필리어스 제국군의 진영으로 향했다.
“저들은 우리들의 전략을 다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되니츠 백작이 합류했다는 게 사실일까요?”
준남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는 참모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되니츠 백작의 행방에 대해 확실하게 아는 이는 산악 공작뿐이었다. 하급 참모들이 알 리가 없었다.
지휘를 맡은 백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럴 가능성이 크다. 물러나서 정보를 더 확보할 필요가 있어.”
더 이상 백작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필리어스 제국군 진영에 되니츠 백작이 있다면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를 상대하는 건 힘든 일이라는 걸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깃발을 올리고 전령을 보내서 모든 부대에 퇴각 사실을 알려라.”
결국 퇴각을 알리는 깃발이 올라가고, 공격을 위해 동원되었던 모든 부대가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필리어스 제국군 지휘부는 환호를 내질렀다. 듀크 기사단과 다수의 기마대를 잃은 벨피앙 영지군과는 달리 필리어스 제국군은 피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불안하군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다른 참모들과 달리 산악 공작과 벨피앙 영지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되니츠 백작은 마음을 놓지 못했다.
‘듀크 기사단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쉽게 물러난다고? 다른 전선에서 승전보가 있었나?’
산악 공작은 결과가 없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눈앞의 군세를 지휘하는 이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쉽게 병력을 물렸다는 건 다른 전선에서의 승전보를 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불안감이 고개를 들었다. 되니츠 백작은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그는 곧 점검했을 때 가장 취약했던 방어선을 떠올렸다.
“라티엘 백작령 방어선의 상황을 지금 알 수 있겠습니까?”
되니츠 백작의 시선이 닿은 곳에 포타스 백작이 보좌역으로 파견한 중앙정보국 요원이 서 있었다.
“알아보겠습니다.”
라티엘 백작령 방어선에도 최상급 마법사가 한 명 있기 때문에 마법 통신이 가능했다. 요원이 잠시 모습을 감췄다.
초조한 분위기 속에서 시간이 흘렀다. 이윽고 다급한 걸음 소리와 함께 요원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라티엘 백작령의 방어선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합니다. 지금 잔존 병력이 후방으로 이동하여 최종 방어선을 구축하였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합니다.”
요원의 보고에 되니츠 백작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옆에 있던 청탑주 리세필드는 호들갑을 떨며 황제에게 보고해야 한다면서 연락용 수정구를 꺼냈다.
“군사 지도를!”
“여기 있습니다!”
되니츠 백작의 요청에 젊은 장교가 군사 지도를 건넸다. 되니츠 백작의 시선이 군사 지도를 쭉 훑었지만,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지원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여유 병력이 있는 군이 없었다. 모두 각자의 방어선을 유지하는 게 한계였다.
“이대로는 안 되는데…….”
“너무 걱정 말게, 되니츠 백작.”
황제와의 연락을 끝낸 것인지 리세필드가 다가오며 말했다. 되니츠 백작이 고개를 들었다.
“지원군이라도 온 답니까?”
그 물음에 리세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 폐하께서 라티엘 백작령으로 가신다고 하네.”
“황군이 움직인다는 말입니까?”
“그러니 걱정 말게. 그분이 함께하는 한 황군이 패배할 일은 없을 테니까.”
* * *
“라티엘 백작령의 최종 방어선까지는 얼마나 더 가야 하는가?”
레이먼이 차분한 목소리로 묻자 게슈타인이 옆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이틀은 더 가야 합니다.”
“이틀이라……. 잘 버텨 줬으면 좋겠군.”
속력을 더 올리고 싶었지만 앞서 걷는 자, 실비아의 도움을 받더라도 이 정도가 한계였다.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은 순간, 탐색을 위해 보낸 척후대가 보낸 전령이 도착했다.
“전방 5km 정도 지점에 1천 정도 되는 벨피앙 영지군이 주둔 중인 진지를 발견했습니다. 별동대나 분견대 병력으로 추정됩니다.”
전령이 보고했다.
“최종 방어선이 뚫린 걸까요?”
데시아가 두 눈을 가늘게 뜬 채 말했다. 하지만 레이먼은 고개를 저었다.
“최종 방어선이 벌써 뚫릴 리가 없다. 하지만 1천이나 되는 병력이 라티엘 백작령에 침투한 걸 보면 최종 방어선도 온전한 상태는 아닌 모양이군.”
결단할 때가 되었다.
“황군을 둘로 나눈다. 내가 1천을 이끌고 적의 별동대를 칠 테니, 황군 지휘부가 남은 2천을 이끌고 최종 방어선을 지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