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71)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71화
25장 미친 황제(4)
기이이이잉.
영혼검이 기이한 울음을 내뱉었다.
되니츠 백작이 산악 공작의 휘하에 있을 때 고안한 방진은 튼튼한 보병 대열과 적의 마법 화력을 방어하는 마법사 전력이 조화될 때 가장 완벽해진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마법사 전력이 쉐이드들에 의해 전멸한 지금은 그저 조금 튼튼한 밀집 보병 진형에 불과했다.
그리고 밀집 보병 진형은 광역 마법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블레이드 템페스트, 마검사가 자랑하는 고유의 상급 마법이 작렬하자 밀집한 보병 방진은 크게 흔들렸다.
마법사들의 방어 지원이 없으니, 광역 마법에 노출된 보병들은 허망하게 죽어갔다. 여기저기서 붉은 피가 솟구치고 병사들이 맥없이 쓰러졌다.
“황제 폐하! 너무 많은 양의 마나를 소모하셨습니다!”
광역 마법은 전투의 흐름을 단숨에 뒤집어 놓을 정도로 위력적이나, 그만큼 마나의 소모가 극심하다.
레이먼의 경지가 높다고는 하지만, 당장 주변의 적이 수백을 넘어서 일천에 가깝다.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역 마법을 장시간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야가 흐릿해지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블리자드 후작이 황급히 다가와 부축해 주었다. 기력이 빠져나갈 정도로 다량의 마나를 소모한 것이다.
하지만 이백이 넘는 적병을 쓰러뜨리고 전방 방진의 절반 이상을 무너뜨렸으니, 그 성과가 찬란하게 빛났다.
“후우!”
“로열 가드는 황제 폐하를 수행하라!”
레이먼은 손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날뛰는 마나를 거두어들였다. 블리자드 후작이 냉기가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외쳤다.
산개하여 진형을 구축하고 있던 로열 가드들이 다시 황제의 깃발 아래로 집결했다.
“황제 폐하, 조금은 쉬시지요. 곧 기사단이 당도할 거예요.”
데시아가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조용히 속삭였다.
붉은 피가 솟구치고 날카로운 비명이 난무하는 전장의 중심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법했지만, 곁에 필리어스 제국의 최정예로 이름 높은 로열 가드가 수십이나 있으니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로열 가드가 황제 폐하께 안전한 휴식을 제공하겠습니다.”
블리자드 후작의 목소리를 들으며 레이먼은 바위에 살짝 걸터앉았다. 잠시 눈을 감고 마나를 정돈하는 것에 불과한 짧은 휴식이었지만, 로열 가드는 충실히 지켜낼 것이다.
“잠시라도 눈 좀 붙이세요, 황제 폐하…….”
피에 젖은 금발의 앞머리를 쓸어 넘겨주며 데시아가 희미한 미소와 함께 속삭였다. 레이먼은 두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고, 그를 향해 다정한 눈빛을 보내던 데시아는 다가오는 강대한 마나의 존재에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그녀의 눈동자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고위 마법사예요.”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강대한 마나의 주인은 고위 마법사가 분명했다. 최상급의 경지에 오른 데시아는 고위 마법사의 존재를 분명하게 감지했다.
“맡겨도 되겠나?”
레이먼이 조용히 물었다. 직접 나설 필요가 없는지, 그것을 묻는 것이었다.
상급의 경지에 오른 마검사는 큰 전력이다. 고위 마법사를 사냥할 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테지만, 데시아는 고개를 저으며 싱긋 웃어 보였다.
“황제 폐하께서는 쉬고 계시지요. 이곳은 저희가 해결할 테니까요.”
“그럼 맡기겠다.”
“잠깐만 쉬고 계셔요.”
로열 가드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의 중심에 고위 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블리자드 후작이 있었다.
“아군 기사단보다 적의 고위 마법사와 먼저 조우하게 될 것 같습니다.”
황군 지휘관 카시야스가 이끄는 기사단이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오고는 있었지만, 양측 진지 간의 거리가 가깝지는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고위 마법사의 출현과 함께 새로운 마법사 부대가 궁병대와 함께 전방으로 나서면서 기사단의 돌격이 견제당하는 중이라, 그 속도가 줄어든 상태였다.
“좋지 않군.”
“블리자드 후작께서도 감지하셨나요?”
“데시아 경도 느꼈는가? 고위 마법사가 한 명이 아니라네.”
고위 마법사가 최소 둘 이상, 불운 중 다행이라면 마나의 유동으로 짐작할 수 있는 그들의 경지가 고위 마법사들 중에서도 높은 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둘 다 청탑주님이나 적탑주님보다 훨씬 아래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최상급 마법사와 고위 마법사의 차이는 크다. 한 명은 블리자드 후작이 감당하겠지만, 남은 하나는 데시아가 로열 가드들과 함께 막아내야 할 것이다.
그녀는 긴장감을 이기기 위해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마나를 끌어 올렸다.
벨피앙 영지군의 두 고위 마법사도 마찬가지였다. 100m 이상 떨어져 있었지만, 그들이 서로 내뿜는 마나의 격류가 충돌하며 요란한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마법 화력전이다!”
“가까이 있으면 휘말린다!”
“물러나라!”
기사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마나의 충돌, 이건 마법사들 간의 기세 싸움이다. 곧 마법 화력전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고, 근처에 있다면 휘말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사들은 병사들을 뒤로 물렸다.
오직 레이먼과 수십의 로열 가드들만이 그 자리를 지켰다.
“설마 황제가 직접 로열 가드를 이끌고 최전선에 참전할 줄이야.”
“그야말로 미친 황제가 따로 없군요.”
비꼬는 듯한 어투에 레이먼이 감았던 두 눈을 뜨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멋들어진 콧수염을 기른 금발의 마법사 둘이 허공에서 부유 중이었다.
둘은 형제인 것인지 외관이 상당히 닮아 있었는데, 레이먼은 그들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봤다. 산악 공작 휘하에 고위 마법사 형제는 하나밖에 없었다.
‘엔슬 형제.’
2권 초반부에 주인공의 앞을 막아서는 악역 중 하나인 ‘엔슬 형제’와 이렇게 조우할 줄은 몰랐다. 그들이 산악 공작의 휘하에 있으니 전장에서 보게 될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개전 초기에 마주칠 줄이야.
그들의 출현으로 알 수 있는 건 하나다.
‘산악 공작이 처음부터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고위 마법사는 결전 병기다. 제국의 공작이라고 해도 휘하에 몇 명 이상 두기 힘든 게 현실이었다. 그런 고급 전력을 둘이나 개전 초기에 투입한 것이다.
“어전이다, 편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면 망발을 자제하는 게 좋을 것이야.”
블리자드 후작이 앞으로 나서며 서슬 퍼런 냉기를 흘렸다.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로열 가드! 그대들이야말로 스스로의 무력을 과신하는 게 아닌가?”
“어이가 없군. 그 여유는 어디서 나오는 것이더냐. 그 알량한 황권은 바닥을 쳤으니.”
“황권과 황제의 이름은 우리에게 통하지 않는다.”
“황족다운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면 무릎을 꿇어라, 젊은 황제여.”
리카도 엔슬과 안델 엔슬은 황제와 로열 가드를 대놓고 비웃었다. 결국, 레이먼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가만히 듣고 있지는 못하겠군.”
수하들에게 맡기려고 했지만, 생각이 변했다. 저들에겐 지엄한 황권이 건재하다는 걸 친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데시아, 엄호를 부탁한다.”
말릴 틈도 없었다. 레이먼은 땅을 박차고 엔슬 형제를 향해 몸을 던지고 있었다. 질풍과도 같은 기세로 돌진해 오는 레이먼의 모습에 고위 마법사인 엔슬 형제조차 일순간 당황할 정도였다.
두 사람이 호위로 대동한 기사들은 레이먼의 움직임에 반응조차 못 했다.
“쉽게 접근을 허용할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황제!”
형제 중 동생, 안델 엔슬이 스태프를 휘둘렀다. 은밀히 준비하고 있던 고위 마법이 완성되었다.
땅을 뚫고 칠흑의 화염이 솟구쳤다.
검은 화염, 지옥의 불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끔찍한 마법이다. 일반적인 마법으로 만들어내는 불꽃과는 차원이 다른 화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작은 불씨라도 몸에 닿는 것을 허용한다면 순식간에 화염의 악마에 뒤덮이게 된다.
“큭!”
신음이 흘러나왔다. 골절을 각오하고 기형적으로 몸을 비틀었다. 끔찍한 고통이 엄습해 왔다. 검은 화염은 피했지만 뼈가 뒤틀린 모양이다. 하지만 레이먼은 멈추지 않았다.
“윈드 커터!”
부드러운 동작으로 착지하면서 중급 마법을 완성했다. 바람의 칼날들이 엔슬 형제를 노렸다. 그 날카로운 기세에 리카도 엔슬은 방어 마법을 펼쳤고, 안델 엔슬은 재빨리 제 형의 뒤로 숨었다.
“마법과 검술!”
“소문이 사실이었나!”
바람의 칼날이 방어 마법이 막혔다. 잠시 지체하는 동안 한발 늦게 데시아와 게슈타인이 합류했다. 안델 엔슬이 공격 마법을 퍼부었지만 데시아가 펼친 실드에 가로막혔다.
“황제 폐하! 제가 엄호할게요!”
데시아의 외침에 레이먼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엔슬 형제를 향해 땅을 박찼다. 리카도 엔슬이 최상급 마법으로 저지를 시도했지만 데시아가 중간에 요격했다.
일순간에 거리가 좁혀졌다. 안델 엔슬이 앞으로 불쑥 튀어나오며 마법은 연사했다. 수십 개의 화염구가 날아들었고 레이먼이 소환한 형형색색의 마법구와 충돌하면서 마나 파편을 사방에 쏟아냈다.
어지러운 혼란 속에서 레이먼은 침착하게 영혼검을 휘둘러 안델 엔슬의 실드를 쪼갰다.
“제기랄! 형님!”
고위 마법사라고 해도 마법 주문을 영창할 시간이 없다면 무력한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온 미친 황제의 모습에 기겁한 안델 엔슬이 황급히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영혼검이 기이한 울음을 쏟아내는 게 조금 더 빨랐다.
기이이이이이잉!
날카로운 검명과 함께 백색의 기운을 머금은 영혼검이 휘둘러졌다.
“끄아아아아악!”
안델 엔슬의 왼팔이 차가운 땅 위에 떨어졌다. 그는 비명과 함께 허공에 붉은 피를 흩뿌렸다.
치열한 실전을 겪어온 기사들과 달리 보호를 받으며 전장을 살아온 마법사들은 고통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안델 엔슬 또한 마찬가지였다.
“제기라아아아아아알! 황제에에에에에! 네놈이이이이!”
붉게 물든 눈동자는 분노에 삼켜져 살기를 토해냈고, 비명과 함께 저주의 말을 쏟아냈다. 고통 속에 몸부림치면서 하나밖에 남지 않은 손을 뻗어 마나를 응집시키는 모습은 과연 고위 마법사다웠다.
“더 이상의 무례는 두고 볼 수 없군.”
게슈타인이 나섰다. 외팔의 고위 기사가 휘두른 검이 안델 엔슬의 오른팔마저 절단했다.
“크아아아악!”
안델 엔슬이 고통에 미쳐 날뛰었다.
“안델!”
리카도가 나서려 했지만 그의 앞을 막아선 이가 있었으니, 바로 블리자드 후작과 로열 가드들이었다.
“제기랄! 안델!”
고위 마법사들 간의 마법전에서는 잠깐의 방심이 패배를 불러온다. 블리자드 후작과의 마법전에 잠시 집중한 사이에, 백색의 마나 소드가 안델 엔슬의 심장을 꿰뚫고 있었다.
“황제!”
“무엄하다, 어전이니라!”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눈앞에서 아끼는 동생이 목숨을 잃었지만, 황가의 방패, 로열 가드를 뚫을 수가 없었다.
“황제! 너를 반드시 죽이겠다!”
리카도 엔슬이 마나를 끌어모았다. 고위 마법사에게 허용되지 않은 대마법, 그걸 억지로 사용하려는 조짐이 보였다.
몸이 견디지 못해서 터질지도 모르지만 아끼는 동생을 잃은 리카도 엔슬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했다. 그가 모든 것을 쏟아내려고 한 순간이었다.
데시아가 방어 마법을 펼치고 레이먼 또한 반격의 칼날을 들어 올리려는 찰나였다.
“황제 폐하! 즉시 피하셔야 합니다!”
은신하고 있던 쉐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전까지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것인지 그의 몸이 피투성이였다.
그의 상태를 살핀 레이먼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검은 가죽 갑옷의 여기저기가 찢어져 있었고 상처도 엿보였다.
쉐이드를 이 정도로 몰아붙일 암살자라면, 산악 공작 휘하에 단 하나의 부대밖에 없다.
“설마 이렇게 빨리 나타날 줄이야.”
설정집에 존재하며, 진정한 주인공 리처드의 앞을 막아섰던 이들. 벨피앙 공작령의 어둠을 지키는 검은 수호자들이며, 발렌시아 공작가와 달리 쉐이드들을 동원하여 벨피앙 공작가를 몰살시킬 수 없었던 가장 큰 장애물.
“그림자 특임대…….”
고개를 들어 올리자 눈앞에 검은 제복을 입은 창백한 얼굴의 암살자들이 보였다. 피로 물들고 엉망으로 찢긴 검은 제복을 입은 그 모습들이 쉐이드와 치열한 교전을 벌인 직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리카도 엔슬을 보호하기 위해 블리자드 후작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들은 단순한 암살자들이 아니었다. 로열 가드처럼 마법사와 기사, 그리고 암살자가 혼재되어 있는 정예 집단이며, 산악 공작이 가진 비밀의 패다.
“과연, 황제께서는 저희의 존재를 알고 계셨군요.”
“영광입니다,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
목소리에서 살기가 잔뜩 묻어 나왔다. 여기는 적진이지만 레이먼의 주변은 로열 가드들과 쉐이드들이 지키고 있다. 그들의 방어를 뚫고 소수라도 침투시킨 걸 보면 그림자 특임대의 무력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황제 폐하, 참수할까요?”
쉐이드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레이먼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는 적진이고 카시야스의 증원군이 도착하기 전이다.
‘저들을 이길 수는 있겠지만 로열 가드가 극심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피해를 감수하고서 저들을 참수하느냐, 아니면 후일을 도모하느냐.
레이먼은 갈등했지만, 당장은 로열 가드의 전력을 유지할 필요성을 느껴 결국 추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