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72)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72화
26장 호랑이 사냥(1)
“1차 방어선이 뚫렸습니다. 잔존 병력이 2차 방어선에 집결하고 있으나, 필리어스 제국군은 파죽지세로 진군하고 있습니다. 황제가 합류하고 되니츠 백작이라는 뛰어난 참모를 얻었으니, 그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높습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전선의 상황을 읊는 카소 자작의 표정이 어두웠다.
라티엘 백작령의 방어를 뚫고 그들을 최종 방어선까지 몰아붙일 때만 해도 벨피앙 영지군 참모부는 승리를 직감하고 있었다.
변수에 대비하여 산악 공작 휘하의 가장 강력한 마법 전력인 엔슬 형제를 보내긴 했으나, 그들이 나서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 못 했다.
그뿐이랴? 안델 엔슬이 사망하고 그림자 특임대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낼 줄은, 고위 참모부에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벨피앙 공작 각하. 필리어스 제국의 현 황제 레이먼이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본신의 무력도 우수하지만, 그의 주위에 집결한 인재들도 하나 같이 우수한 자들뿐입니다.”
열거하자면 길다. 청탑의 천재이자 대마법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데시아, 왼팔을 잃었으나 다시 고위 기사의 경지에 오른 게슈타인, 그뿐만 아니라 현재는 뛰어난 전략 전술로 라티엘 백작령의 최종 방어선을 지켜내면서 전술 백작이라는 별명을 얻은 되니츠 백작까지!
현재 국경에서 강철 후작이라고 불리는 크레이어와 적탑주와 청탑주까지 포함하면 ‘군단’이라고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다.
하나같이 우수한 인재들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망나니 5황자였던 그가 이런 인재들을 어디서 등용한 것일까? 그가 단 몇 달 동안 끌어모은 인재들의 수준은 산악 공작이 이십 년 동안 쌓아 올린 것들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단순히 운이 좋은 것이더냐, 아니면 망나니짓을 할 때부터 계획되어 있던 것이더냐.”
“그건 알 수 없지만, 후자라면 저희는 5황자를 두려워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후우! 하다못해 그림자 특임대에게 되니츠의 암살 임무를 맡겼어야 했다.”
산악 공작은 후회를 담은 한숨을 내뱉었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곧 후회를 늘어놓아봤자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저었다. 충직하다고는 하지만 부하 앞에 추태를 부리고 말았다.
“그날 그림자 특임대의 대부분은 ‘그것’을 찾기 위해 ‘유적’ 수색에 동원되었던 거로 압니다.”
당시 작전의 지휘관은 산악 공작의 최측근인 카소 자작 본인이었기 때문에 그림자 특임대의 행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비록 되니츠 백작의 암살에는 실패했지만, 그날 그림자 특임대는 산악 공작이 원하는 걸 얻어냈다.
“그래, 덕분에 이걸 얻어냈지.”
산악 공작은 짧은 중얼거림과 함께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물체를 덮고 있는 붉은 헝겊을 열자 사슬이 연결된 단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대 유물, ‘위험한 초대’가 내 손에 들어왔으니……. 더 이상 두려울 건 없다.”
그의 입가에 선명한 미소가 번졌다.
* * *
결국 2차 방어선은 무너졌고, 최종 방어선까지 물러난 벨피앙 영지군은 필리어스 제국군의 전진을 저지하기 위해 반격을 개시했다.
“벨피앙의 아들들이여! 지금 이곳에서 진격의 깃발을 들어 올릴 것이니! 모두 전진하라! 간악한 필리어스 제국의 무리가 공작령으로 침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마라!”
책임 지휘관이 거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마나를 담은 외침이 울려 퍼지고 선두의 기사단이 먼저 움직였다.
필리어스 제국군 진영을 향해 돌진하는 그들의 머리 위로 마법이 쏟아졌다.
쾅! 콰아앙! 콰앙!
벨피앙 영지군의 마법사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들은 즉시 방어 마법을 전개하거나 공격 마법을 요격하기 시작했으나, 일부는 기사들의 머리 위로 곧장 떨어졌고 기사들의 몸뚱이가 터져 나갔다.
애초에 청탑과 적탑을 보유한 필리어스 제국군이 마법전에서 우세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전진! 전진하라!”
선두의 기사단장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벨피앙 영지군의 기사단들이 마법 폭격을 뚫고 숲을 관통했다. 이윽고 평지로 나왔을 때 그들은 말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기사단장님! 환영 마법입니다!”
평원과 진지를 가득 채우고 있던 군사들의 모습이 신기루처럼 흩어졌다. 남은 건 비어 있는 진지뿐이었고 기사단장은 불길한 마음에 황급히 말머리를 돌렸다.
“전 기사단! 반전한다! 즉시 이곳을 이탈한다!”
“숲에 적들이 가득합니다! 본진으로 돌아갈 길목이 차단당했습니다!”
반전하는 기사들을 이끄는 기사단장의 옆으로 부관이 다가와 다급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지독할 정도로 절망적인 보고에 기사단장은 피가 터져 나올 정도로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적의 기마대이더냐?”
기사단장이 물었다. 조금 전에 숲을 지나오면서 적들이 보이지 않았었다. 숲을 빠져나오고 진지가 비어 있는 걸 보고 진형을 반전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는데, 적들이 돌아가는 길목을 차단했다는 건 기마대가 움직였다는 걸 의미한다.
“기마대가 아닙니다! 보병대가 길을 막았습니다!”
“뭐라고?”
당혹스러웠다. 기마대와 달리 신속한 기동력을 갖추지 못한 보병대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퇴로를 차단한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은신하고 있었던 것인가?”
소름이 돋는 가정이었다. 은신 마법으로 군세를 숨기려면 최소 2명 이상의 고위 마법사가 필요하다. 그것도 숙련된 경지에 오른 이가 필요하다. 기사단장은 검술의 길을 걷고 있었지만 마법에 대한 상식도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마도 보고서에 기록된 청탑주와 적탑주가 손을 썼겠지.
“우리가 통과하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가?”
기사단장이 경악한 채 중얼거렸다. 필리어스 제국군의 참모부가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통과시키지 않고 교전을 벌였다면 벨피앙 영지군의 기사들은 후방 부대의 증원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나, 이렇게 통과시켜 놓고 퇴로를 차단한다면 증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이 정도의 전술을 사용할 줄 아는 이는 필리어스 제국군에 없다, 그렇다면 용의자는 한 명뿐이다.
“되니츠 백작인가…….”
“만약 그렇다면 지금 즉시 보병대를 돌파해야 합니다!”
기사단장의 중얼거림은 들은 부관이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되니츠 백작의 진정한 공포가 시작되기 전에 도망쳐야만 했다.
“보병대를 돌파할 수 있겠나?”
기사단장이 물었다. 부관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미 방진을 갖추기 시작했지만, 기사단장께서도 되니츠 백작의 공포를 잘 아시지 않습니까? 지금 보병대를 돌파하지 않으면 답이 없습니다. 우리는 너무 깊숙이 침투해버렸습니다!”
“제기랄! 돌파한다! 전 기사단은 속도를 올려라!”
진형을 반전하느라 기사단은 속도를 잃었다. 뒤늦게 속력을 끌어올려도 한계가 있으니, 잘 훈련된 보병대가 방진을 갖추기 시작했다면 쉽게 뚫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뚫어야만 한다. 이대로 머뭇거리다가는 되니츠 백작이 구상한 끔찍한 지옥이 다가올 테니까.
“기사단 전속!”
4개 기사단이 일제히 속력을 올렸다. 숲에 진입하고 어느새 앞에 보병 방진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충분히 속력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기사들은 멈추지 않았고 장창을 겨눈 보병대와 충돌했다.
콰앙!
폭음이 터져 나왔다. 속력을 올리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중무장한 기사들이다. 선두에서 마나 소드를 휘두르는 상급 기사들 때문에 방진이 무너졌고, 기사단은 돌파에 성공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필리어스 제국군을 넘어선 4개 기사단을 반긴 것은 짙은 안개였다.
그제야 그들은 직감했다.
“기사단장! 이, 이건……!”
부관이 다가왔다. 다급한 그의 목소리에 기사단장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무래도 되니츠 백작의 진법에 빠진 모양이군.”
모두가 두려워하는 전술 백작의 비전, 미궁 진법에 갇히고 말았다.
* * *
“황제 폐하, 조금 전에 전령으로부터 전투 결과를 보고 받았습니다.”
막사 앞, 공터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레이먼의 앞에 카시야스가 다가왔다. 레이먼은 알렉스가 채워준 찻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보고하라.”
“벨피앙 영지군 5천이 반격을 시도했지만, 되니츠 백작이 3천의 군세를 이끌고 그들을 격퇴했습니다.”
3천으로 5천의 적군을 격파했다는 내용이었지만 레이먼은 놀라지 않았다. 승전군을 지휘한 이가 되니츠 백작이라서 그랬다.
그는 오늘 출전 직전에 레이먼을 찾아와 비전, 미궁 진법을 사용한다고 말을 했다.
미궁 진법과 관련된 훈련조차 받지 않은 3천의 병사들이었지만, 되니츠 백작은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주요 지휘관들에게만 특유의 병력 운용법의 일부를 전수하고 미궁 진법을 완벽하게 펼쳤다.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되니츠 백작은 그걸 해냈다.
“좋지 않은 소식도 있습니다.”
“말해 보거라.”
“아곤 자작과 휘하의 기마대 1천 5백이 카소 자작의 군세와 교전하여 크게 패하였다고 합니다.”
레이먼의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패전 소식이었지만 황제가 감정의 동요를 쉽게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피해는 얼마나 심각하지?”
“아곤 자작이 전사하고 기마대 1천 5백이 전멸했습니다.”
되니츠 백작의 승전은 기쁜 일이었으나, 바로 이어진 보고가 뼈아픈 손실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마냥 기뻐하기는 힘들었다.
“아곤 자작이 전사하고 그의 기마대가 전멸했으니, 남부 제2전선의 기마대 전력이 부족하게 되었군.”
“그렇습니다. 저희는 손실을 보충할 병력이 없습니다.”
벨피앙 영지군은 최종 방아선까지 물러났지만, 전선이 확대되면서 필리어스 제국군은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동부에서는 소식이 없나?”
레이먼이 물었다. 발렌시아 황실 직할령에서 물자를 보급받았다고는 하지만 그 사건은 서부의 귀족들을 자극했고, 당장 그들의 지원군을 바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산악 공작과 삼국 동맹의 내통 증거를 공표했으나, 아직 큰 반응이 없다.
1황자를 따랐던 군부의 기사들, 특히 기사 여단이 가장 먼저 움직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 역시 침묵을 지켰다.
동부와 서부, 남부 역시 황제에게 반기를 들지는 않았지만 먼저 나서서 도와주지도 않았다.
‘감히 황제를 시험하려고 하는가…….’
로열 가드를 보충해서 황권이 건재하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했지만, 산악 공작의 반란으로 인해 그 모든 노력이 희미해진 모양이다. 레이먼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두 눈에서는 희미한 살기가 번뜩였다.
“발게츠 후작이 5천의 군세를 집결시켰으며, 필리어스 제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곧 군대가 북부를 향해 출발할 것이옵니다.”
카시야스의 말에 레이먼은 안도했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소규모였지만 동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건 기뻐할 만한 일이다.
“발게츠 후작이 나서주니, 그나마 다행이로군.”
발게츠 후작은 필리어스 제국에 충심이 깊은 귀족이다. 그는 그동안 동부의 다른 귀족들 때문에 쉽게 군을 소집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산악 공작과 삼국 동맹의 내통 증거가 공표되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군을 움직인 것이다.
“부디, 그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우리가 버틸 수 있으면 좋겠군.”
젊은 황제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기운이 없어 보였다.
* * *
“시딩턴 남작.”
어둠 속에서 로브를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두운 밤하늘을 보며 길을 따라 조용히 걷고 있던 시딩턴 남작이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지금 시기에 벨피앙 공작령에 당신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상부의 지시로 알아들어도 될까요?”
시딩턴 남작의 물음에 로브를 입은 남자가 후드를 벗었다. 하지만 가면을 쓰고 있어서 그의 얼굴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종말이 찾아오고 있다, 시딩턴 남작. 그대가 협회의 뜻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으니, 이제부터는 상부의 뜻에 따라 나와 함께 행동해야 할 것이다.”
“‘종언의 전도사’께서 함께해 주시는 겁니까? 이거 든든하군요.”
시딩턴 남작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에서 불쾌한 기색이 묻어났다. 협회에서 자신의 성과에 불만족하여 다른 간부를 보냈으니 기분이 나쁜 건 사실이었다.
“시딩턴 남작, 그대는 너무 날을 세우는군. 벌써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네. 나는 웬만해서는 개입하지 않을 생각이거든.”
“그럼 여기까지 왜 왔습니까? 협회의 지시가 있었겠지만, 당신이 나서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올 일은 없었을 텐데요.”
“난 궁금했거든.”
“뭐가 그렇게 궁금합니까? 종언의 전도사여.”
누가 그의 흥미를 끌었을까? 순수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시딩턴 남작이 질문했다.
“필리어스 제국의 미친 황제, 레이먼. 그에 대한 궁금증이라고 말해두지.”
종언의 전도사가 말했다. 시딩턴 남작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종언의 전도사, 리처드 경께서 관심을 보였으니……. 이제 그는 죽은 목숨이군요. 종언을 속삭일 생각이십니까?”
시딩턴 남작의 물음에 리처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당연히 그럴 생각이다. 종말이 내게 속삭였으니, 그는 내가 가져가야 할 모든 것을 빼앗았다고 하더군.”
가면의 틈으로 보이는 그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넘쳤다.
“마땅히, 내가 가져가야 할 것들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