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79)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79화
28장 위험한 초대(3)
“으아악!”
“커헉!”
머리 위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붉은 피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산악 공작은 특수 전력을 아끼지 않았다. 교전이 시작됨과 동시에 그림자 특임대가 전면에 나섰다.
그들은 뭉쳐서 방어선의 한 점을 돌파하는 것보다는 흩어져서 빈틈을 노리는 방식의 전술을 택했고, 연회장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상황을 살폈다.
로열 가드들의 방어선에 허점이 보이면 그들이 바로 나설 것이다.
“적의 마법 공격이 쏟아집니다!”
“놈들이 황제 폐하를 노립니다!”
“방어 마법을 집중하라!”
로열 가드들이 방어 마법을 펼쳤다. 힘을 합쳐 완성한 실드를 향해 불의 세례가 쏟아졌다. 바람의 칼날이 휘몰아쳤다.
전선에 대부분 전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예상과는 달리 연회장에 모인 산악 공작 수하들의 수준이 높았다.
마법사들만 해도 대부분이 중급 마법사였고 상급 이상의 마법사들도 적지 않은 수가 섞여 있었다.
바위처럼 굳건하게 버티던 로열 가드들의 실드가 갑자기 크게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쿠웅! 쿵!
거대한 망치로 내려치는 듯한 묵직한 소음이 터져 나올 때마다 실드를 이루고 있는 마나가 요동쳤다.
“리카도 엔슬이 나선 모양입니다.”
실비아가 말했다. 그녀는 바람의 정령을 소환하여 연회장 안을 살피면서 적의 병력 이동 상황 같은 걸 레이먼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리카도 엔슬이라…….”
고위 마법사인 리카도 엔슬이 공작 가문의 마법사들과 합류한 뒤로 더욱 무거운 공격 마법이 실드를 두들기고 있었다.
“벨피앙 제1기사단! 적을 섬멸하라!”
검을 뽑아 든 기사들이 달려왔다. 로열 가드의 마법사들은 적들의 마법 공격을 방어하는 게 고작이었고, 기사들의 접근을 마법으로 저지할 여력조차 없었다.
“로열 가드! 앞으로!”
“황가의 방패는 부서지지 않는다!”
“황제 폐하를 수호하라!”
마법 화력전에 참여하지 않은 로열 가드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들의 검에 깃든 마나 소드가 선명하게 빛났고 날카로운 검명을 토해냈다. 그들이 다가오는 기사들을 향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오고 붉은 피가 솟구쳤다.
“크아아악!”
벨피앙 제1기사단이 정예로 명성이 높으나, 필리어스 제국에서도 최정예로 평가받는 로열 가드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했다. 로열 가드들의 마나 소드가 울부짖을 때마다 기사들이 피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계속 밀어붙여라! 놈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벨피앙 공작 가문에 충성을 맹세한 고위 기사이자 제1기사단장을 맡고 있는 체스터 자작이 검을 뽑아 들며 앞으로 나섰다.
그가 푸른 마나를 머금은 검을 휘두르자 창을 들고 거리를 좁히던 로열 가드의 가슴이 쪼개지면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그게 시작이었다.
로열 가드들의 진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필리어스 제국에는 현재 검성이 없었으나, 그 경지에 가깝게 다가선 기사들은 꽤 있었다.
체스터 자작 또한 드높은 검성의 경지를 눈앞에 둔 고위 기사 중 한 명이었으니, 로열 가드라고 할지라도 버거운 상대였다.
“게슈타인.”
레이먼이 조용히 호명했다. 주위를 경계하고 있던 게슈타인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예, 황제 폐하.”
“데시아가 나의 곁을 지킬 것이다.”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게슈타인은 단번에 레이먼의 의중을 짐작하고 입을 열었다.
“체스터 자작을 요격합니까?”
“할 수 있지?”
게슈타인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지만, 레이먼은 긍정적인 대답을 들은 것처럼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눈앞의 외팔 기사 또한 체스터 자작과 마찬가지로 전성기 시절에 검성의 경지에 근접했다고 평가받는 검사였으며, 소설 속에서는 실제로 외팔검을 완전히 익히고 검성의 경지에 오르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레이먼은 최근 게슈타인이 지독할 정도로 가혹한 수련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 체스터 자작과 맞붙어도 결코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는 황제 폐하의 곁을 지켜야 합니다.”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데시아가 내 곁을 지킬 것이다.”
“황제 폐하…….”
“당장이라도 붙어보고 싶지 않은가?”
레이먼의 악마 같은 속삭임이 게슈타인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레이먼은 조금 전에 게슈타인이 체스터 자작을 보며 흘린 미약한 기세를 보고 그가 수련을 통해 어느 경지를 뛰어넘었다는 걸 알아챘다.
‘과연, 어느 정도일까?’
천재 검객이라고 평가받으며 검성의 경지를 코앞에 두었으나 팔을 잃고 추락한 고위 기사. 그가 벽을 넘은 건 확실했으나 본연의 실력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에 과연 어느 정도 전진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허락했으니, 갈등하지 않아도 된다.”
솔직히 그의 경지가 궁금했다. 거듭 설득하자 게슈타인은 씨익 웃어 보이고는 체스터 자작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그날, 제게 새로운 삶은 주신 순간부터 저는 맹세했으니…….”
검에 마나가 모여들었다. 마나 소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마나의 응집은 멈추지 않았다.
“설마?”
“저의 검은 황제 폐하의 것입니다.”
마나 소드는 더욱 선명하게 타올랐다. 끝내 그것은 날카롭게 울부짖으며 분명한 오러 블레이드가 되었다.
그것은 가장 고귀한 검의 경지, 검성의 상징이요, 필리어스 제국의 끊겼던 검성의 핏줄이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저의 모든 것을 되찾게 해주시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이끌어주신 황제 폐하를 위하여.”
그가 땅을 박찼다. 일순간에 체스터 백작과의 거리가 좁혀졌다.
“무, 무슨……!”
고위 기사인 체스터 백작조차 순식간에 다가온 게슈타인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게슈타인은 차분하게 공격 자세를 가다듬으며 오러 블레이드를 머금은 검을 들어 올렸다. 체스터 자작을 노려보는 그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빛났다.
“적들의 목을 바치겠나이다.”
기사의 고귀한 맹세, 그것은 체스터 자작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선언이었다.
“검성이라고?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체스터 자작이 당혹스러운 음성을 토해냈다. 대마법사와 검성의 명맥이 끊어지고 필리어스 제국의 몰락이 시작된 지 오백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인제 와서 검성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검성, 검의 극의에 오른 기사의 경지. 체스터 자작 또한 검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높은 벽을 넘지 못했으니, 그 차이는 분명했다.
마나 소드와 오러 블레이드. 체스터 자작의 마나 소드는 게슈타인의 오러 블레이드와 충돌할 때마다 눈에 띠게 그 빛을 잃었다.
노련한 기사인 체스터 자작은 그럴 때마다 검을 회수하여 기운을 보충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분명했다.
“크아아악!”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붉은 피가 솟구쳤다.
체스터 자작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새빨간 피가 후두둑! 떨어졌다.
“벨피앙 제1기사단장!”
분개한 목소리에 체스터 자작이 힘없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앞에는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눈을 한 게슈타인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대는 황제 폐하께 무례를 저질렀으니, 그 죄는 목숨으로 갚아야 할 것이다.”
척!
게슈타인이 오러를 머금은 검을 회수하며 선언하듯 말했다. 체스터 자작은 이를 악물었다.
‘설마 황제의 측근 중에 ‘검성’이 있었을 줄이야.’
그동안 황제가 자신만만하게 굴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로열 가드를 충원한 것도 단순한 요행이 아니었던 것인가…….”
로열 가드의 충원을 보고 대부분의 귀족들은 황제가 무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체스터 자작이 혼잣말을 흘리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지금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고 검성의 분노를 샀으니 목숨을 부지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날까지 수십 년을 산악 공작에게 충성을 바쳤으나, 오늘만큼 줄을 잘못 섰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군, 지금의 황제는 과거의 영광을 재건하고 필리어스 제국을 부흥시킬 인물이다.’
오백 년 만에 로열 가드가 충원되고 명맥이 끊겼던 검성의 경지에 오른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으니, 이건 잊혀진 영광의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을 의미했다.
그는 산악 공작에게 충성을 맹세한 기사이기 전에 필리어스 제국의 백성이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이유는 그토록 열망했던 제국의 부흥이 다가왔는데, 그걸 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게 되었기 때문이랴.
“내 목을 쳐라, 검성이여.”
모든 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으니, 전의를 상실했고 치명상을 입은 몸에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했다.
체스터 자작은 검을 내려놓았고 게슈타인은 망설임 없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러 그의 목을 쳤다.
머리를 잃은 체스터 자작의 몸이 힘없이 기울어졌고, 게슈타인은 오러를 머금은 검을 높이 들어 올리며 외쳤다.
“벨피앙 제1기사단장을 베었다!”
드높은 경지에 오른 벨피앙 제1기사단장, 체스터 자작이 당했다고? 처음에는 모두 불신했으나, 게슈타인의 검에 깃든 선명한 오러 블레이드를 목도한 기사들은 고개를 끄떡일 수밖에 없었다.
* * *
“황제가 자신만만했던 이유가 있었군요.”
“설마 검성을 숨겨두고 있을 줄이야. 이건 협회에서도 파악하지 못한 것 같군.”
시딩턴 남작의 말에 종언의 전도사, 리처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게슈타인은 레이먼에게도 검성의 경지를 숨기고 있을 정도였기 때문에, 종말 협회의 정보력이 우수하다고 해도 그들이 검성의 존재를 감지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리처드 경,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협회의 전투원들을 지금 내보낼까요?”
하사신들이 1차로 투입되었다. 하지만 검성이 날뛰고 있는 탓에 그들은 황제에게 닿기도 전에 수집 조각으로 토막 나고 있었다.
비록 하사신들은 무력하게 당하고 있었지만, 아직 남아 있는 비장의 패가 있었다.
종말 협회의 전투원들이 은신하고 있었으며, 그림자 특임대의 일원들도 산개하여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시딩턴 남작은 종말 협회의 전투원들을 내세우는 게 좋다고 판단했지만, 리처드는 다르게 생각한 것인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산악 공작과 그림자 특임대를 앞으로.”
“저희 전투원들은 내보내지 않는 겁니까?”
시딩턴 남작은 ‘산악 공작과 그림자 특임대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만.’이라는 뒷말은 삼켰다.
굳이 다 말하지 않더라도 리처드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대화의 흐름을 통해 의미를 해석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굳이 우리 측 전투원들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을 거다. 산악 공작, 그리고 그가 키운 그림자 특임대라면 황제를 죽일 수 있을 것이야.”
“리처드 경. 저기 앞에 검성이 있습니다.”
“시딩턴 남작. 진정한 종말이 분명해질 때까지 우리는 정체를 숨기는 게 좋다는 걸 잊었는가?”
“하지만, 리처드 경. 지금 황제를 죽이지 못하면 더 큰 위협이 되어 돌아올 겁니다.”
시딩턴 남작은 길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리처드라면 이유를 알 것이라 생각했다. 레이먼은 오백 년간 끊겼던 검성을 부활시켰다. 이것만으로도 그의 위험 등급은 상향되어야 할 것이다.
“산악 공작이 ‘위험한 초대’를 잘 사용하기만 해도 황제를 죽일 수 있다.”
“검성이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만…….”
“그림자 특임대가 전원 목숨을 걸고 엄호할 거야. 산악 공작도 고위 기사의 경지에 오른 실력자이니, 고작 상급 마검사의 경지에 불과한 현 황제 정도는 어렵지 않게 죽일 수 있을 터. 무대는 준비되었으니, 우리는 그저 구경만 하면 되는 거야.”
의견 차이가 분명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대답은 아니었지만, 종말 협회에서 리처드의 위치가 시딩턴 남작보다 높았기 때문에 그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부관.”
“협회 전투조가 종말의 뜻을 기다립니다. 하명하십시오.”
“산악 공작과 그림자 특임대를 투입해.”
시딩턴 남작이 마치 수하인 듯 그들을 부리는 것만 봐도, 현재 산악 공작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존명.”
부관이 물러나고 ‘명령’이 전달되었다.
“그림자 특임대는 나를 수행하라.”
산악 공작이 무거운 음성으로 지시하며 수하들과 함께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을 시딩턴 남작은 불안하게 바라봤으나, 리처드는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그는 산악 공작의 무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험한 초대’ 또한 잘 활용할 것이라 생각했다.
‘위험한 초대를 사용하여 결투 공간으로 소환만 한다면 황제를 죽일 수 있다.’
리처드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빛났다.
“황제 폐하!”
다급한 외침과 함께 게슈타인이 황제, 레이먼을 향해 몸을 돌렸다. 잠시 방심한 틈에 산악 공작과 그림자 특임대가 깊숙이 파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황급히 황제에게 달려가려고 했으나, 벨피앙 제1기사단이 목숨을 걸고 막아섰다.
“황가의 방패는 황제 폐하를 수호하라!”
그림자 특임대와 로열 가드가 맞붙으면서 난전이 벌어지고, 그 틈에 산악 공작은 고위 기사의 실력을 발휘하여 황제의 앞에 섰다.
어느새 왼손에는 사슬에 연결된 단검, 위험한 초대가 들려 있었다. 상급 마검사라 알려졌지만, 사실은 고위급의 경지에 올라 있는 레이먼은 단번에 그게 유일의 등급을 가진 마도구라는 걸 알아챘다.
“황제, 너에게 종말을 고한다.”
“산악 공작, 그대도 한패였나?”
벨피앙 공작 가문과 삼국 동맹의 연계, 조각난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산악 공작은 대답 대신 위험한 초대를 투척했고, 데시아가 앞을 막아서며 실드를 펼쳤다.
최상급 마법사의 실드, 하지만 그건 마나를 머금은 마도구의 전진을 막지 못했다.
레이먼의 코앞까지 다가온 단검이 마나의 폭발을 일으켰고 정신을 차렸을 땐 낯선 공간이었다.
“나의 공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유언이 필요하다면 지금 말하게……. 받아 적어줄 테니.”
이곳은 ‘위험한 초대’로 만들어낸 둘만의 공간. 다른 이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산악 공작,그는 고위 기사의 경지에 올라 있으니, 상급 마검사로 알려진 레이먼을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취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이먼은 씨익 웃어 보였다. 확신에 찬 산악 공작의 표정이 무너지는 걸 상상하니 벌써 들떴다.
“아, 나야말로 유언을 받아두도록 하지.”
손을 뻗자 영혼검이 생성되었다. 산악 공작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갔다. 황제의 손에 맺힌 선명한 기운은 듣던 것과는 다른, 고위 기사의 마나 소드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