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85)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85화
30장 완전한 제국(2)
“산악 공작이 죽었다고 하는군.”
“벨피앙 공작령이 황실 직할령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합니다.”
“필리어스 제국 동부의 발게츠 후작이 이끄는 군대가 북부에 진입했습니다. 산악 공작의 죽음으로 반쯤 무너진 벨피앙 공작령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겁니다.”
높은 천장을 자랑하는 거대한 ‘홀’에서 화려한 복장을 갖춰 입은 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삼국 동맹 중에서도 가장 어둡고 짙은 그림자를 가지고 있는 에드리거 왕국의 귀족들이었다.
옛날부터 삼국 동맹은 필리어스 제국의 영토에 관심이 많았다. 검은 산맥과 높은 산맥, 그리고 북방해와 만년 설산 때문에 사방이 막혀 있는 영토에서 수많은 왕국이 싸워 살아남은 3곳의 국가가 뜻을 합친 게 삼국 동맹이다.
더 이상 영토를 확장할 곳이 없으니, 그들의 시선과 관심이 필리어스 제국으로 쏠리는 건 당연했다.
높은 산맥은 도저히 군대가 넘을 수 없는 수준이었고, 만년 설산은 횡단하더라도 하이펠 제국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니 결국 제일 만만한 상대는, 한때 검은 산맥과 고대를 호령했지만 지금은 쇠락한 필리어스 제국이었다.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가 생각보다 뛰어난 모양입니다.”
“그렇습니다. 설마 동부의 군대가 움직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귀족들이 말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군대가 검은 산맥을 통해 크레이어 후작을 압박하고 있었으니, 북동부의 군 병력은 사실상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 레이먼은 크레이어 후작이 검은 산맥을 감당하고 있는 동안 얼마 남지도 않은 귀족들과 북부 중앙군을 끌어모아 산악 공작을 상대했다.
벨피앙 공작령의 군세는 강대했고,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는 기반이 없는 탓에 군부마저 전원이 동조하지 않는 전쟁이었다.
서부는 혼란스러웠고 남부는 쉽게 나서지 않았으며 동부도 눈치만 보고 있었다. 당연히 삼국 동맹에서는 산악 공작의 승전을 예상했다.
그런데 웬일인가? 이건 그들의 예상과는 다른 전개였다.
“설마 발렌시아 공작 가문에 역모의 죄를 물어서 영지를 황실 직할령으로 만든 다음에 서부의 자금을 모아 북부 중앙군을 재무장시킬 줄은 몰랐습니다.”
어느 귀족이 말했다.
그것은 필리어스 제국의 현 황제가 걷는 패도의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벨피앙 전선에서 늘 전투에 함께했으며, 결국에는 산악 공작이 판 함정에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서 그의 목을 베고 돌아왔다.
황제가 적진의 심장부까지 찾아가서 적장의 목을 베고 돌아온다?
이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동부 전체는 아니라고는 하지만 발게츠 후작의 군세가 황제의 군대와 합류했소이다. 벨피앙 공작령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오.”
누군가의 말에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들 중에는 독자적인 정보원들을 통해 벨피앙 공작령 귀족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는 이들도 있다 보니, 투항의 조짐이 선명하다는 것 정도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다.
“벨피앙 공작령마저 레이먼 황제가 장악한다면 필리어스 제국은 완전한 제국이 될 것입니다. 그들이 혼란을 정돈하기 전에 검은 산맥을 통해 추가 병력을 남하시켜야 합니다.”
“옳소!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만으로는 벅찰 테니, 본국 또한 군대를 움직여야 할 것이오!”
“이제는 암살자들의 지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왕립 철기사대를 포함한 정예로 구성된 중앙군의 파병을 건의합니다.”
귀족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 대부분이 전쟁이 발발한다고 해도 선봉에 설 일이 없는 이들이었다.
오히려 그들이 전선의 사정과 전쟁의 참혹함을 모르는 이들이었기 때문에 멋모르고 군대의 파병을 당당히 주장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리석은 이들의 모습에 왕립 철기사대의 최고 지휘관이자 에드리거 왕국 유일의 검성인 리빙스만은 백발을 쓸어넘기며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기에 바쁜 귀족들은 그 따가운 시선이 닿는 걸 느끼지 못했다.
“그만.”
분위기가 격양되었다. 보다 못한 국왕, 칼베른이 직접 나섰다. 그가 왼손을 들어 올리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자 귀족들이 언쟁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이제야 조용해졌군.”
칼베른이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두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이윽고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왕립 철기사대를 포함한 본국 정예 병력의 파병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된다.”
밤을 지배한다는 위명이 있는 에드리거 왕국은 특별한 정예 암살자 집단인 하사신으로 유명하고 그만큼 주력으로 삼고 있었지만, 보유하고 있는 중앙군 또한 절대 약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용병들이 힘겹게 싸우고 있습니다. 국왕 폐하께서는 동맹국의 분전을 외면하실 생각이십니까?”
백작의 작위를 가진 귀족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중앙 권력이 강한 국가라고 할지라도 국왕의 권력에 반하는 파벌은 생기기 마련이다. 눈앞의 백작이 그러했다. 그는 에드리거 왕국의 귀족파에 선 남자였다.
“본국이 편성한 원정군이 검은 산맥에 도착하기 전에 필리어스 제국은 임전의 태세를 끝마칠 거다.”
“필리어스 제국이 안정되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입니다.”
귀족파의 백작이 국왕의 말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칼베른은 감히 확신을 입에 담는 귀족파 백작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경의 목숨을 걸고 확신할 수 있나?”
“국왕 폐하……?”
암살자들의 군주다운 섬뜩한 협박이었다.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는 경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뛰어나다.”
차가운 목소리에 귀족파 백작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 모습을 보며 칼베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확신할 수 없나 보군. 그렇다면 궁정 회의는 이 정도에서 끝내겠다. 동맹국의 분전이 마음에 걸린다면 셀리온에게는 내가 회군을 말해두도록 하지.”
셀리온은 자유 이시리아 왕국 국왕의 이름이었다.
궁정 회의를 끝낸 칼베른은 곧바로 보안이 갖춰져 있는 통신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기 중이던 최상급 마법사가 국왕의 등장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왕성으로 직통 연결해.”
“예, 국왕 폐하.”
최상급 마법사가 마나를 끌어 올리자 연락용 수정구가 빛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왕성에서 근무하는 최상급 마법사의 모습이 드러났다.
칼베른은 말없이 그에게 에드리거 왕국의 국왕을 상징하는 반지를 보여 주었다.
-국왕 폐하께 기별을 넣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국왕, 셀리온이 연락용 수정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30대로 보이는 젊은 얼굴에 검은색 장발을 기른 남자였다.
-칼베른. 무슨 일인가?
“오랜만이네, 셀리온.”
-용건부터 말하게. 지금 검은 산맥의 문제로 머리가 아프니까.
다소 신경질적인 말투였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이 이번에 검은 산맥에 투입한 병력은 적지 않았다.
전면전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검은 산맥에서 서로를 도발할 때마다 투입한 병력보다는 훨씬 많은 숫자였다.
그런데 크레이어 후작의 방어가 예상보다 견고하여 공격이 큰 효과를 보이지 않으니, 짜증이 섞여 나올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은가 보군.”
칼베른이 물었다. 짜증을 받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용한 목소리였다.
-말도 말게. 강철 후작의 방어선을 뚫을 수가 없어.
말 그대로 강철과도 같은 방어선이다. 셀리온은 자유 이시리아 왕국이 자랑하는 중장 돌격대까지 투입했지만, 아직 그 방어선을 뚫지 못했다.
“회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에드리거 왕국 궁정 회의에서 내린 결정인가?
셀리온의 물음에 칼베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필리어스 제국의 혼란이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대로라면 검은 산맥으로 중앙군의 대대적인 지원이 있을 확률이 높아.”
필리어스 제국의 북부 중앙군은 발렌시아 황실 직할령의 자금으로 재무장을 끝냈다. 벨피앙 전선이 안정되는 대로 그들의 칼날은 검은 산맥으로 향할 것이다.
“검은 산맥으로 병력을 충원하든지, 아니면 회군을 해서 재정비를 하든지. 둘 중에 하나다.”
-에드리거 왕국은 더 이상의 병력 지원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군.
“리스본 해상 왕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본다.”
-음……. 일단은 알겠다.
셀리온이 눈살을 찌푸렸다. 에드리거 왕국과 리스본 해상 왕국의 지원을 약속받고 군을 움직였건만, 이렇게 두 국왕이 이렇게 말을 바꾸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연락용 수정구를 통해 나누는 대화를 듣기만 해도 삼국 동맹의 결합이 생각보다 튼튼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군을 회군시키도록 하지.
고민은 길지 않았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군대가 삼국 동맹 중 가장 강력하다고는 하지만, 남은 두 왕국의 지원 없이 필리어스 제국과 맞서는 건 적지 않은 부담이 따랐다.
“잘 생각했네.”
칼베른이 말했다. 셀리온은 대답 대신 통신을 종료했다.
* * *
발게츠 후작이 이끄는 동부의 군대가 도착했다. 미리 보고 받은 것과는 달리 그 숫자가 늘어나서 1개 군단에 해당하는 6천 명의 군세가 합류했다.
발게츠 후작과 휘하 영지군이 동부를 횡단하는 도중에 영주들의 군대가 추가로 합류한 모양이었다.
“동부의 사정도 있을 텐데, 이렇게 한달음에 달려와 줘서 고맙네.”
응접용 막사에서 레이먼은 발게츠 후작과 대면했다. 상급 마법사 출신의 후작은 새하얀 백발에 초록색의 단출한 로브를 입고 있었다.
“아닙니다, 황제 폐하! 더 빨리 군을 일으키지 못하여 죄송할 따름이옵니다! 부디, 이 못난 신하의 불충을 용서해주시옵소서!”
“일어나게.”
노후작이 오체투지를 했다.
벨피앙 전선까지 오면서 황제의 무용담을 들을 기회가 많았다.
현재 필리어스 제국의 유일한 황손인 황제가 소수의 수행원만을 대동한 채 적진 깊숙한 곳까지 찾아가 산악 공작을 베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른 동부 귀족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군을 일으키는 게 늦었다고는 하지만, 발게츠 후작은 충심이 깊은 귀족이었다.
북부에서 황제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의 심정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1개 군단을 이끌고 북부에 오지 않았는가? 조금 늦었다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경은 충분한 충심을 보였다네.”
여기저기서 합류한 병력으로 만들어진 군대라서 정규 편성된 6천의 군대보다는 전투력이 떨어지겠지만, 6천의 병력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다.
“황제 폐하! 충심을 다해 보필하겠나이다!”
“황실은 후작의 충성을 잊지 않을 것이네.”
레이먼이 말했다. 그는 동부의 충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동부의 귀족 대부분이 산악 공작과 연결된 이들의 눈치만 살피며 북부를 외면할 때, 발게츠 후작과 소수의 귀족만이 먼저 앞으로 나섰으니까.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거의 울부짖을 기세로 다시 한번 굳은 충성을 맹세하는 발게츠 후작을 겨우 숙소로 돌려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되니츠 백작이 찾아왔다.
“황제 폐하.”
“무슨 소식을 가져왔는가?”
“동부는 물론이고 남부와 서부의 귀족들이 벨피앙 전선에 합류하겠다는 마법 통신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산악 공작이 죽고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가 이끄는 군대가 승기를 잡았으니 상황이 변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 귀족들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레이먼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이가 없군.”
“그렇습니다. 어이가 없는 일이지요.”
그들은 산악 공작을 등질 생각이 없었다. 지금에서야 나서겠다고 하는 걸 보면, 처음에는 산악 공작이 승기를 잡을 것이라 예상하고 줄타기를 하며 전황을 지켜보다가 이기는 쪽에 붙겠다는 간사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필리어스 제국에 충심을 품고 있음에도 산악 공작을 지지하는 다른 귀족들 때문에 합류하지 못한 이들도 있긴 하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았다.
“군의 재편성는 어떻게 되어가나?”
6천의 군대가 합류했으니, 군을 재정비하여 지휘 체계를 다시 갖출 필요가 있었다. 귀찮은 과정이지만 생략하면 실전에서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절차였다.
레이먼의 물음에 되니츠 백작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군의 재편성 및 지휘 체계 정비는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레이먼이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발게츠 후작과 6천의 군대가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되니츠 백작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2만이 넘는 군의 재편성과 지휘 체계 재정비라서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예, 제가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그의 목소리에서 조금의 거짓이나 과장은 없었다.
“훌륭하군. 정말 훌륭해.”
레이먼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벌써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면 이틀 안에 군을 전진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벨피앙 영지군을 박살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희소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으니…….
“황제 폐하! 청탑주…….”
“데시아 양이 깨어났습니다!”
기별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열리면서 뛰어들어온 청탑주가 숨을 헉헉거리며 외쳤다.
실례가 분명했지만, 레이먼은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상당히 좋은 소식을 들었으니까.
“그녀는 좀 어떤가?”
“고위 마법사의 경지에 올랐나이다!”
경지를 물어본 게 아니었지만 훌륭한 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