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90)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90화
31장 기사 여단(2)
북부 중앙군을 포함해 영주들의 군대는 검은 산맥이 있는 북동부로 진군했고, 황제와 황군은 수도로 향했다.
벨피앙 공작령에는 반란의 불씨를 정리하기 위해 되니츠 백작이 북부 중앙군의 일부 병력과 함께 남았다.
“황제 폐하. 곧 제국 중부에 진입합니다.”
반란을 진압했다고는 하지만 검은 산맥의 국경 도발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바쁘게 움직였다. 덕분에 예정된 시간보다 이틀은 더 빨리 북서부를 벗어날 수 있었다.
“카시야스 경.”
“예, 황제 폐하!”
“시간도 늦었고 군사들도 지쳐 있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야영하는 게 어떻겠는가?”
하늘이 어둡게 물든 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강행군이라고는 하지만 온종일 이동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 늦기 전에 야영지를 만들고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근처에 야영지로 쓰기 적합한 평원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밤을 보내시지요.”
카시야스가 말했다. 분명 척후조가 보고한 넓은 평원이 이 근처였을 터였다. 그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주위를 살폈다. 군사들이 지쳐 있었으니,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이동한다.”
레이먼이 차분한 지시를 내리자 3천의 황군이 일제히 움직였다.
“곧 야영지가 나온다! 힘을 내라!”
지친 군사들을 기사들과 장교들이 독려했다. 야영지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곳에만 도착하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황군의 군사들이 발걸음을 옮겼다. 지쳐 있었으나, 곧 휴식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은 경쾌하고 가벼웠다.
이윽고 야영지로 사용할 평원에 도착했다. 막사와 임시 방책이 세워졌다. 야영지의 모습을 갖추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병사들이 서두른 탓도 있었지만, 마법사들의 조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건설 보조와 같은 잡일은 주로 하급 마법사의 몫이었다. 그들은 비록 경지는 낮았지만, 분명 마법사였기 때문에 건설에 큰 도움이 되었다.
마나를 이용해 순식간에 여러 개의 막사를 세우는 모습을 보면, 마법이라는 건 참으로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 폐하.”
황제의 막사가 가장 먼저 세워졌다. 레이먼은 막사 주위를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로열 가드가 적당한 거리를 둔 채 따라오고 있었고 게슈타인이 바로 곁을 지켰다. 한창 걷고 있으니, 맑은 목소리와 함께 데시아가 불쑥 나타났다.
“고민이 많아 보여요. 무슨 일이에요?”
데시아가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기사 여단의 기선을 제압할 방법을 생각 중이었다.”
“의외로 간단하지 않나요?”
“묘안이 있는 것이냐?”
“물론이죠.”
레이먼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데시아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황제의 차분한 시선이 닿는 걸 느낀 그녀는 수줍게 볼을 붉혔다.
“말해 보거라.”
“과시하면 되지 않을까요?”
“무엇을?”
“황제 폐하의 깃발 아래 집결한 무력을요.”
검성과 두 개의 탑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재들이 황제의 깃발 밑에 모여 있었으니, 그들의 무력을 빌리앙 앞에서 직접 보여준다면 충분한 과시가 될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 방법이다. 레이먼은 다시 걷기 시작하면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웠다.
곧 계획이 완성되었다. 필요한 사람은 둘, 적탑주와 실비아다. 레이먼은 막사로 돌아간 직후, 로열 가드를 시켜 두 사람을 불러오게 했다.
“황제 폐하. 무슨 일로 찾으셨나이까?”
실비아와 적탑주 베레누스 카일이 호출을 받고 급히 황제의 막사를 찾았다. 그나마 위치가 높은 베레누스가 조심스럽게 용건을 물었고, 실비아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꾸벅이며 가벼운 예법을 갖출 뿐이었다.
“내가 재밌는 계획이 하나 있는데, 협력할 텐가?”
레이먼은 곧바로 계획을 설명했다.
“나쁘지 않은 계획이군요. 협력하겠습니다.”
“저도요.”
베레누스와 실비아가 협력 의사를 밝혔다.
* * *
이른 아침, 행군이 시작되었다. 중부에 진입하기 무섭게 숲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에도 마물들이 기승을 부리는 곳이었기 때문에 우회하려고 했지만, 검은 산맥의 상황이 좋지 않으니 지름길을 이용하자는 황명에 의해 황군이 숲의 횡단을 결정했다.
숲에 들어섰다. 군대가 움직이는 만큼 마물들도 집단이 아니면 공격을 가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지만, 황군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여 경계를 강화했다.
“척후대! 보고 드립니다!”
가벼운 갑옷을 갖춰 입은 척후병이 달려와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선봉에서 지휘하던 카시야스가 손을 들어 올려 군을 정지시켰다.
“전방에 수백의 오크 무리가 있습니다!”
적지 않은 수의 마물 무리를 발견했다는 보고였지만 카시야스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레이먼으로부터 전달받은 게 있기 때문이었다.
오크는 사납고 강한 마물이다. 마땅히 진형을 갖춰 대응해야 하지만 오히려 선봉의 대열은 양옆으로 갈라져 중앙을 노출했다.
“이게 무슨……?”
“중앙 지휘부를 노출한다고?”
빌리앙과 그를 따라온 기사 여단의 수행원들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진형 변화에 깜짝 놀랐다. 그러나 중앙 지휘부 쪽은 동요가 없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외팔의 검성이 걸음을 옮겼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늘 황제의 곁을 지키는 게슈타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검을 뽑아 들며 앞으로 나섰다.
“다녀와라, 게슈타인.”
“황명을 받들겠나이다.”
외팔의 검성, 게슈타인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난 순간, 그의 몸이 오크 무리를 향해 총탄처럼 날아들었다.
콰아앙!
요란한 충돌음과 함께 오크들의 몸이 하늘로 떠올랐다. 검성의 육탄 돌격에 오크 무리의 보잘것없는 진형이 단숨에 무너졌다.
“키에에에엑!”
오크들이 흉측한 고함을 토해내며 게슈타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녹색의 무리가 그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주변을 뒤덮은 순간, 그들을 뚫고 한 줄기의 선명한 오러 블레이드가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칼날을 머금은 짙은 청색의 오러가 녹색의 파도를 갈랐다. 새빨간 핏줄기가 솟구치고 붉은 폭풍이 불었다.
“크에에에엑!”
비명이 터져 나왔다. 녹색의 물결이 갈라지고 오크들의 피로 전신을 물들인 게슈타인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는 다시 몸을 돌려 마물의 무리를 향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오크들은 들고 있는 무기와 함께 두 동강 났다.
“말도 안 돼!”
“이게 검성의 무력이라는 말인가……?”
족히 오백이 넘는 숫자다. 군세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은 적들에게 검성이 단신으로 뛰어들었으니,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빌리앙과 그의 수행원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검성과 대마법사의 존재가 필리어스 제국에서 잊힌 지 수백 년이 흘렀으니, 그들의 무력을 기억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저 신화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만이 있을 뿐이었으니, 그들이 검성의 무력을 과소평가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계획대로다.’
게슈타인의 무력에 감탄하는 빌리앙과 기사 여단의 수행원들을 보며 레이먼은 만족스러운 결과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는 검성의 존재를 더욱 강하게 강조하기 위해 적탑주와 실비아를 보내서 마물들을 몰아 오게 시켰다.
마물을 지배하는 비전 마법의 사용자는 아니었지만, 고위 마법사와 뛰어난 정령사의 합작 덕분에 지정된 어느 한 지점으로 마물 무리를 몰이하는 건 가능했다.
“이게……. 검성…….”
고위 기사인 빌리앙조차 검성의 무력을 목격하고 전신을 전율하듯 떨었다. 지금껏 검성은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고 여겨왔거늘, 오늘 그는 그 생각을 고쳐야만 했다.
“그렇다네, 검성……. 그건 제국이 수백 년간 잃어버렸던 경지지.”
차분한 목소리와 함께 조용히 다가온 기척에 빌리앙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청탑주, 리세필드 디올이 있었다. 그는 빌리앙을 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그리고 황제 폐하께서는 우리가 수백 년간 잃어버렸던 검성을 되찾아 주었다네. 그뿐이던가? 데시아 양 또한 성장 속도를 보면 머지않은 미래에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를 것이네.”
리세필드의 설명에 빌리앙은 마른침을 삼켰다. 검성과 대마법사, 필리어스 제국이 수백 년간 잃어버렸던 경지다. 벌써 검성을 되찾았고 청탑의 유망주인 데시아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어떤가? 빌리앙 경. 지금의 황제 폐하시라면 고대 시대의 영광도 되찾아 줄 수 있지 않겠는가?”
고대 시대의 영광, 그것은 심장을 울리는 단어였다. 필리어스 제국민이라면 누구나 고대 시대를 호령했던 제국의 과거에 대해 들으며 자라왔다.
그것은 모든 이들의 꿈이요, 쇠락한 제국에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었다.
“저에게는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리세필드 경.”
“하지만 발언권은 있지 않은가? 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지?”
신랄한 지적에 빌리앙은 입을 다물었다. 리세필드의 말이 맞았다. 그에게 선택권은 없었지만, 발언권은 있다. 진정 황제의 곁에 설 생각이 절실했다면 장로회에서 목소리를 높였을 것이다.
리세필드는 더 묻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모습을 감췄고, 빌리앙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전방을 향해 복잡한 시선을 던졌다.
오백이 넘는 오크 무리가 단 한 명의 검성에게 유린당하는 모습이 보였다.
수백의 녹색 마물이 쓰러지고 이제 남은 건 수십에 불과했지만 게슈타인의 오러 블레이드는 여전히 선명했다.
“저것이…… 검성…….”
필리어스 제국이 잃어버린 것 중 하나를 레이먼이 되찾았다. 수백 년간 선대 황제들이 해내지 못한 걸 즉위하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젊은 황제가 해낸 것이다.
어쩌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고대 시대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빌리앙은 왼손을 들어 올려 기사 여단 소속의 부관을 호출했다.
“빌리앙 경. 호출하셨습니까?”
“여단에 전할 말이 있으니, 너는 먼저 수도로 향하라.”
그리고 그날 정오가 되기 전에 빌리앙의 명을 받은 부관이 조용히 진형을 벗어나 수도로 먼저 말을 달렸다.
* * *
“곧 수도에 도착합니다.”
선두에서 보낸 전령이 말을 전했다.
“나도 앞으로 가겠다.”
레이먼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윽고 그는 수행원들과 함께 카시야스가 지휘하는 선두로 이동했다.
“황제 폐하.”
카시야스가 고개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 그의 앞에 있던 전령 또한 말에서 내렸다. 안장에 꽂혀 있는 깃발은 중부 방위군의 것이었다. 전령의 가슴에 달린 계급장도 병사가 아니라 중급 장교의 것이었다. 계급장 옆에는 중부 방위군 참모부의 흉장을 착용하고 있었다.
“중부 방위군에서 마중이라도 나오려나 봅니다.”
적탑주 베레누스가 말했다. 전령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예! 황제 폐하를 수도까지 안전하게 호위할 중부 방위군 기사단 오십과 기마대 일천이 주둔지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수도 지방이고 3천의 황군이 곁을 지키고 있으니 추가 호위는 필요 없겠지만, 이건 의전의 문제다.
황제가 돌아왔으니 그를 호위 안내하는 건 중부 방위군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카시야스 경.”
“예, 황제 폐하! 하명하십시오!”
“중부 방위군이 도착할 때까지 휴식을 취하도록 하지.”
강행군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동안 충분히 시간을 아꼈으니, 추가로 휴식을 부여할 여유는 충분했다.
“군에 전달하겠나이다!”
카시야스가 전령들을 불러 모아 황명을 전달했다. 전령들은 각 부대로 흩어져 휴식 명령을 전파했다.
지친 병사들이 주저앉았다. 기사들도 장비를 점검하거나 휴식을 취했다.
1시간 정도 쉬었을까? 멀리서 중부 방위군의 깃발이 보이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말발굽 소리도 점차 가까워졌다.
“중부 방위군의 깃발이 맞습니다!”
척후병의 보고에 황군이 경계를 거뒀다. 매섭게 달려오던 중부 방위군이 점차 속도를 줄였다. 이윽고 거리를 좁혀온 그들은 일제히 말에서 내려 황제에 대한 예를 갖췄다. 다소 과할 정도였지만 레이먼은 놀란 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중부 방위군은 기사 여단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다. 그리고 게슈타인의 무력을 재확인한 빌리앙은 며칠 전에 어딘가로 자신의 부관을 보냈다. 아마도 목적지는 수도였을 것이고, 여단 내에서 어떤 움직임이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
“예는 충분히 갖춘 것 같군.”
“황제 폐하! 수도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중부 방위군의 지휘관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의 합류로 약 4천이 넘는 숫자가 된 황제의 군대가 수도를 향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부 방위군과 합류한 곳은 수도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멀리 수도의 모습이 보였으니, 지친 황군 군사들은 환호하며 더욱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수도 앞에 기사들이 보입니다.”
“나도 보이는군. 게슈타인.”
성문 앞에 철갑을 입은 기사들이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서 있었다. 그 수가 3백이 넘었다.
“보고 받은 내용 있나?”
포타스 백작이 남겨두고 간 중앙정보국 소속의 요원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기사 여단 소속의 기사들이라고 합니다. 이틀 전부터 저곳을 지키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이틀 전이라…….”
전령이 실수로 전달한 도착 예정 시기가 이틀 전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저렇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말인가?
의문을 품은 채 속력을 올렸다. 이윽고 그들의 앞에 다가서자 기사들이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황제 폐하! 기사 여단이 충성을 바치겠나이다!”
“앞으로 시작될 모든 전쟁에서 선봉에 서겠습니다!”
“부디 소신들의 불충을 용서하소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