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99)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99화
34장 망자들의 축제(1)
“황금초 일족의 엘프 레인저들은 하이펠 제국의 레인저 군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정예라고 합니다.”
“정령사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겁니다. 서 대륙에 몇 안 되는 엘프 도시입니다. 고위 정령사 또한 적지 않을 겁니다.”
“성벽도 높습니다. 거의 작은 왕국의 수도 수준이더군요. 주둔 중인 병력도 절대 적지 않을 겁니다.”
어둠 속에서 검은 로브를 입고 후드를 깊게 눌러쓴 이들이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했다. 그들은 밤의 집행관, 로딘 휘하의 네크로맨서들이었다.
모두 힘든 공성이 될 거라고 진언했으나, 로딘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히죽 웃음을 흘렸다.
“크큭.”
입 꼬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싸늘하면서도 섬뜩한 웃음소리에 네크로맨서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로딘 경?”
“무력하게 쓰러지는 것보다는 재밌을 것 같은데?”
즐거워 보였다.
“드디어 종말이 도래했으니, 나는 저들에게 영원한 밤을 집행하는 존재로다.”
로딘이 후드를 벗자 뾰족한 귀와 환한 금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어나라, 망자들이여…….”
손을 뻗자 대지를 뚫고 뼈로 만든 스태프가 솟아올랐다. 로딘이 본 스태프를 잡아채고서 흔들자 불길한 녹색 마나가 퍼져나갔다. 그 불온한 기운이 닿은 땅을 뚫고 검은 갑옷을 입은 이들이 솟아났다.
투구 너머로 공허한 안광을 빛내는 그들은 죽음의 기사, 데스 나이트들이었다. 그들은 흉흉한 기세를 풍기며 로딘의 앞에 도열했다.
“참전할 생각이십니까?”
“아니. 내가 직접 짓밟는 것보다 나의 수하들에게 짓밟히는 게 저들에겐 더욱 굴욕일 것이다.”
로딘의 말에 부하 네크로맨서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렇다면 대행자는 누구입니까?”
피의 복수를 대행할 인물을 묻는 것이었다. 로딘은 질문을 던진 네크로맨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길리엄과 델크리스를 보낸다.”
“길리엄 경이라면 저들의 성문을 단숨에 꿰뚫을 것입니다.”
“델크리스 경이라면 제4군단이 나서겠군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부하 네크로맨서들이 동조했다. 로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들어 올렸다. 뼈밖에 남지 않은 리치가 아공간을 열고 등장했으며, 도열한 데스 나이트 중에서 한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대들이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고 있겠지?”
조용한 물음, 처음부터 대답은 정해져 있다. 가장 먼저 데스 나이트, 길리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저의 검은 주군의 것입니다.”
로딘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에는 리치가 앙상한 뼈를 흔들며 다가왔다.
-군주께서 원하시니, 저들은 오늘 밤 종말의 길을 걷게 될 것이오.
델크리스가 뼈만 남은 손을 들어 올리자 그의 뒤로 수천의 언데드 군세가 땅을 뚫고 나왔다. 이 정도의 마나의 파장이라면 3km 정도 떨어진 황금초 일족의 도시에서도 이변을 눈치챘을 것이다.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길리엄과 델크리스는 칠흑 기사단과 제4군단을 이끌고 황금초 일족의 도시를 공격하라.”
리치와 데스 나이트가 움직였다. 제4군단의 언데드들이 뒤따랐다. 거대한 재앙의 물결이 엘프들의 도시를 향해 진군한다.
* * *
황금초 일족의 하이 엘프이자 고위 정령검사로 도시의 왕을 지키는 명예로운 킹스가디언의 수장인 레인키오는 심상치 않은 보고를 받고 도시에서 가장 높고 규모가 큰 중앙 망루로 향했다.
킹스가디언의 수장이 망루에 모습을 드러내자 소란을 넘어 혼란스럽데 망루 안이 조금은 차분해졌다.
망루의 책임자로 보이는 엘프 여성이 황급히 레인키오의 앞으로 달려가 고개를 숙였다.
“킹스가디언의 로드를 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엘프 여성이 호들갑을 떨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황금초 일족의 엘프 중에서도 하이 엘프거나 그 혈통을 이어받았으며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만이 킹스가디언의 이름을 허락받는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로드의 위치에 오르는 이들은 범상치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대가 오늘 망루의 책임 지휘관인가?”
“예, 그렇습니다. 킹스가디언의 로드이시여.”
“레인키오라고 부르게.”
“예, 레인키오 경.”
책임 지휘관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누군가 중얼거렸다.
황금초 일족에서 킹스가디언 로드가 가지는 위치는 절대 낮지 않다. 특히 레인키오 같은 경우에는 선대 킹스가디언 로드들과 달리 왕의 공식적인 일정을 제외하면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원래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그는 최근 검성의 경지를 눈앞에 두게 되면서 더욱 두문불출하기 시작했으니, 킹스가디언의 일원들이나 일족 의회의 간부들을 제외하면 그의 그림자조차 보는 게 힘들 정도였다.
그런 그가 중앙 망루에 나타났으니, 엘프 감시자들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밀실로 안내하겠습니다, 레인키오 경.”
망루에는 민감한 내용을 보고하기 위한 창문 없는 작은 방이 마련되어 있다.
책임 지휘관은 주변의 분위기를 살피고는 그곳으로 레인키오를 안내하겠다고 했다. 레인키오 또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인도에 응했다.
동행한 킹스가디언 2명이 입구를 지켰고 레인키오는 책임 지휘관과 함께 밀실 안으로 들어섰다.
“자세한 상황을 보고하게.”
“약 30분 전에 수상한 마나의 움직임에 정령들이 동요하는 걸 확인했습니다.”
“선행 정찰을 해봤나?”
레인키오가 물었다. 그는 정령검사였지만 여러 방면에 지식이 깊어서 레인저들의 방식에 대해서도 알았다.
“예, 바람의 정령을 보내봤지만, 오히려 요격당했습니다.”
책임 지휘관의 말에 레인키오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입을 열었다.
“바람의 정령이 요격당했다는 말인가?”
“망루의 원거리 정찰로 조사해 본 결과, 아무래도 흑마법인 것 같습니다.”
도시 밖의 위험들을 감시하는 황금초 일족의 망루들은 주로 운용하는 바람의 정령들이 무력화될 경우를 대비하여 다른 정찰수단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바람의 정령을 직접 보내는 것에 비해 정확하지 않았다,
“흑마법이라고?”
레인키오는 눈살을 찌푸렸다. 마지막 전승자가 목숨을 잃고 지난 100년 동안 네크로맨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레인저들을 소집해서 흑마법의 기운이 감지된 곳으로 보내라. 우리는 숲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야 한다.”
레인키오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즉시 소집된 레인저 20명이 정밀 정찰을 위해 도시를 떠났다.
현재로서는 미지의 위협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초조한 긴장 속에서 시간이 흘러갔다.
“레인저들의 마나 반응입니다!”
바람의 정령 하나가 엘프 레인저들의 마나 반응을 감지했다.
망루의 감시자가 이 소식을 급히 보고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찰에 나섰던 엘프 레인저 셋이 피투성이가 되어 중앙 망루로 귀환했다.
생환자는 그들이 전부였다.
“무엇을 봤지?”
레인키오가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생환한 레인저 중 한 명이 대표로 앞에 나섰다.
그는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고서 힘겨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언데드입니다. 망자들의 군대가 이곳을 향해 진군하고 있습니다!”
“즉시 수비대에 방어 태세를 갖출 것을 전해라!”
의심과 망설임은 없었다. 레인키오는 즉시 명령을 내렸고 도시는 빠르게 방어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성벽 위로 병사들이 도열했으며 성문이 굳게 닫혔다.
그들이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 너머로 언데드 군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숫자가 6천이 넘는 하나의 군단 규모였다.
“레인저! 화살!”
지휘관이 목이 터져라 외치자 성벽 위에 도열한 레인저들이 일제히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레인저! 쏴!”
힘차게 당겼던 시위를 놓자 수백의 화살이 하늘을 꿰뚫었다.
엘프 장인들이 직접 제작한 활과 화살은 인간들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위력적이었고, 엘프 레인저들의 조준 실력 또한 우수했다.
하지만 언데드들에게는 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수십의 좀비들이 화살에 당해 쓰러지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정령사! 모든 화력을 집중하라! 절대 놈들이 접근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정령사들이 손을 뻗었다. 성벽 여기저기에서 푸른 마나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고 각양각색의 정령들이 소환되었다.
대지에서 바위가 솟구치고 하늘에서는 불의 비가 쏟아졌다. 바람의 칼날이 시체들의 팔과 다리를 잘라냈다.
“봤느냐! 망자들이라고 해도 별거 없느리라!”
정령 화력을 집중하여 단번에 1천 이상의 언데드를 쓰러뜨렸다. 엘프 지휘관은 벌써 승리에 취했으나, 중앙 망루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레인키오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그는 네크로맨서가 다루는 언데드들이 무서운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스러졌던 언데드들이 다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녹색의 불길한 마나를 머금고서 다시 전진하는 언데드들의 뒤에는 뼈만 남은 손을 흔들고 있는 검은 로브의 리치가 있었다.
“제기랄! 리치가 있다!”
“네크로맨서들도 보입니다!”
“저들을 먼저 제거해야 합니다!”
리치와 네크로맨서들을 제거하지 못하면 언데드 군대는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그들을 최우선적으로 제거해야만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리치와 네크로맨서들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6천이 넘는 언데드 군세를 돌파해야만 하는데, 성문을 열고 돌격을 감행하기에는 황금초 일족이 보유한 병력의 숫자가 부족했다.
“제기랄!”
결국 지휘관은 거친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레인저들이 쉬지 않고 시위를 당겼고 정령사들은 마나가 바닥날 때까지 정령들을 부렸지만, 리치와 네크로맨서들 때문에 언데드 군단은 조금의 기세도 잃지 않고서 성벽 코앞까지 접근했다.
콰아아앙!
“전열을 재정비하라!”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녹색의 기운이 성벽에 작렬했다. 언데드 군단의 수복에 집중하고 있던 네크로맨서 중 일부가 공격에 가담한 것이다.
“화력 지원을 중단하고 성벽 방어에 집중해!”
서로의 마법을 요격하는 마법전이 펼쳐졌다. 정령사들이 방어에 전념하면서 성벽으로 향하는 흑마법은 대부분 요격되었지만 진정한 재앙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드높은 경지에 오른 리치, 델크리스가 직접 움직였으니까.
그가 앙상한 뼈다귀만 남은 손은 흔들자 성벽 위로 강한 산성을 띤 맹독이 쏟아졌다.
“끄아아악!”
전신이 녹아내리는 고통에 엘프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으니, 델크리스뿐만 아니라 또 다른 거대한 재앙이 성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뭔가 옵니다!”
누군가 외쳤다. 지독한 전장의 혼란 속에서도 다가오는 재앙의 기척은 분명했다. 군단의 선봉, 좀비와 해골병들이 성문 앞에 도달했고 재앙 또한 모습을 드러냈다.
성벽 위로 솟아오른 이들은 검은 갑주를 갖춰 입은 데스 나이트들이었다.
그 수가 많지 않았지만, 하나하나가 보유한 무위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들은 밤의 집행관 로딘의 휘하에 있는 칠흑 기사단으로 모두 고위 이상의 경지에 오른 기사들의 시체로 만든 언데드였으며, 그 수장인 길리엄 같은 경우에는 초입이라고는 하지만 무려 검성의 경지였으니 엘프 정령검사들이 상대될 리가 없었다
11기의 데스 나이트에 의해 성벽이 30분 만에 완전히 무력화되었다. 수백의 레인저가 목숨을 잃었고 성벽 위의 대열이 엉망이 되었다.
“후퇴하라! 물러나서 재정비다!”
수비대장이 지시를 내렸다. 전령들이 그의 말을 전했다. 고심 끝에 내린 판단이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후퇴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엘프들이 간신히 억누르고 있던 두려움이 폭발했다.
그들은 최소한의 대열조차 갖추지 못한 채로 패주했다. 그 틈에 데스 나이트 길리엄이 성문을 파괴하였고, 수천의 언데드들이 파도처럼 몰려들었다.
“제기랄! 도심지에서 적들을 맞이한다!”
이것 또한 잘못된 선택이었다. 차라리 다소의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내성까지 물러나서 수성에 임했어야 했다.
하지만 수비대장은 시가전을 택했고, 언데드들에 의해 황금초 일족의 군대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내성 또한 단숨에 돌파 당했고 남은 건 왕성뿐이었다. 수천의 언데드가 왕성을 포위했으며, 황금초 일족의 왕은 킹스가디언들과 함께 전장에 나섰다. 레인키오 역시 킹스가디언의 수장으로 참전했다.
-왕을 먼저 쳐라.
델크리스가 앙상한 뼈만 남은 손을 흔들며 지시를 내렸다.
그들은 단순한 언데드 무리가 아니었다. 지성 있는 존재의 지휘를 받는 망자들의 군단이었으니, 전략, 전술을 구사할 수 있었다.
길리엄이 데스 나이트들을 이끌고 왕을 쳤다. 레인저들이 몸을 던져 앞을 막았지만, 조금의 시간도 벌지 못했다. 킹스 가디언들 또한 하나둘씩 쓰러졌다. 고위 정령검사인 레인키오 또한 길리엄 앞에서 죽음을 앞에 두고 있었다.
“주군께서 너희들의 죽음을 원하신다.”
“안 돼!”
길리엄이 죽음을 선고했다. 레인키오는 눈앞에서 자신이 모시는 왕이 데스 나이트의 사악한 검에 목이 꿰뚫리는 모습을 봐야만 했다.
“아쉬워 마라, 다음은 네 놈의 차례니까.”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길리엄이 레인키오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검을 높이 들어 올린 순간, 그의 앞에 날카로운 얼음의 창이 날아와 꽂혔다.
길리엄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고, 붉은색과 황금빛이 섞인 제복을 입은 금발의 남자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안심해라, 하이 엘프. 내가 황제의 이름으로 보호를 약속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