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overpowered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125)
역대급 먼치킨 재벌-125화(125/342)
# 125
125화 $$$ 용심은 자존심 때문에/ 건방진 놈의 X끼
한편 이때, 식품 업계는 초비상 상황이었다.
세계 주식의 3대 곡물인 벼, 밀, 옥수수가 포함되지 않은 가공식품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국내 거의 모든 식품 업체가 현 사태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었다.
이들로서는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격이었다.
서울의 주식회사 용심 회장실.
60대 후반의 신춘현 회장은 잔뜩 구겨진 얼굴이다.
그의 책상 앞에는 40대 후반의 이진한 기획실장이 긴장한 얼굴로 서 있다.
“이 실장. 우리 제품에 쌀, 밀, 옥수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나?”
“······.”
이 실장은 그 물음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회장이 모를 리 있겠는가.
알면서도 물었을 땐 대책이 있냐는 말이다.
“90%는 넘겠지?”
“거의 다 들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흠······. 기획실에서 나온 대책은 있나?”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몇 개월만 버티면 될 겁니다.”
“한국인의 냄비근성을 이용하자는 말이지?”
“맞습니다. 한국인의 특성이 이런 일이 생기면 불같이 날뛰다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잊어버리지 않습니까. 이일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면서 결국, 원래 가격에 사 먹게 될 겁니다.”
이런 일은 시간이 약이지.
적당한 이슈가 생기면 금방 잊을 테고.
라면과 과자를 자기들이 안 먹고 배기겠어?
한국인들은 이래서 다루기 쉽단 말이야.
이진한 실장은 한국인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았다.
자신은 한국인 임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KH에서 어떻게 나오느냐는 건데······. 강혁 그 젊은 놈이 세상 무서운지 모르고 날뛴단 말이야.”
“우리 기획실에서도 강혁 대표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못 내렸습니다. 워낙 특이한 구석이 많은 사람인지라.”
“일단 한국인의 냄비근성을 이용해서 버티면 넘어갈 것 같긴 한데······ 자꾸 그놈이 걸려.”
여전히 펴지지 않은 얼굴로 한숨을 길게 내쉰다.
“그놈이 미국에 신약을 안 판다고 했던 것처럼 세 곡물을 안 팔면 어떻게 되지?”
“만일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극도로 심각해집니다. 아시다시피 KH는 이미 세계 곡물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곡물과 기존 곡물은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이 아예 안 되죠. 기존 곡물 회사들도 이제는 곡물 재배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몇 개월을 버틸 수 있다는 말이야?”
“몇 개월이 아니라 기존에 받아둔 양을 고려한다고 해도 길어야 일주일입니다. 그 이후에는 KH를 통하지 않으면 공급받을 길이 없습니다.”
“에이 쌍.”
신춘현 회장은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았다.
자신은 언제나 갑의 위치에서 지시하고 휘둘렀다.
누구의 눈치를 본다거나 상대의 결정을 목매며 기다린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익숙하지 않은 경험을 하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온 이유이기도 했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힘으로 눌러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안 그래도 높은 혈압이 더 올랐다.
어떻게 이 보잘것없는 한국에서 이런 특이한 인물이 나왔는지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다.
“길어야 기껏 일주일이란 말이지?”
“네. 원료 공급을 계속해 준다면 조용해질 때까지 버틸 수 있겠지만, 공급이 중단되면 최악으로는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업체들은 어떻게 할 것 같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신춘현 회장.
머릿속으로 득실을 빠르게 따져 보았다.
하지만 특별히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칼자루 쥔 놈은 따로 있으니 그럴 수밖에.
“모든 업체들이 담합해서 제품을 판매하지 않으면 어떨 것 같아?”
“모든 식품 업체가 말입니까?”
“그래. 슈퍼에 들어가는 모든 먹거리가 사라지면 결국 백기를 들지 않겠냐는 말이야.”
이진한 기획실장도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심하게 머리를 저었다.
이런 최악의 사태까지 가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위험합니다. 정부에서 가만있지도 않겠지만, 그렇게 되면 주가가 순식간에 곤두박질 칠겁니다. 그걸 강혁 대표가 가만히 보고만 있겠습니까? 아마 모든 식품 업체들을 인수해 버릴 겁니다.”
“끙.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미쳐 그 생각을 못 했어. 자네 말대로 가만있을 놈은 아니야. 식품 업체 중에 그놈이 대주주로 있는 곳이 있던가?”
“로스 삼강 32%와 유일하게 50대 기업에 들어가는 CJ 먹거리 지분 37%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스물여섯밖에 안된 놈이 대체 어떻게 이런 막대한 돈을 번 거야?”
이건 상식으로는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다.
한 기업을 일구려면 평생을 바쳐도 모자란다.
그런데 이제 스물여섯의 나이.
그 나이로 국내는 물론 세계를 쥐락펴락한다.
이런 인물과 적이 되려는 자신의 결정이 부질없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이제껏 쌓은 자존심이 고개를 숙이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협회장에게 전화 넣고 해당 업체 회장들 모두 한번 모이자고 전해 봐.”
* * *
정민지 실장은 그 간단하다는 말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 차 물었다.
“미국처럼 하겠단 거예요?”
“못할 것도 없죠. 그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판매를 안 한다고 했다가 저쪽에서 더 세게 나오면 어떡하시려고요?”
“더 세게 어떻게요?”
“가령 물건을 시장에 내놓지 않으면요? 우리가 판매하지 않아서 팔 물건이 없다면서 여론몰이를 할 수도 있어요.”
정민지 실장은 심각한데 반해 당사자인 강혁은 느긋하다.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그렇게 해서 여론이 나빠지면 우리한테 어떤 타격이 있습니까?”
“그거야······.”
곰곰이 생각해 봐도 특별히 손해 입을 만한 게 없다.
곡물과 반도체는 이미 장악했고 나머지는 건설과 투자인데 여론몰이에 타격 입을 업종은 아니다.
“그들이 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주가는 가만히 있는답니까?”
“물론 떨어질 거예요.”
“그럼 제가 그 회사들을 가만히 내버려 둘 것 같습니까?”
정민지 실장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이런 간단한 이치를 모르고 있었다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왜 그 생각을 못 했는지 제 자신이 한심스럽네요.”
“그들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겁니다. 가격을 낮추든가, 아니면 회사를 내놓든가요.”
“저쪽에서도 이 생각은 하지 않을까요?”
“하겠죠. 그러나 세상엔 상식 밖의 일을 하는 사람이 종종 있죠.”
* * *
경기도 양평 소재의 한 콘도.
수십 대의 차가 콘도 주차장과 주변 공터에 모여들었다.
대부분 억대를 넘나드는 고가의 외제차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
TV에 자주 나오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들이다.
국내 먹거리를 책임지는 회사의 총수이면서 국내 굴지의 재벌들이었다.
차에서 내린 그들은 안내 표시가 된 실내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곳에 마련된 수십 개의 의자엔 나이 지긋한 사내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약속된 시간이 된 것인지 40대 후반의 한 사내가 단상에 올랐다.
마이크를 잡은 사내는 주변을 훑은 후 입을 열었다.
“회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바쁘신 와중에도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기 모이신 분들은 모두······.”
인사말을 하던 진행자는 들려온 목소리에 잠시 말을 끊었다.
“이봐요. 진행자 양반. 인사 듣자고 여기 온 거 아니니까 본론부터 꺼내요.”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세계 3대 곡물 가격이 5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 식품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국내 식품도 가격을 내리라는 여론의 압박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본론이 시작되자 회의실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조용해졌다.
오늘 이 회의 결과에 회사의 생사가 달렸다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갑작스럽게 처음 생긴 일은 아닙니다.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던 일이라 그때처럼 여론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넘어가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그때의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여러분들을 모신 겁니다.”
“그 젊은 놈 때문이지 않아요?”
“맞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KH 인베스트먼트의 강혁 대표 때문입니다. 과거처럼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강혁 대표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앞줄에 앉은 상양 사의 고덕수 회장이 불쾌한 표정으로 나섰다.
“그 어린놈이 원료 공급을 끊을 수도 있다. 이거 아니요?”
“네. 그가 했던 일련의 사건을 되짚어보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그 해결책을 위해 의견을 모으려는 자리입니다.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런데 너무 단정 짓는 것 아닙니까? 과거에 그랬다고 지금도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지 않아요?”
그때 중간에 앉아 있던 한국 제당의 천영호 사장이 말을 받았다.
“그러면 고 회장님께서는 가격을 낮추지 않으실 겁니까?”
“KH는 생각도 안 하는데 우리가 먼저 지레 겁먹은 것 아니냐는 말입니다.”
“고 회장님. 그렇게 낙관적으로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고 회장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는데 우리가 괜히 겁먹은 걸 수도 있어요.”
용심의 신춘현 회장이 고 회장의 말에 힘을 실었다.
“약과 식품은 차이가 있어요. 그가 한 행동은 외국인에게 한 짓이지 국내엔 피해를 주지 않았잖아요?”
“신 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설마하니 국내 공급을 막기야 하겠습니까. 정 문제가 되면 정부에 강하게 항의를 하면 되지 않겠어요?”
“모르는 소리 하지 마세요. 강혁 그 사람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면 그런 안일한 말은 안 할 겁니다. 우리가 가격을 안 낮추면 그 사람은 틀림없이 공급을 중단할 거요.”
로스 그룹 신창호 회장이 답답하다는 듯이 나섰다.
그러자 또 다른 반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신 회장님과 같은 생각이오. 강 대표는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CJ 먹거리 남병철 회장의 말이다.
그렇게 의견이 오가며 장장 3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의견은 한곳으로 몰리지 않고 두 가지로 갈렸다.
용심 신춘현 회장을 주측으로 한 의견은 조용해질 때까지 버티자였다.
그리고 다른 한쪽인 CJ 남병철 회장을 주측으로 한 의견은 가격을 내리자였다.
의견이 양쪽으로 갈리자 사회자가 나섰다.
분위기를 보건대 그도 딱히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 보였다.
“좋은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회의에서는 의견이 둘로 나뉘었습니다. 어느 한쪽의 말이 맞는다고 단정 짓기 힘든 상황입니다.”
“사회자 양반. 본인이 찬성하는 곳의 대응책대로 하라고 하세요. 어차피 마지막에 가서는 각자도생입니다.”
“그렇게 합시다. 의견이 양쪽으로 갈렸다곤 하지만 이 둘의 힘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게 회의결과는 양쪽 의견 중에 본인이 원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말이 결과지 따지고 보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라는 거였다.
회의장을 나서는 용심 신춘현 회장의 옆, 이진한 기획실장의 얼굴은 뭐 씹은 얼굴이었다.
뒤이어 나오던 CJ 먹거리 남병철 회장은 용심의 신춘현 회장에게 한마디 툭 내뱉었다.
“신 회장님. 옛날처럼 버티다가는 큰 낭패를 볼 겁니다.”
“큰 낭패라니요?”
“회장님 대에서 회사 이름이 바뀔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이봐요. 남 회장. 무슨 말을 그렇게 합니까?”
그 말에 남 회장은 답변도 하지 않고 앞질러 가 버린다.
못마땅한 얼굴로 그의 뒷모습을 보던 중 전화기가 울렸다.
-안녕하십니까. 신 회장님. 저 KH 인베스트먼트의 강혁입니다. 얼굴 한번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