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overpowered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15)
역대급 먼치킨 재벌-15화(15/342)
# 15
015화 $$$ 시드머니 (3)
김판수는 2차 시험을 정말 힘겹게 합격했다.
이제 면접만 통과하면 사법연수원으로 직행이다.
면접이라고 해 봐야 특별한 결격사유만 없으면 OK.
빡빡머리가 결격사유만 되지 않는다면 최종합격이다.
시험의 압박에서 벗어난 김판수를 위로하기 위해 넷은 학교에서 만나기로 했다.
강혁이 학교로 들어서자 이기준과 전현택이 보였다.
몇 달 지나지도 않았는데 반갑기 그지없었다.
“혁아 우와 너 때깔 완전 바꿨는데?”
이기준이 강혁의 윗옷을 들추며 놀란다.
“어! 진짜. 옛날하고 전혀 다른데?”
전현택도 놀란 얼굴로 강혁의 이곳저곳을 훑었다.
옷가게 마네킹에 입혀진 옷을 감상하듯이 꼼꼼하다.
“시답잖은 소리 말고, 판수는?”
“올 때 됐어. 근데 너 무슨 일 있었냐?”
“일은 무슨. 그냥 옷이 없어서 한 벌 샀지.”
이기준의 물음에 강혁은 대충 넘겼다.
옷 좀 바꿨다고 벌써 놀라기는.
앞으로 더 놀랄 일은 널렸다.
“판수는 죽을 듯이 하더니만 결국 해냈네.”
“판수가 혁이 너에 비하겠냐. 암튼 넌 연구대상이야.”
“헛소리 말고 좀 앉자.”
잠시 후 김판수가 여유로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처럼 그 모습이 사뭇 당당했다.
“빡빡이! 이제 좀 살 만하냐?”
“두말하면 잔소리지. 기준아 내가 언제 이렇게 공부한 거 본 적 있어? 죽다 살았다.”
“너 목욕탕은 갔다 왔지?”
“새벽에 갔다 왔어. 메밀국수가 나오더라. 하하.”
“에이 더러운 새끼.”
회포를 풀고 있을 때 김판수의 눈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선배 박도식.
김판수 일행을 피해 가려던 게 눈에 띈 것이다.
그도 이제 서로 처지가 바뀐 걸 아는지 김판수와 눈이 마주치자 멈칫했다.
궁지에 몰린 쥐를 쳐다보듯 김판수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그, 어··· 그래. 판수구나. 잘 지냈지?”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또 여자를 끼고 있다.
그런데 전에 봤었던 그 여자가 아니다.
김판수가 본 여자만 해도 벌써 다섯 명째.
“선배님. 이번에 2차 결과 확인해 보셨어요?”
“응. 뭐 했지.”
“어떻게 됐어요?”
“···안 됐어.”
박도식이 말하기 싫은 티를 팍팍 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베를린 장벽을 뛰어넘듯 힘들었지만, 어쨌든 김판수는 뛰어넘었다.
하지만 박도식은 그 벽에 대가리를 처박고 튕겨 나왔으니.
“저는 붙었는데······.”
“추, 축하한다.”
박도식은 1차는 합격했었지만, 2차에서 미역국을 먹었다.
하고 다니는 짓거리를 보자면 1차 합격만도 기적.
2차의 콧대는 박도식의 도전을 단칼에 쳐내 버렸다.
“내년에 선배님이 합격한다고 해도 저보다 한 기수 늦네요? 아, 이러면 앞으로 내가 선배가 되나.”
“······.”
“법조계 쪽이 기수 기강은 장난 아니잖아요. 그죠?”
박도식은 얼굴을 잔뜩 구기고선 김판수의 시선을 피했다.
자신이 여태껏 한 일이 있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김판수의 말대로 내년에 합격한다고 해도 한 기수 후배.
더럽게도 상황이 역전됐다.
죽어라 공부해서 붙어 봐야 김판수의 후배.
고참의 갈굼에 탈영하는 이등병의 심정이 이해가 됐다.
“음, 저기 판수야. 나 급한 일이 있어서 다음에 보자.”
“급한 일 있으시면 가 보셔야죠. 다음엔 꼭 합격하셔서 사법연수원에서 봬요.”
박도식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법조계는 사법연수원 기수로 선후배를 따진다는 것을.
김판수가 합격했다는 소식은 이미 들었다.
그래서 김판수를 되도록 안 보려고 피했다.
그런데 재수 없게도 여기서 만났다.
짜 놓은 각본에 멱살 잡혀 끌려온 기분이다.
“아, 참. 선배님 이 친구 기억하시죠?”
내빼려던 박도식에게 강혁을 가리키며 물었다.
당연히 안다.
방송국에서 왔을 때 뒤따라가서 모든 걸 봤었다.
김판수와는 비교도 안 될 괴물 같은 놈.
저런 놈과는 절대 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사라질 때까지 마주치지 않는 게 상책.
그런데 김판수 이 X끼 끝까지 긁어 댄다.
“저기, 미안. 나 가 볼게.”
박도식은 여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혼자 급히 뛰어갔다.
꽁지에 불붙은 망아지처럼 냅다 달린다.
얼떨결에 혼자 남은 여자.
오만상을 다 쓰고선 망아지의 뒤를 쫓았다.
“오빠! 같이 가.”
넷은 멀어지는 박도식을 보면서 손뼉을 치며 웃었다.
막혔던 목구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 * *
75일이 지난 9월 말 KC 증권.
미래증권 여직원의 낌새가 이상해 증권사를 바꾸고 두 번째 방문이다.
결과를 미리 안다는 것은 김빠지기 마련.
드라마 끝에 궁금증을 남기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결과를 미리 알아 버리면 궁금증과 긴장감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강혁은 이미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긴장감에 심장이 터질 지경이었다.
부광약품, 광동제약, 선도전기.
이 세 종목에 넣은 170,000,000원이 7.7배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냈기 때문이다.
이리될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벌렁대는 심장은 진정되지 않았다.
거머쥔 통장에 찍힌 금액.
1,309,000,000원.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13억 9백만 원이라니.
통장을 멍하니 보고 있자 남직원이 강혁을 빤히 쳐다보았다.
의아함과 부러움이 섞인 복잡한 시선.
직원도 최근엔 이런 수익률은 본 적이 없었다.
거기다 무려 13억이 넘는다.
누군들 놀라지 않겠는가.
저 통장이 자기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강혁이 어느 정도 진정된 것으로 보이는지,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마음속엔 질투와 부러움을 잔뜩 안고서.
“축하드립니다. 정말 엄청난 수익률입니다.”
“저도 믿기지 않네요.”
보고 또 보고 다시 봐도 13억이 넘는 금액.
꿈이 아닌 줄 알면서도 혹 이게 꿈이 아니기를 빌었다.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할까.
삼 일 굶고 길 가다 지갑을 주웠는데 현금으로 100만 원이 들어있을 때의 기분이랄까.
그런데 그 지갑도 명품지갑.
“이 금액은 어떻게 해 드릴까요?”
정신을 차린 강혁은 여느 때처럼 쪽지 하나를 내밀었다.
건설회사인 이 종목은 좀 재밌는 구석이 있었다.
“정리 되는대로 이 종목에 1억 9백만 원만 빼고 모두 넣어 주세요.”
“여기에 12억을 모두요?”
“네. 문제 있습니까?”
“큼. 아닙니다. 물량이 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잠시 모니터를 보던 직원.
머리를 끄덕이더니 강혁을 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눈빛에 초점이 없다.
“가능합니다.”
“오를까요?”
강혁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직원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알면 내가 벌써 넣었지.’
“흐름을 보면 조금씩 오르긴 했는데 그 기간이 상당히 깁니다. 큰 상승 폭은 없을 것 같은데요.”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당연히 오르지.
그것도 아주 짧은 기간에.
객장을 나서는 강혁은 37일 후의 기대감에 가슴이 벌써 두근거렸다.
* * *
그날 저녁 신림동 강혁의 방.
보쌈과 두꺼비 한 병으로 상을 차렸다.
여태껏 보쌈과 같은 고급스러운 음식은 손에 꼽을 정도.
자신에게 보쌈은 프랑스 달팽이 요리나 캐비어급 요리였다.
살코기와 비계가 7:3으로 적절히 배분된 고기.
김치와 마늘과 고추를 얹어 한입 먹으니 반지하 방이 펜트하우스로 보였다.
강혁은 보쌈에 두꺼비를 한잔하며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제부터 조심할 필요가 있겠어. 처음 몇 번이야 금액이 많지 않았으니 괜찮았겠지만, 지금은 아니란 말이지.”
1억 7천 정도야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굴릴 수도 있는 금액.
또 한두 번의 고수익률도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다.
하지만 12억이라면 다르다.
12억도 엄청난데 이게 튀겨지면 틀림없이 주목을 받게 될 터.
그렇다면 이 시점에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수를 써야 할지도.
“언제까지고 매번 증권사를 옮겨 다닐 수도 없잖아.”
너무도 아깝고 피 같은 돈이라 하고 싶지 않은 결정이다.
그렇지만 더 큰 것을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
당분간은 이 같은 선택을 여러 번 해야 할 듯했다.
대박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삼 일 후 바로 객장을 찾았다.
창구를 둘러보던 강혁과 어제 그 남직원의 시선이 마주쳤다.
‘저 사람 며칠 만에 또 웬일이지? 불안해서 빼려고 왔나?’
“안녕하세요.”
직원이 먼저 아는 체를 하며 인사를 건넨다.
별로 반갑진 않았지만, 강혁도 인사를 했다.
어찌 됐든 당분간은 동지가 되어야 할 처지.
아직 단물이 많이 남았으니 밉보여서 좋을 건 없었다.
“네,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오셨어요?”
무슨 질문 따위가 이래?
내가 그럼 증권사에 등본 떼러 왔겠냐?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주 젠틀하게 받았다.
“다른 종목을 더 사 볼까 해서요.”
“아, 전 혹시 빼시려고 오셨나 했죠.”
“삼 일밖에 안 됐는데 빼긴요. 이 종목에 1억 넣어 주세요.”
통장과 쪽지를 건네자 직원이 컴퓨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얼굴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곳.
12억을 넣은 곳과 비슷한 시기에 상장 폐지되는 곳이다.
“제가 이런 말씀 드리긴 뭐한데. 12억에서 좀 빼셔서 다른 곳에 넣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조심스러운 직원의 질문에 강혁이 슬며시 웃으며 답했다.
“그럴까도 생각했었는데 저는 한번 넣은 곳엔 결과를 보기 전까진 놔두는 징크스가 있어서요.”
징크스는 무슨.
그런 거 파는 가게가 있으면 하나 사고 싶다.
왠지 있어 보이는 사람같이 보일 듯.
“아, 그러시군요. 그럼 이거 바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직원은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무안함을 키보드에 풀어 놓는 것 같은 모양새다.
그러길 잠시.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네. 그럼.”
객장을 나서는 강혁의 뒷모습을 보는 직원.
긴 한숨을 내쉬며 깊은 뜻이 담긴 것 같은 말을 내뱉었다.
“휴우. 인생 뭐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