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overpowered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157)
역대급 먼치킨 재벌-157화(157/342)
# 157
157화 $$$ 통신요금을 잡아 볼까?/ 옛 인연을 돕다
KH 전자(이성 전자)와 KH 반도체도 있고 애플의 지분도 37%나 있으니 못할 것도 없다.
역시나 할배들의 모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들만의 리그인 듯 오가는 말들이 뻔하다.
대통령의 인사가 끝나자마자 자리를 떴다.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잠시 국내 주식현황을 둘러본 뒤 금융지원팀장을 불렀다.
40대 초반의 이승준 팀장은 갑작스러운 호출에 바짝 긴장했다.
전현택 차장이 없는 동안 대리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출근하자마자 호출은 처음이다.
혹 자신이 잘못한 일이 있나 되짚어 봤지만 전혀 생각나는 게 없다.
대표실로 들어가자 정민지 실장이 티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아있다.
이승준 팀장은 허리를 바짝 꺾으며 인사를 건넸다.
“찾으셨습니까?”
“이곳 주식을 모두 사들이세요. 인수가 목적이니까 새나가지 않게 하시고요.”
이승준 팀장은 A4용지 한 장을 받아들었다.
눈에 익은 회사명이 보인다.
《하나로 통신(주당 3200원)》
정보통신 분야의 기업.
기업명만 봐도 대표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 알만하다.
“인수가 목적이시라면 최소 51%는 확보해야겠군요?”
“1차는 그거니까 일단 확보부터 하세요. 나머지는 나중에 알려드리죠.”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시장에서 물량이 사라지면 눈치를 챌 겁니다.”
“미국 법인과 협조하세요. 외국에서 흘러 들어온 스토리가 더 잘 먹힐 테니까요.”
강혁의 시선이 정민지 실장에게 향했다.
한곳만으로는 만족스럽지 않다.
정보기술은 물론이고 특허도 충분해야 한다.
“실장님은 드림라인과 두루넷 인수를 진행하세요. 두 곳 모두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으니까 어렵진 않을 겁니다.”
“정보통신 쪽으로도 진출하시려고요?”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내기엔 제격이죠.”
“이렇게 되면 KH 전자가 휴대폰을 만들고, 그 휴대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우리 반도체 회사 두 곳에서 만들어서 통신 계열사에 팔게 되는 거네요?”
“꿈의 판매망이 만들어지는 거죠.”
휴대폰과 관련된 회사 세 곳에서 수익이 나게 된다.
버릴 것 하나 없이 KH가 싹싹 긁어서 먹는 셈이다.
돼지를 잡아서 털과 발톱 빼고 다 먹는 것처럼.
드림라인과 두루넷은 사망날짜를 잡아둔 말기 암 환자 같은 신세다.
하나로 통신만 살짝 흔들어서 적정선에 사들이면 일사천리다.
사업은 정치고 전쟁이며 더럽고 야비한 방법이 난무하는 곳이다.
다른 회사의 단백질 공급원이 되지 않으려면 힘을 키워야한다.
“이 두 곳은 한때는 코스닥을 들었다 놨다할 만큼 엄청났던 곳인데 법정관리까지 갔네요.”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으니까요. 우리도 이 케이스가 되지 않게 언제나 긴장해야 합니다.”
“IMF 사태 때도 많은 회사들이 같은 경험을 했었잖아요?”
“그들이 그 경험을 잊지 않아야 할 텐데 말이죠.”
초심.
나태함이 느껴지면 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라고들 한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금연을 다짐한 사람이 3일을 넘기지 못하는 것처럼.
강혁은 12월이 끝나가기 전 처음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다.
서툴렀지만, 열정적이고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그때.
그렇다고 지금이 나태해진 것은 아니다.
단지, 그때의 그 기분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이제 돈도 먹고 살 만큼 벌었으니.
한참 생각에 빠져 있는데 인터폰이 울린다.
삑삑♬
-대표님 KH 건설 윤현표 사장입니다.
“알겠어요.”
-대표님. 판교에 경기장 준공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빨리 됐네요. 떨어졌으면 시작해야죠. 저번처럼 다른 건설사들을 하청으로 써도 되니까 함께 투입하세요.”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완공은 언제쯤 될 것 같습니까?”
-다른 공사와는 속도가 다를 테니까 2003년 5월 전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7만석을 넘기는 경기장이 1년 5개월 정도면 엄청 빠른 경우다.
공사를 시작해 봐야 알겠지만, 더 빨리 지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병원이 내년 2월에 모두 완공됩니다.
“꽤 오래 기다렸네요. 비서실로 통보하세요.”
-알겠습니다. 개원 일에 문제 생기지 않게 꼼꼼히 마무리 짓겠습니다.
“시범케이스로 짓는 거니까 괜찮으면 더 늘릴 겁니다.”
윤현표 사장과 전화를 마치고 과거를 되짚으며 한 곳으로 향했다.
* * *
“여보. 집 주인이 전세금 올려 달라고 하는데 어떡해?”
“또? 얼마나?”
“5천만 원.”
“갑자기 5천만 원을 어떻게 준비해?”
“나도 알지. 부탁해 봤는데 내년에 재계약 하려면 준비하래.”
“어휴…….”
무슨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띈다.
집값이 오르니 전세 값도 덩달아 뛰고.
멀리뛰기 선수처럼 한번 뛸 때마다 기록을 갱신한다.
갑자기 5천만 원을 올려 달라니.
“이제 갈 곳도 없는데 휴우…….”
40대 초반의 박상철은 다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몇 년 전의 생활이 그립다.
아내와 아이들과 오순도순 지냈던 내 집.
알뜰한 아내 덕에 몇 년 만에 33평 아파트를 샀었다.
물론 대출을 조금 끼긴 했지만, 그것도 금방 갚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었다면.
“그 사람이 그런 대단한 인물이 될 줄이야. 그런데 그때 왜 그런 투자를 했을까?”
몇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지금이라도 당장 찾아가서 묻고 싶었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란 걸 안다.
“그도 대량 손실을 입었는데 다른 때보단 더 큰 손실을 입었었지.”
따져보면 그때가 20대 초반일 땐데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쎄뻑의 왕인 줄 알고 따라갔다가 쪽박을 찼지만 그때 그의 투자 수익률은 아직도 증권가의 신화로 남아 있다.
“찾아가면 날 알아볼까?”
엉뚱한 생각을 잠시 했지만,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
찾아가서 무슨 말을 하라고.
“그때 당신이 투자한곳에 박았다가 쪽박 찬 KC증권 창구 직원입니다. 라고 해?”
피식.
주장에서 아내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그 모습에 세상 누구보다 착한 아내가 다가와서 묻는다.
“여보 괜찮아? 전세금 때문에 그래?”
“아니 그런 게 좀 있어. 친정에 간 지 오래됐지?”
“……난 괜찮아.”
괜찮은 얼굴이 아니다.
3년을 가지 못했으니 괜찮을 리가.
3년 군대를 가도 때만 되면 휴가를 보내는데 아직 한 번도 가질 못했다.
찾아온다는 걸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3년을 버텼지만, 이젠 무리다.
아내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는다.
“여보. 우리 두 칸짜리 전세로 옮길까?”
“애가 둘인데 방 두 칸짜리에서 어떻게 살라고?”
“이제 다 컸으니까 이해할 거야. 내가 잘 다독여 볼게. 그리고 아이들도 힘들다는 걸 이제 알아야지. 월세로 옮길 수는 없잖아.”
“그렇긴 하지.”
힘없이 아내의 말에 동조했다.
월세로 옮기면 답이 없어진다.
매달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
힘들더라도 전세에서 버텨야 한다.
그러자면 아내 말대로 두 칸짜리로 옮기는 수밖에 없다.
“내년 계약 완료일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보자.”
뭔가 방법이 있을 것처럼 말했지만, 전혀.
아내도 알면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호응해 준다.
저 착하고 아내의 얼굴에 저런 미소를 짓게 하다니.
박상철은 베란다로 향했다.
저녁 10시가 되어 가는 시간이지만, 15층 아파트 곳곳에 불이 들어와 있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후우…….”
디스 담배를 길게 빨아 당겼다가 내 뿜었다.
한겨울의 냉기와 섞여서 속이 뚫리는 느낌이다.
하지만 답답한 마음은 여전히 막혀 있다.
언제까지 이 답답함을 견뎌야 할지.
“미안해 여보…….”
독백처럼 내뱉고는 12월의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들이 오늘만큼은 싫게 느껴진다.
그 아름다움에 자신의 모습이 더 초라하게 느껴지기에.
다음 날 KC 증권.
전날의 걱정 때문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박상철은 멍하니 있었다.
이제 객장에서 일을 보는 직급은 아니다.
하지만 몇 년 전 그때가 생각 날 때면 손님이 없는 오전에는 창구에 앉아 있기도 했다.
컴퓨터가 보급화 되면서 이제 창구를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렇게 멍 때리고 있을 즈음.
“안녕하세요.”
안녕 못합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입은 달리 말하고 있다.
“네. 고객님 안녕하세요.”
정신을 수습하고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니 마지막 창구에 있는 직원과 자신뿐이다.
고객도 막 인사를 건넨 이 남자뿐.
그런데.
어? 이 사람?
그 사람 맞지?
몇 년이 흘렀지만 절대 잊지 못할 그 얼굴.
KH 인베스트먼트의 강혁 대표가 틀림없다.
TV속에서 수십 번이고 봤던 그 얼굴.
강혁은 박상철의 놀란 얼굴을 보고 자신을 알아본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
“알아보시네요?”
“가, 강혁 대표님을 모르면 간첩이죠.”
자신도 모르게 말이 꼬여 나온다.
얼마나 기다렸던 얼굴인가.
입안이 바짝 마르며 손바닥 땀샘에서 끈적끈적한 수분이 빠르게 느껴진다.
“지금 저 말고요. 예전의 저 말이에요.”
“알고 있습니다.”
묘한 표정의 박상철.
강혁은 그의 허무하면서도 뭔지 모를 묘한 표정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찌됐던 이 사람은 자신 때문에 큰 손해를 입었을 것이다.
꽤 큰 금액을 손해 봤을 테다.
자신도 그것을 읽고 마지막으로 털고 나왔으니까.
“제가 마지막으로 투자했을 때 얼마나 넣었어요?”
박상철은 몇 년 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자 다시 가슴이 아려 왔다.
숟가락으로 심장을 후벼 파듯이 가슴이 아렸다.
“사, 삼억이요.”
“……절 믿고 넣은 거죠?”
“네에…….”
고개를 살짝 숙이며 시선을 피한다.
다 죽어 가는 목소리에 세월의 아픔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때는 혹시나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채지는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 때문에 한 행동이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굳이 그렇게 까지 잃어 줄 필요는 없었는데.
그 때문에 이 사람이 뜻하지 않게 피해를 입었나 보다.
자신이 여러 번 대박을 치는 걸 봤으니 따라가지 않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3억이면 아마 대출을 받거나 사방에서 빌려서 마련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을 테고.
어찌됐던 자신이 관련된 일이니 깨끗하게 매듭짓고 싶었다.
이미 오기 전 적당한 것으로 골라 두기도 했다.
쪽지 하나를 내밀었다.
그리고 1억 원짜리 수표도 한 장 내밀었다.
“내년 3월에 뺄 겁니다. 넣을 수 있을 만큼 넣었다가 제가 뺄 때 같이 빼세요. 꼭.”
“왜 이런 걸……?”
“다시는 고객을 따라 투자하지 마세요.”
“…….”
박상철은 말을 하지 못했다.
두 눈이 급격히 붉어지면서 뿌옇게 변하기 시작했다.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아셨죠? 이번엔 믿어도 되니까 최대한 많이 넣으세요. 딱 한 번입니다.”
“…….”
박상철은 북받치는 울림에 여전히 입을 열지 못했다.
믿죠. 당연히 믿죠.
세계 최고 투자회사의 대표말을 안 믿으면 누구 말을 믿겠습니까.
그리고 당신의 신들린 모습을 본 사람인데 어떻게 믿지 않겠어요.
“흑흑.”
박상철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몇 년간의 설움이 한꺼번에 터져 버렸다.
그 착한 아내와 아이들 모습이 8월의 태풍처럼 밀려왔다.
하지만 이제는 무섭지 않았다.
“대표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내년 3월 후에 언제 시간 나시면 한번 찾아오세요.”
“정말 고맙습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저와 인연이 있는 것 같아서 들린 것뿐입니다. 본인만 해야 합니다. 소문나면 아시죠?”
“네 네. 물론입니다.”
“3월 초 던질 때 연락드릴 테니까 잊지 마시고요.”
다시 딴짓을 하면 그건 온전히 그의 몫이다.
미련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박상철은 멀어지는 강혁의 뒷모습을 보며 여전히 뜨거운 눈물을 쏟고 있었다.
“제 남은 인생이 도움이 된다면 모두 바치겠습니다.”
박상철은 오늘 하늘을 봤다.
그리고 그 하늘은 너무나 넓고 맑았다.
자신은 그 하늘에 남은 생을 바치기로 다시 한 번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