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overpowered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171)
역대급 먼치킨 재벌-171화(171/342)
# 171
171화 $$$ 전현택의 꿈/ 죽지 않는다
꿈속에서 건넨 명단의 인물인 윌리엄을 처리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그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지하철에서 고등학교 동창을 우연히 마주치듯 자연스럽게.
서두르면 될 일도 안 된다.
급하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니, 조급함을 지우려고 애썼다.
그 시작은 주변을 살피는 것으로 했다.
당연히 가장 가까운 주변은, 자신을 무조건 믿어 주는 심채희다.
판교 본사 최고층 대표실.
이번에 제대를 한 전현택 차장이 들어와 있다.
검은 얼굴을 하고는 어색하게 자란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버지일 정말 고맙다.”
“저번에도 고맙다고 해놓고 또 그런다. 회사 복귀한 기분은 어때?”
“아직은 잘 모르겠어. 없는 동안 너무 커져 버려서 감당할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짜식, 엄살은. 이제 너 믿고 나도 좀 쉬엄쉬엄 해야겠다.”
“3년을 비웠으니까 실컷 부려먹어라.”
아무리 친구라고는 하지만, 3년을 기다려주기는 쉽지 않다.
사랑한다고 죽자 살자 매달리는 애인도 고무신을 바꿔 신는 판에, 회사는 두말하면 잔소리.
외국에 돈 벌러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자신을 기다려줄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단지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3년을 기다렸다.
거기다 ‘풍비박산’이 날 아버지 사업도 살려줬다.
죽을 때까지 갚아도 갚지 못할 빚을 졌다.
하지만 채권자가 강혁이라 그 빚이 오히려 고맙다.
“그 말 책임져야 할 거다.”
강혁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오랜 경험으로 그 웃음이 조금 걸렸지만, 전현택은 흔쾌히 대답했다.
“받아준다는데 내가 뭘 따지겠냐.”
전현택은 대화 중에도 강혁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살폈다.
확실히 예전과는 분위기가 달라.
여유로움과 느긋함.
몇 십 년은 구른 것 같은 느글느글함까지.
3년이 아니라 30년을 흐른 것 같군.
“말 나온 김에 네 자리부터 정하자. 너 러시아 좀 맡아라.”
“그럴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대답한다.
강혁도 당연하다는 듯이 계속 말을 잇는다.
“거기는 세르게이와 빅토리아가 맡고 있는데, 아무래도 네가 가주면 더 안심일 것 같다. 지금한창 공사 중일 테니까 정신없을 거야. 간 김에 애인도 좀 만들고 그래.”
“내 면상보고 좋다는 여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안 먹힌다고 러시아에서도 안 먹힌다는 법 없으니까 희망을 가지게 친구.”
장난스러운 말에 전현택이 피식 웃는다.
자신도 제발 러시아에서 먹히길 바라면서.
“채희 씨랑은 언제 합칠 거야?”
“좀 더 있다가.”
“너 채희 씨한테 뭐 해준 거 없지?”
“응. 안 그래도 어제 생각이 나서 집이나 옮겨줄까 하는데 괜찮겠지?”
“아직 원룸 살아?”
“방 두 칸짜리 전세 사는데 요즘 전세 값이 만만치 않잖아.”
“네가 전세 값 걱정하니까 좀 웃긴다.”
“채희 씨가 받을지 모르겠네.”
가방 선물도 생일날 억지로 떠맡기다시피 해서 줬다.
만나는 동안 어떤 것도 원하지 않았다.
일급비밀을 간직한 첩보원처럼, 단 한 번도 입 밖에 꺼낸 적이 없다.
전현택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내가 그럴 줄 알았지. 넌 다른 건 세계 탑이지만, 연애는 빵점이지. 너 집도 그냥 주려고 그랬지?”
“그냥 안주면?”
전현택은 답답했던지 아이구 답답해, 아이구 답답해를 남발한다.
“스토리를 만들어야지. 여자가 어쩔 수 없이 또는 감격해서 꼭 받을 수밖에 없게 만들 스토리.”
“새꺄, 그 스토리가 뭔데? 자세히 말해봐.”
전현택 자신도 연애질 한번 못해놓고는, 연애 강좌를 수백 번을 뛴 강사처럼 열을 토한다.
강혁은 착실한 수강생 모드로 또 그걸 곧이곧대로 듣고 있다.
“이렇게 하면 스토리가 완성될 거야.”
“그럴싸한데. 군대에서 이런 것만 배웠냐?”
“행정병이 뭐했겠어. 할 일 없으니까 맨날 노가리만 깠지. 아, 맞다. 네가 군대에 참치 넣자고 했다며?”
“왜? 맛없었어?”
“당연히 좋지. 근데 그거 너무 먹으니까 질리긴 하더라.”
“너 생각해서 특별히 결정한 거야.”
“입술에 침 좀 바르고 말해라.”
강혁은 입술에 낼름 침을 발랐다.
아름다운 여자와 키스를 앞둔 남자처럼 급히.
* * *
스토리의 완성을 꿈꾸는 강혁.
심채희와 한강 고수부지를 걸었다.
여기에 온지 한 시간째.
제법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여미던 강혁이 계속 말을 이었다.
“내가 산 첫 집을 다른 사람이 살게 하기는 싫거든. 동생들도 많이 살고 있는 곳이잖아.”
“그렇긴 하겠네요.”
“그래서 말인데, 거기에 자기가 살았으면 하는데.”
“…….”
말없는 심채희의 시선은 한강으로 향했다.
이름 모를 철새가 물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저놈은 수컷일 듯.
꿀꺽.
성적표를 받기 전 긴장한 학생처럼, 괜히 입술이 바짝 마른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여고생들이 둘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겁 없는 여고생들은 분위기를 봐서 달려들 태세다.
딱 타이밍을 잡고 있는 폼.
경호원에게 눈짓을 보내니 슬며시 여고생들의 앞을 가로막는다.
그녀는 여전히 승천하는 철새들에게 시선을 주고 있다.
한강 철새를 이렇게 오래보기도 또 처음이다.
“제가 많이 신경 쓰이죠?”
“신경은 무슨. 내가 살았던 곳에 살아보고 싶지 않아?”
“살아보고 싶어요.”
“그래. 우리 동생들과 더 친해지는 계기도 될 수 있잖아.”
“고마워요. 그렇게 어려워하지 마세요. 미안한 건 저잖아요. 저 생각해서 그런 거 다 알아요.”
시선을 강혁에게 옮기고 나지막하게 말한다.
첫날밤 서방님을 처음본 새색시처럼 살짝 얼굴을 붉히며.
“하하. 뭐 그렇다는 거지. 그럼 이제 된 거다. OK! 한 거야.”
“네.”
“거기 오피스텔은 풀 옵션으로 다 있으니까, 다른 건 살 필요도 없을 거야. 이번 주에 당장 이사하자.”
“그렇게 할게요. 저 때문에 이러지 마세요. 강혁 씨는 언제나 당당한 모습이 멋있어요.”
뉴스에서 보여주던 그 모습은 오간데 없다.
순한 고양이처럼 강혁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야옹야옹 웃는다.
* * *
온 나라가 선거로 떠들썩했다.
여당 후보로 나온 새 얼굴은 매사에 폭풍을 몰고 다녔다.
16대 대통령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러운 선거였다.
기존 정치판에서 탄탄한 세력을 일군 야당 후보의 힘은 막강했다.
새 얼굴이다시피 한 여당후보의 화력은 누가 봐도 달렸다.
그럼에도 강혁은 그 후보를 오래전부터 밀었기에 오늘 선거캠프에 들렀다.
친구인 이기준을 보기위한 것도 있었다.
이기준은 퀭한 눈을 하고서는 캠프로 들어서는 강혁을 덥석 안았다.
캠프가 순식간에 조용해 졌다.
떠들썩한 교실에 선생님이 들어온 것처럼 한순간 소음이 뚝 끊겼다.
“혁아. 왜 나를 여기로 몰아넣었냐?”
“엄살 좀 그만 부려. 어때, 할만 해?”
“할 만하냐고 물었냐? 죽을 것 같다.”
이기준은 자기 목을 양손으로 조르는 모양을 취하며, 죽는 시늉까지 한다.
꽤 고생을 많이 하긴 많이 한 모양인지, 초췌해 보이긴 했다.
“후보님은 계시지?”
“계십니다.”
전에 봤었던 문재민 비서가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바쁘실 텐데 잠깐 들렀습니다.”
“대표님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쭉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들어가시죠.”
이긴준은 문재민 비서가 나왔을 때부터 잔뜩 목을 움츠렸다.
겁먹은 자라새끼의 목처럼, 쏙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비서가 특 내뱉는다.
“기준아, 같이 들어가자.”
“저는 그냥 하던 일이나 하면 안 될까요?”
“선배가 말하면 어떻게 하라고 했었지?”
“큼. 지금 막 들어가려던 참이었습니다.”
이기준이 찍 소리 못하고 후보실 향한다.
임자를 제대로 만난 모양인지, 고양이 앞에 쥐처럼 아주 고분고분하다.
기준아 넌 복 받은 놈이야.
네 선배가 네 인생의 고속도로가 될 테니까 잘 모셔.
후보실로 들어가자, TV에서 지겹도록 봤던 그 사람이 벌떡 일어난다.
후원만 했었지 직접 얼굴을 대면하긴 처음이었다.
“대표님을 이제야 뵙는군요.”
“늦었지만 후보로 당선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거로 믿습니다.”
“하하. 대표님이 절 밀어주시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습니까. 대통령님께 대표님과의 만남에 대해서 얘기 들었습니다.”
“제 안목이 대단하진 않지만, 그렇게 쓸모없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든든하다는 겁니다. 자자, 앉으세요.”
차가 테이블에 놓이자, 후보는 보기 좋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얼마 전에 표기철 법무팀장을 만났습니다. 그 친구도 제가 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더군요.”
“후배가 선배를 미는 게 당연하죠. 그건 도움이 좀 됩니까?”
“그럼요. 아주 요긴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매번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인사도 드릴 겸, 얼굴보기 힘든 친구도 볼 겸해서 들렀습니다.”
후보의 시선이 한쪽에 찌그러져있는 이기준에게 향했다.
믿음직스러운 아들을 보는 것처럼 눈빛이 따뜻하다.
“이 친구 일 잘하고 있죠. 젊지만 한자리 맡겨도 톡톡히 해낼 친굽니다. 일이 잘 풀리면 한번 맡겨 볼 생각입니다.”
“후보님을 배신할 친구는 아니니 끝까지 믿고 이끌어 주십시오.”
“하하. 대표님이 보증하는 친구면 두말할 필요도 없죠.”
강혁은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자, 둘만 할 대화가 있다며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후보가 머리를 끄덕이자, 모두 나가고 사무실엔 둘만 남았다.
“오늘 제가 들린 이유는 하나입니다.”
“…….”
“만일 당선이 되시면 돈에 대해서는 절대 욕심 부리지 마십시오. 지금 대통령님도 제가 모든 걸 지원해 드렸듯이 후보님의 퇴임 후도 제가 모든 걸 책임질 겁니다.”
“정치인에 돈에서 자유롭기가 정말 쉽지 않죠. 그 말 꼭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떳떳하게 낼 세금 다 내고 후원해 드릴 테니, 돈 걱정은 말고 나라 살림에만 전력을 쏟아주십시오.”
후보는 힘주며 머리를 끄덕인다.
뒤가 든든하게 받쳐주니, 힘이 날 만도 할 것이다.
돈 문제는 항상 역대 대통령들의 발목을 잡았었다.
그런데 그 문제에서 자유롭게 됐으니 더욱 자신감이 붙었던 것이다.
“제일 큰 문제를 해결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대표님 말씀대로 절대 돈에 현혹되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집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집이 좀 많습니다.”
“판교에 지금도 엄청나게 짓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좀 되니까 혹시 자녀분들 분가시킬 일이 생기면 말씀만 하십시오.”
“말씀만 들어도 든든합니다.”
이거면 됐다.
자녀의 결혼 때문에 돈과 얽힐 일도 사라졌다.
돈에서 자유롭다는 말은 그만큼 힘이 실린다는 말이기도 하지.
후보를 만나고 나오자, 이기준이 배웅을 한다.
문재민 비서도 함께 배웅을 했다.
“대표님, 늦었지만 챙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친구 잘 써주셨으면 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내가 잘 가르치고 있으니까 한자리 톡톡히 할 겁니다.”
“그럼 전 비서님만 믿고 가겠습니다.”
캠프를 나선 강혁은 야당 후보 캠프로 향했다.
법조계에서 탄탄한 기반을 쌓고 정치계로 입문한 후보는 얼굴 포스부터가 달랐다.
이쪽에 들른 이유는 따로 있지 않았다.
결과를 알고 있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쪽 캠프에도 후원금을 찔러 넣었다.
나중에 오해를 살 수 있기에, 이런 일을 할 거라고 여당 후보에게 미리 말해 놓기도 했다.
야당 후보와 면담을 끝내고 나오던 강혁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함께 있던 정민지 비서실장이 뭔 일인가 하고 묻는다.
“대표님. 왜 그러세요?”
“음……. 저 사람 알죠?”
정민지 실장의 시선이 강혁이 턱짓하는 곳으로 향했다.
“우리나라에서 저 분 모르는 사람이 있겠어요? 만나시게요?”
“저 사람 옆에 붙어있는 여자도 압니까?”
“으응? 아뇨. 처음 보는 사람인데요.”
쯧쯧. 여기서부터 쭉 같이 다녔다는 말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