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overpowered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2)
역대급 먼치킨 재벌-2화(2/342)
# 2
소주 두 병에 정신 줄을 놓은 후 3일이 흘렀다.
기억.
전화번호 몇 자리를 기억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사흘간의 강의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모두 기억한다.
그것도 TV처럼 영상이 떠오른다면 이야기가 또 다르다.
강혁은 텅 빈 강의실에 혼자 심각해져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하, 이거 무슨 병에 걸린 건가?”
며칠 전인, 정확히 스무 살이 되던 4월 10일 생일날부터였다.
서울대에 입학할 만큼 머리가 좋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걸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나? 나한테 손해날 건 없긴 한데··· 이럴 게 아니라 일단 확인부터 해 봐야지.”
머리를 흔들곤 좀 더 정확히 확인해 볼 생각에 급히 강의실을 나섰다.
서울대학교 도서관.
강혁의 앞에 놓인 다섯 권의 책.
수십 번을 읽어도 외우기엔 턱도 없다고 생각해 뽑아 온 책들.
경제학 원론
대한민국 헌법의 이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공인 회계사 기출 문제집
수학의 불가사의(원주율)
도서관에 들어오고 시간이 꽤 흘렀었다.
“이럴 수가!”
강혁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주변의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 쏠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섯 권 모두, 단 한 곳도 틀린 곳이 없어.’
책상 위 다섯 권의 책 모두.
30페이지를 읽고선 그대로 연습장에 옮겨 적었다.
그런데,
단 한 곳도 틀린 곳이 없다.
띄어쓰기와 문장 부호 하나까지 모두 일치한다.
하물며, 경제학 원론을 뺀 네 권은 도서관에서 처음 접했다.
원주율의 경우 3.14의 뒤.
무려 3,000자리까지 옮겨 적었다.
강혁은 한동안 멍해져 있었다.
이 믿기지 않는 사실 때문에.
강의 내용에 이어, 이젠 분명히 확실해졌다.
왜인지는 모른다.
한번 들은 것과 한번 본 것을 잊어버리지 않는 능력.
그것이 자신에게 생겼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새롭게 안 사실이 또 있었다.
글자를 읽어 내는 속도가 경이롭다는 것.
아니, 읽었다가 아니라 그냥 사진을 찍었다는 표현이 더 적적할지도 몰랐다.
한 페이지를 보는 동시에 각인되듯 저장되었다.
주변에서 보면 대충 책장을 넘기는 것처럼 보일 정도의 속도.
시간이 꽤 흐른 것은, 본 책 내용을 연습장에 옮긴 시간이 꽤 걸렸기 때문이었다.
“조금 겁나긴 하지만 어찌 됐던 좋은 일이잖아.”
보통 이런 엄청난 일을 겪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생기기 마련.
물론 강혁도 그렇긴 했다.
하지만, 그에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일이건 일단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
고아원 생활을 하며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자신에게 건 암시와도 같은 거였다.
그 덕에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성격이 되었다.
“이제 학점 걱정은 없겠네. 졸업 때까지 장학금은 일단 모두 접수다.”
조용히 혼잣말을 하고 있을 때.
김판수가 근처로 다가왔다.
“야! 한참 찾았잖아. 여기서 혼자서 뭐해?”
“어, 뭐 좀 확인할 게 있어서.”
“너 며칠간 좀 이상해 보이던데 무슨 일 있어? 이 책들은 또 뭐야?”
책 제목을 바라보는 김판수의 눈은 묻고 있었다.
네가 왜? 이런 책들을 보냐?
“뭐, 좀··· 그런 게 있어.”
강혁이 얼버무리자 김판수는 강혁을 잡아끌었다.
“일단 나가자. 여긴 눈치 보여서 안 되겠다.”
도서관 밖으로 나온 김판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정말 아무 일 없어?”
“좀 있긴 한데··· 별거 아니야.”
김판수는 잠시 강혁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너··· 혹시, 돈 때문에 그래?”
순간, 며칠 전 받은 수표가 생각난 강혁은 얼굴을 심하게 찡그렸다.
“돈이야 항상 없긴 하지만 그건 아니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쯧쯧. 거울 좀 봐라. 너 얼굴 보고 신경 안 쓰게 생겼나.”
“이럴 때 보면 네가 꼭 형 같다.”
강혁의 너스레에도 김판수의 걱정스러운 눈빛은 여전했다.
강혁을 빤히 쳐다보며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김판수.
무슨 힘든 결심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간 되면 우리 집에 가자.”
“네 집엔 왜?”
“실은 오늘 우리 아버지 생신이거든.”
네 아버지 생신에 내가 왜?
강혁의 의문스러운 눈빛에 김판수는 머쓱해한다.
“저녁이나 먹고 가라는 거지. 어차피 집에 가더라도 저녁은 먹을 거잖아.”
“그렇긴 하지만 좀 그렇지 않겠어?”
“저녁 한 끼 같이 먹자는데 뭐가 좀 그래?”
강혁이 선뜻 답하지 못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김판수의 아버지인 김길성은 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법조계 인물이라면 이름만 대도 알 만한 사람이었다.
김판수의 삼촌을 포함해 가족과 친척 중에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람만도 일곱 명.
한마디로 김판수의 집안은 대한민국 법조계에서 내로라하는 집안이었다.
김길성은 아내가 15년 전 세상을 뜨자 새 아내를 맞았고.
그사이에 난 자식도 둘이나 있었다.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강혁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던 것이다.
동아리 모임에서 알게 된 둘은 술에 취한 뒤 서로의 가정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어쩌면 비슷한 처지에서 오는 동질감에 더욱 가깝게 된 건지도 몰랐다.
“알았어. 네가 초대하는데 가야지. 근데 선물은 뭐가 좋을까?”
“됐어. 너 아니라도 선물 받을 곳 많으니까 그런 거 필요 없어. 시간도 돼 가는데 슬슬 나가자.”
“그래. 잠깐 들어갔다 올게.”
강혁은 도서관으로 들어가 펼쳐 놓았던 책들을 제자리에 꽂은 후 다시 나왔다.
“집에선 사법고시 준비하라고 벌써 말 나오겠네?”
“뭐 그렇지. 아버지도 3학년 때 합격했으니까.”
“너 정도면 어려울 것도 없잖아?”
“하하. 사법고시가 무슨 운전면허증 따는 건 줄 아냐?”
김판수는 법대에 차석으로 입학할 만큼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뛰어난 머리도 있었지만 확실히 눈에 띄는 머리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왜냐고?
그의 머리엔 당연히 있어야 할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었으니까.
그의 별명이 어릴 때부터 대머리독수리인 이유이기도 했다.
듣기로는 혼자된 어린 아들이 안쓰러워 보약을 먹였는데, 그 후유증으로 생긴 증상이란다.
대머리 임에도 가발을 쓰지 않는 이유는, 엄마가 물려준 모습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겠다는 거였다.
둘이서 교정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김판수를 부르며 뒤통수를 후려쳤다.
“야! 대머리독수리 어디가?”
“윽! 당했다.”
“저번에 당한 거 복수다. 킥킥”
“흰머리독수리. 네가 여긴 웬일?”
“웬일? 지금 그걸 몰라서 물어?”
“아! 그렇지. 마침 잘됐네. 같이 가자.”
이기준.
같은 대학 1학년 정치외교학과에 다니는 김판수의 친구다.
둘의 아버지는 소싯적부터 친구 사이였다.
그 때문에 둘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친구로 지냈다.
오늘은 김판수의 아버지 생일날인걸 알고 함께 가려고 온 것이다.
강혁과 이기준은 집으로 향하는 길에 김판수의 소개로 친구가 되었다.
“혁아 너도 친구가 참 없나 보다. 이런 대머리독수리를 친구로 두고 말이야.”
“야! 흰머리독수리. 대머리독수리한테 한번 맞아 볼래?”
김판수가 주먹을 들어 올리자.
이기준은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키도 뭐 같은 놈이 까불기는.”
이기준이 180cm가 넘는 반면.
김판수는 170cm의 키였다.
김판수가 딸리는 외모는 아니다.
하지만 그놈의 대머리 덕에 항상 손해를 봤었다.
그에 반해 이기준은 큰 키에 여자도 부러워할 만큼 피부가 유난히 희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김판수와 비슷한 고민이 있었으니.
머리털이 모두 하얗다는 거였다.
김판수의 아버지가 김판수에게 보약을 먹일 때.
이기준의 아버지가 남은 보약을 빼앗아 아들에게 먹여 그렇게 된 거란다.
그 때문에 둘은 어릴 때부터 따돌림과 많은 놀림을 받았고 그로인해 더욱 붙어 다니게 되었다.
* * *
서초동의 한 단독주택.
셋이 현관을 들어서자 여러 사람이 보인다.
“독수리 2형제 같이 왔어?”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성.
이기준이 나이가 들면 저렇게 변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모습이다.
“벌써 오셨네요?”
“거기는 처음 보는 얼굴인데?”
“혁아 인사드려. 기준이 아버님이셔.”
김판수가 나서며 소개를 하자.
옆에 있던 이기준이 핀잔을 주었다.
“아들이 있는데 네가 왜 우리 아버지를 소개해?”
“우리 집이라서 했다. 왜? 별걸 다 시비야.”
강혁은 둘의 한심한 모습을 뒤로하고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강혁이라고 합니다.”
“얼굴만큼 멋진 이름이네. 어서 들어와.”
“아저씨, 아버지는요?”
김판수가 거실을 둘러보며 묻자,
“다락에 산삼주 가지러 갔어. 내려올 거야.”
“어? 그거 20년이나 된 건데 오늘 개봉한대요?”
“너 스무 살 되면 뜯기로 했었는데 오늘이 그날인가 보다.”
셋이 소파에 앉자.
부엌에서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다가왔다.
“친구?”
“네. 같은 학교 동아리 친구예요. 혁아 울 어머니.”
강혁은 벌떡 일어나 다시 허리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혁이라고 합니다.”
“호호.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기준이 말고 다른 친구를 집으로 다 데리고 오고.”
“자취하는 친구라 저녁이나 같이 먹으려고요.”
“잘했어. 가까운 사람들만 불렀으니까 너희도 같이 먹자.”
강혁은 김판수와 새어머니의 관계가 안 좋은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만나서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강혁이 다시 소파에 않으려는 순간.
“판수야. 못 보던 얼굴이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큰 단지 하나를 들고 오면서 묻는다.
누가 봐도 김판수의 아버지다.
머리카락만 있고 없고의 차이일 뿐 닮아도 너무 닮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혁이라고 합니다.”
“응 그래. 너는 정신이 정상이겠지?”
“네?”
강혁의 의아해하는 얼굴에,
“독수리 2형제랑 친구라고 해서 물어 본 거다.”
라고 한마디 툭 내뱉고는 사라져 버리신다.
강혁이 순간 얼떨떨해 있자.
이기준이 강혁의 어깨를 토닥였다.
“킥킥. 혁이 네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이게 뭔가 싶지?”
“우리 집이 좀 그러니까 혁이 네가 좀 이해해라.”
“너희 아버지 검사시라며?”
“나도 그게 의문이다. 부디 오늘 보는 건 비밀로 해 줘. 이거 쪽팔려서 원.”
부자지간이 서로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관계.
김판수가 여태껏 친구들을 왜 집에 안 데리고 온 건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 뒤 김판수의 소개로 강혁은 여러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
“삼촌, 혁이에게 그 일 맡겨 보는 게 어때요?”
“경제학과라고?”
“네.”
강혁은 김판수가 자신의 일자리를 알아봐 준다는 말을 이미 들은 후였다.
“수업 일찍 마치는 때랑 없는 날 저녁에 와서 하면 되는데 괜찮겠어?”
김진호.
김판수의 둘째 삼촌으로 증권회사에서 차장으로 있었다.
“네. 괜찮습니다.”
“그럼 보수는 섭섭지 않게 줄 테니까 나 좀 도와줘.”
“열심히 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생활비 때문에 일을 하려고 했던 강혁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날 저녁 강혁과 친구들은 20년이나 된 산삼 주를 얻어 마시고 완전히 뻗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