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overpowered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20)
역대급 먼치킨 재벌-20화(20/342)
# 20
020화 $$$ 소원 (2)
오피스텔을 장만한 그날.
전자제품과 가재도구도 모두 새로 장만했다.
전에 쓰던 것들은 깔끔하게 모두 버렸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
모두 버리니 이삿짐이라고 해 봐야 큰 가방 두 개가 전부.
택시로도 옮길 수 있는 적은 양이다.
짐 정리가 거의 마무리됐을 즘 주인 할머니가 내려왔다.
허리가 구부정함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잘도 다녔다.
“학생. 어째 짐은 다 쌌어?”
“네 할머니. 그동안 잘 지냈어요.”
“잘 지내긴. 창고로 쓰던 곳이라 지내기 불편했을 거야. 내 다 알지.”
“그래도 싸게 주셨잖아요.”
“싸긴. 창고에다 방을 만들어서 내가 많이 미안혀.”
손을 덥석 잡고선 쓰다듬었다.
손등에 주름이 자글자글했다.
눈시울이 금방 붉어질 만큼 정이 많은 분이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내가 이제 가진 거라곤 이 집 하나가 전부여. 약값에 보태려고 어쩔 수 없이 내 논기여.”
“할머니. 저도 알고 있어요.”
“그려. 그려.”
할머니의 사정은 이사 올 때 부동산에서 들었었다.
자식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말도.
“자식새끼들 뒤치다꺼리하다 보니까 이것밖에 남은 게 없어. 새끼들은 이제 오지도 않고.”
정 많은 할머니는 매번 밑반찬을 챙겨줬었다.
김치며 멸치볶음, 콩나물무침 등 틈만 나면 들리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개인사를 들려줬었다.
매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곤 했지만, 강혁은 처음 듣는 것처럼 들어줬었다.
“열쇠는 신발장에다 넣어 두면 되고.”
“네. 여긴 이사 언제 들어와요?”
“아마 오후에 온다고 했었지. 그래 갈 집은 알아봤어?”
“네.”
“그려. 학생은 참말로 잘될겨. 내가 보장허지 암. 따끈한 밥이라도 한 끼 먹였어야 허는디 어쩌누. 잘 살아야 혀, 알았지?”
“네. 잘 살게요.”
할머니는 소매로 눈을 훔치고는 힘들게 계단을 올라갔다.
어떨 때 보면 또 시크한 부분도 있는 할머니다.
강혁은 마지막으로 방을 깨끗이 닦았다.
2년 가까이 있었던 곳이라 정이 많이 든 곳.
비록 정은 들었지만, 이곳은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곳이다.
자신이 나가면 또 누군가가 이곳에서 살아갈 것이다.
누군지 모를 그 사람도 이곳에서 꿈을 꾸겠지.
“이곳에 보물을 한번 숨겨 둬 볼까?”
갑자기 든 발칙한 생각.
어찌 됐든 이곳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누군지 모를 그 사람에게 작은 행운이라도 주고 싶었다.
자신에게 찾아온 이유 모를 행운을 조금이나마 베푸는 것.
그것이 자신을 위안하기 위한 핑계일지라도 상관없었다.
메모지를 꺼내 한 장 정도의 글을 적었다.
그리고 메모지와 수표 한 장을 비닐봉지에 넣었다.
이 돈이면 그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니더라도 상관없었다.
이 돈은 자신에겐 그저 푼돈일 뿐이니까.
사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열어볼 일이 없는 곳.
창고로 쓰던 곳이라 원룸임에도 딱 그런 곳이 있었다.
그곳에 비닐봉지를 몰래 숨겨두었다.
살다 보면 언젠간 꼭 한번은 열어 볼 것이다.
나머지는 그 사람의 운에 맡길 뿐.
* * *
달랑 가방 두 개를 가지고 오피스텔로 이사를 했다.
관리실에 통보하고 바로 청소부터 시작.
청소 중에 미리 주문해 뒀던 물건들이 오기 시작한다.
전자제품들과 가구들이 속속들이 채워졌다.
거금 240만 원을 들여 컴퓨터도 장만했다.
국내 컴퓨터 중에서는 최고가.
프린터도 컴퓨터 수준에 맞는 것으로 샀다.
블루와 화이트칼라의 커튼과 따스한 솜이불이 들어오자 훈훈함이 느껴졌다.
이제 식기류만 장만하면 완벽했다.
“이사하면 떡을 돌려야 하는데 돌릴까?”
첫 집이다 보니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싶었다.
또, 떡 돌리는 건 한국인의 미덕이지 않은가.
“옆집에 누가 사는지 인사라도 해야겠지?”
잠시 밖으로 나간 강혁은 떡집에 주문을 넣었다.
배달 시간은 내일 저녁.
퇴근 때를 맞추기 위함이었다.
최소한 옆집 사는 사람 얼굴은 봐야지 않겠는가.
“이제 거의 다 했네. TV나 볼까?”
올 3월 케이블TV 개국으로 인해 채널도 다양해졌다.
멍하니 TV를 보던 강혁은 이사로 인해 많이 피곤했던지 입이 찢어지라 하품을 했다.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삭신이 다 쑤시네. 일단 오늘은 일찍 자야지.”
* * *
한편, 그날 오후.
강혁이 살던 집에 이사 온 20살 심채희.
170cm는 넘는 듯한 늘씬한 키.
늘씬한 키에 비해 굴곡진 몸매가 육감적이다.
큰 눈에 긴 속눈썹과 생머리.
찰랑거리는 검은색 머릿결에 비해 피부가 유난히 뽀얗다.
서구적 마스크를 가진 그녀.
무슨 이유에선지 그녀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보증금 없이 월세가 제일 싼 집이 이곳.
수중에 있는 돈이라야 단돈 10만 원이 전부다.
이 돈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 앞이 캄캄했다.
대학교에 합격했어도 돈이 없다며 일을 하라는 부모님.
죽어도 공부가 하고 싶어 힘들게 모은 돈으로 서울로 무작정 상경했다.
장학금을 받고 기숙사 생활을 했었다.
그래도 최소의 돈은 필요하기 마련.
기숙사에 있으면 수업이 없을 때 일을 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곳으로 옮겼다.
일하면서 장학금을 계속 받으려면 앞으로 얼마나 힘들지.
빛없는 깊은 동굴처럼 자신의 앞날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하루빨리 그 깊은 어둠 속을 벗어나 햇빛이 비치는 대지로 나가고 싶었다.
“그래. 보란 듯이 꼭 성공해 보일 거야.”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슬픔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흐르던 눈물은, 그 입술을 적시며 함께 울었다.
그날 저녁, 마음을 다잡은 심채희는 청소를 시작했다.
이미 청소가 되어 있었지만, 열심히 닦고 또 닦았다.
마치 마음속 찌꺼기를 모두 닦아 내려는 듯이.
그리고 손닿기 힘든 곳에서 검은색 비닐봉지를 발견했다.
메모지 한 장과 수표 한 장.
자신도 모르게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메모지를 펼치니 단정한 글씨가 보였다.
그리고 흐르는 잠시간의 시간.
그녀의 눈에서는 또다시 한없이 눈물이 흘렀다.
무언의 맹세를 하듯, 가냘픈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급히 위층으로 뛰었다.
“할머니. 제 방에 살았던 사람 이름이 뭐예요?”
“응? 그 잘생긴 학생 말이여? 강혁이라고 했지 아마.”
“강혁이요?”
“맞어 강혁. 서울대학교 학생이여. 그건 왜 물어보는 겨?”
“아뇨. 그냥요.”
다시 방으로 돌아온 심채희.
메모지를 품에 꼭 안으며 다짐하듯 말했다.
“성공해서 꼭 보답할게요. 꼭이요.”
촉촉이 젖은 그녀의 눈에는 이제 슬픔은 없었다.
* * *
강혁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오늘은 꼭 가 볼 곳이 있어서다.
집이 생겼으니 차도 있어야지 새 삶의 완성.
강남 운전면허학원으로 내달렸다.
1종 보통 필기시험 합격선은 80점.
학원 주변에 문제집을 파는 가게들이 보였다.
“아저씨. 문제집 잠시만 봐도 될까요?”
“사는 게 아니고 본다고요?”
“여기, 이거면 되겠죠? 잠시만 볼게요.”
아저씨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강혁을 쳐다본다.
필기시험이 아무리 쉽기로서니 그걸 잠시 본다니.
‘별 이상한 놈 다 보겠네’하는 표정이다.
많이 받아 본 눈빛이라 강혁은 무시했다.
“그렇게 하세요. 공짜로 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고맙습니다.”
필기는 강혁을 위한 거라고도 할 수 있었다.
냅다 외우기만 하면 그대로 나오니.
이 문제집 한 권이면 끝이다.
쓱쓱.
숙달된 넘김의 요령으로 빠르게 넘겼다.
책장을 덮으니 7분 정도가 흘렀다.
답이 제일 뒷장에 있다 보니 시간이 조금 더 흐른 것.
필기시험 접수를 하니 시험은 2시간 후.
필기는 그렇다 쳐도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운전대를 잡아 본 적이 있어야지. 난감한데.”
기능과 도로주행.
학원에서 배워야 하겠지만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필기시험 시간에 맞춰 시험을 봤다.
당연히 점수는 만점.
“이제 실긴데. 일단 학원에서 배워야지.”
그렇게 강혁의 운전면허증을 위한 도전은 계속됐다.
학원에서 며칠을 배웠건만 기능은 3번이나 떨어졌다.
도로주행에선 다행히 한 번에 합격.
운전면허증을 받은 강혁은 감회가 새로웠다.
“어휴. 무슨 운전면허시험이 고시보다 더 어렵냐.”
하긴, 3대 고시는 단 한 번에 붙었다.
하지만 운전면허시험은 3번이나 떨어졌으니.
“이제 뚜벅이 생활은 오늘로써 끝인가. 하하.”
미친놈처럼 웃어젖히니 도로를 오가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 * *
첫 애마 마르샤(Marcia)
미래자동차 차로 전륜구동 중형 세단이다.
거기다 V6 2,500cc 엔진이 장착된 고급형.
국내 중형 세단에서는 최고가다.
원래 아우디나 BMW를 사려고 했었다.
하지만 아직 운전도 미숙하고 또 학생이라 생각을 바꿨다.
외제차는 두 번째 애마로 살 생각.
강혁은 오피스텔로 배달된 차량을 보고 있었다.
얼굴엔 민망한 미소를 짓고서.
하지만 차를 가지고 온 30대 중반의 딜러.
강혁과는 달리 아주 당당했다.
하는 행동을 보면 영판 영업직이다.
“첫차라고 하셔서 신경 좀 썼습니다.”
“하하. 그래도 이건 좀.”
웨딩카처럼 분홍색 넓은 리본을 앞뒤로 두르고 알록달록 풍선까지 달았다.
나름 신경 쓴 모양인데 주차장을 오가는 사람들 눈빛에 민망해졌다.
“그래도 첫 찬데 이런 이벤트는 필수죠. 하하.”
“···네에. 고맙습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요. 제가 더 고맙습니다.”
그러면서 꾸벅.
한 번 더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매장에 들렀을 때 다른 딜러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나이로 능력을 판단하는 시선.
그런데 이 직원만 유일하게 다가왔었다.
그 덕에 이렇게 차를 팔게 된 것이고.
“자자, 이러지 말고 사진 한번 찍어 드릴게요. 차 옆에 서 보십시오.”
“하아 이거.”
언제 준비한 것인지 즉석카메라를 꺼냈다.
강혁이 우물쭈물하며 망설이자.
딜러가 멘트를 날렸다.
“쪽팔림은 잠깐이지만 추억은 50년 갑니다.”
“하하. 50년까지야······.”
딜러는 한번 씨익 웃고는 ‘김치’와 ‘V’를 권했다.
이 딜러, 아마 미래자동차 판매왕이 될 듯싶다.
강혁이 엉거주춤 포즈를 취하자 셔터를 눌렀다.
“자 여기, 사진 잘 나왔습니다.”
어설픈 포즈에 어색한 미소.
전혀 보관하고 싶지 않은 사진이지만 성의를 봐서.
“차 바꾸실 일 있으시면 절 꼭 찾아주십시오.”
“그럴게요.”
딜러가 허리를 깊숙이 숙인 뒤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자신의 집과 자동차.
절대 이루지 못할 것 같았던 소원을 모두 이뤘다.
누구에게 막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댔다.
그때.
누군가 강혁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20대 초반의 옆집 여자.
양머리를 땋은 상큼 발랄한 젊음이 톡톡 튀는 여성.
한 손에는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들고 있었다.
“네. 안녕하세요.”
“전에 주셨던 떡은 잘 먹었어요.”
미소를 머금고 차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럽다.
‘너 첫차 뽑았니? 근데 이건 뭐야?’ 이런 표정.
“네······.”
죄지은 것도 아닌데 왠지 주눅 드는 기분이다.
강혁이 급하게 리본과 풍선을 떼어내자,
“차가 예쁘네요.”
여자가 다가서며 관심을 보였다.
안 그래도 막 자랑질을 하고 싶었던 강혁은 잘됐다 싶었다.
그런데 여자에다가, 너무 들뜬 마음이라 그랬는지.
아니면 마음속 욕망을 대변한 것인지 혀가 꼬여 말이 헛나와 버렸다.
“제 첫 애마부인이거든요.”
“······.”
젠장! 하필이면 이런 얼토당토않은 말을 뱉어 버리다니.
둘은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