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overpowered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208)
역대급 먼치킨 재벌-208화(208/342)
# 208
208화 $$$ 새로움/ 최후
라면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 강혁.
잠시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니 기껏 두 시간 밖에 안 흘렀다.
좀비 몸을 하고 밖으로 나가다 그 여자와 다시 만났다.
“어머. 안녕하세요. 또 만났네요.”
“아, 네.”
“어디 가세요?”
“잠깐 볼일이 있어서요.”
“다음에 또 라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방에 두 박스 있거든요. 몇 개 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리고 급히 밖으로 나왔다.
자신의 뭘 보고 이렇게 친절한지.
고맙기도 하지만 겁 없는 아가씨라는 생각도 들었다.
통화 버튼을 누르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네. 대표님.
“일왕의 짓이 맞던가요?
-맞습니다. 돈의 흐름도 그렇고 그 켄토라는 자가 일본 왕실에서 일하는 자였습니다.
“경호 팀장님은 라면 좋아합니까?”
-네? 라면이요?
“네. 라면요.”
-전 밀가루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끔 먹어 보세요. 꼭 달걀 두 개 띄워서요.”
-아, 네.
뭔 개소린가 싶겠지.
“그럼 이틀 후에 보죠.”
-언제든지 전화 주십시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언제 전화하시나 했습니다. 일왕 짓이 맞습니까?
“맞아요. 좌표 찾아서 맞춰 두세요. 버튼만 누르면 끝나게요.”
-그럴 줄 알고 이미 준비해 뒀습니다. 연락만 주십시오.
“내일 다시 연락하죠.”
막상 나왔지만 별로 할 것도 없다.
그래서 무작정 걸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걸었다.
얼추 30분쯤 걸었을까.
이것도 꽤 재밌다.
매일 차만 타고 다녔지 이렇게 30분간 걸어 본 적이 언제였던가 싶다.
“오랜만에 게임이나 좀 해 볼까.”
근처의 PC방에 들어갔다.
게임은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종목은 프로토스.
PC방을 나서는 강혁이 보인다.
배틀넷에 들어간 지 채 몇 분도 안 되었는데 나오다니.
이유는.
상대편인 저그의 초반 개떼 러쉬에 3번이나 발리고 짜증이 났기 때문.
세계적인 기업의 대표라 해도 초반 개떼 러쉬엔 못 당한다는 사실.
“저 게임회사를 그냥 확 사 버려?”
사서 어쩌려고?
“에잇. 관두자. 3번 발렸다고 게임회사를 산다는 게 한심한 놈이지.”
다음 날 늦은 오후.
서울대학교에 가 봤다.
젊은 청춘들이 노니는 교정은 여전하다.
풋풋한 젊음의 냄새가 코끝을 찌르는 듯 하다.
“정말 오랜만에 와 봤네. 명예졸업장 받으러 왔을 때가 마지막이었지 아마.”
가을 교정엔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다.
옛날 생각에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강혁의 눈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게 보였다.
할 것도 없으니 당연히 그곳으로 향했다.
“타라니까!”
“싫다는데 왜 자꾸 이래요?”
“드라이브 좀 하자고. 수업도 다 끝났잖아?”
“도서관에 갈 거예요.”
“거긴 내일 가도 되잖아. 사람들 보는 거 안 보여? 창피하게 굴지 말고 빨리 타.”
한 남학생이 여학생을 차에 태우려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차는 BMW.
부모님이 돈 좀 있는 모양이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인데.
“선배 하는 짓이 더 창피해요. 이거 놔요.”
“정말 이럴 거야?”
버럭 소리를 지르자 여자가 움찔한다.
하지만 이내 냅다 도망친다.
방심하고 있다가 여자를 놓친 남자가 뒤를 쫓았다.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킥킥대기만 할 뿐 나서진 않았다.
그런데 그 여자가 도망간 방향이 하필이면 강혁이 선 곳.
그 여자는 영화처럼 딱 강혁의 뒤에 숨었다.
그렇다고 남자가 놓칠 리가 없지.
이럴 때 세계적인 재벌이 백마처럼 나타나 사이다를 선사하는 장면.
영화나 소설책에서 자주 보던 그 클리셰다.
하지만 강혁은.
“여기 숨었네요.”
하면서 옆으로 멀찍이 떨어졌다.
그 모습에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 가관이다.
뭐? 왜?
남의 사랑싸움에 귀찮게 왜 나서.
간만에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데.
확실히 똘끼 충만이다.
심채희가 이 모습을 안 봤기에 다행인 듯.
“계속하세요.”
이 미친.
이젠 응원까지.
강혁의 뒤에 숨었던 여자는 강혁을 빤히 쳐다본다.
뭐 이딴 자식이 다 있나하는 얼굴로.
자리를 깔아주니까 또 안 싸운다.
여자가 다시 냅다 건물로 도망가 버렸다.
남자는 그 방향으로 쌍욕을 내뱉고는 차에 탄다.
타기 전 강혁을 한번 쳐다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만한 표정을 지은채로.
얼마나 빨빨 거리며 다녔는지 벌써 저녁이다.
흥미가 없어진 강혁은 밖으로 나왔다.
간만에 지하철이나 타 볼까 하고 지하철에 올랐다.
퇴근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때.
자신의 옆에 선 젊은 여자의 표정이 이상해지는 게 보였다.
살짝 옆을 보니 한 사내가 그 여자의 뒤에 거시기를 비비고 있다.
아주 자연스럽게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뭔가를 음미하기까지 한다.
이거 또.
여기서 짠?
그러기 싫지만 그래도 성추행을 그냥 보고 넘길 순 없는 노릇.
“이봐요.”
한참 자신의 일에 심혈을 기울이던 사내가 움찔한다.
“이봐요 당신. 이분 엉덩이에 왜 거길 부비고 그래요?”
그냥 막 내뱉는다.
세상 살기 귀잖다는 듯이 막 나오는 대로 던진다.
“…….”
남자는 딴청을 부리지만 가만있을 강혁이 아니다.
이런 재미난 일이 어디 흔하던가.
안 그래도 심심해서 죽을 판이었는데.
“거기 섰는데 뭘 딴청을 부려요?”
주변 사람들이 모두 킥킥대며 웃는다.
말이 너무 직설적이었는지.
“이 사람이 비벼 댔죠?”
“……네에.”
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다.
얼마나 부끄럽겠나.
“멀쩡한 사람이 이러면 되겠어요? 어서 사과하세요.”
사내는 끝까지 묵묵부답이다.
“사과 안 합니까? 경찰 불러요?”
그때 지하철이 정류장에 천천히 멈췄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사내가 냅다 도망쳐 버린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잡으러 가지 않았다.
물론 강혁도.
왜?
그냥.
“무서우셨죠. 앞으로 이런 일 생기면 그냥 고함지르세요. 가만있으면 더 달려드니까요.”
“고맙습니다.”
강혁은 대답도 하지 않고 다음 정거장에서 바로 내렸다.
대표 자리에 있으면 이런 소소한 일상의 재미도 없다.
이제 20대 후반일 뿐인데.
너무 세상을 다 산 것 같이 무료했다. 심심했다.
그래서 이런 어이없는 짓도 아주 재밌었다.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삼겹살, 돼지 주물럭, 스팸, 달걀 등등.
엄청 많이도 샀다.
고시원 부엌에 내려놓고 메모지를 붙여 두었다.
보너스 받은 기념으로 쏘는 거니까 맘껏 먹으라고.
마침 어제 그녀가 들어온다.
“어머. 또 만나네요. 이게 다 뭐에요?”
“네. 보너스를 받아서요. 어제 라면을 얻어먹었으니까 저도 좀 베풀려고요.”
“그래도 넘 많아요. 우와! 근데 정말 이걸 맘껏 먹어도 돼요?”
“네. 같이 먹죠.”
“그럼 제가 요리해도 되죠?”
“그럼요. 당연히 되죠.”
그녀는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팔을 걷어 부친다.
그리고 갖가지 요리기구들을 내놓고는 자신만의 요리세계에 빠졌다.
“요리를 좋아하나 봐요?”
“그럼요. 제가 화학 공부를 했지만 요리가 취미예요. 주물럭 이거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거예요. 맛있게 만들어드릴게요.”
“전 괜찮으니까 하는 김에 다른 분들도 먹을 수 있게 넉넉히 하세요.”
“네. 아주 많이 해드리죠.”
그리곤 룰루랄라 거리면서 아주 흥이 났다.
이 정도로 요리가 좋으면 아예 요리를 전공하지.
“근데 아저씬 무슨 일 하세요?”
아저씨란다.
근데 거울을 보니까 들을만하다.
“그냥 중소기업 공장 다녀요.”
“아 그러시구나. 근데 손이 참 예쁘세요. 보통 공장 다니면 손이 많이 거칠다고 하던데.”
아! 이런.
디테일한 구석이 있어.
무슨 말을 할까 하다가.
“네일 샵 다녀요.”
이런 미친 말이 나와 버린다.
“네일 샵이요? 손톱 손질 받으러 다닌다구요?”
“네. 제 손은 소중하니까요.”
“킥킥. 아저씨 참 웃겨요.”
“제가 좀 그런 면이 있죠. 근데 다른 사람들은 잘 안 웃어요.”
이게 무슨 짓인가 싶다.
일왕을 어떻게 보내야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를 생각해야 할 이 시국에.
이 짓거리를 하고 있으니.
근데 이거 뭔가 새롭고 재밌다.
흥미가 막 생긴다.
대표자리에 있었을 때는 이런 하찮지만 재밌는 일은 없었다.
“전 넘 웃겨요. 근데 이거 소꼬리는 왜 사 오신 거예요?”
“이거 푹 고우면 다른 사람들도 곰탕처럼 먹을 수 있지 않나요?”
“그렇기 한데 이거 핏물도 빼야 하고 고우려면 한 10시간은 걸려요. 알고 계셨어요?”
당연히 몰랐지.
그냥 정육점 주인이 권해서 샀지.
“그럼 이것도 제가 만들어드릴게요.”
“안 바빠요?”
“별로요. 다른 사람들 이 소꼬리 먹으면 막 힘날 거예요. 돈 많이 들었겠어요?”
이거 얼마나 한다고.
기껏 십 몇 만 원 들었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들에겐 큰 돈.
“저기 써 놨잖아요.”
종이 쪽지를 발견한 여자가 깜짝 놀라는 얼굴을 한다.
“보너스 받으셨군요? 축하드려요. 그래도 이건 좀 과해요. 빨리 먹어야 하는 건 놔두시고 다른건 방에 넣어 두세요. 나중에 사 먹으려면 또 돈 들어가잖아요.”
마음씨도 곱지.
친구들한테 꼭 소개해 주고 싶은 타입이다.
김판수한테 해 줄까.
판사 됐다고 눈에 들어오기나 할지 몰라.
이기준은 국회의원님이라 또 모르겠고.
전현택은 푸틴의 딸내미와 사귀고 있으니 소개해 줄 사람도 없다.
“근데요. 아저씨는 결혼하셨어요?”
절말 붙임성이 너무 좋다.
묻는 것도 거리낌이 없어요.
“네. 했어요.”
“그럼 가족하고는 왜 안 살아요?”
“좀 아픔이 있어요.”
“죄송해요. 제가 너무 버릇없이 굴었죠?”
“아니요. 그건 아닌데 개인사가 좀 있어서요.”
아주 복잡하긴 하지.
서로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그녀는 부지런히 음식을 만들었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고 만드는 것인지 타이밍도 척척 맞춰 가며 열심히다.
그때.
한 중년의 사내가 들어왔다.
자신에게 방을 보여 줬던 주인아저씨다.
“너 또 여기서 밥 먹어?”
“응. 아빠. 여기가 편해. 이것 봐 이 아저씨가 보너스타서 사람들한테 먹으라고 사 온 거래.”
그러면 이 여자가 주인장의 딸이라는 말?
좀 이상하다 싶었어.
서슴없이 친한 척 하는 것 하며, 가정사까지 떠벌리던게.
그런데 폭삭 망했다고 하더니 그래도 이 건물은 건졌나 보네.
“어이쿠. 뭘 이렇게 많이 사셨어요. 앞으론 이러지 마세요. 돈 아끼셔야죠.”
“괜찮습니다. 오랜만에 좀 넉넉히 받아서요. 같이 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 좀 넉넉히 사 왔습니다.”
“그래도 너무 많아요.”
확실히 좀 많긴 해.
주인은 둘을 좀 보더니 그냥 가 버린다.
딸이 무슨 일을 할지 안다는 듯이 쿨하게.
그 딸에 그 아빤가?
“건물주셨네요?”
“건물주는요. 다 낡은 건물이에요. 대출도 있구요.”
“그럼 아버님이 일 다니신다고 한 게 여기 고시원 일 보시는 건가요?”
“네. 사람 안 쓰시고 총무 일을 직접 다 하세요.”
“대단하시네요.”
“이거 간 좀 봐 주실래요?”
“아, 네.”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김치찌개다.
엄청 큰 냄비에 만들다 보니 간 맞추기가 힘들 법도 했다.
후루룩.
“딱 좋네요. 맛있습니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그날 강혁을 비롯해 고시원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그녀가 솜씨를 발휘한다며 양껏 만들었기 때문에.
다음 날.
강혁은 드디어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사람을 해하는 일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사이코패스나 정신이 나가진 않고서야.
그래서 요 며칠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과거를 되짚어 보고 또 옛 추억을 떠올려 보기도 하면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결정하셨습니까?
“새벽 1시로 하죠.”
-알겠습니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그걸로 모든 게 결정되었다.
수백 년을 이어 온 일왕의 씨를 아예 말려 버리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새벽 1시.
드드드드득!
콰콰콰콰쾅!
일본 왕실 건물들과 그 일대가 저번처럼 폭삭 내려앉았다.
건물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 망가져 버렸고.
늙은 아키히토는 이 지진을 버틸 만한 젊음도 없었고, 이 지진은 젊음이 있다고 버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새벽이라 조치가 빨리 이뤄지지도 않았다.
그렇게 몇십 년간 일본의 버팀목이 된 일왕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