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overpowered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250)
역대급 먼치킨 재벌-250화(250/342)
# 250
250화 $$$ 어머니/ 이성그룹에게 경고
벌써 세 번째다.
이름만 보면 미국인 같은데.
그 5형제처럼 국적은 아닐 수도 있다.
또다시 제거할 인물이 떠오른 건.
자신만큼 힘을 가진 숨은 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윌리엄 같은 인물보다 더 권력자라면 보통 인물이 아닐 테다.
일단 이자가 어떤 인물인지 조사해 보면 알겠지.
아침 일찍 출근해서 잠시 쉬고 있는데 고아현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대표님. 청와대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뭐라고 해요?”
“경제인 초청 간담회를 한다고 하는데 꼭 참석해 달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전할까요?”
“직접 전화까지 줬는데 가 봐야죠. 언제던가요?”
“이번 주 토요일 저녁 6시에요.”
“시간 비워 두세요.”
“네. 그리고 웬 여성분에게 연락이 왔는데요. 이걸 전해 주면 알 거라고만 하더라구요.”
메모지를 펼쳤다.
이런 식으로 용건을 전할 사람은 없다.
메모지를 펼친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누가 심장을 잡아 비트는 것처럼.
“아, 알겠으니까 나가 보세요.”
갑자기 창백해진 얼굴빛에 고 실장이 놀란 얼굴로 묻는다.
“대표님. 어디 아프세요? 갑자기 얼굴빛이…….”
“괜찮아요. 나가 보세요.”
“네.”
그녀가 나가자 다시 메모지를 펼쳤다.
『이미숙이에요.
한번 만났으면 해요.
괜찮으면 오래전에 봤었던 우리 집으로…….』
“지금 와서 왜 보자고 하는 거야. 힘들게 잊고 있는 중인데.”
이미숙.
어머니다.
오래전에 자신을 잊었다며 1,000만 원을 줬던 그녀.
그녀의 바람대로 여태껏 다 잊고 살았다.
자신에게 어머니는 부산의 원장 어머니라고 생각하며.
그런데.
이제 와서 왜…….
“그래. 마지막으로 한번은 만나야겠지.”
그날 저녁.
저녁을 먹던 중,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도 이제는 알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어.”
“어머님이요? 낮에 통화했는데 당신에게도 했나 보네요. 다음 주에 다녀가신다고 했거든요.”
“아니. 날 낳아 주신 어머니.”
“…….”
순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심채희.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눈치만 살피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돼. 난 괜찮아. 그러니까 당신한테 말을 했지.”
“너무 놀라서요. 뭐라고 하셨어요?”
“메모지로 받았는데. 한번 만났으면 한다고 그러네. 당신생각은 어때?”
만나겠다고 결정을 했지만 아내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그녀는 이제 남도 아니고 자신과 한 몸이나 마찬가지니까.
“제가 뭐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한번은 만나 봐야 하지 않겠어요? 천륜이란 게 있잖아요.”
“그렇지.”
“여보…….”
“당신. 같이 가 줄 수 있겠어?”
“그럼요. 전 당신한테서 절대 떨어지고 싶지 않은 껌딱진걸요.”
껌딱지래.
너무 귀엽다.
“고마워.”
“제가 더 고마워요. 이런 말 해 줘서요. 당신이 어떤 짓을 하던 전 당신편이라는 것만 잊지 말아 주세요.”
“이러니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지. 우리 다음 달 1일에 여행 갔으면 하는데 어때?”
“이 박사님 말 때문에 그러죠?”
“더 늦기 전에 아이와 안면 터야지. 아빠랑 엄마 많이 기다릴 거 아냐.”
그녀의 얼굴이 살포시 붉어진다.
언제나 이 예쁜 모습으로 쭉 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이 들면 이 모습 다 사라지겠지.
아줌마로 급격히 변신하면서.
제발 그런 변신은 안 했으면 좋겠다.
이틀 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 1520번지.
대학 1학년 때 왔었던 그 집 그대로다.
아내와 함께 왔다.
자신의 손을 꼭 잡고 따뜻한 미소를 보낸다.
세상 그 누구보다 힘이 되는 아내다.
딩동♬
잠시 후.
“누구세요?”
“강혁입니다.”
덜컥.
전엔 기다렸지만 이제는 바로 열린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여전히 잘 정돈된 정원이 들어왔다.
그러나 그때 봤었던 감흥은 일지 않는다.
그때는 으리으리한 대궐에 온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별거 없네. 옛날 느낌이 생기지 않아.”
“네?”
“처음 왔을 땐 넋이 나갔었거든. 집이 너무 멋지게 보였었어.”
“지금은 당신 위치가 있잖아요. 한국에 당신 눈에 들어오는 집이 있을라구요.”
“그렇겠지.”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현관문을 열었다.
누구도 마중을 나오지 않은 게 좀 이상했다.
“어서 오세요.”
거실 소파에 그녀가 보였다.
그런데 과거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나이보다 몇 살은 더 어리게 보였던 그 모습은 오간 데 없다.
오히려 더 들어 보이는 모습.
몇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도 그 세월이 보인다.
눈주름과 과거의 환했던 빛을 잃어버린 얼굴빛하며.
그 당당하던 모습도 없고, 젊음도 보이지 않는다.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잘 계셨습니까?”
“오라고 해서 미안해요. 내가 몸이 좀 안 좋아서 밖에 나가기가 힘들어서요. 앉으세요.”
“네. 그럼.”
그녀의 시선.
심채희에게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핏줄로 따지자면 그녀에겐 며느리가 될 여자.
하지만 지금은 그 며느리라는 말을, 아가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으니.
그녀의 얼굴에 그 심난함이 깊게 묻어났다.
“TV에서만 보다가 실물로 직접 보니까 더 예쁘네요. 반가워요. 이미숙이예요.”
어머니라고는 차마 하지 못한다.
당연하겠지만 그게 왠지 가슴을 아프게 했다.
과거의 그때처럼 당당했으면 오히려 더 나았을 텐데.
“심채희라고 합니다.”
아내도 차마 어머니라는 말을 붙이지 못한다.
어제 조심스럽게 물었었다.
만나면 어머니라고 불러야 하는지.
하지만 그 물음에 답변을 하지 못했다.
자신조차도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에.
“알고 있어요.”
그때.
주방에서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자 두 명이 나왔다.
한 명은 잘 깎인 과일을.
또 한 명은 음료수를 들고서.
그런데 얼굴들이 낯설지가 않다.
이미숙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과거 이미숙의 모습을 연상케 할 정도로 빼어난 미모다.
키가 큰 여자는 연예인을 해도 될 만한 미모다.
그녀보다 조금 작은 키의 여자는 안경을 썼지만 그 미모가 숨겨지진 않았다.
시선을 느낀 이미숙이 그녀들을 소개했다.
“내 딸이에요. 우리 관계는 오늘 아침에 말해 줬어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색한 미소를 띠며 허리를 숙인다.
아버지는 다르지만 자신과 피가 섞인 두 동생이라고 할 수 있는 그녀들.
이렇게 만나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자신도 마주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미숙이 두 딸을 보며 물었다.
“아이들도 함께 있어도 될까요?”
“그러십시오. 전 상관없습니다.”
그녀들은 소파에 앉으며 자신과 아내를 빤히 쳐다본다.
이 현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이다.
아침에 얘기를 들었다면 아직도 놀람이 남아 있을 듯 했다.
“왜 보자고 한 겁니까?”
너무 사무적인 물음이었나.
그녀의 얼굴에 아쉬운 감정이 잠깐 생겼다가 사라진다.
하지만 이런 관계를 만든 건 그녀였기에 안타까움을 삼킬 뿐이다.
“어떻게 살아갔는지 봤어요. 좋은 일을 너무나 많이 했더군요.”
“사랑받지 못하고 어렵게 자랐으니 다른 사람들이라도 저와는 반대로 살았으면 했습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러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그때의 그 아픔이 다시 살아났다.
자신이라고 보통사람과 뭐가 다르겠나.
이때만큼은 감정에 충실하고 싶었다.
10여 년 만에 다시 마주한 그녀에게 당장이라도 묻고 싶었다.
그때 왜 그랬냐고.
자신을 왜 두 번이나 버렸냐고.
당신이 버린 아들이 이렇게 성공해서 돌아왔다.
기분이 어떠냐?
후회되지 않느냐?
하지만 마음일 뿐.
입 밖으로는 내뱉지 못했다.
그녀의 모습이 과거의 그 당당했던 모습과 같았다면 물었겠지만.
지금은 세월에 순응하며 나이를 먹어 가는 한 여자일 뿐이었기에.
건강도 많이 안 좋아 보였고.
“……늦었겠지만 미안해요. 내가 몹쓸 년이에요. 나 혼자 잘 살자고 그 핏덩이를 버렸으니. 그것도 다시 찾아온 아들을…….”
“하실 말씀이 있으신 걸로 아는데요.”
“만나면…… 미안하다는 말부터 하고 싶었어요.”
핏줄은 정말 무섭다.
얼마나 미워한 그녀였나.
나약해지는 마음을 채찍질하며 미움과 증오로 그녀를 포장했다.
자신에겐 오직 부산 어머니가 다라고.
그런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 판다.
10여 년간 쌓였던 벽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다.
“저는 이미 모든 걸 잊었습니다.”
“그랬겠죠. 그랬을 거예요.”
잊긴요.
어떻게 잊어요.
그래도 낳아 주신 분인데.
“건강이 안 좋습니까?”
“몸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문제겠죠.”
그녀가 말을 잘 이어 가지 못하는 듯하자.
큰 딸이 눈치를 보며 나선다.
“작년에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엄마는 그 충격 때문에 병원에 오래 계셨구요.”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걸 눈치챘는지 아내가 나선다.
“마음 편히 가지세요.”
“마음 써 줘서 고마워요. 다 내 업보죠. 보자고 한 건 이것 때문이에요.”
테이블 위에 작은 상자 하나를 올려놓았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종이상자.
“이게 뭡니까?”
“옛날 물건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거예요. 다른 곳에 있더군요. 아버지 물건이예요. 열어 보세요.”
아버지가 남긴 물건.
뭔지 모를게 울컥 치밀어 오른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아버지.
이렇게 훌륭하게 자란 아들을 봤으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사랑스러운 며느리도 있는데.
조심스럽게 덮개를 열었다.
회사에서 많이 쓰는 검은색 수첩.
“일기장이에요. 내가 임신했을 때부터 쓴 거더군요. 이제라도 주인에게 돌아가게 됐으니 마음이 편하네요.”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하긴요. 갈 사람에게 간 건데요.”
잠깐 머뭇대던 그녀.
“이런 자리에서 말하긴 그렇지만…… 아버지를 정말 많이 닮았어요. 그리고 내 피에서 어떻게 이런 훌륭한 인물이 나왔는지 믿기지가 않아요.”
“저는…….”
뭐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금색 자물쇠라도 채운 것처럼.
“묻고 싶죠? 그때 내가 왜 그렇게 매몰차게 쫓아냈는지.”
“…….”
“지금에 와서 숨길 게 뭐가 있겠어요. 그땐 남편이 알까 봐 두려웠어요. 아이도 있었으니까요. 더 많은 돈을 주고 싶었지만 나도 돈을 타 쓰고 있었어요. 그래서 더 주지 못했어요. 사실 아버지 돈도 포함됐다는 건 거짓말이었어요. 안 그러면 돈을 받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래. 좀 이상하긴 했어.
“따님들은 학생입니까?”
분위기를 바꾸려고 화제를 돌렸다.
“너희들이 말하렴.”
“저는 첫째고요. 26살이에요. 직장 다녀요.”
“저는 둘째. 22살이에요. 대학생이구요.”
“직장은 어딘가요?”
무심코 그냥 물었다.
그런데 그녀가.
“저 그게…….”
눈치를 많이 본다.
왜 그러나 싶어서 이미숙을 쳐다보자.
“나도 오늘 아침에 사연을 말해 주고 알았어요. KH 계열사가 워낙 많으니까 나도 몰랐죠.”
“저기…… 이성 제약에 다녀요.”
이런.
이성 제약은 KH의 계열사가 맞다.
제약사들은 KH를 붙이지 않아서 보통 사람들은 KH의 계열사인줄 잘 모른다.
“우리 계열사에 다니는군요. 동생은 어느 학교에 다녀요?”
“고려대학교예요.”
“머리가 좋나 보군요. 오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이 둘이 무슨 잘못이 있겠나.
자신과 어머니의 일인 것을.
“늦게라도 다시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그래요. 날 용서하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미워하진 말아 주세요.”
“아버지도 용서하셨을 겁니다. 그러니 너무 죄의식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같은 마음이고요.”
“고마워요. 마음이 많이 편해지네요.”
“두 분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그럼 저흰 이만 가 보겠습니다.”
세 모녀는 더 있었으면 하는 눈치다.
하지만 자리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자신도 그랬고 아내도 마찬가지.
가까워지려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너희들이 배웅을 해 드리렴.”
“네. 엄마.”
밖으로 나가자 그녀들이 따라 나선다.
대학 1학년 때처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은 하늘이 참 기분 좋게 보인다.
그때는 더럽게도 기분 나뿐 하늘이었는데.
“엄마…… 많이 힘들어 하셨어요.”
큰 딸이 뭐라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용기를 낸다.
엄마 앞에서는 차마 말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아빠가 보통 성격이 아니었거든요. 용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음이 참 예쁘네요. 어머니 잘 모시고 행복하세요.”
말을 돌려서 어머니라고 불러 보았다.
앞에서는 차마 어머니라고 부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 똑똑한 큰 딸.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아듣고는 환하게 웃는다.
“고맙습니다. 오빠.”
많이도 용기를 냈으리라.
그녀가 자신의 성공을 보고 이런 반응을 보일지라도, 어찌됐던 피가 섞인 것만은 사실.
무턱대고 미워할 수만은 없었다.
“지금은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아직 서로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죠.”
“우리도 그렇고 엄마도 다 이해하고 있어요. 저는 비록 아빠는 다르지만 이런 훌륭한 오빠가 있다는 게 너무 뿌듯해요. 벌써 막 자랑하고 싶어요.”
“자랑하세요. 혹시 다음에 회사에서 마주치게 되면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겁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불러요.”
“고마워요. 엄마도 많이 기뻐할 거예요.”
“앞에서는 차마 이런 말을 못하겠더군요. 대신 전해 주세요. 다음에 또 오겠다고요. 그때는 손자가 아니면 손녀를 데리고 온다고요.”
“저도 만나서 반가웠어요.”
아내도 환하게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넨다.
인사를 마치고 차에 올랐다.
밖엔 일곱 대의 경호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근처 집에서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지 밖에 10여 명이 나와서 구경하고 있다.
두 딸은 다른 사람들에게 막 자랑하고 싶어 하는 얼굴이다.
이 사람이 KH 그룹의 강혁 대표라고.
그리고 자신의 오빠라고.
“다음에 또 봐요.”
“언니. 잘 가요.”
차가 큰 도로에 접어들자 아내가 물었다.
“힘들었죠?”
“좀 그렇지.”
“용서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에요. 자신을 버린 어머니라면 더욱 그랬을 거예요. 당신 오늘 제일 멋있었어요.”
그리고는 손을 꼭 잡는다.
따뜻하다.
오늘 자신을 바라보던 어머니와 두 동생의 그 눈빛처럼.
그래. 인생이 길어 봤자 얼마나 길다고 미워하고 살겠어.
마음 편하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 * *
경제인 초청 간담회.
매년 열리는 것이다 보니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100대 기업의 대표들.
이들 중에 상당수가 KH와 관련이 있다.
재계 2위 기업이라고 해도 KH와는 너무나 먼 거리가 있다.
KH 계열사 중 하나만 놓고도 2위와의 격차가 엄청날 정도니.
오늘도 모두 부부 동반으로 참석했다.
물론 자신도 아내와 함께 왔고.
아내와 잠시 둘러보고 있자니
눈에 익은 사람이 다가왔다.
“대표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입니다.”
미래 중공업 정 회장.
기업인이지만 정치인으로 더 알려진 인물이다.
미래 그룹은 계열사가 분리되면서 과거의 영광을 잃었다.
그럼에도 분리된 계열사들이 재계 순위를 다툴 만큼 규모가 있었다.
“사모님은 TV에서만 보다가 오늘 처음 뵙네요.”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슬쩍 눈치를 보던 정 회장.
“대표님 덕분에 해외의 괜찮은 기업들을 몇 곳 인수했습니다. 늦었지만 고맙습니다.”
“대주주로서 마땅히 도와야죠. 마음 쓰지 마십시오.”
“저는 계속 회장 자리에 있어도 되는 겁니까?”
“회사가 잘 운영되고 있잖아요. 지금처럼만 잘 운영하시면 제가 터치할 일은 없을 겁니다.”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 저만치 한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잘 됐다 싶어서 그에게 다가가자 정 회장도 뒤따른다.
엄마 닭을 뒤쫓는 병아리처럼 뿅뿅거리며.
“이 부회장님. 오랜만입니다.”
“아, 대표님. 안녕하셨습니까.”
“회장님은 아직 입원하고 계신가요?”
“네. 아직 의식이 없습니다.”
좋은 거 많이 먹으면 뭐하나.
맨날 여자를 끼고 살았으니 몸이 배겨 나질 못한 거지.
“부회장님. 3차 공판이 다음 달에 있죠?”
뜬금없이 묻자 화들짝 놀란다.
뭔가 켕기는 게 있는지.
“네. 다음 달 중순에 있습니다.”
“세금. 그렇게 내기 싫습니까?”
“네? 무슨 말씀이신지……?”
“이 회장님께 6조 원 넘게 증여받았다면서요? 근데 왜 낸 세금은 16억 원입니까?”
옆에 있던 정 회장은 입을 떡 벌리고는 다물 줄을 모른다.
설말 이렇게 대놓고 말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세금 낼 돈 없습니까? 내가 빌려 줘요?”
“대, 대표님. 이런 곳에서…….”
“왜요? 국민들한테는 안 부끄럽고 여기서는 부끄러워요? 경고하는데 세금 다 내세요.”
이게 웬 미친 짓인가 싶겠지.
주변에서 구경하던 회장들도 웅성거린다.
하지만 누구 하나 나서지 못했다.
나섰다가 찍히면 곧 나가리란 걸 잘 알기에.
“안 내고 질질 끌면 이성 그룹 한국에서 지워 버릴 겁니다. 아셨어요?”
“…….”
대답이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봤으니 얼마나 자존심에 금이 갔겠나.
이 개새끼 두고 보자.
이건 반드시 복수한다.
꼭 이런 표정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 표정 이미 읽혔다.
“지켜볼 겁니다. 제 눈엔 이성 그룹쯤은 한국에 있으나 마나한 곳입니다. 오뚜기 그룹 좀 본받으세요. 창피한 줄 알아야지.”
“대표님. 보는 눈이 많습니다.”
미래 중공업 정 회장이 넌지시 한쪽으로 이끈다.
주변을 둘러보니 구경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
“세금 안 내서 우리 기업인들 욕먹게 하면 국세청보다 제가 가만 안 있을 겁니다. 자리에 계속 있고 싶으면 알아서들 하세요.”
모두 들으라고 한 소리 크게 내뱉었다.
젊은 놈이 건방지다고 미쳤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이 말을 하자 모두 숨을 죽인다.
한다면 한다는 걸 이들도 모두 알고 있다.
그랬기에 바짝 긴장하고 목을 움츠리는 것이다.
“3개월 드리죠. 모두 해결하세요. 아니면 이성 그룹 우리 KH 계열사로 만들 겁니다. 제가 빈말 안 하는 거 잘 아실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뒤도 안 돌아보고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3개월 안에 해결하나 안 하나 지켜보지.
그런데 제발 해결 안 했으면 좋겠다.
왜냐고?
잘 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