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overpowered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29)
역대급 먼치킨 재벌-29화(29/342)
# 29
029화 $$$ 질주 (1)
1705호 김혁수의 집 현관.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멀뚱히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비몽사몽 간에도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생에 처음 보는 장면.
“여기 1705호 네 집 맞지?”
“행님. 지금 장난하나?”
“이 여자는 왜 현관에 뻗어 있냐?”
“내도 모르니까 행님한테 갔제.”
그런데 현관에 엎어져 자는 이 여자, 눈에 익었다.
강혁은 풀어헤쳐 진 여자의 긴 머리카락을 옆으로 치웠다.
토사물이 머리카락에 엉겨 붙어 있어서 만지기 싫었다.
뭘 먹었는지 냄새도 고약했다.
익! 디러버라.
신발장 앞에 팽개쳐진 가방.
그 가방 역시 머리카락과 같은 운명이다.
토사물에 가방 한쪽이 벌써 샤워를 한 후였다.
강혁은 삐죽이 튀어나온 책을 집었다.
“응? 대학생이었네. 이대?”
“행님. 이 가시나 뭐꼬? 미친 기가?”
“미친 건 아니고 그 과정인 것 같다.”
“왜 남의 집 현관에서 자는 기고?”
“너 잘 때 문 안 잠갔어?”
“하모. 잠그고 자본 적이 없어서 깜빡했제.”
고아원에서는 문 잠굴일이 없었다.
습관이 되다 보니 안 잠그고 잔 것이고.
하지만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생각을 바꿨다.
다음부터는 꼭 잠그리라 다짐했다.
“행님. 이 가시나 우짜노?”
“글쎄다. 난 이 여자 더러워서 만지기 싫다.”
“그럼 내는 좋나?”
“여기 네 집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 그리고 너 옷부터 입어.”
“아 참. 이 가시나가 처 돌았나. 새벽에 이기 뭐꼬.”
김혁수가 인상을 팍팍 쓰면서 옷을 입었다.
현관 입구 대리석 바닥은 이미 지뢰밭이다.
이 여자, 뻗어 있는 모습도 예술이다.
치마는 허벅지 위까지 말려 올라가 있다.
남방 앞 단추는 한 개가 뜯겨 있었고.
어디서 진탕 퍼마시고 자기 집인 줄 알고 뻗은 모양이다.
“다리 들 테니까 네가 위쪽 들어. 일단 안으로 옮겨야지.”
“집 안으로?”
“그럼? 이 상황에 열쇠 찾아서 옆집 열고 넣어 주자고?”
“그라모 안 되겠제?”
“안 되지. 나중에 무슨 일 당하려고.”
“아씨, 디러버 죽겠다.”
둘이 힘이 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완전히 뻗어버린 사람을 들기란 쉽지 않다.
그것도 더러운 곳을 피해 잡아 옮기려니 낑낑거렸다.
일단 거실 한쪽에 내팽개쳐 뒀다.
소파에 눕히기엔 손실이 너무 크다.
소파에 우웩! 하면 대책 없다.
“이 가시나 이대로 둘 끼가?”
“깰 때까지 기다려야지 별수 없잖아.”
“행님. 서울 가시나들 다 이카나?”
“나도 이런 여자 오늘 첨 봤어.”
둘이 소파에 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
강혁은 자다 나와서 아직 잠이 고팠다.
“갈 테니까 네가 지켜봐라. 일어나면 바로 연락주고.”
“내 혼자 지키고 있으라꼬?”
“혼자면 됐지. 나까지 있어서 뭐하게?”
“근데, 이 가시나 진짜 대학생 맞나?”
강혁을 따라 일어나던 김혁수는 의심스러운 얼굴이다.
여자 꼬라지를 봐서는 못 믿겠는지.
김혁수가 생각하는 여대생의 이미지는 천사였다.
고아원에 자원봉사를 오는 대학생만 봤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쭉 봐 왔으니 이런 여대생과 매치가 안 됐다.
천사의 이미지에 먹칠한 이 여자가 야속하기도 했다.
“그래. 이 여자 이대 다니는 여자야.”
“이대가 대학교 이름이가?”
“이화여자대학교라고 여자들만 다니는 대학교야.”
“무신 대학생이 술 퍼마시고 아무 집이나 기 들어오노?”
“하하. 일어나면 왜 그랬는지 물어봐. 나, 갈게.”
강혁은 난감한 표정의 김혁수를 뒤로하고 집으로 갔다.
혁수야!
인연이란 알게 모르게 훅! 온단다.
잘 챙겨라. 혹 모르지.
미래의 네 마눌님이 될지.
오전 11시쯤 김혁수가 강혁의 집으로 급히 뛰어들었다.
“행님아. 깼다. 그 대학생 가시나 깼다. 퍼뜩 온나.”
“알았어. 가 보자.”
강혁은 이미 세면을 마친 상태.
김혁수를 따라 들어서자 그 여자가 앉아 있었다.
눈을 꼭 감고 소파에 고개를 푹 파묻은 채로.
“안녕하세요?”
강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할 리가 있겠나.
전혀 안녕하지 않겠지.
새벽에 봤던 모습 그대로다.
머리에 엉겨 붙은 토사물이 보였다.
그 때문에 아침에 마신 우유가 역류할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좀 씻고나 있지.
그녀,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을 저지른 지 알기는 아는 모양이다.
“네. 아, 안녕하세요.”
“1706호죠?”
“네에······.”
“이 상황. 설명 좀 해 보세요.”
‘아, 씨. 이 상황에서 무슨 설명을 하라는 거야.’
이화여대 1학년 황유선.
20살 수원 태생이다.
약국을 운영하는 부모님 덕에 이 오피스텔로 입주했다.
어제 과 모임에서 주량을 오버해 버렸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것까진 기억이 났다.
하지만 그 이후론 기억이 없었다.
이런 게 벌써 두 번째.
눈을 뜨니 처음 보는 남자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얼굴에 한심하다는 표정을 가득 짓고서.
그런데 이 남자가 우리 집에 왜 있지?
그 의문은 바로 풀렸다.
“그게 저, 미안해요. 어제 술을 좀 많이 마셔서요.”
“필름이 끊겼단 거네요?”
“네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창피해 죽겠는데 계속 물어보는 게 얄미웠다.
묻더라도 멀쩡한 상태에서 묻던가.
“나 알겠어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황유선.
눈을 빼꼼 뜨고선 고개를 살짝 들어 강혁을 쳐다봤다.
‘응? 그 이상한 말 지껄였던 옆집 남자?’
“네에. 1707호시네요.”
“알아보긴 하네요. 술은 다 깼죠?”
“네. 이제 멀쩡해요.”
“그럼. 집주인한테 사과는 하셔야죠.”
강혁이 김혁수를 쳐다보자 그녀도 시선을 옮겼다.
‘얼굴 한번 남자다워. 울 아빠랑 너무 닮았어.’
황유선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본 김혁수 식겁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했다.
‘미친 가시나 맞네. 맞아.’
“죄송해요. 저 때문에 많이 놀라셨죠?”
“그라믄예. 얼매나 놀랜 줄 암미꺼.”
갑작스러운 사투리에 황유선, 놀란 얼굴이다.
그런데 그 표정이 좀 묘했다.
“정말 실수에요. 다음부턴 이런 일 없을 거예요.”
“하모예. 다음에도 이카믄 밖에 내놓을 기라예.”
“네. 제가 너무 미안해서 그런데 식사라도 함께하실래요?”
둘은 동시에 인상을 찡그렸다.
안 그래도 속이 안 좋은데 식사라니.
같이 밥 먹으면 저 모습이 계속 떠오를 것 같았다.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아직 거울은 못 본 모양이다.
“혁수야, 어때?”
“와?”
“밥 같이 먹자잖아.”
“······.”
김혁수의 시선이 여자를 향했다.
그리곤 시크하게 한마디 내뱉는다.
“내는 아침밥 안 묵어예.”
김혁수의 거절에도 그녀, 물러서지 않는다.
“점심밥은 먹죠?”
“됐어예. 거울 좀 보이소. 그래 가꼬 밥이 넘어가겠어예?”
김혁수가 거절할수록 여자의 눈빛은 더욱 애절해졌다.
강혁은 옥신각신하는 둘의 모습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혁수야. 설마 저 모습으로 밥 먹자고 하겠어?”
그 말에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 본 그녀는 화들짝 놀라 말했다.
“그럼요. 정말 미안해요. 일단 가서 좀 씻을게요. 있다가 봐요.”
급히 서두르는 모습이 김혁수에게 확실히 꽂힌 모양이었다.
그녀는 나갔지만, 현관 바닥엔 아직도 그 토사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저 여자 너한테 맘이 있는 것 같은데?”
“행님. 마 됐다. 어디 꿈에 나올까 봐 무섭다.”
“그건 그렇고. 저 여자가 퍼질러 놓은 거 저대로 둘 거야?”
김혁수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선 걸레를 집어 들었다.
걸레질 한두 번으론 턱도 없는 범위다.
“이 가시나 정구지 쳐 묻나. 이 디러라.”
우여곡절 끝에 셋은 밖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집에서 먹기에는 새벽의 잔상이 떠올라 도저히 힘들었다.
* * *
3일 후 세계증권 객장.
김혁수는 아직 서울지리는 미숙했다.
하지만, 한번 가 봤던 곳은 잊지 않고 잘도 찾아갔다.
총 다섯 종목에 4억을 넣고 그 과실을 따는 첫날.
처음 1,000만 원을 들고 증권사에 들렀을 때처럼 조금은 긴장됐다.
각 증권사에 들리자마자 다섯 종목 모두 팔아치웠다.
창구에서의 일은 일사천리.
종목당 3,200만 원의 수익으로 총 1억 6천만 원의 수익이다.
그것도 단 3일 만에.
원금과 합치니 5억 6천만 원이다.
오기 전에 이미 시간 계산을 철저히 해 뒀다.
여기서 시간을 허비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경기도권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김혁수가 아직은 지리를 잘 모르고 운전도 미숙하니까.
강혁이 서둘러 증권사를 나오자 김혁수가 놀라 묻는다.
“행님. 왜 이리 빨리 나왔노? 벌써 끝난 기가?”
“그래. 아까 준 종이에 1번으로 적힌 증권사로 출발해.”
“아라따. 퍼뜩 갈게. 눈 좀 감고 쉬고 있어라.”
“혁수야.”
“와?”
강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혁수를 불렀다.
이 일은 자신에겐 무척 중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옆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지금은 네가 증권사만 돌아다니고 있지만, 형이 좀 한가해지면 많은 걸 보게 될 거야.”
“아라따.”
“네가 운전하고 다니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어. 하지만 이건 정말 중요한 거야.”
“보소! 운전 똑바로 안 합미꺼! 운전을 무신 발로 하노. 내는 그칸 적 없다. 행님 따라댕기믄 억쑤로 좋다.”
순간 깜빡이도 없이 끼어든 티코를 보며 놀란 김혁수가 욕지거리를 뱉었다.
“짜식.”
지도 초보면서 뭐라고 한다.
그래도 언제나 듬직한 동생이다.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앞으로 김혁수와 다니면서 많은 일을 할 것이다.
주식과 부동산은 시작에 불과하다.
나비가 되기 전, 잠시 번데기로 있는 것처럼.
주식과 부동산은 그 번데기 껍질의 영양분일 뿐이다.
그 영양분을 빨아먹고 더욱 높은 곳으로 오를 것이다.
자신에게 생긴 이 능력.
자신만 잘 먹고 잘살라고 생긴 건 아닐 것으로 생각됐다.
너무 멀리 생각할 필요도 없다.
고아원 가족과 같은 이들이 행복한 나라면 된다.
저 밑바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행복하다면 그 나라는 살기 좋은 나라일 테니까.
앞으로 더 많은 능력이 생길 수도 있다.
그 능력을 맘껏 펼치기엔 한국은 너무 좁다.
역시 많은 돈을 벌기엔 세계로 나가야 한다.
꿈을 펼치기엔 한국은 제약이 너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