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overpowered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52)
역대급 먼치킨 재벌-52화(52/342)
# 52
052화 $$$ 썩은 이 도려내기 (2)
캐비닛에 등을 기댄 채.
실성한 사람처럼 널브러진 방준식을 바라보는 정민지 이사.
대표의 저런 모습은 오늘 처음이다.
언제나 평온한 미소와 차분한 모습만 봤었다.
그런데 지금 보여 준 모습은 전혀 생소하다.
내칠 땐 칼같이 거침없다.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던 정민지 이사는 강혁의 눈짓에 다음을 호명했다.
“다음은 추상철 영업본부장님 앞으로 나오세요.”
40대 후반의 호남형의 사내.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다.
강혁은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디 그 당당함이 어디까지 가나 보자.
다른 이들은 방준식 상무가 당하는 모습을 보고 긴장감에 얼굴빛이 누렇게 뜬 상태다.
그에 반해 추상철은.
한 걸음 앞으로 나오며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은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할 인물이 아니라는 듯이.
그 모습에 강혁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추상철 영업본부장님. 그동안 재미가 좋았겠어요?”
“…….”
“병원과 약국에 리베이트로 들어간 금액이 상당하네요?”
“그건 제약업계에 이어져 온 관행입니다.
“네, 그럼요. 관행이겠죠.”
실제로 국내 제약회사들은 병원과 약국에 리베이트 폭격을 일삼았다.
병원과 약국에 아예 직원을 상주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을 도와주면서 자신의 회사 약을 쓰도록 점점 유도한다.
한번 자리만 잡히면.
그 후론 계속 같은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병원과 시골 병원.
같은 병인데도 불구하고 약의 양이 상당히 차이 난다.
대형병원일수록 약의 양이 많다.
리베이트 받은 회사 약을 하나씩 더 넣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피해 보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들이다.
“그럼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된 겁니까?”
“그 리베이트로 나간 금액 중 상당한 부분을 꿀꺽하셨던데 어떻게 생각해요?”
“리베이트를 주면 그쪽에서 고맙다고 다시 얼마간 주기도 합니다. 그걸 말하는 거라면 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혓바닥에 콩기름을 둘렀는지 놀리는 솜씨가 일품이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모습도 여전히 당당하다.
“그래요? 그 얼마간 다시 주기도 한다는 돈이 얼마나 됩니까?”
“그거야 리베이트 금액에 따라 다릅니다.”
“그런데 내가 아주 재미난 메일을 하나 받았어요. 재밌을 테니 한번 보세요.”
이번엔 표기철 법무팀장이 복사된 A4용지를 모두에게 나눠줬다.
거기엔 추상철이 여태 저지른 비리에 대해서 소상히 나열돼 있었다.
병원 원무과 직원과 짜고.
리베이트 금액을 더 부풀려서 돌려받는 수법을 썼다.
약국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렇게 7년간 해먹은 돈이 무려 7억 5,690만 원이나 됐다.
1년에 평균 1억씩은 넘게 해 먹었단 얘기다.
이 제보는 이틀 전.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 때문에 알게 된 것이다.
리베이트로 처리가 되면 전혀 알 수 없었던 내용이다.
영수처리는 이미 완벽한 상태니 이렇게 뻣뻣했다.
그런데 이렇게 빠른 시간에 제보가 들어오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제보자에겐 1,00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글을 강혁이 직접 남겼다.
또, 제보자에겐 어떠한 불이익도 없다.
계속 회사에 다니게 해 주겠다는 약속도 남겼다.
이미 회사는 만신창이가 된 마당이니 직원들도 제 살길을 찾았다.
비록 이틀이었지만, 그동안 밖으로 들추지 않았던 많은 제보가 잇달았다.
사내 홈페이지를 보는 간부들은 많지 않다.
글 올린 기간도 채 이틀.
짧은 기간 때문에 몰랐던 경우도 있었을 것이고.
알았다손 치더라도 대부분 설마 하며 넘겼다.
“7억 5,690만 원을 드셨으니 상사인 방준식 상무보다 더 많이 드셨네요?”
“이따위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가 대체 누굽니까?”
“그건 당신이 알 필요 없고. 그 잔대가리 때문에 회사가 입은 피해가 얼만 줄이나 압니까?”
추상철의 턱주가리를 날리고 싶다.
제 밥그릇만 챙기는 인간.
이따위 인간에겐 가래침이라도 뱉어 주고 싶다.
강혁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무척 흥분해 있었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인정하건 말건 상관없어. 제보한 사람은 경찰 증언도 하기로 되어 있다고. 어디 그 혓바닥 한 번 더 놀려 봐.”
“이, 이…….”
“회사가 입은 피해는 저기 저 사람과 같은 방식이니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거야.”
아직도 멍하니 널브러져 있는 방준식을 가리켰다.
이런 몰염치한 자들에겐 말을 높일 필요도 없다.
추상철은 이 상황이 도저히 현실 같지 않았다.
누가 제보했을까?
떠오르는 인물이 몇 명 있긴 했다.
하지만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은 IMF 시국이다.
이 힘든 때 회사에서 잘리고 해먹은 돈을 모두 토해 내야 한다.
거기에 피해보상까지 청구한다니.
이렇게 되면 결국 파산이다.
철창신세도 지게 될 거고.
순간, 룸살롱에서 돈을 물 쓰듯 펑펑 써 댔던 지난날이 떠오른다.
“추상철 씨, 이제 뭔가 감이 잡혀요? 그런 일이 평생 될 줄 알았겠죠?”
무슨 말이고 해야 한다.
그런데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은 무조건 잘못했다고, 용서해 달라고 매달려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자신이 하인처럼 부리던 직원들이 모두 모여 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추상철이 눈을 번뜩였다.
이 상황에 그게 뭐가 대수야.
잠깐 쪽팔리면 되는데.
추상철은 그의 특기인 잔머리를 최대한 굴렸다.
방준식 상무처럼 인정 안 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마음이 정해지자 반성하고 불쌍한 표정으로 바로 바꿨다.
그리곤 바로 무릎을 꿇었다.
어떡하든 눈물도 짜내 보려고 했지만 그건 안 된다.
무릎걸음으로 강혁에게 다가간 추상철은 책상 귀퉁이를 잡고 애원했다.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대표님.”
수가 뻔히 보이는 행동에 강혁이 코웃음을 쳤다.
“당당하시던 분이 갑자기 왜 이러실까?”
“제가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왜요? 그 좋은 머리로 계산 때리니까 이게 정답이다 싶어요?”
강혁의 매서운 질책에 추상철은 빌고 또 빌었다.
“제가 쓰러지면 저희 어머니와 가족은 거리로 나앉게 됩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강혁은 가족을 들먹이자 더 화가 났다.
가족을 생각하는 사람이 이따위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
“이봐요 추상철 씨. 저기 방준식 씨는 가족이 없어요?”
“제가 어떻게 하면 대표님의 화가 풀리겠습니까?”
“내 화가 풀리는 방법이 있긴 있죠.”
제보가 없었다면.
이런 한심한 작자가 계속 회사에 다녔을 것이다.
그리고 또 그 짓거리를 보이지 않게 했을 것이고.
잘 걸렸다 싶어지자, 강혁은 살며시 웃음을 보였다.
추상철은 이 웃음이 마지막 기회다 싶어 강혁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뭐, 뭡니까? 용서만 해 주신다면 뭐든, 제가 뭐든지 하겠습니다.”
강혁은 살짝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있는 추상철의 귀에다 대고 말했다.
“내 화가 풀리는 방법은 말이죠.”
“네. 네.”
“당신이 철창신세를 지는 거야. 이자도 저리 치워요.”
“대, 대표님! 제발 한 번만, 윽! 컥컥!”
추상철도 경호원에게 뒷덜미가 잡힌 채, 캐비닛 옆에 내동댕이쳐졌다.
“이전 사장이 아주 도둑들을 키웠어. 여기가 어디 도둑 사관학교야 뭐야.”
강혁은 바지를 툴툴 털고서는 다시 책상에 앉았다.
그리곤 느긋하게 커피를 한잔 타 마셨다.
추상철은 먼저 끌려간 방준식의 모습을 점점 닮아갔다.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입을 ‘헤’ 벌리고선 천정만 쳐다보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던 강혁의 시선이 나머지 직원들에게 향했다.
그러자 모두 자라목이 되더니 흠칫하며 시선을 피한다.
“이제 시작입니다. 긴장들 푸세요. 어? 점심시간이 다 됐네요. 다들 식사하고 시작하죠. 정 이사님, 전 차장님 중국집 어때요?”
둘의 널브러진 모습에 시선을 주고 있던 두 사람도 흠칫했다.
이 상황에 밥을 먹자니.
표기철 법무팀장은 대표의 저런 모습이 전혀 생소했다.
그 부드럽기만 하던 대표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
정 이사는 이미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한 상태다.
자신의 똑똑한 머리로도 도저히 판단할 수 없는 사람이다.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저런 사람을 적으로 두지 않고 같은 편으로 함께하게 된 것을 하늘에 감사했다.
“네. 좋아요. 대표님은 뭘 드시겠어요?”
“나는 삼선 볶음밥으로 하죠. 일단 저 뒤에 있는 직원들은 아직 혐의가 밝혀지지 않았으니까 모두 원하는 대로 시켜 주세요.”
“그럼 이 두 사람은 뭘로…….”
쓰러진 좀비가 되어 버린 두 사람을 가리키자, 강혁의 단호한 한마디.
“군만두 2인분.”
점심 식사 후에도 비리직원 타작은 계속됐다.
총 14명의 비리 간부가 적발.
또, 밝혀진 금액만도 7년간 15억 6,900만 원에 달했다.
이러니 회사가 안 자빠지는 게 이상한 일.
채찍질을 했으면 당근도 줘야 하는 게 이치.
그동안 묵묵히 맡은바 업무에 충실했던 사람들을 포상했다.
포상할 때 강혁의 표정은 그 어느 성자보다 다정다감했다.
그 모습에 정민지 이사와 전현택 차장은 자신들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떻게 저런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지.
그날부터 업무평가를 시작해 빠져나간 자리를 채웠다.
직원들의 의견과 업무평가를 참고해 사장도 새로 뽑았다.
그리고 침체된 분위기를 만회하고자 일주일간의 휴가를 실시했다.
이 이성제약을 필두로 나머지 일곱 곳의 감사도 실행했다.
역시나 썩은 곳이 수두룩하다.
적발되는 족족 모두 작살을 내버렸다.
이것도 경험이라고 몇 번 해 보니 익숙하다.
이후, 점심 식사시간이 될 때마다.
강혁의 입에서는 단호한 한 마디가 여지없이 나왔다.
“군만두!”
* * *
강남 KH 인베스트먼트.
강혁은 미 법인 조동길 팀장의 전화를 받았다.
-대표님 여기 증시에 이상한 조짐이 보입니다.
“이상한 조짐이라뇨?
-최근 들어 IT 종목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그게 뭐가 이상해요? 주가야 오를 때도 있고 내릴 때도 있지 않습니까?”
-이 중에는 오를 만한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상당히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보세요.”
조동길 팀장에게 자세한 내용을 들은 강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돈 냄새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징조였기 때문이다.
‘그걸 알아채다니 조 팀장도 이제 증권맨이 다 됐단 말이야.’
-그런데 대표님. 계좌에서 상당한 금액이 불었다가 갑자기 빠져나가고 있던데요?
“하하 계좌 확인은 자주 안 하나 보죠?”
-대표님께서 관리하시니까 1주일에 한 번만 확인합니다.
“진행하고 있는 일이 있어서 좀 빠졌을 겁니다.”
-근데 그 갑자기 불어난 자금은 어떻게 된 겁니까?
의문을 품을 만도 했다.
잔고가 상상 이상으로 늘었을 테니.
조 팀장이 놀랄까 싶어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여기서 홈 트레이딩으로 쏠쏠하게 하고 있죠.”
-정말 대단하십니다.
“정계 쪽은 어느 정도 진행됐어요?”
-A, B급 대상자는 모두 진행됐습니다. 지금은 C급 대상자들 진행 중입니다.
A, B급 대상자는 대통령을 비롯한 장/차관과 주지사 및 기관장과 부기관장들을 말함이다.
C급 대상자는 그 밑에서 실제 움직이는 담당자까지의 선을 말함이다.
그러니 밑에서부터 보고가 올라가기도 힘들지만 혹 올라갔다 한들 위에서 처리될 것이다.
“거기 10명도 안 되는 직원 가지고는 힘들 테니까 직원 더 충원하세요.”
-안 그래도 그 말씀 드리려고 했었는데 감사합니다. 직원 이력서는 이메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래요. 나도 1차로 한번 걸러 보죠. 고생하시고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세요. 그리고 그 IT 기업들도 유심히 지켜보고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끝낸 강혁은 느긋이 커피잔을 들었다.
은은하게 풍기는 커피 향.
거기서 미합중국의 달러 냄새가 풍기는 듯했다.
커피잔에 손가락을 톡톡 튀기며 강혁이 중얼거렸다.
“이제는 아버지 친구 분 만나러 중국에 가 봐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