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overpowered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73)
역대급 먼치킨 재벌-73화(73/342)
# 73
073화 $$$ 만남/ 손 없는 날
여자 앵커는 옛날보다 세련된 모습의 심채희다.
논현동 반지하 방의 그 여대생.
“응? 채희 씨가 뉴스 앵커가 됐어? 하아, 이거 신기한데.”
TV 속 그녀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귀에 속속 들어오는 목소리와.
주변을 압도하는 아름다움으로 방송을 리드하고 있었다.
KH 생명공학 연구소에서 만든.
위암 치료제에 대해서 패널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심채희.
“여기 KH 생명공학 대표가 누군가요?”
“KH 생명공학 연구소는 KH 인베스트먼트 라는 투자회사의 한 계열사입니다. 이 회사의 강혁 대표는 현재 20대 중반의 젊은 사람입니다.”
“특이한 이력을 가지신 분이군요? 20대 중반에 이만한 사업을 일군 분이면 보통 분이 아닐 것 같은데요?”
“네. 저도 이 KH 인베스트먼트 사를 조사하면서 많이 놀랐습니다. 계열사 중엔 여덟 개의 제약회사와 반도체, 건설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로 뻗어 있었습니다.”
패널은 KH 인베스트먼트에 대해서 아주 세세히 까발렸다.
그동안 언론에 비치지 않았던 내용이었다.
“KH 생명공학 연구소가 국익에 도움을 주고 내국인들에게 많은 혜택을 준 것은 사실이군요?”
“물론입니다. 앞으로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국내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어림잡아도 수백만은 될 겁니다. 가족과 함께 오는 사람이 대부분일 테니까요.”
“국내의 수많은 병원과 이와 관계된 곳들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겠군요?”
“네. 한 기업이 한 일로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인원들이 50일이 아니라 한 6개월 정도만 국내에 머무르게 된다면 IMF 조기 탈출도 꿈만은 아닐 것으로 생각됩니다.”
강혁은 뉴스 내용은 듣지 않고 심채희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한번 찾아가 볼까?”
다음 날 본사 사무실.
우선 심채희의 연락처를 알아야겠기에 최소정 기자에게 연락을 했다.
“최 기자님, 저 KH 인베스트먼트의 강혁입니다.”
“어머, 대표님! 저한테 전화를 다 주시고 어쩐 일이세요?”
“뭐 좀 물어보려고요. 혹시 심채희 앵커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최소정은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채희가 그렇게 기다리던 일이 이뤄지려고 하자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뛰었다.
“그럼요. 대표님이 물어보시는데 당연히 가르쳐 드려야죠. 문자로 보내 드릴게요.”
“네. 고맙습니다.”
전화를 끊고 잠시 기다리자 문자가 왔다.
016 – 737 – 0012
번호대로 전화를 걸자 신호가 간다.
잠시 후 들리는 심채희의 목소리.
-여보세요.
“채희 씨, 같이 할머니 문병 갔었던 강혁입니다.”
아무런 대답이 없다.
잠깐의 고요함.
“채희 씨?”
-아, 네.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세요?”
-네, 강혁 씨 알아요.
심채희는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진정시키느라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얼마나 듣고 싶었던 그 목소리인가.
“9시 뉴스 앵커 되셨던데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고맙습니다.
“혹시 시간 되시면 식사라도 같이할 수 있을까요?”
-식사요?
“네, 편한 시간에 연락주세요.”
-전 괜찮아요. 아무 때나 괜찮아요.
이런.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이 나와 버렸다.
너무 가볍게 보이지 않았을까?
실없는 여자라고 생각하진 않았을까?
조금은 빼야 하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그럼 오늘 시간 괜찮겠어요? 좀 늦은 시간이겠지만 저녁 11시에 제가 방송국으로 갈게요.”
-네, 11시면 괜찮아요. 근데 직접 방송국으로 오신다구요?
“왜요? 불편하세요?”
-아뇨, 괜찮아요.
“네, 그럼 가기 전에 미리 전화 드릴게요.
-네, 꼭 전화주세요.
아, 미쳤나 봐.
꼭 전화 달라니, 이런 팔푼이가.
“하하, 네 꼭 전화 드릴게요. 그럼 나중에 봐요.”
전화가 끊겼지만 심채희는 휴대폰을 놓지 않고 계속 들고 있었다.
방송에서 보여주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바보가 되어 버린 것 같이 멍해 있다.
“강혁 씨가··· 만나자고 전화했어. 어떡해.”
오늘 방송할 대본을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제발 오늘 하루가 빨리 지나가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통화를 마친 강혁은 정민지 이사를 호출했다.
여자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다.
“대표님,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왜요?”
“계속 웃고 계시잖아요.”
“내가 그랬나요?”
“점점 모를 말을 하시네요. 여자 생겼어요?”
이런 여우 같으니.
눈치 하나는 100단이다.
“저기 이사님. 처음 만나는 여자랑 식사하려면 어디가 좋을까요?”
“정말 여자 생겼어요? 어쩜.”
“그런 건 아니고 오늘 만날 사람이 20대 여자라서 물어보는 겁니다.”
“이거 완전 뉴스에 나올 일이네요. 여자와 첫 데이트면 레스토랑이 무난하지 않을까요?”
“데이트 아니라니까요.”
하지만 정민지 이사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서는 믿지 않는 눈치다.
“알았어요. 대표님 지금 너무 허둥대는 거 아세요?”
“큼큼, 레스토랑이면 어디 괜찮은 곳 아는 데 있어요?
“그럼요, 많죠. 제가 아는 분이 하는 곳인데 거기에 가 보세요.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정민지 이사에게 가게 연락처를 받고 예약을 해두었다.
오늘 일정은 그렇게 바쁘지 않았기에 시간이 많이 있었다.
평소처럼 좀 바빴으면 시간이라도 빨리 흐르련만.
오늘따라 지독히도 가지 않는 시간도 꾸역꾸역 흘러 저녁 10시를 넘겼다.
강혁은 다시 심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채희 씨 지금 출발하려고 하는데 괜찮겠어요?”
-네, 괜찮아요.
“그럼, 일 끝내고 내려오세요. 밖에서 기다릴게요.”
-네.
밥 한 끼 먹는 것뿐인데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댄다.
KBC 방송국 정문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45분.
이 시간이면 직원들은 거의 퇴근할 시간이었지만, 방송국을 오가는 사람들은 꽤 있었다.
강혁은 차에서 심채희가 나오길 기다렸다.
11시가 거의 다 되어갈 무렵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어디에 있으나 그 미모는 단연 돋보인다.
과거보다 한층 더 예뻐진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강혁은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채희 씨, 정말 오랜만이에요.”
“네, 안녕하셨어요?”
“잘 지냈어요. 일단 차에 타세요.”
문을 열어 주자 심채희는 수줍음에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차에 올랐다.
그녀의 옆에 강혁도 나란히 앉았다.
레스토랑으로 이동하는 내내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둘 중 누구도 입을 떼지 않자, 눈치 빠른 경호원이 음악을 틀었다.
“대표님, 10분 후면 도착합니다.”
강혁은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고 했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망부석이 되어 버린 둘을 실은 차량은 압구정동의 한 레스토랑 앞에 멈췄다.
정민지 이사의 말대로 만족스러운 인테리어로 꾸며진 가게다.
예약한 자리로 가 앉았다.
“여긴 그날 추천 메뉴가 있어서 그걸로 주문했어요.”
“네, 전 괜찮아요. 아무거나 잘 먹거든요.”
“하하, 다행이네요. 근데 채희 씨 우리 이렇게 밖에서 식사하는 모습 사람들이 봐도 돼요?”
“저는 상관없어요. 강혁 씨가 걱정이에요.”
“내 걱정하는 거예요? 나도 괜찮은데요.”
주문했던 음식이 하나씩 놓이자 분위기가 조금은 풀어진다.
이탈리안 식 코스 요리다.
“어제 TV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채희 씨가 뉴스 앵커로 나와서 정말 깜짝 놀랐죠. 집은 옮겼어요?”
“아뇨··· 아직 거기에 살아요.”
머뭇거리는 심채희.
강혁은 순간 멈칫했다.
지금까지 거기서 산다고?
더 좋은 곳에서 충분히 살 수 있을 텐데.
“할머니는 어떠세요?”
“할머니는 아들 집으로 갔어요. 집도 주인이 바뀌었구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이사는 왜 안 갔어요?”
“······.”
또다시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이거 괜한 걸 물었나.
심채희는 지금의 이 자리가 꿈만 같았다.
그렇게 기다리고 고대했던 만남이다.
이 만남이 끝나면 언제 또 다시 이런 만남이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마음을 달리 먹었다.
이렇게 다시 헤어져서 그리워하기보단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그게 자신의 마음을 더 후련하게 할 것 같았다.
“강혁 씨가 언젠가 찾아올 것 같아서요.”
수프를 떠먹던 강혁은 자신도 모르게 숟가락을 멈췄다.
자기가 찾아갈 것 같아서라면······.
“미안해요. 연락했었어야 했는데.”
“지금도 충분히 만족해요. 전에 몇 번이나 연락하려고 했었어요.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강혁 씨가 절 실없는 여자로 볼까 봐요.”
“저는 여자라고는 만나 본 적이 없어서 솔직히 지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지금처럼 하시면 돼요. 보기 좋아요. 저도 남자는 만나 본 적이 없어요. 대학 때 미팅도 해 본 적 없어요.”
강혁은 빵에 잼을 발라 심채희에게 건넸다.
그녀는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었다.
“채희 씨, 배고플 텐데 우리 먹으면서 이야기해요. 나도 배가 많이 고프네요.”
강혁이 자신의 배를 쓰다듬자 심채희는 살포시 미소를 짓고는 수프를 먹는다.
분위기 때문이진 심채희의 모습이 너무 예쁘게 보였다.
“강혁 씨는 어디 살아요?”
“지금은 논현동에 살고 있고 내일 판교로 이사 갈 거예요. 거기에 집을 새로 지었거든요. 채희 씨도 이제 이사 가요. 거기 얼마나 불편한지 내가 잘 알아요.”
“이제 이사 가려고요.”
“그래요. 잘 생각했어요. 연락처 아니까 이제 자주 연락해도 될까요?”
“네······.”
둘 다 이성과의 만남이 없다 보니 서툴렀다.
누군가 이 모습을 봤다면 ‘놀고 있네’가 절로 나왔을 듯.
하지만 둘에겐 너무나 달콤한 시간이었다.
이 잠깐의 만남.
여태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이상한 느낌이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친 강혁은 그녀를 집에까지 데려다줬다.
그녀의 말대로 아직 그녀는 그 반지하 방에서 살고 있었다.
그 이유가 자신이 찾아올 것 같아서였다니.
자신을 기다렸다는 말에 더 심장이 뛰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더 마음이 기울여졌다.
그녀는 생각 외로 적극적이었다.
강혁은 그것이 싫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찾아와 주기를 바라며 그 반지하 방에서 몇 년을 살았다.
연락할 수도 있었을 텐데도 마냥 기다리기만 했다.
강혁은 집으로 가지 않고 김혁수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내일은 토요일이니 아직 잠들지 않고 있을 것이다.
“행님아, 이 시간에 웬일이고?”
“옥희 자니?”
“그 가시나가 지금 자겠나? 야! 김옥희, 퍼뜩 나와 봐라. 행님 왔다.”
방문이 열리면서 파자마 바람의 김옥희가 나온다.
“이 가시나가 그 옷이 뭐꼬”
“와 카는데. 가족 앞에서 뭐 어때서?”
“옥희야, 일단 여기 좀 앉아봐. 너 여자니까 잘 알 것 같아서 뭐 좀 물어보게.”
“오빠야, 여자 생겼제?”
윽! 이게 어떻게 알았지?
“헤헤, 얼굴 보니까 맞네. 낚시 한번 해 봤는데 딱 걸렸어. 누군데? 예쁘나?”
“아 됐고. 여자들 어떤 선물 좋아해?”
“몇 살인데?”
“24살이나 25살 정도.”
“가방 사 줘라.”
“가방?”
“그래. 여자들 명품 가방 하나 주면 바로 넘어간다.”
“그거 너 말하는 거 아이가?”
“내도 좋지. 명품 가방 준다는데 어느 여자가 싫다 카긋노?”
김옥희의 말은 영 믿음이 안 갔다.
“너 남자 만나 본 적 있어?”
“아직 없는데.”
“여태까지 남자친구도 하나 안 만들고 뭐 했어?”
“남자들이 접근을 안 한다. 내가 쫌 억세다고 소문이 났나 보드라.”
“근데 여기 집들이 많이 비었나 보던데?”
“말도 마라. 관리실 말로는 한 40%가 비었다 카드라. 여기 건물도 내놨다 카던데.”
“그래? 그럼. 너 내일 이 건물 사장한테 전화해서 계약하자고 해.”
“이거 살라꼬?”
“가격 많이 내려갔을 거 아냐. 애들도 많이 올라올 때 됐는데 미리 사 두면 좋지.”
“아라따. 내일 알아보께.”
* * *
토요일이기도 하고 오늘은 이사하는 날이라 판교로 바로 향했다.
아침부터 이삿짐센터에서 나온 사람들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으리으리한 집 모습에 이들도 많이 놀란 얼굴이다.
특히 두 방 가득한 골동품을 보고서는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김혁수와 김옥희도 아침부터 와 있었다.
“행님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전화해 봤다. 판다 카드라. 월요일로 약속 잡았는데 개얀겠나?”
“잘했어. 전에 너 그 오피스텔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내가 약속했던 거 기억하지?”
“뭐 말하는 기고?”
“옥희 대학 들어가면 오피스텔 네 앞으로 해 준다고 했었잖아.”
“아, 기억난다. 그럼 진짜로 해 줄 끼가?”
김혁수가 기억이 났는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럼. 당연하지. 월요일에 1707호 하고 1705호 네 앞으로 돌려놔.”
“와 두 개고?”
“나중에 옥희 꺼도 있어야지. 그리고 부산에서 올라오는 동생들한테도 나중에 하나씩 줘야지. 그냥은 안 되고 너처럼 몇 년 동안 착실하게 직장 다니는 애들한테만 줄 거야.”
동생들이니 마음이야 다 해 주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의지하게 될 수도 있다.
조금 냉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동생들을 위해서는 이편이 맞다.
동생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로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행님아, 고맙다.”
“고맙긴.”
“이 골동품은 모두 지하방에 넣으면 되나?”
“그래. 네가 확인 좀 잘 해라. 좀 있으면 점심때네. 옥희야, 중국집에서 뭐 좀 시켜 봐.”
“뭐 물낀데?”
“너 먹고 싶은 거 다 시켜도 되니까 많이 시켜. 짐 옮기는 아저씨들한테도 물어보고.”
골동품을 옮기는 데 시간이 가장 많이 들었다.
워낙 고가품들이다 보니 조심 또 조심해서 옮겼다.
대지가 3,500평에 건물이 250평이나 되다 보니 이삿짐 옮기는 사람들은 벌써 넋이 나가 있었다.
논현동 집도 상당히 크고 고급스럽지만, 여기와 비교하면 투룸 수준이다.
아마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의 컬리티를 보이는 집은 없을 것이다.
모든 짐이 옮겨지자 아주머니들이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집이 워낙 크다 보니 청소하는 아주머니도 다섯 명이나 됐다.
점심때가 됐을 때 셋은 정원 파라솔에 둘러앉았다.
“너 가시나 내가 삼선 볶음밥 시키라 캤나 안 캤나? 와 없노?”
“아 그냥 아무꺼나 무라. 깜빡했다. 저녁에 시켜 주께.”
“삼선 볶음밥 여기 정원에서 진짜 먹고 싶었는데.”
“오빠야, 봐라 바라 혁수오빠 또 삐지따.”
강혁은 둘의 엉뚱한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언제나 티격태격해도 둘도 없는 오누이 사이다.
“혁수야, 좀 있다가 아프리카에 같이 갈 거니까 비자 미리 만들어 둬.”
“아프리카엔 와?”
“기똥찰 만한 계획이 있으니까 나중에 보면 알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