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overpowered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8)
역대급 먼치킨 재벌-8화(8/342)
# 8
008화 $$$ 고시 정벌기 (1)
12월 중순 김판수의 집.
김판수와 강혁, 이기준, 전현택이 방에서 놀고 있을 때 김판수의 아버지가 들어왔다.
“판수야, 대학 들어가더니 친구가 점점 는다.”
“현택아, 우리 아버지.”
“안녕하세요. 전현택입니다.”
“너도 좀 특색 있는 얼굴이네.”
“끙.”
전현택의 벙한 얼굴에 세 친구는 킥킥거렸다.
김판수의 아버지가 문밖에 있는 종이 박스 세 개를 가리키며,
“저거 대법원 판례공보에서 최신 판례 다 뽑은 거니까 잘 봐 둬.”
“뭐가 이렇게 많아요?”
“죄짓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증거지.”
김판수는 뭔가 결심이라도 한 듯이 진지한 얼굴이다.
“저 이번에 고시 공부 열심히 할게요.”
“그래. 잘 생각했어. 경험이라 생각하고 그냥 한번 봐.”
“방학 동안 집에서 공부하려고요. 기초라도 다져야죠.”
“그래 마음 편하게 생각해. 나도 그랬어. 부담 갖지 말고 네 말처럼 기초 다진다 생각하고 해 봐. 아, 그리고 아버지가 주는 도움은 여기까지다. 알지?”
“네. 알겠어요.”
박스를 방 안으로 옮긴 김판수.
말과는 달리 죽을상을 지었다.
“아, 진짜 미치겠다. 이 청춘을 이런 종이 쪼가리에 바쳐야 한다니.”
“판수야. 방학 동안 집에서 공부할 거야?”
“집에 자료들이 다 있으니까 집이 더 편하긴 하지.”
“나도 같이해도 될까?”
강혁의 말에 김판수는 죽을상에서 갑자기 얼굴이 펴졌다.
“너 그 말 취소하기 없기다.”
“하하, 왜 그렇게 좋아해?”
“당연히 좋지. 온종일 집에서 혼자 공부한다고 생각해 봐. 철장 없는 감옥이 따로 없지.”
옆에 있던 이기준이 강혁을 보며 물었다.
“혁아. 너 방학 내내 판수랑 공부만 하려고?”
“가난한 대학생이 성공하려면 공부밖에 더 있냐. 열심히 해야지.”
“역시 대단해. 과 탑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말이야.”
전현택도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렸다.
“저기, 나도 같이해도 될까?”
“너도? 당연히 되지. 너도 무르기 없기다.”
김판수는 이제는 됐다는 듯 활짝 웃었다.
“나는 싫으니까 끌어들일 생각 마라.”
이기준은 같이하지 않을 모양이었다.
“이 자식은 가만 앉아 있지를 못해요. 있으면 민폐니까 우리끼리 하자.”
“난 방학 동안 따로 할 게 있어서. 고생들 해.”
그렇게 이기준을 제외한 세 명은, 방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김판수의 방에서 공부에 매진했다.
김판수는 사법고시 준비에, 강혁과 전현택은 학과 공부에.
전현택은 중소기업 자동차 부품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오남매 중 넷째였다.
경제적으로 부족함은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게 사업을 일궈 왔는지 봐 왔기에 언제나 열심히 했다.
지금도 강혁의 옆에 딱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강혁이 하는 것은 다 따라했다.
강혁을 닮기라도 하려는 듯이.
공부 시작 2일째.
김판수의 방을 둘러본 강혁은 전에 헌책방에서 본 책들이 여기에도 모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보지 못했던 책들도 있었다.
그래서 김판수와 전현택이 잠든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어 나갔다.
김판수의 방엔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법과 관련된 많은 책이 있었다.
특히 판례 자료들이 엄청났다.
1차 시험 중 민법과 형법은 판례에 대한 비중이 높은 과목이라, 최신 판례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 공부를 미처 하지 못했던 강혁은 이 기회를 잡아 모든 자료를 읽어 나갔다.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쭉쭉 빨아들였다.
공부 시작 5일째.
모든 자료와 책들을 다 보고 나니, 언제부턴가 1차 시험에 출제될 만한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학으로 치자면 교집합이랄까.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들이 스스로 편집되고 정리되었다.
전에 증권사에서 경험한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래서 그 부분들을 따로 정리해 나갔다.
잘사는 집안이라 컴퓨터와 프린터가 있어 새벽에 부지런히 정리했다.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시끄러울 만도 한데 둘은 잘도 잤다.
공부 시작 10일째.
책 보는 것보다 자판 두드리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거기다 둘이 자는 시간을 이용하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A4용지 77장.
확 추리지는 않고 좀 범위를 넓히다 보니 77장이나 되었다.
이 자료는 사법고시 1차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엄청난 보물이라 할 수 있었다.
“이제 이걸 어떻게 전해 주지.”
잠든 김판수의 얼굴을 보며 생각에 잠기던 강혁은.
“그래. 그러면 되겠네.”
종이 뭉치를 조용히 가방에 집어넣었다.
다음날.
강혁은 우체국에서 김판수의 집 주소지로 우편물을 보냈다.
그가 만든 사법고시 1차 시험 자료였다.
자신이 만들었다고 말한다는 자체가 웃기기에 이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 이후엔 김판수의 능력에 맡길 뿐이다.
이 자료가 꼭 합격을 보장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1차 시험엔 틀림없이 큰 도움이 될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나중엔 어떻게 밝혀지게 될 수도 있겠지만.
끝까지 모르쇠로 나갈 것이고 또 그때 일은 그때 해결하면 되었다.
며칠 후.
강혁과 전현택이 공부를 하고 있는데, 김판수가 누런색 서류봉투를 들고 들어왔다.
“보낸 주소가 서초동이네? 삼촌이 보냈나?”
봉투를 뜯어 본 김판수는 살짝 놀란 얼굴이다.
“엉? 사법고시 예상 문제집?”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강혁은 모르는 척했다.
“검사 삼촌이 너 힘내라고 보냈나 보네.”
“그런가 봐. 그래도 삼촌이라고 챙기네.”
“현역에 계시니까 필이 있을 거 아냐. 이것부터 먼저 봐봐.”
“뭐 그렇긴 하겠지. 고맙다고 전화라도 드려야 되나.”
“너한테 전화도 안 하고 우편물로 보낸 거 보니까 밝히고 싶지 않나 본데?”
“그런가?”
김판수는 생각 외로 단순한 건지, 아니면 나중에 연락하려고 한 건지, 일단 그날부터 그 자료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자료를 공부하며 자신도 뭔가가 느껴지는 것이 있는지 생각 외로 열심히 했다.
셋이 공부를 시작한 지도 꽤 흘러 95년 1월이 지났다.
사법고시가 어디 한두 달 공부한다고 합격하는 시험이냐 만은, 김판수는 포부도 당당하게 1차 시험 접수를 했다.
법학 과목 이수점수를 충족한 김판수는 1차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강혁도 영어를 선택해 이미 응시 자격시험을 봐 자격을 얻은 상태였고, 김판수 모르게 1차 시험 접수도 마쳤다.
학교는 이미 개강을 했지만, 김판수는 고시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3월 7일.
강혁은 시험 고사장인 중앙대로 향했다.
고사장으로 향하는 사람 중에 웃고 있는 사람은 강혁이 유일했다.
그 청계천 헌책방 아저씨가 여기에 있었다면 또다시 혀를 찼을 듯.
김판수와 고사장이 겹쳐질까 봐 조금 걱정하긴 했지만, 다행히 김판수는 한양대였다.
3교시 시험을 모두 마친 강혁은 중앙대 교문을 나섰다.
“무슨 사법고시가 이래?”
* * *
교내 식당에 모인 4인방.
“판수야 시험은 잘 봤어?”
강혁의 물음에 김판수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뭐랄까······.”
“왜? 망쳤어?”
몇 달 공부해서는 턱도 없다는 것을 전현택도 알지만, 결과가 궁금하긴 한 모양이었다.
“그게 쉬운 시험이 아니잖아. 다 잊어버려. 내년에도 있잖아.”
이기준도 평소의 까불던 모습이 아닌 진지한 얼굴이다.
“이번에 좀 쉽게 나온 것 같던데.”
“응? 쉽게 나왔다고?”
이기준이 의자를 바짝 당겨 앉으며 물었다.
“응. 공부한 데서 많이 나왔더라고. 나도 시험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많이 놀랐어.”
“그러면 좋은 거잖아. 그런데 너 표정이 왜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틀린 곳이 많이 없는 것 같아서.”
“무슨 뜻이야? 합격이라도 할 것 같다는 말이야?”
이기준이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기준아. 목소리 좀 낮춰.”
“어, 너 진지한 표정 보니까 나도 좀 이상해진다. 마치 네가 1차 시험 합격할 것만 같단 말이지.”
“암튼. 좀 묘해.”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강혁은 씨익 웃었다.
마치 뭔가를 안다는 듯이.
4월 중순.
드디어 사법고시 합격자 발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김판수의 집은 난리가 났다.
김판수가 사법고시 1차 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부장검사인 김판수의 아버지는 소식통을 통해 합격 소식을 미리 접하고는 집으로 내달렸다.
김판수의 방.
멍한 표정의 김판수는 자신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내가 합격했다는데?”
“뭐? 합격했다고?”
이기준이 왕방울만 한 눈을 하고서는 물었다.
“응. 아버지가 미리 확인해 봤대. 나도 느낌이 있긴 했지만, 막상 들으니까 진짜 기분 묘하다.”
“이게 뭐야? 사법고시가 이래도 되는 거야?”
“흰머리독수리 그건 또 무슨 뜻이야?”
김판수가 쏘아보자 이기준은 너무하다는 듯이.
“야! 몇 달 공부하고 붙었다니 이게 말이 돼?”
“말이 안 된다니. 너 말이 좀 그렇다? 선배 중에 몇 달 만에 합격한 사람 있어.”
“엉? 그래?”
김판수의 말처럼 드문 경우지만 몇 달 만에 1차 합격을 한 경우가 있기는 했다.
“그렇다곤 해도 나한텐 정말 기적 같은 일이야.”
아직도 얼떨떨한 얼굴이다.
“열심히 했잖아.”
강혁은 시침 뚝 작전으로 나갔다.
“학과 공부를 하긴 했지만 고시 공부 시작한 지는 몇 달밖에 안 됐잖아.”
“기간이 중요하냐. 집중도가 중요하지. 내가 봐도 너 정말 열심히 하더라.”
“그래. 너 열심히 한 거 나도 쭉 봤잖아. 정말 축하한다.”
강혁이 나서니 전현택도 거들고 나섰다.
둘이서 띄워 주자 김판수는.
합격했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김판수가 1차 시험 합격을 한 그날부터 올라오는 반찬 가짓수와 음식의 질이 달라졌다.
밥은 여러 잡곡이 잘 섞인 것으로 바뀌었고.
국은 필수에 채소와 생선, 고기가 잘 어우러진 진수성찬이었다.
하루 두 번씩 생과일주스도 방으로 들어왔다.
그 덕에 함께 있던 셋도 덩달아 호강을 했다.
만일 2차 시험까지 합격하면 어떤 대접을 받을지 심히 궁금해지는 상황이었다.
한편 김판수가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때 강혁은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험에 장난질을 좀 했는데 모르겠지?’
며칠 후 서울대학교.
교내로 국내를 대표하는 KBC와 MBS 방송국 차량이 들어섰다.
교정을 오가는 학생들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방송국 차량에 몰려들었다.
그중엔 전에 김판수에게 욕설을 퍼부었던 박도식도 있었다.
학교 관계자로 보이는 남성이 급하게 뛰어와서는 물었다.
“경비실에서 연락받았는데 누굴 찾아왔다고요?”
여기자가 그 남성을 보고는 잘 됐다는 얼굴로,
“네. 이번에 사법고시를 본 학생을 찾고 있어요. 저희도 이 학교 학생이라는 것만 알거든요.”
“사법고시를 봤다면 법학과 학생이겠죠.”
“아무래도 그렇겠네요.”
구경하고 있던 박도식은 뭔가 떠오른 생각이 있는지.
“제가 법학과 학생인데요. 누구 찾아요?”
얼굴 가득히 웃음을 띤 채 기자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