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108
107화.
새벽배송 (2)
성현우는 시간을 확인했다.
한국 시간은 아침 10시일 거다.
반면 독일은 지금 새벽 3시다.
자신이 유럽 출장 중이라는 것을 정용준이 모를 리도 없다.
그럼 이건 정용준이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성현우는 점잖게 입을 열었다.
“정 부사장님께서 제게 직접 전화하실 줄은 몰랐네요. 급한 용건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지금 독일에 계신 건가요? 제가 실례했군요.]정용준은 미안함이 단 1도 묻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성현우는 그것을 교묘히 받아쳤다.
“그만큼 중요한 말씀이시거나 제 출장이 부사장님께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요.”
[이거 미안합니다. 그래도 전화 드린 김에 할 말을 하는 게 좋겠지요? 성 대표, 우리도 호텔을 운영합니다.]“알고 있습니다.”
[성 대표가 아직 어리고 사업을 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드리는 말인데요.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기업을 늘리는 게 통하는 세상은 지났어요.]“부사장님은 제가 하는 일을 문어발식 확장으로 보시는 거군요.”
[HY는 호텔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곳이에요. 그런 곳에서 굳이 복잡하고 어려운 유통까지 뛰어들 이유가 있을까요?]“부사장님이 계시는 그곳도 호텔 외에 식음과 외식 사업까지 하는 계시는 것으로 압니다만. 부사장님 논리로 하면 먼저 시작하는 건 되고 나중에 시작하는 건 안 된다는 건가요?”
[성 대표가 내 말을 오해한 것 같은데요. 지금은 여러 법률상 독과점이나 문어발식 확장이 통하지 않아요. 성 대표는 아직 느끼지 못했겠지만 국민들도 비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비전문가 집단이라, 혹시 저희를 두고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우리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사업을 총괄합니다. 성 대표가 젊은 혈기로 많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 같은데 책상 위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아이디어로 끝날 때가 많아요.]“…….”
[특히 유통 쪽은 누가 먼저 시작하면 다른 기업도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업계 선두에 있는 기업은 다른 기업에 미칠 영향과 사회적 파장까지 고려해야 해요. 대기업은 시행착오를 겪어도 일어설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기업이 무너질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선구자 격인 기업도 영향을 받게 되죠. 성 대표 쪽은 성은영 사장 외에는 유통계를 아시는 분이 없을 것 같아서 드리는 말입니다.]정용준의 말투는 아주 정중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상대가 젊고 업계를 잘 모른다는 것을 은근히 내포하고 있었다.
성현우는 더 정중하게 응대했다.
“정 부사장님, 오늘 전화를 시행착오를 겪지 말고 안전한 길을 가라는 조언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그렇게 받아들여 주시면 고맙겠네요.]“그럼 그렇게 하죠. 단, 이런 조언을 더 하실 생각이시라면 접으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제 사업은 제 방식대로 합니다. 실패해도 제가 실패하는 것이니 더 이상 관여하지 마시지요.”
[성 대표!]“저도 조언을 하나 드리자면 국민들이 D마트를 왜 좋아하는지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저는 정 부사장님께서 기획하신 일렉트릭 코너를 기대하고 있거든요.”
성현우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D마트의 일렉트릭 코너는 전자제품을 파는 곳이다.
언론에 따르면 정용준의 직접 기획한 곳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픈하기 전부터 전자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그에 대해 정용준은 마트에서 못 팔 것은 없다는 식으로 대처했다.
업계 소문에 따르면 전자제품 양판점 인수도 고려한다고 했다.
“그걸 기획한 사람이 누구한테 훈계인지.”
성현우는 그 말을 하며 정용준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D마트를 이끄는 최고수장이고 신세상그룹 후계자이다.
또한 이건호 회장의 조카이기도 하다.
만약 새벽배송을 이건호 회장의 지지를 받지 않는 다른 기업에서 기획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버렸을 것이다.
성현우는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나마 나라서 이 정도로 끝내는 건가?”
* * *
성현우는 바로 휴대폰을 들었다.
상대는 M본부 김태형 PD였다.
그는 회의 중인지 바로 전화하겠다는 말을 한 후 전화를 끊었다.
1분 후, 그가 전화를 해왔다.
조금 전과 다르게 주위가 조용했다.
성현우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 이상을 말했다.
“김 PD께서 주신 기획안을 아주 잘 봤습니다. 제 생각에는 촬영 기간을 늘려서라도 김 PD가 의도한 것을 제대로 담아냈으면 하는데요.”
[정말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김태형은 촬영 요청을 여러 번 해왔다.
처음 ‘무모한 도전’을 기획할 때부터 월드컵 이후와 프리미엄 리조트 오픈 행사 때까지 하면 10번도 넘게 HY인터내셔널 호텔 문을 두드렸었다.
그런데 성현우는 촬영을 허락하지 않았다.
일단 방송을 통해 홍보해야 하는 단계가 지난 데다 회원들과 고객들에게 예능 촬영은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2관 리모델링 중 진행한 것이고 드라마 특성상 크게 소란스럽지 않다.
반면 예능은 다르다.
특히 무모한 도전 멤버들은 호텔 여러 곳을 뛰어다니며 여기저기 휘저을 게 뻔했다.
만약 그때 사고라도 일어나면 회원대표부터 들고 일어설 것이다.
그런데 이번 기획안은 예전 것과 달랐다.
무모한 도전 멤버들이 호텔 내 가장 힘든 부서를 체험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성현우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멤버들의 고생을 통해서 시청자들이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멤버들이 새벽배송을 경험해보면 어떨까요?”
[새벽배송이요? 잠깐만……. 잠시 후에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약 20분 후, 김태형의 번호가 떴다.
성현우가 받자마자 김태형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GM, 그렇게 하죠. 새벽배송 아주 좋아요.]그때 다른 목소리도 들렸다.
[김 PD, 새벽배송을 지금 하는 거냐고 물어봐야지?]아마 CP 목소리인 것 같았다.
성현우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조만간 강남에서 시범 운영할 겁니다.”
[그럼 우리 멤버들이 1호 배송을 할 수도 있겠네요.]“그게 재미를 더 할 수도 있겠네요. 아마 고객들도 행복할 겁니다.”
성현우의 반응에 김태형 PD는 날아갈 것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늘 내로 기획안을 다시 보내겠습니다. 성 GM, 감사합니다.]그의 말이 끝나자 옆에서 더 큰 목소리가 들렸다.
예능을 총괄하는 CP답지 않게 잔뜩 들뜬 목소리였다.
[성 GM, 큰 결정 해주셔서 고마워요! 나중에 소주 한잔합시다!]다음날 비서가 김태형 PD가 보낸 기획안을 가져왔다.
아주 정성스러운 것이었는데 이미 CP에 이어 사장 결재까지 난 것이었다.
성현우는 그의 다급함에 미소를 지으며 기획안을 보았다.
기획안은 기획 의도와 출연자, 연출 방향, 장소, 스폰 기업 등이 다 나와 있었고 각 인물별 캐릭터와 비중, 방송 후 시청자 예상 반응까지 나와 있었다.
그중 내용만 놓고 보자면 크게 둘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무모한 도전 멤버들이 호텔 조리실에서 막내 경험을 통해 새벽배송 준비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자기들이 준비한 것을 박스에 포장 후, 배송까지 완료하는 것이었다.
그다음은 호텔 연회 때 연회 서비스 도중 새벽배송 고객을 만난다는 내용이었다.
내용은 간단했지만 호텔리어와 배송직원들의 애환과 고생을 담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호텔은 1년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업장에 따라서 2교대 또는 3교대로 근무하는데 특히 프런트 근무자 중 밤 근무자는 밤샘 근무 후 아침에 퇴근한다.
말이 교대근무이지 밤 근무는 그야말로 몸을 혹사시키는 일이다.
식음팀과 연회팀은 트레이와 원형 테이블 때문에 팔이 퉁퉁 붓는 일이 허다하다.
객실정비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고객들의 극단적인 모습까지 봐서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도 있다.
배송직원들도 물건 상하차와 배송 때문에 밤샘근무를 밥 먹듯이 한다.
“사람들은 그들의 노력 때문에 좋은 서비스를 누리고 편히 쇼핑하는 거지. 이번 기회에 고생하는 사람들한테 갑질하는 게 없어졌으면 좋겠군.”
성현우는 그렇게 작은 소망을 담은 채 다시 잠을 청했다.
새벽 4시다.
1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 * *
약 한 달 후, 성현우가 인천공항에 내렸다.
이번에는 3관 부총지배인인 차성수가 마중 나와 있었다.
차성수는 한동안 자신과 눈도 못 마주쳤었다.
그런데 유럽 출장 중 가장 많이 전화한 사람이 바로 차성수였다.
그가 신도시에 들어설 시티 호텔 기획 총괄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차성수는 아주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GM, 피곤하지는 않으십니까? 1관부터 3관은 3시간 전 보내드린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얼마 전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새벽배송도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방송은 어땠나요?”
성현우는 별 뜻 없이 물었다.
이미 김태형 PD와 촬영이 진행되었던 2관 부총지배인인 최현석의 보고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차성수는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GM이 직접 보셨어야 했어요. 정말 판타스틱 했습니다!”
“……!”
“무모한 도전 멤버들이 할 첫 번째 배송지가 호텔 회원들과 VIP 고객 위주였거든요. GM도 들으셨을 텐데요. 이미 촬영한다는 공지가 그들에게 갔었어요. 그럼 안 들은 척해야 하는데 회원들이 새벽에 잠도 안 자고 집 앞에 나와 있었지 뭡니까?”
“그래서요?”
“멤버들이 제발 다시 들어가시라고, 사람들이 자고 있을 때 배송해야 한다고 그렇게 했는데도 회원들이 멤버들과 사진 찍고 직접 배송해줘서 고맙다고 오버를 하셔서 시간이 엄청 길어졌다니까요.”
“집에 들어오라는 회원은 없었나요?”
성현우의 말에 차성수가 한참 웃은 후 겨우 입을 열었다.
그는 웃음을 참기 위해 중간중간에 헛기침까지 했다.
“GM, 우리 회원대표가 그렇게 위트가 넘친 분이셨나요? 회원대표 집을 간 사람이 유재식이었는데 아니 그 새벽에 임금님 수라상을 차려놓고 먹고 가라고……. 큭큭큭!”
차성수는 웃음을 참지 못했고 그 상황을 떠올린 성현우도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GM, 그게 다가 아니에요. 정형도의 전 직장이 S전자였지 않습니까?”
“그래요?”
“그쪽도 주문자가 나와 있었는데 세상에 S전자 사장이었답니다.”
“정말입니까?”
“네에! 더 가관은 정준후가 배송한 곳이었는데요. 그중에 저한테 갑질했던 국회의원 집이 있었답니다.”
“그 국회의원도 직접 나와 있었답니까?”
“그랬나 봅니다. 그런데 정준후가 우리 호텔에서 갑질한 그 사람 같다면서 배송 상자를 그대로 가지고 나왔지 뭡니까!”
“그래서 컴플레인은 안 했답니까?”
“했죠! 그런데 그 전화도 정준후가 받았는데 고객을 차별해서는 안 되는데 그런 행동을 해서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차별받는 기분이 어땠냐고…….”
“큭!”
“그런데 GM, 그 의원이 저희에게 불이익을 준다거나 그렇지는 않겠죠?”
“국회에서도 왕따라고 하니까 그럴 정신은 없을 겁니다.”
순간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던 차성수가 잠깐 침묵했다.
그 의원의 갑질 사건 며칠 후, 의원실에서 차성수에게 직접 전화를 했었다.
의원이 사과의 뜻을 전한다는 것이었는데 그때 차성수는 사무적으로 전화를 받았었다.
이후 그럴 인간이 아닌데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성현우의 말대로 하면 그 의원의 국회 내 왕따가 성현우의 작품인 것 같았다.
차성수가 깊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GM, 감사합니다.”
그 말에 성현우는 그저 웃어버렸다.
이후 차성수는 무모한 도전 멤버들이 값진 경험을 했다며 호텔리어 체험을 더 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와 새벽배송 주문이 갈수록 늘어간다는 것, 쇼핑몰 지하 공간으로 부족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 * *
성현우는 호텔에 도착한 후 바로 쇼핑몰로 향했다.
쇼핑몰 PB 브랜드관도 새벽배송과 같은 날짜에 오픈했다.
성은영은 고객들이 몰릴 것을 대비해 예약제로 운영한다고 했다.
성현우가 도착하자 성은영이 따라붙었다.
성은영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GM, 저는 프랑스에서 물 건너온 화장품 덕을 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
“조만식 실장을 언제 그렇게 구워삶은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인가요?”
그 말에 성은영은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쇼핑몰 출입이 예약제로 진행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성현우가 그곳으로 향했다.
고객들이 성현우를 알아보며 탄성을 질렀다.
“어머! 성현우야!”
“반가워요!”
시간 때문인지 식음료 코너 특성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여성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성현우는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앞쪽으로 갔다.
그러자 조만식이 보였다.
그는 각종 소스를 이용한 요리법을 강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조리실장 복장 때문인지 조명 때문인지 모르지만 사근사근한 말투로 강의하는 그가 제법 멋져 보였다.
성현우는 그런 그를 한참 동안 기다렸다.
이후 조만식이 다가왔다.
그의 어깨는 하늘로 솟을 듯이 올라가 있었다.
PB 브랜드관 성공이 마지 자신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
성현우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소스가 전부 다른 쉐프들 것 같던데 조 실장님 소스는 없습니까?”
이미 소스 개발자에게 일정 비율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상태이다.
그때 조만식도 자기 소스를 내놓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조만식은 시치미를 뚝 떼며 말했다.
“제 직원들이 돈 좀 벌겠다는데 저까지 숟가락을 얹으면 안 되죠.”
“혹시 소스가 아까운 건 아니고요?”
성현우의 팩폭 같은 말에 조만식은 정색하며 말했다.
“제 소스가 나오면 우리 쉐프들 소스는 아예 팔리지도 않을 텐데요. GM,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날 저녁, 조만식은 자기 소스를 넣은 불고기와 다른 쉐프의 소스를 넣은 불고기를 내놓았다.
성현우는 조만식표 불고기를 바로 알아냈다.
그리고 조만식을 향해 엄지를 들어 보였다.
“역시 조실장님입니다.”
그 말에 조만식이 대답했다.
“자기 직원에게 갑질하는 상사를 상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후 그는 쑥스러운 듯 자리를 피해버렸다.
성현우는 그런 그를 다시 불러서 함께 식사했다.
“조 실장님이 아니면 우리 호텔이 돌아가겠어요? 많이 드세요. 그래야 더 좋은 소스를 개발하죠.”
그의 기를 잔뜩 세워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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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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