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175
174화.
새로운 세상.
잠시 후, 성현우와 힐러리는 모히또를 가운데 놓고 앉았다.
성현우는 신혼여행지를 몰디브로 선택할 걸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며 싱긋 미소를 머금었다.
그 모습을 본 힐러리가 입을 열었다.
“성 GM의 얼굴이 좋아 보이네요. 결혼이 좋은 건가요? 아니면 오랜만의 휴식이 좋은 건가요?”
“둘 다입니다. 이렇게 쉬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거든요. 윤희와 함께 있는 건 더 좋고요.”
“한참 달콤해야 할 신혼여행에 내가 방해꾼이 되어버렸네요. 그래도 성 GM 결혼선물은 신경 좀 썼답니다.”
“장관님 선물을 거실 가장 좋은 곳에 두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만, 빨리 용건을 말씀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네요. 신부를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거든요.”
성현우의 말에 힐러리는 잠깐 그대로 있었다.
힐러리는 미국 국무장관이다.
미국의 다음 대통령 0순위이고 얼마 전까지는 퍼스트레이디였던 사람이다.
그의 국무장관 위치는 이전 국무장관들과 비교도 안 될 정도였다.
그런 사람이 신혼여행지로 직접 찾아왔다.
다른 사람에게는 가문의 영광이 될 상황에 성현우는 귀찮은 티를 냈다.
힐러리는 미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여기에 온 건 미국 정부를 대표해서 온 거예요.”
“…….”
“성 GM도 내 성격을 알겠지만 나는 말을 돌려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저도 확실하게 말씀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역시 성 GM과는 스타일이 맞아요. 그럼 바로 말하죠. 성 GM이 선보인 신기술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어요. 덕분에 한국 기업은 세계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죠. 나는 기업들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데 성 GM이 끌고 가는 상황에 정치적인 것들이 엮이네요.”
“제가 전 세계 기업을 대표하는 사람처럼 느껴지는군요. 그런데 장관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기업의 문제를 정치권이 간섭하는 것처럼 후진적인 건 없습니다.”
“정치적인 것에 선진적인 것만 고려할 수는 없으니까요. 성 GM, 미국 기업은 다른 나라 기업과 다른 역할을 갖고 있어요. 세계 기술과 트렌드를 이끌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죠.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 기업의 역할이 줄어들 수는 있어요. 하지만 역할이 제로인 것과 90%인 것은 상황 자체가 달라요.”
“장관님은 미국 기업 역할이 줄어들면 세계 경제가 흔들릴 것으로 생각하시는군요.”
“세계 경제는 미국이 이끌고 있고 그 기반에는 미국 기업이 있고요. 성 GM이 미국 기업을 배제한다면 세계 경제가 흔들릴 거예요. 그렇게 되면 미국만 타격을 입는 건 아니에요. 미국과의 무역에서 압도적인 흑자를 보고 있는 한국은 더한 고통을 느낄 거예요.”
“더한 고통을 느낄지 세계 정상으로 올라설지는 아무도 모르죠.”
“성 GM의 성격이 생각보다 도전적이군요.”
그 말을 하는 힐러리의 눈빛에는 견제가 가득했다.
성현우는 상대의 생각을 읽으며 말을 이었다.
“장관님, 신기술을 내놓은 기업이 미국 기업이면 어떻게 했을까요?”
“미국 기업은 최정상 자리에서 당당히 앞서나갈 거예요. 만약 기술을 따라 하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시간을 두고 따라오게 하겠죠.”
“미국 기업은 그게 되고 다른 나라 기업은 안 된다는 말씀이신데 모순이라는 생각은 안 하십니까?”
“성 GM, 지금까지 세계 질서는 미국이 이끌어왔어요. 그 기반에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미국 기업들이 있었죠. 그 정도 특혜는 당연해요.”
그 말을 하는 힐러리의 표정에는 당당함이 묻어있었다.
성현우는 싱긋 미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신기술을 가진 쪽이 끝까지 보수적으로 나가면 미국은 어떤 방법을 취할까요?”
“미국이 아니라 우방국이 먼저 나설 거예요. 그들은 신기술을 풀지 않는 나라와의 무역을 보수적으로 접근할 테니까요. 이미 생산에 들어간 기업들은 막대한 손해를 볼 거고 그 나라의 경제까지 휘청일 거예요. 결국 소비자들은 이미 맛본 신기술을 잊어버리겠죠.”
힐러리는 앞으로 HY가 그런 상황이 될 거라는 것처럼 말했다.
성현우는 그런 상대를 향해 단호하게 대답했다.
“제 생각에는 신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기술을 따라 하도록 둘 것 같은데요.”
“……!”
“신기술은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어떻게 이용하느냐도 중요하죠.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계속 머문다면 또 다른 신기술을 개발하지 못할 겁니다. 원 기술을 보유한 기업 오너가 한 치 앞만 보는 바보거나 돈만 아는 졸부가 아니라면 더 나은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오도록 둘 것 같아요.”
“누가 견제하더라도 압도적인 1위가 될 거라는 자신이 있나 보군요.”
“저는 건강한 경쟁이 건강한 기업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 전에 카피도 적당히 해야 하겠죠. 스마트폰 버튼 디자인까지 완벽히 카피하는 건 자존심의 문제일 테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핵심 기술을 따라 하지는 못하겠지만.”
“…….”
“미국 기업의 우려를 전달하고자 하는 장관님의 입장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미국과 미국 기업이 세계 정상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내려놓으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HY가 아무리 노력해도 미국 기업과 손잡지 않으면 한계에 부딪힐 거예요.”
그 말을 하는 힐러리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들어있었다.
반면 성현우의 목소리는 더 차분해졌다.
“미국이 최정상 국가이긴 하지만 미국에 있는 모든 기업이 최정상 기업은 아닙니다.”
“흠!”
“장관님, 기업가가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게 뭔지 아십니까? 자기 기업과 경쟁기업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겁니다. 일반 전화기도 못 만드는 기업이 스마트폰 연구에 뛰어드는 것처럼 어리석은 건 없을 테니까요. 그럴 때는 이미 나온 기술을 열심히 따라 하는 게 가장 좋은 투자입니다.”
“HY가 뒤따르는 기업이 될 수도 있어요.”
“물론 그럴 수 있죠. 단, 저희가 아닌 다른 기업이 신기술을 내놓으면 저희는 축하 인사부터 건넬 겁니다. 그리고 신기술을 카피하든, 업그레이드 버전을 연구하든, 수수료를 내서 똑같은 기술을 사용하든, 세 가지 중 하나를 결정할 거예요. 그리고 모기업에 우리의 결정 사항을 당당히 통보할 겁니다.”
“통보?”
“모기업은 통보해준 기업을 경쟁자가 아니라 동반자로 생각할 테니까요. 단, 무분별한 카피는 제외하겠죠.”
“하!”
“장관님은 미국 기업을 보호할 의무 때문에 여기까지 오셨습니다. 하지만 장관님의 잘못된 결정이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어요.”
“…….”
“당장은 그들이 투정 부리고 징징댈 겁니다. 장관님을 협박할 수도 있고 정부 정책에 불협화음을 내겠죠. 그러나 미국 기업을 위해 뭐가 최선인지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모든 것을 받아주는 것만큼 잘못된 교육은 없으니까요.”
“마치 아이를 키워본 것처럼 말하네요.”
“저도 곧 아이 아빠가 될 테니까요.”
성현우는 그 말을 한 후 모히또를 권했다.
힐러리는 입술만 적신 채 생각에 빠졌다.
지금 힐러리는 HY의 신기술이 중국에 넘어갈 것을 염려하고 있다.
성현우의 상대의 소리 없는 질문에 대답부터 내놓았다.
“장관님, HY와 중국이 손잡을 것을 염려하시기 전에 미국 기업에게 페어플레이부터 강조해주셨으면 합니다.”
“……!”
“이렇게 장관님을 앞에 세우는 것도, HY와 중국을 이간질하려는 것도 글로벌 기업답지 않아요. HY와 중국은 수수료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않았으니까요.”
“미국 기업들이 결정만 하면 최우선 순위가 된다는 건가요?”
“장관님께서 미국 기업을 어떻게 설득하고 지도하느냐에 따라 중국 기업과 미국 기업의 위치가 바뀔 겁니다. HY를 절대적인 미국 편으로 만들고 싶으시면 정정당당히 도움을 요청하라고 하세요.”
그 말을 들은 힐러리의 표정에는 부끄러움이 스쳤다.
HY가 신기술을 내놓을 때마다 미국 주가가 요동쳤다.
기업들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졌고 미국인들조차 미국 기업을 신뢰하지 않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이 저런 기술을 내놓을 때 미국 기업은 뭘 했느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국 기업들은 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HY의 신기술이 상용화되기 전에 아예 사장시키라는 것이었다.
그와 함께 HY로 이직한 연구원들에 대한 고소와 HY에 원기술을 도용한 혐의를 묻는 소송까지 걸었다.
이어서 HY에 호의적인 프랑스와 독일 정부까지 압박하라고 했다.
그들이 그렇게 나오는 건 막대한 정치후원금과 사회적 영향력 때문이고 정부도 그들을 가볍게 볼 수 없었다.
또 HY의 성장은 미국 정부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성현우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무겁게 말을 이었다.
“제가 한 제안을 가볍게 여기신다면 미국 기업은 가장 높은 수수료를 제의하고도 아류 기술을 써야 할 겁니다. 이미 기술을 제공받은 중국이 겉은 그럴싸한 아류 기술을 개발해낼 테니까요.”
* * *
보름 후, 성현우와 이윤희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덕분에 두 사람은 뉴욕과 서울로 떨어진 채 월말부부 신세를 이어가야 했는데 HY와 협상에 나서고자 한 미국 기업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그들은 성현우 연구소에 연구원을 보내는 것과 S전자나 L전자에 임원을 파견하는 것, 업그레이드 버전을 자사와 제휴하는 것 등을 의논해왔다.
미국 기업 중에서는 구글과 애플이 적극적이었는데 구글은 음성인식과 서비스 로봇을 자율주행으로 발전시키길 원했고 애플은 짐 켈러와 공동연구를 통해 자체 AP 생산에 속도를 내고자 했다.
하지만 아직은 말뿐인 제안들이었다.
성현우가 사무실에 도착하자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그는 서류가 정리되지 않았는지 구두보고부터 시작했다.
“GM, HY로 기술제휴를 요청한 곳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중국을 비롯해 유럽과 호주, 캐나다, 러시아 등인데요. 미국과 일본 외에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공식 요청이 들어온 셈입니다. 기술 사용 수수료도 우리가 제시한 것에 동의한 상태입니다.”
“미국 기업들은 아직도 계산기만 두드리나요?”
“자기들끼리의 눈치싸움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경쟁 사회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닌가 보네요. 프랑스와 독일 쪽 연구원들은 들어왔나요?”
“연구원들 외에 기업 관계자들도 들어온 상태입니다. S전자 다음 스마트폰 생산 때 독일과 프랑스 버전이 추가될 것 같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어떤 상황인가요?”
“핵심 기술로의 접근은 수석연구원들의 책임하에 있어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프랑스와 독일 연구원들도 저희의 지시에 잘 따라주는 것 같고요. 그런데 GM, 우리 연구소 연구원들이 국적 변경을 신청할 것 같습니다.”
“……!”
“수석 연구원들이 가장 적극적인데요. 조만간 국적 변경이 완료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국적으로 변경한다는 거죠?”
“네. 미국 기업의 소송제기가 시발점이 된 것 같은데요. 중국의 노골적인 구애도 귀찮은 모양입니다. 연구원들 대부분은 올해 안으로 가족까지 이주시킬 것 같습니다.”
“중국 쪽 구애가 문제라면 미국 국적이 더 안전하지 않나요?”
“우리나라 법령이 바뀌면서 연구원들과 연구성과에 대한 법적인 보호가 더 강화되었습니다. 이제는 기업연구소 연구원들에게도 공적인 보호 시스템이 적용됩니다.”
“공적인 보호 시스템이면 신변 보호를 정부에서 해준다는 건가요?”
“네. 정기적으로 제공되는 연구비 외에 연구소 내 장비와 보안 시스템도 정부에서 제공합니다. 연구원들이 학회 발표 같은 것으로 이동할 때는 항공권과 호텔 숙박권도 제공하는데요. 얼마 전부터는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한 연구원에게 거액의 연구비를 추가로 지급한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성현우는 그 말에 피식 웃어버렸다.
짐 켈러를 비롯해 성현우 연구소 연구원들은 업계 최고 대우를 받고 있다.
최고급 아파트와 자동차는 물론이고 신기술이 상용화됨과 동시에 인센티브도 정확하게 계산된다.
덕분에 연구원들 한 해 수익은 적게는 수억 원에서 수백억까지 책정된다.
그런 상황에서 돈이 욕심났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정부와 HY의 보호와 대우가 구미를 더 당겼을 거다.
순간 성현우의 머릿속에 보호와 대우에서 제외된 이들이 지나갔다.
“연구원 행정직원들에 대한 처우는 어떤가요?”
“보통의 연구소와 비슷합니다.”
“그들이 연구원들에게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처우개선 방안을 생각해보세요.”
“넵.”
“임직원 우대혜택은 잘 적용하고 있겠죠?”
“모든 계열사에서 전 임직원을 상대로 할인 혜택을 적용 중인데요. 최가구 쪽에서 좀 힘들어합니다.”
“……!”
“결혼하는 직원마다 가구를 주문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10년 치 주문이 밀려있다고 하는데 호텔이 계속 건립되면서 호텔에 납품해야 할 것까지 늘어나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흠!”
“대신에 반얀티와 스타우스 호텔 쪽에서는 직원 혜택 외에 한국 고객 혜택을 늘리겠다고 하는데요. 한국 고객들 매너가 좋다고 소문이 난 것 같습니다.”
“그래요?”
“호텔 직원들에게도 스카우트 제의가 밀려들고 있다는데 응하는 직원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스카우트면 직급과 연봉 모두 높일 절호의 기회 아닌가요?”
“그게 정년퇴임 후를 생각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
“대기업 그룹사 호텔 임원들은 퇴사해도 취업할 곳이 없는데 GM은 사업을 계속 확장시키니까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본부 임원들은 회식할 때마다 HY에 뼈를 묻겠다고 다짐하는 모양입니다.”
그 말에 성현우는 실눈을 뜨며 말했다.
“그 임원에 비서실장도 포함된 것 같은데요?”
“저… 저도 그들의 생각에 동의하는 편이어서요.”
비서실장은 더듬거리며 얼굴이 붉혔다.
성현우는 그런 상대를 보며 싱긋 미소만 머금었다.
임직원이 만족한 직장만큼 좋은 직장은 없다.
또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HY컨텐츠를 최고의 기업으로 여기고 있다.
중국에서 아류 기술을 연구 중이고 미국이 자존심을 굽히지 않은 상태이지만 시간은 다른 누구도 아닌 HY컨텐츠 편이다.
성현우가 회의를 위해 집무실을 막 나서려는데 개인 휴대폰이 울렸다.
힐러리였다.
“성현우입니다.”
“미국 기업들의 요청사항이 줄을 잇겠군요.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성현우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그런데 힐러리는 그렇지 않았다.
[성 GM을 향한 신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내가 성 GM을 낮게 평가했더군요.]“…….”
[내 말뜻을 아는 것 같으니까 솔직히 말하죠. 프랑스와 독일, 캐나다, 호주가 우리와의 무역에서 브레이크를 걸었어요. 기업 간 페어플레이를 무시한 나라와 교역을 중단한다는 초강수를 두더군요.]“장관님께서 충격을 받으셨겠군요.”
[퍼스트레이디 때부터 지금까지 미국을 이렇게 대하는 곳은 없었어요. 그래서 나는 성 GM에게 그 책임을 물으려고 해요.]“말씀하시죠.”
[HY의 요구를 다 받아들이죠. 대신 모든 사업에 미국을 최우선으로 해줘요.]“약속하겠습니다.”
성현우의 대답에 힐러리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조만간 식사를 함께하죠. 그때 미스터 조의 요리를 맛보면 더 좋을 것 같네요.]힐러리의 전화를 끊자 비서실장이 메모를 가져왔다.
성현우는 메모를 그대로 던져버렸다.
중국 부총리의 방문을 알리는 메모였기 때문이다.
* * *
얼마 후, 전 세계 언론들은 성현우와 악수하는 미국 기업 오너들의 사진을 실었다.
그들은 사진과 함께 미국 기업이 HY에 항복을 선언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 한쪽에는 중국에서 발표했다는 음성인식 기술과 증강현실 기술이 오류투성이라는 것과 중국산 스마트폰이 폭발사고를 일으켜 인명 피해가 났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와 함께 핵심 기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는데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IT와 4차 혁명 선구자로 성현우 외에 다른 사람은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이후 세계 각국의 군수산업과 우주항공 산업 방향도 미국과 러시아가 아니라 한국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성현우 연구소 연구원에 이어 HY컨텐츠 임원들까지 신변 보호를 시작했고 성현우 주위에는 한국과 미국 정부에서 파견한 경호 인력이 3배로 늘어났다.
2010년 연말, 전 세계 기업인들은 HY컨텐츠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전 세계 컨텐츠와 IT 산업을 이끌 유일한 기업.
그 무렵 2010년 마지막 타임지가 전 세계에 배포되었다.
표지모델은 HY인터내셔널 호텔 앞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성현우였고 표지 제목은 이렇게 기록되어 있었다.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호텔리어이자 기업가’
끝.
에필로그.
2015년 5월.
성현우는 오랜만에 서울 집에서 아침을 맞았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뉴욕에 거주할 때가 많았고 작년인 2014년에는 프랑스와 독일 출장이 잦았다.
그동안 이윤희는 아이를 혼자 출산했고 그 원망을 지금까지 듣고 있다.
성현우는 침대 옆자리가 빈 것을 확인한 후 협탁을 보았다.
예상대로 스마트폰에 문자 하나가 와있었다.
-미국으로 출장.
이윤희가 보낸 것이었다.
성현우는 어제의 경고가 사실이 된 것에 한숨을 쉬며 재빨리 샤워부터 마쳤다.
그리고 바로 아이 방으로 향했는데 아이가 혼자 자고 있었다.
“다영아!”
성현우가 얼른 아이를 안으며 이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윤희의 전화는 꺼져있었다.
이어서 전화한 유모와 비서의 전화도 꺼져있었다.
어머니인 김현주 여사는 라운드에 들어갔다며 연결이 되자마자 끊어버렸고 아버지는 미국에 있는 상황이다.
뭔가 작전의 느낌이 풍겼지만, 성현우는 더 이상 생각할 수 없었다.
“아빠 배고파!”
아이의 아침 식사부터 씻기기, 옷 입히기 등을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1시간 후, 성현우는 물 한 잔 마시지 못한 채 차량으로 향했다.
비서는 아이와 함께 나타난 성현우를 보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김 비서, 호텔 어린이집에 연락 좀 해봐.”
“네? 네.”
약 3분 후, 김 비서는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GM, 어린이집에서 돌봄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는데요.”
“자리가 아예 없다는 거야?”
“어린이날 행사 준비 때문에 돌봄만을 위한 것은 힘들다고…….”
“원장한테 연결해.”
잠시 후, 성현우는 HY 어린이집 대표원장과 통화했다.
HY컨텐츠 전 계열사는 전 업장에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고 지금 연결된 사람은 모든 어린이집을 총괄하는 대표원장이다.
“성현우입니다.”
[GM께서 웬일입니까?]“딸을 돌봐줄 곳이 필요한데 오늘 하루 맡길 곳이 없을까요?”
[GM, 내일이 어린이날이어서 지금은 자리가 없을 거예요. GM께서 아이를 돌보는 것만큼은 원칙을 지키라고 하셔서 기존 정원 외에 한 명도 추가로 받지 않습니다.]그 말에 성현우는 자신의 입을 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덕분에 HY 어린이집은 국내에서 가장 좋은 시설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선정된 상태다.
해외 호텔 어린이집도 국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고, 그 결과 어린이집 운영 스타일까지 수출하고 있었다.
잠시 후, 성현우는 비장한 각오로 협상을 시작했다.
“서 원장, 내일 어린이날 행사로 바쁘다고 했죠?”
[어린이집에서는 가장 큰 행사니까요.]“행사로 어떤 걸 준비했나요?”
[재롱잔치가 대표적이고 아이들 체육대회와 각종 체험행사를 준비합니다.]“체험행사는 키아니아에서 하나요?”
[어린이집과 키아니아 양쪽에서 준비합니다.]“키아니아 행사를 내가 준비하죠. 우리 다영이를 돌봐주는 것치고는 아주 괜찮은 것을 볼 수 있을 거예요.”
[GM, 아무리 그러셔도 아이를 더 받을 수는 없습니다. 죄송합니다.]원장과의 통화가 끝나고 성현우의 머릿속에 오늘 스케줄이 지나갔다.
외부 사람과의 미팅은 없는데 회의가 줄줄이 계획되어 있다.
성현우는 김 비서를 보았다.
슬쩍 시선을 피하는 그를 보며 성현우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오늘 하루 딸을 돌보기로.
다행히 딸은 김 비서의 자율주행 운전을 신기하게 보며 시간을 보냈다.
* * *
아침 8시, 성현우는 딸을 옆에 앉혀놓고 회의를 시작했다.
다행히 딸은 아이스크림과 간식의 힘에 굴복, 조용히 1시간을 견뎠다.
이후 부총지배인 회의 때는 이미 손주를 본 강진욱 부총지배인의 무릎에 앉아서 회의를 경청했다.
보고를 받을 때는 인형 무리에 푹 파묻혀서 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화장실을 다녀올 때는 여비서에게 부탁했는데 성현우는 수고의 대가로 화장품 선물을 준비했다.
문제는 점심시간이었다.
성현우는 직원식당에서 직원들과의 점심이 약속되어 있는 상태였다.
성현우는 딸의 손을 잡고 직원식당으로 향했다.
직원들은 이미 식판을 앞에 놓은 채 성현우를 기다린 상태였다.
그런 그들이 성현우가 나타나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꺄악!”
“GM, 딸이에요?”
“너무 예뻐요!”
“오늘 함께 밥 먹는 건가요?”
이후 직원들은 스마트폰을 든 채 주위로 몰려들었다.
성현우는 딸과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했고 그 모습은 직원들의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성현우도 못 피해 가는 워킹부의 현실.
#어린이집 증설 절대적으로 필요.
#사업보다 어려운 아이 보육.
#성현우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조기교육은 현장교육부터.
#세계 1위 부자의 아이 키우기.
이후 SNS 내용은 기사화까지 되었고 호텔에 나타난 성현우는 맞벌이 부모들의 애환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어버렸다.
“아이를 키우는 게 사업보다 더 어렵네요. 모든 부모님들께 존경을 표합니다.”
라는 말 때문이었다.
이후 언론들은 세계 1위 부자조차 아이의 보육에는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기사를 냈다.
또 직원 처우가 가장 좋은 HY컨텐츠가 이럴 정도이면 다른 직장인들은 얼마나 힘들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이후 보육 문제는 정부 회의 주제로 발전했다.
교육부 장관은 정기 회의를 마친 후 미취학 아동 보육문제를 꺼내 들었다.
“직장 보육시설을 늘릴 방안을 생각해보세요. 보통 어린이집이 9시부터 5시까지 운영하는 것 같은데 직장인의 출근은 7시 이전부터 시작되지 않나요? 7시부터 밤 9시까지 돌봄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방안도 만들어보세요.”
정부가 회의를 이어갈 때 대기업들도 보육 문제를 회의 테이블에 올렸다.
일부 언론들의 기사 때문이었는데 그들은 직원들의 가정생활을 외면하는 대기업들이야말로 구시대적인 행태를 못 벗어나는 곳이라고 꼬집었다.
부회장은 임원들을 향해 말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직장 어린이집이 의무였나요? 언론들은 언제부터 아이들 보육에 신경 썼습니까?”
“부회장님, 직장 내 보육시설 의무화는 원래 있던 법입니다. 전 사업장에 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하겠습니다.”
“크흠! 성현우가 일부러 이런 일을 벌인 건가? 혹시 이번 일로 HY 이미지가 떨어진 건 아닌가요?”
그 말을 하는 부회장의 얼굴에는 약간의 기대감이 들어있었다.
아무래도 성현우가 기업가 이미지를 깎아내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현재 HY컨텐츠는 무엇을 해도 다 되는 곳이었다.
한 마디로 절대 갑의 위치였는데 덕분에 다른 대기업들은 HY컨텐츠가 주도하는 것을 따라 하기에 급급했다.
한때 제일 잘나갔던 S전자도 HY컨텐츠와 협의를 거치지 않는 것들은 뒤로 미룰 정도였다.
부회장의 기대를 아는지 모르는지 전무는 손까지 저으며 입을 열었다.
“성현우 인기는 물론이고 HY 이미지까지 더 좋아졌습니다.”
“……!”
“가정적인 모습이 HY에 대한 호감도를 증가시켰다는 게 홍보전문가들의 의견인데요. HY 계열 호텔 키즈룸과 어린이 코스요리, 유아스포츠단에 문의 전화가 끊이질 않는다고 합니다. AI 예약 시스템이 마비될 정도라는 말이 있습니다.”
“거기서 키아니아도 운영하지 않나?”
“그곳은 10년 치 예약이 꽉 찬 상태인데 전 세계에서 체인 문의가 쏟아진다고…….”
전무는 부회장의 눈치를 보며 말을 접었다.
반면 부회장은 짜증을 감추지 않았다.
“하! 되는 놈들은 뭘 해도 되는 모양이군. 앞으로는 성현우 개인적인 스케줄도 알아봐. 그자가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전부 매출에 직결되는 마당에 뭘 하든 따라 해야 할 것 아냐?”
* * *
다음날, HY컨텐츠 전 사업장 어린이집과 키아니아에서 어린이날 행사가 열렸다.
각 원장들은 아침부터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성현우가 보낸 선물이 도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장들의 기대, 염려와 다르게 성현우가 보낸 것은 별다를 게 없었다.
한쪽 벽면을 가릴 정도 되는 커다란 모니터와 카메라 장비, 안경보다 조금 더 두꺼운 것들 뿐이었다.
원장들은 연단 주변에 배치되는 카메라들을 보며 좀 더 특별한 녹화가 이뤄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어린이날 행사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그동안 준비했던 것들을 선보였고 함께한 부모들은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에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성현우는 집무실에서 그 모습을 보았다.
뒤쪽에 앉은 성다영의 모습이 보일 때는 아빠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에게 비서실장이 다가왔다.
“GM, 전 세계 사업장에 잘 송출되고 있습니다.”
“그쪽에서도 잘하고 있겠죠?”
“제가 마지막까지 체크하겠습니다.”
약 2시간 후, 어린이날 행사가 끝났다.
아이들은 기다리고 있는 부모를 향해 뛰어갔고 원장을 비롯한 교사들은 연단을 치우기 위해 움직였다.
그때 조명이 바뀌며 음향 소리가 커졌다.
순간 모든 사람이 집중하는 가운데 이윤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영아!”
성다영이 깜짝 놀라서 인형을 떨어뜨릴 때 다른 엄마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진호야!”
“세원아!”
“진주야!”
“울 아가 지형아!”
이름이 불린 아이들은 얼음이 된 것처럼 서 있었고 부모의 품에 있던 아이들도 앞을 보며 어리광을 멈췄다.
그때 연단 곳곳에 엄마와 아빠들이 나타났다.
성다영은 중앙에 선 엄마 모습을 보며 크게 외쳤다.
“엄마!”
이윤희는 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영아, 오늘 재롱잔치 너무 잘 봤어. 엄마가 한국에 갈 때까지 밥 잘 먹고 있어야 해!”
이후 다른 엄마와 아빠들도 아이들에게 미안함과 그리움을 표현했다.
“엄마!”
“아빠!”
아이들이 막 앞으로 다가가려고 할 때 연단 양옆에서 뽀로로 복장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커다란 안경을 씌워주었다.
잠시 후, 아이들은 부모들이 근무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어떤 아이는 HY 1관 조리실 안을 들여다보았고 옆의 아이는 프랑스관 프런트 안으로 들어갔다.
뒤쪽 아이는 미국지사 회의실 안에 있는 아빠를 보았고 그 옆 아이는 성현우 연구소에 있는 엄마 모습을 보았다.
그 엄마는 잠깐 연구를 멈추고 아이를 향해 손까지 흔들었다.
아이들이 부모의 모습을 보며 방방 뛸 때 부모와 함께 있던 아이들의 얼굴에도 안경이 씌워졌다.
그러자 아이들이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우와!”
“엄마, 빨리와!”
“꺄아악!”
아이들이 보고 느끼는 것은 놀이공원 기구들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이 되는 것이었다.
잠시 후, 부모들도 안경을 쓸 기회를 얻었고 그들은 아이들보다 더 큰 탄성을 질렀다.
“세… 세상에!”
그 소식은 직원들의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고 언론들은 그것을 기사화했다.
기사 제목은 둘로 나뉘었다.
-성현우,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세계를 하나로 통합.
-HY컨텐츠, 어린이들에게 꿈과 환상을 제공. 미래 고객까지 확보.
fin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태진입니다.
역대급 재벌 3세가 175화로 끝을 내게 되었습니다.
호텔리어였던 성현우가 호텔그룹을 넘어 컨텐츠까지 손에 넣는 과정을 그리고자 했는데 소소하고 인간적인 얘기를 그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네요.
다음 작품 잘 준비해서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그동안 응원해주셨던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모두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태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