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1)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1화(1/40)
제1화
퍼걱!!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내 몸에 검은 빛깔의 정체 모를 무언가가 박혀 들어왔다.
익숙한 패배였다.
딱히 이길 거라 생각한 것도 아니었고.
벌써 이 수문장 같은 괴물에게 도전한 것만 수십, 수백 번째.
아무리 생각해도 현재의 경지로는 도저히 이놈을 처리할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가 내가 이 상황이 되었더라.
죽음이 서서히 다가오는 탓에 시야가 흐린데도 전혀 아쉬울 게 없었다.
이 망할 공간에서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다.
[you died] [영혼과 육체가 치유됩니다.] [명심하세요. 이곳에서 당신은 영원히 죽을 수 없습니다.] [이곳에서 당신은 미칠 수 없습니다.]허공에 뜬 문자가 익숙하게 나를 반기며 정신이 들었다.
마지막에 적힌 저 두 문장이 지금 지옥 같은 무한루프를 만들어 낸다.
이곳에 온 지 얼마나 흘렀는지는 사실 알 길이 없다.
시계 같은 문명의 산물 같은 건 이 세상에 없다.
그렇다고 해가 뜨냐? 밤이 찾아오느냐?
어림도 없는 소리.
하늘은 언제나 붉었고, 하늘 위에 뜬 붉은 눈동자 같은 달만이 보인다.
마치 멸망해 버린 세상이 이러할까 싶었다.
[이곳에선 시간이 흐르지 않습니다.]그래. 밤도 낮도 없고, 내 몸의 생체 흐름도 없는 이곳은 시간이 멈춘 세상.
[검의 전당을 완수하기 위해선 당신의 검이 극의에 이르러야 합니다.]마지막으로 내가 끝도 없이 순차적으로 소환되는 몬스터와 싸우게 된 원인인 저 항목.
세 가지 항목은 나를 죽지도 미치지도 못하게 만들며.
굶어 죽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게 만든다.
즉, 이곳은 현실이 아니다.
그럼 여긴 어디냐고?
[어서 오세요, 방문자님. 꿈의 미로 라비린토스에서 당신은 원하는 바를 모두 직접 쟁취할 수 있습니다.]감옥이다, 거지 같은 꿈속의.
* * *
처음 이곳에 갇혔을 때.
나는 늘 그렇듯 꿈을 꾸는 줄 알았다.
나는 전생에서도 현실적인 꿈을 자주 꾸곤 했다.
그건 라제로스 대륙의 변경백가, 카스카디아 가문의 장남으로 태어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하루의 힘든 일과를 마치고 잠에 빠져들면 묘한 꿈을 꾸고 피로가 사라진다.
나는 그래서 꿈을 꾸는 걸 좋아했다.
꿈을 꾼다는 말은 곧 내 피로가 씻은 듯이 내려간다는 뜻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어찌 되었건.
일의 발단은 가문의 사업체에 대해 조사하다가 책상에서 지쳐 잠든 후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이곳에 와 있었다.
피곤해서 잠들었다가 깨니까 이런 기괴한 곳이라니.
그 뒤, 눈앞에 떠 있는 여러 가지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엔 또 무슨 신박한 꿈인가.
나는 호기심에 그 그림들을 훑어보았더랬다.
검의 그림, 주먹의 그림, 해골의 그림, 등등.
그 수가 수십 가지에 달하는 그림들은 마치 전생의 게임 아이콘인 양 막 생겨 먹었지만 그 형태를 한 번에 알아볼 순 있었다.
그렇게 검의 그림을 건드리자, 황금색의 빛이 검의 그림을 감싸며 빛이 나더라.
다만 사람이라면, 일부만 빛나는 꼴을 보면 못 참고는 한다.
나는 미친놈처럼 그림들을 죄다 눌러 보았고, 그 모든 그림들이 빛이 나는 것을 본 뒤에야 만족하고 낄낄 웃을 수 있었다.
그래.
그때의 그 행동거지를 지금의 내가 멀리서 보았다면 아마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그 당시의 나를 뜯어말리기 위해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절규했겠지.
멈춰, 멈추라고! 그거 누르면 안 된다고!!
stay…… 아, 이게 아닌가.
어찌 되었건, 그 당시의 나는 그게 뭔지도 몰랐다.
버그라도 걸렸던 건지.
아니면 의도적이었는지는 모른다.
내가 그 모든 것을 누르고 난 후에야 떠오른 문자들은 내게 지옥을 열어 주었다.
[환영합니다, 방문자님. 이곳은 꿈의 도시 라비린토스입니다.] [이곳에 유일하게 방문해 주신 방문자님을 위한 업적 코스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 당신은 얻고자 하는 모든 것을 얻으실 수 있으며 고난과 역경, 그리고 업적을 쌓을 수 있습니다.]어?
얼빠진 표정으로 그 문자를 읽고 있으면 바보가 아닌 이상 불안한 생각이 들 수밖에.
때는 이미 늦었지만 말이다.
[라비린토스에서의 룰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그리고 그 망할 문자는 지옥 같은 룰을 내 망막에 새겨 넣었다.
[이곳에서 당신은 죽을 수 없습니다.] [이곳에서 당신은 미칠 수 없습니다.] [이곳은 시간이 흐르지 않습니다.] [전당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만족하여 그 끝에 도달하십시오.] [시간은 충분하며, 당신이 그 모든 것을 쌓아 올릴 때까지 나갈 수 없습니다.]뭔데, 이게. 3대 500 치기 전에 못 나가는 헬스장 같은 건가?
섬뜩한 경고문 같은 그 문자들을 보며 나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더랬다.
이변은 그 후에 발생했다.
순식간에 주변의 풍경이 일순 변했다.
시뻘건 창공에 붉은 눈동자 같은 달이 떠 있는 황폐한 폐허로 말이다.
그리고 그런 내 앞에 평범해 보이는 철검 하나가 툭 하고 떨어졌다.
[검을 쥐십시오.]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눈앞에 빛 무리가 모여들며 작은 생명체를 만들어 냈다.
흔히 알려진 작은 몬스터, 고블린이었다.
그래, 전문가라면 쉽게 처리가 가능하지만 무력이라곤 익힌 적도 없는 재능 없는 내겐 상당히 위험한 생명체.
시작은 피 튀는 혈전이었다.
승패?
이쪽의 승리이긴 했다.
하지만 놈의 생존에 대한 열망은 전투 경험이 없는 내겐 너무도 무겁게 다가왔고, 놈이 휘두른 최후의 반격에 팔에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물론 중요한 건 살아남았다는 사실이었다.
꿈치고는 너무도 현실적인 감각.
끔찍한 아픔과 살기는 이곳이 꿈이라고 대충 넘기기엔 너무 위협적이었다.
그제야 나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아야 했다.
하지만 이 망할 [검의 전당]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고블린 퇴치에 성공하셨습니다.] [다음 단계 고블린 3마리를 소환합니다.]그래, 적이 하나에서 셋으로 늘면 얼마나 무서워지는지 그때 나는 처음 알았다.
3 대 1로 다굴을 맞아 본 경험이 귀족가의 도련님에게 얼마나 있겠는가.
검을 쥐고 싸우는 건 내가 아니라 여동생이 하던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고블린에게 물어뜯겨 사망했고, 룰에 따라 다시금 멀쩡한 모습으로 부활했다.
식은땀이 흘렀고 공포가 온몸을 잠식했더랬다.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도망 다니고.
별의별 짓을 다 해 봤지만 내가 얻은 진실은 하나뿐이었다.
이 꿈은 단순한 꿈이 아닌 정말로 감옥이었고.
고블린은 단순한 허상이 아니며.
파지법 같은 간단한 것 말곤 알지도 못할 정도로 익숙하지 않은 검 한 자루만이 나를 살려 줄 유일한 도구라는 것을.
[상대방의 공격, 회피, 방어 같은 것들을 유심히 지켜보세요!] [당신에게 도움이 됩니다!]발랄하게 팁이나 던지는 허공의 문자 따윈 그땐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체감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길 때까지 죽으면서 싸우다 보니 검에 조금 익숙해지긴 하더라.
아무리 둔재라도, 압도적인 시간의 폭력 앞에선 변할 수밖에 없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적응은 좀 다르다는 걸 내가 몸소 증명해 버렸다.
나는 재능이 없는 인간이다. 하지만 그런 변명은 여기서 통하지 않는다.
“망할, 좀 곱게 죽어 주면 안 되겠니? 언제까지 버틸래. 내가 널 만날 때마다 이가 갈려요, 아주.”
콰작!!!
-끼이이이이이!!!!
내 검에 급소를 꿰뚫린 커다란 홉고블린 한 마리가 버둥거리다 결국 무너져 내렸다.
실제는 어떨지 몰라도 체감 시간만으로 나는 이미 인간의 수명을 간단히 넘긴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동생이 10대에 도달했었던 경지인 소드 익스퍼터라는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신의 상태를 출력합니다.]삐릭!
이름 : 레온 카스카디아
나이 : 17세
성별 : 남성
능력 : 소드 익스퍼터
간결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이해는 쉽다. 내 착각이 아니라 진실임을 입증한 셈이다.
“하…… 소드 마스터는? 마인드 마스터는? 그 위에 그랜드 마스터는 어느 세월에 도달하는데?”
애초에 극의가 뭔데.
* * *
혼잣말이 버릇이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말을 하지 않다 보면 언젠가는 말을 까먹을지도 모른다는 착각 때문에 시작된 폐해였다.
실제로는 그럴 일도 없었다.
신기하게도 이곳에서는 기억이 너무 또렷했다.
전생의 기억, 이 망할 공간에 갇히기 전의 기억.
그 때문에 내 목표는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만이 뿌리 깊게 박혀 남아 있다.
그러니 말하는 법을 까먹을 리가 있나.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입을 나불거렸다. 기억은 몰라도 구강 근육은 그렇지 않을 테니까.
[축하합니다. 식욕이 왕성한 부정체를 사냥하셨습니다.] [다음 단계의 적, 검에 미쳐 버린 마인, 귀검을 소환합니다.]이윽고 눈앞에 나타난 새까만 유령 같은 존재가 얇고 긴 장검을 뽑아 든다.
망할 글자가 알려 주는 이놈의 이름은 귀검이다.
귀신같이 검을 쓰는 개자식.
벌써 이놈에게 도전한 것만 해도 수십 번째였다.
1번 몬스터를 죽이면 2번이 나타난다.
그렇게 단계적으로 이어 나가지만 10번에서 죽어 버린다고 다시 10번을 도전하는 게 아니었다.
다시 1번을 만나게 되더라.
그러니 이곳이 무간지옥이지.
어찌 되었건 이 귀검이라는 적은 내가 오러를 느낀 이후로 만난 첫 번째 벽이었다.
현실에 순종해야 했던 그때 이후로 나는 제대로 연습해 본 적도 없는 검술을 실전으로 만들고 연구하며, 익혀야 했다.
그렇게 수십, 수백, 수천, 수만 번을 죽고 나니 아무리 등신 머저리 같은 둔재라도 가닥을 잡을 수밖에.
검을 드는 이들은, 라제로스 대륙의 상식으로는 단계가 존재한다.
검을 처음 잡은 이들부터 노련해지는 소드 맨의 단계.
그리고 오러를 다루며 육체를 강화하는 오러 유저.
완숙하게 오러를 다루는 것은 물론 검에 오러를 입혀 검기를 뽑아내는 익스퍼터의 단계.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세 단계 안에서 생을 마감한다.
애초에 익스퍼터도 재능이 있는 이들이나 도달하는 곳이니까.
그 단계 내에서도 여러 종류가 존재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다음 단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인간을 초월하는 전략 병기급 존재.
검강을 두르며 육체의 모든 면이 일개 생명체를 초월하는 진짜 초인.
소드 마스터.
그리고 낭설로만 알려져 있는 마인드 마스터와 그랜드 마스터.
그 위 단계는 알려진 바가 없다.
애초에 검에 대해 알지도 못하던 내가 그것을 구분할 수나 있겠는가.
애초에 마인드 마스터조차 도달하는 이가 거의 알려진 바가 없으니까.
나는 남들이 1년이면 도달할 경지에 도달하는 데에도 수십, 수백 배의 노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그렇게.
노력과 고행을 쌓았다.
이곳에서의 룰 첫째.
죽을 수 없다.
나는 그 사실을 알기에 내 몸을 실험체처럼 굴렸다.
오러를 느껴 보기 위해 별의별 수작을 다 해 보았다.
실패하면 죽음이다! 라는 그런 페널티 같은 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죽는다 하여도 내가 쌓은 게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헤아릴 수 없는 죽음을 경험하면서 이어 붙인 노력 끝에 나는 조금 더 강해져 나갔다.
* * *
그 후로도 막대한 시간이 흘렀다.
아니, 정확히는 체감 시간이 흘렀다.
스승조차 없기에 모든 요소를 나 스스로 직접 체득하고 고뇌해야 했으며 비틀고 돌파해야 했다.
전생에 소설이나 영화 같은 곳에서 본 것들의 기억을 토대로 이득을 챙기기도 했다.
그 과정을 논하자면 아직 할 말은 많았다.
인간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는다.
지금 오러가 쌓이는데, 이게 처음부터 잘못 쌓아 올려진 건물이라면 어찌해야 하겠는가.
미련 없이 무너뜨릴 수 있는가.
생명체의 수명은 한계가 존재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