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12)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12화(12/40)
제12화
제어하지 않았기에 효과를 똑바로 볼 순 없으며 범위조차 제어할 수 없다.
단순히 넘치는 오러가 흘러나온 것에 불과하다.
본래라면 이런 조잡한 방식으론 누군가를 위협하거나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위력도 약하고, 지속 시간도 극도로 짧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내 최고의 장점은 마르지 않는 오러.
양이 많고, 그걸 전부 제어할 능력이 있다면 어려울 것도 없는 전술이다.
조금 전 검기를 두른 검을 막아 낸 것도 이런 방법의 일환이었다.
“으…… 으으!”
“가까이 오지 마!!”
내가 내뿜는 방대한 오러에 영향을 받아 위축된 그들이 어떻게든 내게 저항하려 했다.
이에 나는 한 발, 또 한 발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가며 검을 빙그르르 돌리다가 가볍게 피를 털어 냈다.
“비, 빌어먹을! 대체 정체가 뭐냐, 이 괴물 자식!”
빈틈이란 빈틈은 다 드러낸 채 느긋하게 접근하자 겁에 질린 기사가 검기를 내뿜으며 빠르게 자신의 무기를 휘둘러 들어왔다.
익스퍼터급 실력가들답게 정확한 검로, 신속한 발검이다.
그의 검은 이미 내 목의 지근거리까지 도달했지만 정작 내 검은 아직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비록 조금 전의 검기가 오러에 막히긴 했지만, 이번만큼은 반드시 공격이 먹혀들 거라고 생각했는지 기사의 얼굴에 승리의 미소가 순간적으로 어렸다.
“레온!”
멜리사의 비명 섞인 외침은 덤이었다.
그녀가 봐도 내가 자살행위를 하는 것처럼 보였을 테니까.
하지만 내게 이런 상황은 익숙하다 못해 늘 보던 일이기도 했다.
[무명검] [일각선참]검의 전당에서 내가 쌓아 올린 검술은 오로지 내가 쓸 목적으로 만들어야 했던 만큼 기본적으로 알려진 검술과는 그 틀이 달랐다.
게다가 내가 마지막까지 사용한 검술, 무명검은 조금 특수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 탓에 평소에 속도를 충전하듯 억제하다가 순간적으로 터뜨리듯 가속하는 것이다.
수동적인 반격 계통의 검술이지만 자주 써먹기에 좋은 검술이기도 했다.
애초에 공격 일변도로 나설 필요도 없었고.
마치 시간이 느려진 것처럼 기사의 검이 내 목에 닿기 직전.
사람이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정도의 짧은 시간.
나는 공격을 가했던 익스퍼터급 기사의 뒤편으로 공간 이동하듯 터벅터벅 걸어 나오며 검을 털어 냈다.
붉은 피가 마치 탄환처럼 바닥에 흩뿌려졌다.
촤악!
조금 전까지는 없던 붉은 피가 검 끝을 타고 바닥에 튀었다.
조금 전 멜리사의 검을 처음 뽑아 들어 익스퍼터급 기사 하나를 참살한 뒤에 보였던 움직임과 비슷한 방식.
쉽게 표현하면 극한의 순간 가속이었다.
“커헉…… 끄륵…….”
승리를 확신하며 내게 검을 휘두른 기사는 자신이 왜 무너지고 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분명 검을 찔러 넣은 건 그였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의 검은 허공을 갈랐고, 오히려 공격 자체도 하지 않고 있던 내가 그의 목을 베어 넘겼으니 말이다.
경동맥이 잘려 나간 탓에 피를 울컥울컥 쏟아 내던 기사는 결국 쓰러졌다.
남은 것은 익스퍼터 초입의 기사 하나뿐.
남은 그는 내가 뿜어내는 무질서한 오러에 한 번 짓눌리고, 제 동료 두 명이 손도 못 쓰고 당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전의를 상실했다.
“으…… 으아아아악!!!”
급기야 겁을 집어먹은 듯 비명을 지르며 멜리사를 향해 빠르게 달려드는 그였다.
검도 없는 멜리사는 같은 익스퍼터 초입이라고 해도 금방 제압이 가능할 거라 판단한 것이다.
인질이라도 잡아서 빠져나가려는 속셈이겠지.
나름대로 제법 훌륭한 판단인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멜리사는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대처가 늦었으니까.
하지만 그 꼴을 내가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어느새 그보다 더 빠르게 멜리사의 앞을 막아선 내가 맨손으로 그의 팔을 잡아 검의 움직임을 차단했다.
“무…… 무슨 힘이!!”
“내가 힘이 좀 세.”
기본적으로 격투가는 힘이 강해야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검의 전당과 무의 전당은 사실상 근접전 특화 시너지가 남다른 수준이기도 했다.
뿌드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얼굴에 지독한 고통이 서렸다.
동시에 아주 부드럽게 내 검이 그의 어깨 부분에 닿았고.
“사, 살려…….”
푸콰악!!!
그대로 사선을 베듯 비스듬히 마지막 익스퍼터급 기사의 몸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오러가 많은 게 이 정도로 효과가 좋네.”
고작 오러 유저이면서 검기처럼 오러를 쏟아 내고, 그렇게 흘러나온 오러를 몸 주변에 방출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검기를 막아 낸다.
내게만 적용되고 있는 메리트이며 이질적인 현상이다.
본래라면 절대 쌓을 수 없는 방대한 오러의 양.
그리고 극의에 이를 정도로 많은 고난과 역경 끝에 쌓아 올린 오러의 제어 능력.
검술과 격투술, 두 가지의 오러 연공법이 동시에 순환하며 만들어지는 시너지까지.
지금의 나는 세간에 흔히 알려진 강함의 척도를 가볍게 무시하고 있었다.
오러 유저가 익스퍼터를 일방적으로 살해하는 시점에서 정상은 아닌 게 분명하다.
적어도 소드 마스터급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은 폭주 기관차 같은 나를 저지할 수단이 없으리라.
그렇다고 왕국에 하나 남은 소드 마스터가 올 리도 없을 테고.
설사 온다고 해도 방법이 없는 것 또한 아니다.
손속이 과한 것은 수면을 취하지 못한 스트레스의 영향도 꽤 컸다.
그때 내가 무분별하게 내뿜던 오러에 짓눌려있던 멜리사가 당혹스러운 눈으로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야.”
“왜?”
“너, 레온 맞아? 그럴 리가, 내가 아는 레온은 검 잡는 법도 잘 모르는 약골인데? 대체 너 누구야.”
그녀는 아무래도 내가 레온이 아닌 다른 존재이며 지금 레온 카스카디아라는 이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있다고 착각한 듯 보였다.
나를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론 경계하는 멜리사의 모습에 나는 잠시 고민해야 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까.
“대체 언제 소드 마스터가 된 거야?”
그녀도 내가 소드 마스터라고 착각하는 듯했다.
내가 비록 검기나 검강을 만들어 낸 건 아니지만, 무식하게 흘러넘치는 오러로 인해 육체에 검기조차 제대로 박히지 않는 모습을 본 이상 소드 마스터의 기막이라고 착각할 법도 했다.
여전히 사서가 보여 주는 상태 창에는 내가 오러 유저라고 못 박혀 있다.
“뭔 소리야. 소드 마스터는 무슨, 아직 익스퍼터도 아니구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오러 유저가 어떻게 검기를 맨몸으로 받아 내!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당황한 그녀가 횡설수설하듯 말하더니 기세를 끌어올렸다.
“너, 레온 아니구나. 내 오라버니를 어떻게 한 거야.”
내가 대답하지 않으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덤벼들겠다는 의지까지 느껴질 지경이었다.
이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라비린토스 이야기까지 꺼내야 하지만 이건 남에게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게 내 판단이었다.
“우리 오빠 어쨌냐고!!”
그녀가 그대로 달려들어 나와 힘 싸움을 시작했다.
“우리 오빠 돌려줘, 이 개자식아!!”
“어어?”
“이제 나한테 남은 마지막 가족이라고!! 네까짓 게 뭔데 레온을 빼앗아 가!! 당장 돌려줘!!”
발악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화를 내려다가도 헛웃음을 흘렸다.
그녀의 시선에는 나는 인간이 아닌 괴물로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확실히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나 버린 지금의 나를 단순히 멀쩡한 인간이라 볼 수 있을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기억 이상의 아득한 기억을 품고.
인간이 품을 수 없는 양의 오러를 품고 있는 나를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어느 정도는 미쳐 있다는 게 내 판단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미쳐 있다고 해도 그뿐인 이야기다.
“비시리 카스카디아가 빠져나갔어.”
내가 비시리를 언급하자 그녀가 멈칫했다.
“그 인간 아직 못 잡았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되나?”
내 물음에 그녀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
“전부는 설명 못 해 주겠지만 일단 내가 조금 특이 체질이라는 것만 알아 놔. 증명하기 힘든 거 아는데, 나는 레온이고 네가 아는 네 오라비가 맞다. 정 애매하면 그냥 머리가 회까닥해 버리면서 재능이 깨어났다고 생각해.”
본래라면 쌓을 수 없는 오러에 제어 능력을 지녔으니 특이 체질이라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건 태생부터 가지고 태어난 게 아닌 내가 후천적으로 쌓아 올린 것이지만 남들이 보기엔 가히 경악스러운 체질로 보일 터다.
“그런데…… 이 쓰레기가 대체 어딜 간 거지?”
비시리 카스카디아는 제 부하들에게 우리를 제압하라 명령을 내린 뒤 응접실을 떠나가 버렸다.
그의 목적이 멜리사의 손에 끼워진 가주의 인장이었던 만큼 자리를 비울 이유가 없을 터다.
그런데 사라졌다는 것은…….
“설마, 이 인간, 튄 거야?”
“아닐걸?”
예전부터 기묘할 정도로 눈치는 빠른 놈이었다. 하지만 그가 굳이 이렇게 튈 이유가 있을까.
욕심은 많은 놈이지만 합리성이 결여된 멍청이는 아닐 텐데.
생각을 정리한 그녀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이렇게 된 이상 그 인간 반드시 잡아야 해!! 검 내놔!”
“어허, 네 손에 쓸데없는 피 묻히지 마라.”
“가주 대리 명령이야! 당장 내놔!”
그녀가 소리치자 나는 그녀가 열 받을 법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만 으쓱였다.
이에 부득부득 이를 갈던 그녀가 내 손에 쥐어진 검의 상태를 보고 기겁한다.
“세상에…… 대체 검을 얼마나 험악하게 쓴 거야!”
뒤늦게 그녀가 울상이 된 목소리로 외쳤다.
현재의 나는 익스퍼터의 경지를 개화한 게 아니기에 검기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경지라는 건 눈이 생겨서 앞을 보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아무리 제어한다고 해도 막대한 오러를 제어할 수 있는 경지가 낮다 보니 자연스레 넘쳐흐르는 오러가 검까지 상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품질이 좋긴 하더라. 보통 같으면 이미 부러졌을 텐데.”
“넌 그걸 말이라고……. 잠깐, 이거 오러 유저들이 보이는 증상이잖아, 진짜 오러 유저야?”
이건 오러 유저들이 주로 범하는 실수와 흡사한 상황이니 그녀도 그제야 상황을 눈치챈 듯했다.
나는 대답 대신 오러를 파장처럼 넓게 퍼뜨렸다.
정교한 파악은 할 수 없다.
어지간한 오러 유저나 일반인은 감지조차 힘든 수준.
하지만 익스퍼터 중급에 해당하는 주제에 자기 기세를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는 비시리 카스카디아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 인간, 뭔가 계획이 있나 본데? 남는 검 있어? 가능하면 튼튼한 걸로.”
“됐어. 마무리는 내가…….”
“너, 더럽게 약하잖아.”
냉정한 분석에 그녀가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본다.
이를 부득부득 가는 게 할 말은 많은데 입 밖으로 나오진 못하는 모양새였다.
그녀는 익스퍼터 초입. 그것도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
반면 비시리 카스카디아는 어느 정도 노련한 익스퍼터 중급이었다.
둘의 싸움은 기본적인 경지 싸움을 놓고 봐도 결과가 훤히 보일 정도였다.
“검, 줘야겠지? 튼튼한 걸로 줘야겠지?”
“잡을 수 있어?”
“이겨.”
내 대답에 그녀는 복잡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 벽면에 장식된 검을 건네주었다.
단순히 장식용이라고 하기엔 꽤 품질이 좋다.
“이건 나중에 쓰려고 아껴 둔 거야, 부숴 먹기만 해 봐.”
“조금만 기다려. 금방 잡아 올 테니까. 그동안 넌 준비나 해. 이미 내전은 시작됐어. 이제 둘 중에서 하나는 박살이 나야 끝날 거야.”
“하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저쪽이 너무 빠르게 움직였어. 무리하지 말고, 위험하면 바로 빠져. 남은 병력을 규합하는 대로 합류할게.”
그녀는 지금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지 한 손으로 미간을 꾹꾹 누르며 앓는 소리를 냈다.
“레온…… 아니, 오라버니.”
그녀가 평소답지 않게 진지한 어조로 나를 부른다.
“절대 다치지 마, 명령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