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13)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13화(13/40)
제13화
“명령받았습니다, 백작 대리.”
그녀를 백작가의 후계자로 인정하고 있는 시점부터 그녀의 위계를 존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 * *
“드시지요! 찾아오신다는 연통을 받고 급히 준비한 것이라 마음에 드실지 조금 우려가 됩니다만…….”
“괜찮네.”
티벨 카스카디아.
레온과 멜리사의 숙부이자 현재 카스카디아 백작령을 집어삼키려는 야욕을 지닌 사내는 눈앞의 노인을 긴장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흐음…… 향이 괜찮군.”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준비해 둔 차가 마음에 드시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눈앞의 노인은 사실 그의 상관 같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랴. 비록 티벨은 왕국 사람이고 노인은 타국 사람이라 할지라도 대륙에서 그를 함부로 할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을.
오스베르크 미엘레폰.
유서 깊은 검가인 미엘레폰의 전전대 가주이며, 황제에게 별의 칭호를 하사받은 검성이 바로 눈앞의 노인이었다.
“차는 잘 마셨네.”
“하하.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스럽군요. 한데…… 어인 일로, 이런 벽촌까지…….”
티벨 카스카디아는 백작령을 온전히 집어삼키기 위해 여기저기 줄을 대고 로비를 하는 인간이었다.
때문에 왕국 내의 고위 귀족들 중에서도 이미 그를 도와주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그라도 왕국이 아닌 제국의 최대 귀족, 그것도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강자 중 하나에게 줄을 댈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노인이 직접 그를 만나러 온 것이다.
소개를 받기로는 카스카디아 백작가가 감시하고 있는 마경에 볼일이 있다고 하는 모양이었다.
까짓거 이번 일을 도와주고 그와 연을 타면 앞으로 그의 야망에도 큰 도움이 될 터다.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 비록 그리 크고 화려한 곳은 아니지만 검성께서 편히 지내실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돕겠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되네. 한데, 이 백작령을 관리하고 있는 게 자네라고 들었네만.”
“그, 그렇습니다. 사실상 제 친족이었던 카스카디아 백작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제가 그 업무를 이어받고 있지요.”
“그렇군, 그래. 뭐 영지의 일이야 외부인인 이 노인네가 간섭할 일은 아니지. 그래도 마경에 출입할 권한을 내줄 수 있다니 보답은 해야겠지.”
그가 티벨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에 티벨은 저 무심한 눈동자가 그의 전신을 꿰뚫는 듯한 섬뜩함을 느껴야 했다.
‘정신 차려라, 티벨. 이건 더없는 기회다. 검성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는 기회.’
티벨은 곧바로 시종을 시켜 서류 한 장을 준비했다.
바로 마경에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의 직인이 찍힌 서류였다.
“괜히 복잡한 이야기는 필요하지 않으시겠지요. 여기 있습니다. 이 서류가 있다면 바로 마경에 진입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서류도 반쯤은 효력이 없는 서류였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랴. 현재 멜리사를 압박하러 간 아들, 비시리 카스카디아가 양도 계약서만 찍어서 오면 이 가짜 서류도 진짜 서류가 되는 것을.
티벨은 자신의 계획이 잘못될 거라곤 전혀 생각지 않았다.
“서류는 고맙게 받겠네. 다만, 받은 게 있으면 응당 보답은 해야 하는 법.”
오스베르크 미엘레폰은 음흉한 미소를 띤 채 손을 비비는 티벨을 무덤덤하게 바라보았다.
“이리 갑자기 찾아와서 무례한 요구를 하는 입장이니 그에 걸맞은 대가는 지불해야겠지.”
“하하, 아닙니다. 제가 감히 제국의 검성이신 오스베르크 님께 대가를 요구하겠습니까.”
“허허, 입바른 소리는 되었네. 나도 빚을 지고 싶진 않으니 기탄없이 말해 보도록 하게.”
오스베르크 미엘레폰이 내세운 제안은 가히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가 가진 영향력은 일개 왕국이 아니라 대륙 단위.
고작해야 소왕국의 변경백 자리를 놓고 싸우는 그의 입장에선 오스베르크는 그야말로 천외천의 존재였다.
이에 티벨 카스카디아는 조심스레 손짓했다.
그러자 응접실의 문이 열리며 아직 어린 소년 하나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찾으셨습니까, 아버지.”
제 어머니를 닮은 적발의 소년은 티벨 카스카디아의 늦둥이 아들이었다.
“부족하지만 제 아들입니다.”
“대륙 최고의 검사이신 오스베르크 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비벨 카스카디아라고 합니다.”
“허허, 대륙 최고라니, 한물간 늙은이일 뿐인 것을. 그래, 어린 나이인데도 재능이 제법 있어 보이는구나. 검을 쥐고 있느냐.”
“그렇습니다. 검성 어르신.”
“그래. 백작 대리, 자네가 이 아이를 내게 보인 이유가 있는가.”
“실은 검성께서 제자를 찾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허어. 소문이 여기까지 퍼진 겐가.”
실제로 오스베르크 미엘레폰은 늦은 나이까지 제자를 들이지 않은 것으로 유명했다.
그 때문에 실제로 수많은 왕국이나 제국의 귀족들이 그의 제자로 자신의 아들을 추천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떻습니까. 자랑은 아닙니다만 제 아들놈은 제가 지금까지 봐 왔던 그 누구보다 재능이 뛰어나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티벨 카스카디아는 자신의 욕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물론, 대가를 치르겠다고 말한 것도 오스베르크였고, 아쉬운 것도 그였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오스베르크는 담담하게 서 있는 소년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하지만 그 건은 들어줄 수가 없겠네.”
“이유를 들어 볼 수 있을는지요.”
애초에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 이걸 대가로 다른 것을 얻어 내도 그만이었으니까.
하지만 티벨의 입장에선 자신의 아들이 눈에 차지 않는다는 그 태도가 마음에 들진 않았다.
“아이가 아비와 쏙 닮았군.”
“예? 하하, 그렇지요. 제 자식이니까요.”
뜬금없는 대답에 티벨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오스베르크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경 출입에 대한 대가는 내 섭섭지 않게 준비할 테니, 다른 원하는 게 있다면 기탄없이 알려 주게나. 그럼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보도록 하지.”
명백한 거절. 오스베르크의 목소리엔 아주 약간의 실망감이 서려 있었다.
* * *
“어르신.”
“왔느냐.”
중년의 사내가 티벨의 저택을 빠져나온 오스베르크의 앞에 고개를 숙이며 나타났다.
“예. 가셨던 일은 잘되셨는지요.”
“그래. 출입 권한을 받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나 안타깝구나.”
“안타깝다 하심은?”
“오랜 시간 카스카디아 백작가는 마경을 지켜 온 숭고한 가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죽은 카스카디아 백작도, 그 선대도, 소문을 들어 알고 있는 훌륭한 이들이었지.”
카스카디아 백작령은 인간이 아닌 몬스터로부터 인류의 터전을 수호하는 소수의 가문이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빠르게 나아갔다.
애초에 이 영지에 방문한 목적은 마경 출입을 위해서였을 뿐이다.
그 외엔 아무것도 관심이 없었다.
“하나 지금의 가주 대리라 불리는 자는 다르구나.”
“욕심이 많은 자였습니까?”
“말은 속여도 눈빛에 녹아든 야욕을 숨길 순 없는 법이지. 게다가 보이느냐, 이 영지의 분위기가.”
어둡고 생기가 없는 영지의 모습이다.
“카스카디아의 위광도 곧 저물겠구나. 작은 이 나라에서 몇 없는 숭고한 가문이라 여겼거늘…….”
혀를 쯧쯧 차는 오스베르크였다.
티벨이 제자로 들여 줄 수 있냐 보여 준 아들은 그 아비와 똑같았다.
아직 어린아이라곤 하나 그 눈빛에 담긴 야욕과 잔혹함은 검성인 그의 눈에 전혀 차지 않았다.
재능이 뛰어난 것은 제법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찾고자 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재능.
인간이라는 존재에 있어서 욕망은 필수 불가결하지만.
하지만 티벨의 둘째 아들, 비벨 카스카디아는 그가 염두에 둔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눈빛이기도 했으며,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재능이 천재적인 것도 아니었다.
제법이다, 라고 말할 순 있어도 대륙엔 저만한 재능을 지닌 아이들은 많았으니까.
“제자 문제 말씀이십니까.”
“그래. 언제까지고 제자 문제를 미룰 수는 없는 게지. 혹, 내가 제자를 가문 내에서 받지 않은 것을 원망하느냐?”
“아닙니다. 어르신께서 결정하신 문제는 그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나마 재능이 있던 녀석이 그래서야…….”
“쯧쯧. 어찌 그리 딱딱한지…….”
혀를 쯧쯧 차며 그가 영지를 벗어나려던 그 순간이었다.
흠칫!!
길을 걸어가던 그가 눈을 부릅뜨더니 고개를 돌렸다.
“어르신?”
갑작스러운 오스베르크의 행동에 그를 수행하던 사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내가 잘못 본 것인가?”
당황한 얼굴로 그가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를 걷어 넘겼다.
그러고는 이내 가볍게 바닥을 박차더니 어디론가로 급히 달려가기 시작했다.
저렇게 다급히 이동하는 걸 본 적이 있었던가.
사내는 오스베르크의 행동에 당황하면서도 다급히 그를 따라 빠르게 이동했다.
“어르신!”
“허어…….”
그렇게 한참을 달린 끝에 오스베르크의 눈에 한 소년이 담겼다.
소년의 손에는 옅은 피 얼룩이 묻은 검이 쥐어져 있었다.
“세상에, 어떻게 저런 아이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사내는 오스베르크의 말에 한 번 놀랐고, 뒤이어 그의 눈빛을 보고 또 한 번 크게 당황했다.
검성, 오스베르크의 눈에 서린 감정은 극도의 흥분과 기대감이었다.
그동안 오스베르크의 저런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얘야.”
“예, 어르신.”
“마경 출입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생겼다!”
“예, 그게 무슨…… 어르신? 어르신!”
* * *
비시리 카스카디아는 가문을 빠져나가기가 무섭게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향했다.
일이 조금 꼬이긴 했지만 대부분은 상정 내의 일이었다.
가문에 익스퍼터급 기사와 제법 실력이 있는 이들도 남겨 두었으니 레온과 멜리사 정도는 금방 제압했을 터.
설사 그곳의 기사들이 둘을 제압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충분히 지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은 문제점이라 함은 아직 백작가에 남아 멜리사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는 과거의 망령, 즉 백작가의 기사들이었다.
같은 익스퍼터라도 경험과 노련함에 따라 실력이 갈린다.
실제로 규모가 줄긴 했어도 멜리사의 곁엔 아직 고집을 부리며 대세를 따르지 못하는 머저리들이 남아 있었다.
물론, 그들이 아무리 저항해 봐야 오늘부로 모두 청소가 될 테지만.
“다들 들어라. 예정은 변함없다. 지금 시간부로 작전대로 백작령에 진입, 철저하게 제압하라. 또한 미리 고지된 인원들은 반드시 사살하도록.”
그의 명령에 병력들이 일제히 흉흉한 기세를 내뿜었다.
부귀영화를 위해 가문을 배신했거나 외부 영지에서 온 이들이다.
그런 만큼 자비를 베푸는 짓을 하여 일을 망치진 않을 터.
비록 멜리사의 곁에 실력자들이 남아 있지만 왕국의 고위 귀족들이 빌려준 전력은 이미 그런 백작가의 전력을 넘어서고 있었다.
익스퍼터 초입만 일곱 명. 중급이 둘.
그리고 오러 유저 다수.
일반 사병도 존재한다.
이만한 전력을 멜리사에게 들키지 않고 모은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들 모두가 준비를 끝마쳤다.
‘아버지께서 직위를 물려받으면 그다음 대의 가주는 내가 된다. 비벨 놈에게 물려줄 순 없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그가 영지 쿠데타 명령을 내리려던 그 순간.
쿠웅!!
그의 뒤편으로 누군가가 큰 소리를 내며 낙하했다.
“도망친 게 아니라 대놓고 영지 반란을 일으키고 있었네.”
그는 놀랍게도 레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