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14)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14화(14/40)
제14화
“레온?! 네놈이 어떻게…….”
“에이. 알 만한 인간이 왜 이러실까.”
레온이 멜리사로부터 받은 검을 빙그르르 돌리며 섬뜩하게 웃었다.
“내가 좀 많이 피곤해서 손대중이 안 되던 찰나였는데 주변 시선이 없는 이런 곳에 모여 줘서 고맙습니다.”
레온의 전신에서 오러가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익스퍼터가 아닌 오러 유저의 고유 흔적 같은 것들이 여럿 보이지만 어째서인지 비시리 카스카디아는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그의 생존본능을 마구잡이로 두드리고 있었으니까.
익스퍼터도 되지 못한 놈에게 자신이 겁을 먹었다? 그것도 익스퍼터 중급의 경지에 있는 자신이?
모욕과 분노로 그의 얼굴이 얼룩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백작령으로 향하기 전에 저놈을 내 앞으로 끌고 와 꿇려라. 내 직접 목을 칠 것이다.”
싸구려 도발임에도 그에겐 잘 먹힐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레온이 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가볍게 그어 냈다. 그러자 그의 앞쪽 바닥에 1자 선이 깊게 그어졌다.
그러고는 몇 발자국 물러난 뒤 짧게 하품을 했다.
“자신 있으면 넘어 봐.”
촤아아악!!!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익스퍼터급 초입 기사 하나가 빠르게 레온을 향해 접근했다.
하지만 기사의 발이 선을 넘어서는 그 순간.
기사의 목이 허공을 가르듯 날아올랐다.
…….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은 모습을 보며 모두가 침묵했다.
이게 아닌데?
방금 그가 보인 속도나 힘이 오러 유저가 낼 수 있는 수준이던가.
아니, 저게 어떻게 가능해?
그들로선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물론, 그들의 상식선으로 이해할 수 없는 레온의 현재 체질은, 반대로 말하면 그의 가장 큰 이점이기도 했다.
오러 유저가 가용할 수 있는 힘의 범위.
소드 익스퍼터 초입이, 그리고 중급이 가용할 수 있는 힘과 속도, 기교의 범위.
국가는 달라도 대부분의 검을 쥔 이들은 이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레온은 아무리 봐도 오러 유저임에도 불구하고 오러 유저가 최대로 뿜어낼 수 있는 기교나 힘, 속도를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졸려서 미치겠네, 진짜…….”
나름대로 심각한 상태였기에 레온은 레온 나름대로 투덜거린 것뿐이지만 그 한마디가 기사들의 자존심을 한 치도 남김없이 짓밟아 버렸다.
“뭣들 해!! 놈은 혼자다!! 당장 제압하라고!!”
기사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익스퍼터보다 훨씬 강한 신체 강화, 동체시력, 거기에 압도적인 전투 기교는 고작 오러 유저를 하나의 괴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전투 경험? 헤아리기 힘든 시간 동안 수많은 적들과 싸워 온 내 입장에선 인간형 적도 익숙한 이들뿐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곳에서 만난 인간형 적들이 이들보다 더 위협적이라는 것을 모를 수도 없었다.
‘생각 이상으로 피로가 심한데…….’
이 상황을 단순히 수면 피로라고 할 수 있을까. 잠을 못 잔 것은 맞지만 단기간 잠을 못 잔다고 이렇게까지 정신이 불안정해지는 건 이상했다.
‘눈이 감긴다.’
촤아악!!!
“으아아악!!”
그럼에도 잠에 빠져들지 못한다.
고문 중에는 수면에 들지 못하게 하는 고문도 있다고 하던데.
저주처럼 뿌리내린 불면증은 말 그대로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촤아악!! 서걱!!
선을 넘어서는 이들은 익스퍼터고 일반 기사고 가리지 않고 모조리 베어 넘겼다.
그 수가 많아지면 압도적인 오러를 무분별하게 방출해 짓누르고 그 틈을 이용해 베어 버렸다.
특히나 지금 내가 있는 곳은 길목의 크기가 넓지 않은 인적이 드문 장소.
병목현상으로 인해 내게 한 번에 덤벼들 수 있는 이의 수도 적었다.
물론 일부는 외부로 빠져나가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대부분은 내 도발 아닌 도발에 눈이 돌아가 어떻게든 나를 죽이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물론, 경지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베어 넘기기 시작하니 그들도 뭔가 상황이 많이 잘못되고 있음을 깨달은 듯 보였다.
“이…… 이게 어떻게 된…….”
물론, 그들과는 별개로 나는 ‘사서’ 녀석과 대화를 나누었다.
[확인 완료. 현재 당신의 정신은 라비린토스의 여파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며 영혼 쪽에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고 추정됩니다.]가지가지 하네.
순간적으로 아슬아슬하게 나를 스쳐 지나가는 검의 새하얀 검면을 시선에 담는다.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착각이 인다.
촤악!! 빠드드득!!
빠르게 접근하는 오러 유저급 기사의 정강이를 걷어차 부서뜨려 쓰러뜨리고 인간 장애물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뒤따라 파고드는 기사의 목을 깔끔하게 베어 냈다.
정신이 서서히 멍해진다.
한계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검의 속도는 느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빨라졌다.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내 안에서 멋대로 흘러넘치는 오러가 내 육신을 상하게 할 정도로 강하게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내 정신이 흐려질수록 상대하는 적에 대한 일말의 주저함마저 사라진다.
라비린토스에서는 이런 것들 이상으로 지독한 것들과 싸워 왔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끔찍하게 안 좋은 상황에서도 살아남았다.
고작, 이깟 놈들을 상대로 물러설 정도였으면 예전에 포기해 버렸겠지.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공포가 주변을 잠식한다.
주춤거리며 물러나는 이들의 얼굴에 이제는 전의 따위 남아 있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오러 유저였잖아…….”
오러 유저, 하지만 지금 내가 보여 주는 모습은 오러 유저 수준이 아니라 최상위 익스퍼터급의 수준이다.
익스퍼터의 4단계 중 가장 상위 단계.
당연히 초입이나 중급 단위의 기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자의 위치였다.
물론, 사서가 보여 주는 상태 창엔 여전히 오러 유저라고 못 박혀 있지만 말이다.
“뭐 해. 안 들어와?”
피로로 인해 이미 미소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저 독기 서린 서늘한 시선만이 남을 뿐.
“뭣들 하느냐! 가서 놈을 죽여!!”
비시리 카스카디아 또한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하지만 중급에 이른 익스퍼터들은 본능적으로 알아챘을 것이다.
자신들은 중급에 달하는 실력가들이지만, 지금 저 선을 넘으면 자신들 중 누군가는 반드시 죽는다고.
대부분 용병에 불과했던 전력의 입장에서 자신의 목숨까지 버려 가며 티벨 카스카디아를 도울 이는 없었다.
“이건 이야기가 다르잖소!! 저만한 실력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소!!”
“맞소이다! 저 정도 무력이라면 최소 익스퍼터 최상위가 아닌가!!”
결국 용병으로 왔던 기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자 비시리 카스카디아가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물러나거나 더 시간을 지체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빌어먹을 놈…… 대체 어떻게 힘을 숨긴…….”
주변을 짓누르는 오러는 제어되지 않은 채 더더욱 크게 번져 나갔다.
오러 유저, 익스퍼터 하위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오러를 상식적으로 품을 수 없다.
그렇다면 눈앞의 나는 오러 유저의 탈을 쓴 그 이상의 존재.
저들의 착각은 더욱 짙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멜리사가 복귀한 기사들을 규합했는지 빠르게 이쪽으로 이동하는 말발굽 소리도 들려왔다.
카앙!!!
그때였다.
한 기사가 겁에 질리다 못해 비시리 카스카디아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나…… 난 여기서 죽을 생각이 없어!! 난 단순히 용병이라고! 애초에 저런 괴물이 있다는 이야기는 없었잖아!”
다급한 외침을 토해 내며 기사가 비시리의 뒤를 노린 것이다.
당연히 그의 공격에 익스퍼터 중급인 비시리 카스카디아가 당하는 일은 없었다.
그는 재빨리 물러나며 검을 들어 자신을 공격한 이를 베어 버렸다.
“이런 쓰레기 같은 놈…….”
좌중을 압도하는 공포에 질려 있는 이들을 향해 분노를 토해 내던 그 순간이었다.
내가 휘두른 오러의 잔영이 비시리 카스카디아의 발치에 또 하나의 줄을 새겼다.
“선 넘었네?”
“무슨 억지를?!”
텁…….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이미 그의 앞까지 접근한 후였다.
양손에 칼자루가 단단히 고정되듯 쥐어진다.
검기를 피워 낸 비시리도 필사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검을 빼 들었다.
최대한 빠르게 반격하듯 움직이지만 서로의 시간이 다른 것처럼 일방적인 일격이 내리그어졌다.
콰직!!
그의 양 팔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콰창!!!!
순식간에 검을 들고 있던 그의 팔이 박살 나며 내 검이 그의 목을 끊어 버렸다.
순식간에 핏방울이 튀며 비시리 카스카디아의 목이 허공을 갈랐다.
익스퍼터 중급.
어딜 가서도 대접받을 수 있는 실력자인 것은 맞지만 지금에 이르러선 몸을 잃은 목일 뿐이었다.
“자…… 잠깐!! 이 일의 원흉인 비시리 카스카디아는 죽었소! 우린 일개 용병일 뿐! 의뢰를 받았을 뿐이오!!”
남은 기사들은 어떻게든 협상을 시도하려 했다.
“의뢰? 용병?”
“그…… 그렇소. 이곳에 있는 병력 대부분이 그렇소이다! 비시리 카스카디아가 죽은 시점에서 우리는 더 이상 당신과 대적할 이유가 없소! 그러니…….”
“비시리가 안 죽었으면 백작령을 불바다로 만들었겠네?”
담담하게 말한 내가 또다시 몇 보 앞으로 선을 그어 내자 그들이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저 선을 넘으면 반드시 목이 떨어져 나간다는 학습의 결과였다.
“일단…… 일단 진정하시오. 우린 정중하게 포로의 대우를 해 줄 것을 요청하겠소!”
퇴로는 막힌 좁은 골목이다.
위쪽으로 튀어 올라 도망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몇몇이 그런 시도를 했다가 내 바닥에 떨어진 단검에 뚫려 사망했다.
모조리 산개한다면 몇몇이야 살겠지.
하지만 굳이 모험을 시도하기보단 협상이 더 안전하다는 판단을 내린 그들이었다.
카가가각!!!
“잠깐!!”
내가 또 한 번 선을 몇 보 앞에 그어 버리자 기사들이 기겁하며 양손을 들어 소리쳤다.
“이대로 보내 주시오! 우린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오! 아니, 정 불안하면 이대로 우리를 포박하여 백작령에 구금하여도 좋소이다!”
카각!!
“자, 자자자자잠깐!”
이번엔 선이 거의 그어지지 않았다.
“내 원하는 걸 드리겠소! 티벨 카스카디아! 티벨 카스카디아와의 내전을 준비 중이라면 우리가 선봉에 서겠소! 우리가 당신의 용병으로…….”
카가가…….
“그…… 그그금전!! 금전도 드리겠소! 내 지금까지 모아 온 돈을 전부 드릴 테니!”
“금전? 금전이라…….”
내가 고민하듯 턱을 어루만지자 기사들이 다급히 소리쳤다.
“정확히 대륙 통용 화폐요.”
“대륙 통용 화폐…….”
“그렇소, 대륙 통용 화폐. 위조의 걱정도, 어딜 가서도 신용 문제도 걱정 없지. 원한다면 모두 드리겠소.”
“흐음…… 위조 걱정도 없고, 신용도 확실한 대륙 화폐…….”
고민하던 내가 검을 순간적으로 움직였다.
카각…….
“고급 마법 장비도 드리겠소! 미스릴이 섞인 검! 마법 아티팩트!!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물건들이 제법 있소!”
살기 위해 뭔들 못 할까.
내가 더욱 고민에 빠진 그 순간이었다.
한 기사가 조심스레 제안한다.
“내 돌아가면 내 주군께 아뢰어 당신들과 우호적인 스탠스를 취하라 말해 보겠소! 어떠한가! 중앙 귀족의 뒷배를 얻으면…….”
카가가가가각!!!
그들의 뒤편에 선이 그어진다.
모두 선 안으로 들어온 셈이다.
“백작령을 건드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내밀겠다고? 마경을 지켜 온 카스카디아 백작가가 호구로 보여?”
백작가라곤 하지만 변경백이라 함은 상당한 권한을 지닌 특수 귀족이다.
아무리 후작, 공작 같은 고위 귀족이라도 함부로 대할 가문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반으로 쪼개지기도 했고, 전 카스카디아 백작을 따르던 기사들이 실망하며 대부분 영지를 떠나기도 했지만.
“이런, 망할…….”
* * *
레온이 백작저를 떠난 이후 멜리사는 복귀 명령을 보낸 기사들이 돌아오자마자 병력을 규합, 곧바로 지원에 나섰다.
“백작가를 전복하려는 폭도들이다! 모조리 제압해!”
멜리사가 검을 뽑아 들고 비장하게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