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16)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16화(16/40)
제16화
당장 시도하기엔 꺼림칙하기 그지없다.
그때였다.
콰앙!!!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멜리사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다.
그리고 내게 물었다.
“오…… 오오오, 오라버니.”
마치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어렵게 말하는 그녀였다.
내가 기절하듯 잠들어서 걱정이라도 된 건가? 그럴 리가.
내 동생이 얼마나 성질머리가 나쁜데.
딱 봐도 걱정이 아니라 뭔가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긴장한 그녀에게 대답해 주었다.
“왜 말을 절어, 정신병 있냐?”
“이런 개새…….”
잔뜩 긴장하고 있던 멜리사의 표정이 한순간에 악귀처럼 일그러지더니 그대로 내 몸을 걷어차 버렸다.
“귀빈이 오셨어! 이 미친놈아! 대체 어디서 저런 엄청난 분과 안면을 튼 거야?”
귀빈?
이 벽촌의 백작령에 귀빈이 올 일이 있나?
아니지.
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일단은 카스카디아 백작령은 근본만 놓고 보면 어디 가서 꿀리는 가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이야 휘청거려 예전의 위세는 찾아볼 수도 없는 곳이 되어 버렸지만 본디 카스카디아 변경백이라는 자리는 마경을 감시하고 경계선을 수호하는 가문이다.
왕실에서도 그 공헌을 인정, 본래 귀족들이 보유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사병을 보유하는 것을 허락하고 있다.
즉, 카스카디아라는 가문은 본디 왕국을 지키는 무력이라는 소리다.
물론, 인간이 아닌 마물을 상대하기 위한 가문이기에 그 규모보단 퀄리티 자체를 따지지만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멜리사가 저렇게 호들갑을 떨 만한 인물이라 하면 왕국의 고위 귀족, 혹은 왕족뿐.
‘자, 그렇다면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는데.’
현재 카스카디아의 힘을 먹어 치우려는 고위 귀족이 누구인지 파악이 안 된 상황 속에서 찾아온 왕족이나 고위 귀족이 아군이라는 보장이 있는가.
“이럴 줄 알았으면 몇 놈은 살려 둘 걸 그랬나?”
[이전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였습니다.]어차피 꼬리뿐이겠지만 족치다 보면 단서 정도는 나왔을 터다.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로 그런 걸 구분하기 힘든 게 원인이었는지…….
“대체 누가 찾아왔다는 거야.”
“완전 놀랐다니까. 아침부터 귀빈 대접해야 하는데 정작 너는 뻗어서 자고 있고, 아주 정신이 없어.”
긴장한 듯 말하지만 어째서일까.
멜리사의 말투가 상당히 들뜬 느낌이었다.
그건 기대, 혹은 기쁨이다.
실제로 그녀가 처음 내게 말을 했을 때 콧김을 내뿜으며 들뜬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가.
물론, 하는 짓이 선머슴 같긴 해도 귀족들의 연회 같은 곳에 가면 꽤 많은 남성들의 시선을 받곤 했던 것 같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야.”
이에 내가 굳은 얼굴로 멜리사에게 물었다.
“응?”
평소답지 않게 환한 얼굴로 화답하는 꼴을 보니 문득 속에서 불만이 치솟았다.
“웃지 마, 못생긴 게.”
“…….”
순간적으로 그녀가 이를 빠득 갈아 댄 것 같지만 이내 다시 미소를 되찾는다.
이렇게 평정심을 잘 찾는 녀석이 아닌데.
얘 왜 이래, 진짜 무섭게.
“귀빈이 계시니까 참는 거야. 한 번 더 그러면 그땐 진짜 너는 죽고 나는 사는 거야. 알아들었어?”
그녀가 본 내 무력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태도였다.
“아니, 대체 누가 왔다는…….”
그렇게 말하며 응접실에 다가가 문을 열려던 순간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멜리사를 내 뒤쪽으로 잡아당겼다.
“으앗?!”
그리고 그녀의 검을 순식간에 강탈하듯 뽑아내고 말했다.
“멜리사, 손님의 정도가 좀 과한데?”
“무…… 무슨 짓이야!”
놀란 그녀가 소리쳤다.
“한 가지 확실히 하자.”
이윽고 내가 조용히, 그리고 서늘하게 말했다.
“나는 살면서 소드 마스터 이상의 존재를 아버지 이외에 본 적이 없어.”
아버지를 모시는 기사들 중에도 소드 마스터는 없었다.
현실적인 검의 종착지, 소드 마스터. 다른 말로 하면 전략 병기.
온전히 소드 마스터나 대마법사에 이른 자의 수에 따라 국력이 정해진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뭐라는 거야.”
“지금 시기에 외부인, 그것도 소드 마스터가 찾아온 건 정상적인 상황으로 안 보이는데.”
아직 나는 이 나라 귀족들의 구도에 대해 알지 못한다.
하물며 타국은 말해 무엇할까.
그렇기에 당장 멜리사에게 위협이 될지 아군이 될지 판단할 수 있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하물며 지금같이 영지 내에서 내전이 발발한 시기에 전략 병기에 가까우며 한 번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소드 마스터가 방문을 해?
내가 아는 한 우리 왕국에서 소드 마스터급의 존재는 아버지를 포함해도 고작 두 명뿐이다.
게다가 그 사람은 중립으로 유명하니 직접 나서지도 않을 텐데.
게다가 그 또한 저 응접실 안에 있는 존재에 비할 바는 못되리라.
내 물음에 그녀가 인상을 찡그리며 내 등짝을 찰싹 때렸다.
“검성께서 방문하셨어! 제국의 검성! 검의 정상에 오른 대단한 사람이라고.”
“이게 정신이 나갔나.”
당한 건 곧바로 갚아 준다.
나는 그녀의 등짝을 사정없이 때리며 그녀를 타박했다.
“제국이라고? 왕국 내에 소드 마스터가 갑자기 찾아와도 귀족 싸움판에 끼어든다고 하는 마당에, 제국? 너 국가 내란죄 같은 걸로 모가지 날아가고 싶어?”
전생에도 그런 역사가 있었다.
내란이 일어났을 때 외부 세력을 끌어들였다가 그대로 나라를 빼앗겨 버린 사례를.
바보도 아니고 왕실에서 이걸 지켜볼 리가.
내가 그녀를 타박하듯 소리치자, 그녀도 할 말이 없었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평시에 검성이 방문한다면 사실 큰 문제가 될 건 없다.
아니, 오히려 극진히 대접해야 체면이 살겠지.
하지만.
“지금 우리 내전 중이야. 국가에서 어느 정도 눈을 감아 주고 있어도 내전 중이라고. 무슨 뜻인지 몰라?”
여기 타 세력, 그것도 제국의 세력이 끼어들면 이건 이제 내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간의 간섭 싸움이 되어 버린다.
내전을 벌이고 있는 장소에 타국의 전력이 찾아온다?
직접 간섭을 하건 안 하건 이건 반드시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중립을 유지하는 우리 왕국, 바타 왕실에도 간섭할 건수를 주게 된다는 소리였다.
물론, 검성 같은 존재라면 그런 문제도 개무시해 버릴 위업을 지니고 있겠지만, 현재의 카스카디아 백작가는 멜리사가 백작이 되기 전까지 약점 자체를 용납해선 안 되었다.
“이거 함정 같은데.”
즉, 저 안에 있는 두 사람과 접촉하면 백작가 자체가 박살 나 버릴 수 있다는 게 내 판단이었다.
“아…… 아냐! 그런 거 아니야! 검성께서 너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이건 또 뭔 개소리야. 그 양반이 뭐가 아쉬워서 이런 외진 백작령까지 와서 나를 제자로 받아. 너 나 몰라?”
웃기는 영감일세. 실제로 내가 라비린토스로 빠지기 전, 정확히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재능이라곤 하나도 없다고 알려진 무능한 둔재였다.
제국에서 이곳까지 왔다면 최소 한 주는 말을 달렸다는 소리인데 그전부터 나를 눈여겨봤을 리가 없었다.
내가 의심스러운 듯 응접실 문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응접실 안쪽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 큰 소리도 아닌데 귀에 박히는 걸 보면 확실히 보통 인물은 아니다.
“허허. 냉정함을 잃지 않는 모습도 제법이로구나.”
“…….”
“내 꼭 해야 할 말이 있다곤 하나 이리 연통 없이 찾아온 것은 분명한 무례이겠지.”
이미 우리의 대화를 들었는지 닫힌 응접실 문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나 또한 문을 중간에 두고 그의 말에 대답했다.
“죄송합니다만, 어르신. 현재 카스카디아는 적이 많습니다. 어떤 빌미도 남기면 곤란한 상황입니다. 가능하면 이대로 돌아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흔히 말하는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전법이다.
“걱정 말거라. 내가 여기 이곳에 방문한 것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 테니.”
“아는 사람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겠습니까?”
“하면, 검성으로서가 아니라 길을 지나가던 행인으로서 이야기를 해 보는 건 어떠하냐. 혹 이 일로 문제가 발생한다면, 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너희를 도울 거라 약조하마.”
어지간해선 물러날 기미가 없다. 게다가 이 정도까지 나오면 이쪽도 상황이 애매해지긴 매한가지였다.
나는 한숨을 내쉰 뒤 원수나 다름없는 멜리사를 흘겨보았다.
“뭐, 왜.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잖아…… 이런 기회가 어디 흔한 것도 아닌데…….”
검성이라는 사실에 흥분해서 실수를 했음을 잘 알고 있는 멜리사는 시선을 피하며 입을 삐쭉 내밀고 불평했다.
그래. 검을 좋아하는 녀석이니 검성의 방문에 긴장하고 들뜰 만도 하지.
영특하고 재능이 있어도 아직은 어린아이니까.
그런 마당에 그가 제자를 받기 위해 찾아왔다는 말을 들었으니, 가문의 일을 둘째로 치고서라도 들뜰 수밖에.
검성의 이름값이 어디 촌구석 개 이름도 아니고.
“넌 나중에 혼 좀 나자.”
할 말이 없어진 멜리사는 토라진 아이인 양 고개를 홱! 돌렸다.
이윽고 응접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흰 백발이 섞인 붉은 머리의 노인과 그보다는 젊은 사내가 자리에 앉아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사서 녀석이 보여 주는 상태 창을 다른 이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녀석의 상태 창은 오로지 내 상황만을 밝혀 주었다.
“반갑습니다. 제국의 검성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선대 백작의 장남인 레온 카스카디아입니다.”
나는 최대한 정중한 예법을 보이며 그에게 인사했다.
괜히 책잡힐 요소를 남길 멍청이는 아니었다.
“이리 무례하게 찾아와서 미안하게 되었구나. 혹시 불편하다면 존칭을…….”
“괜찮습니다. 평범하게 하대해 주세요. 어느 쪽이든 존중받을 수 있는 위치이시니까요.”
내 말에 그는 만족스러운 듯 껄껄 웃어 보였다.
“꼭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이리 방문을 하였다.”
“확인할 것이요?”
내 질문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품 안에서 서류를 한 장 꺼내 내게 보여 주었다.
그것은 마경에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적힌 서류였다.
다만 내 신경을 거스르는 것은 직인이 멜리사의 인장이 아닌 숙부, 티벨 카스카디아의 직인이라는 점이었다.
즉, 저건 제대로 된 효력을 발휘할 수 없는 문서다.
“티벨 카스카디아. 그를 만나고 오셨네요.”
“그래. 본래 내가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비밀리에 마경을 조사할 일이 있어서였지.”
그 내용에 대해 묻지는 않았다.
이미 왕실과 이야기가 된 건 둘째 치고, 이 분야는 내가 아닌 멜리사가 확인할 사항이었다.
“나를 돕기로 했던 자가 티벨 카스카디아를 만나면 된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그에게 서류를 받아 내긴 했다만…… 영지를 보니 이 서류가…….”
“네. 효력이 없는 허가증으로 보이신단 말씀이시죠.”
“그 말대로다.”
멜리사도 아직 정식 후계로 인정받진 못했지만, 그녀가 가진 권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척 봐도 시나리오가 나온다. 비시리 카스카디아가 멜리사를 협박해서 직인을 찍어 내면 모든 권한이 티벨의 것이 될 테니 이런 허가증도 턱턱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겠지.
비시리가 죽어 버린 이상 아무런 의미 없는 허가증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 백작령의 속 사정에 대해 이 늙은이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닌 게지. 사실을 알았으니 정식으로 요청을 좀 해도 되겠는가, 백작 대리여.”
그의 질문에 들뜬 기색을 애써 억누르던 멜리사가 긴장된 얼굴로 대답했다.
“네…… 넵!!”
이에 내가 발을 슬쩍 움직여 그녀의 발을 지그시 밟았고, 찌릿한 고통에 놀란 그녀가 내 눈치를 살핀 뒤 짧게 헛기침을 했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것이다.
“크…… 크흠. 검성님, 죄송하지만 절차가 필요합니다. 어떠한 연유로 마경을 방문하시려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검성을 만나 들뜬 것은 사실이나 그녀는 백작가의 후계자로서 절차를 지켜야 했다.
그녀도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애써 무게를 잡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