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Warrior of All Time Returns RAW novel - Chapter (167)
역대급 무신님께서 귀환하신다 167화(167/169)
제167화
“은근히 방해가 심하네.”
“레온.”
“왜.”
그때, 후방에서 조용히 있던 루나가 천천히 걸어 나오며 레온의 소매를 잡아 뒤로 당겼다.
“힘은 아껴 둘 것. 여기선 내가 해결하겠음.”
그러고는 발을 가볍게 구르는 듯하더니 삽시간에 심문관의 지근거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엇?!”
당황한 심문관 하나가 황급히 무기를 고쳐 쥐고 반격하려 하지만, 루나의 주먹은 마치 정확한 길을 찾기라도 하듯 파고들어 심문관 하나를 후려쳐 바닥에 처박아 버렸다.
그녀의 육탄전 실력은 사실상 레온도 감탄할 정도였던 만큼, 고작해야 심문관이 감당할 수준의 경지는 아니었다.
단 일격에 그들을 보호하던 장막을 부숴 버리고 피 곤죽으로 만들어 버린 그녀는 주먹을 살짝 폈다가 쥐고는 말했다.
“내가 좀 쓸모 있음.”
단순히 그런 이유만 있어 보이진 않았다.
무슨 이유인지 그녀는 이단 심문관을 향해 차가운 경멸을 애써 숨기지도 않았다.
그녀가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하자 심상찮은 무언가를 느낀 심문관들이 다급히 소리쳤다.
“마…… 막아!!”
콰아아앙!!!
하지만 빠른 속도로 접근한 그녀는 강하게 내려쳐지는 도끼를 맨손으로 잡아챈 뒤 작고 흰 손에 새하얀 빛을 머금었다.
생명이 지닌 본능적인 직감이 경고를 울린다.
“너희들에게 신성을 허락하지 아니한다.”
이어지는 루나의 선고와도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후 엄청난 속도로 내질러진 주먹이 허공을 두드렸다.
콰직!!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커다란 균열이 일어났다.
그녀의 주먹은 정작 심문관의 육체에 닿지 않았다.
하지만 깨어져 나가는 균열을 본 심문관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뒤이어 엄청나게 밝은 빛 무리가 터져 나온다.
거대한 빛의 십자가가 바닥에 새겨지며 거대한 충격파와 함께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버렸다.
* * *
루나는 평소 이상으로 과격하게 심문관들을 모조리 제압했다.
그들의 시신에는 신성력이 한 줌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치 그들의 육신에 신성력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삽시간에 심문관들을 처리해 버린 그녀 덕분에 성녀 나디아를 데리고 요새를 벗어나 안전한 곳까지 오는 데엔 제약이 없었다.
“후우…… 이제 어떻게 해야…….”
안전이 어느 정도 확보된 것을 확인하자 성녀 나디아는 우울한 얼굴을 했다.
복잡한 심정이겠지만 여기서 멈춰 있을 순 없었다.
나디아의 옷에 달린 브로치를 잡아 뜯어낸다.
“꺅?!”
“뭐…… 뭐 하는 짓입니까!”
“추적기네.”
나는 브로치를 슥슥 둘러본 뒤 그대로 적당한 장소에 던져 버렸다.
“빨리 움직여야겠군요. 이쪽 숲길을 따라 부지런히 나가면…….”
“그럴 필요 없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벗어날 거라.”
“예?”
이해하지 못한 이들의 얼굴에 의문이 서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루나가 신경 쓰였다.
“기분은 좀 나아졌어?”
“나쁠 것도 없음.”
말은 그리하지만 루나의 표정은 조금 우울해 보였기에 괜히 신경이 쓰였다.
“그럼 카스카디아로 돌아가자. 여기 있어 봐야 단서만 남기니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체 누가 그녀를 해하려고 하는 건지, 또 누가 이곳의 위치와 시간을 적어 내게 비밀 편지를 보냈는지.
물어봐야 할 게 많았다.
“저…… 그런데 레온 공자님.”
“말씀하세요.”
“제 정체를…….”
“아. 잠깐 멀미가 있을 수 있으니 대비하세요.”
그녀의 말에 대답해 주기도 전에 워프 마법이 발현되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우리는 이미 카스카디아의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나벨 님이 성녀인 걸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다고요?”
울렁증에 휘청거린 나디아의 눈이 동그랗게 뜨이며 나를 시야에 담았다.
“그…… 네.”
“처음부터 알았습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 * *
이단 심문관 지청 요새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받은 멜리사는 나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아니, 성국이 진자 미쳤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성녀님을 이단으로 몰았다고?”
“카…… 카스카디아 백작님도 알고 계셨나요?”
“아…… 네. 보고 느낌은 있었는데, 듣고 나서 확신이 섰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연기했는데…….”
연기 자체는 모르겠는데 준비가 너무 미흡했다.
“하…… 진짜 미치겠네……. 이러다가 제명에 못 죽겠다.”
하루걸러 하루마다 이런 사태라니.
멜리사는 피가 바짝바짝 타는 모양이다.
“지금 영지 내에도 해결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외부 사건이 이렇게 터지는 거야…….”
실제로 멜리사는 외부와 엮인 일로 혹여나 국제 문제나 전쟁까지 번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어떻게든 무마하고 있다.
파이나스 군도도 겨우 해결할 실마리가 보이는데, 이제 와서는 성국까지 엮이니 뇌가 과부하가 오는 모양이다.
“죄송합니다, 백작님.”
“아녜요, 언젠가 해야 할 일이긴 했어요. 그보다 상황부터 정리를 좀 하죠. 성녀님, 지금 가장 급한 일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멜리사의 물음에 성녀 나디아는 숨겨 둔 서신 한 장을 꺼냈다.
“이걸 하엘 부족에 보내야 해요. 중요한 서신이라…….”
“그거라면 저희가 믿을 만한 상행을 통해서…….”
“애석하게도 하엘 부족은 현재 통제 상태예요. 일반 상행은 출입이 불가해요.”
최소 어느 정도 권한이 있는 사람이 가야 하는데, 성국 내에서 현재 누가 그녀의 편이 돼 줄 수 있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확실하진 않지만 성국의 상층부 상당수가 이미 성녀님을 해하려 작정한 게 분명합니다.”
성기사가 조심스레 의견을 내놓았다.
“나디아 님, 그 서신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경?”
“솔직히 말씀드려서 지금 도움을 줄 수 있는 이가 누구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성녀님께서 직접 가시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 제가 가겠습니다.”
“너무 위험해요! 차라리 같이…….”
“아닙니다, 성녀님. 크게 보셔야 합니다. 당신은 절대 위험에 노출되어선 안 됩니다. 당신이 노출되는 순간 당신의 목숨은 물론, 여기 있는 카스카디아의 은인분들 또한 위험해집니다.”
그 말에 나디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니 맡겨 주십시오. 제가 반드시 임무를 완수할 테니.”
성녀는 더는 말리지 못했다.
그렇게 성기사는 성녀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 뒤 곧바로 하엘 부족으로 홀로 떠났다.
다만, 신경 쓰이는 점이 있었기에 그의 그림자 속에 밴시 한 마리를 숨겨 놓는 것 정도는 괜찮은 보험이 되리라.
나디아는 안도감인지 아니면 충격 때문인지 금방 지친 모습을 보였다.
“그럼 다른 이야기나 좀 해 봅시다. 아까 물어보려다 말았는데 지금 당신을 해하려는 이가 누구입니까.”
정보의 중요성을 모르는 이는 없다.
카스카디아 가문의 은인인 성녀 나디아만 아니었어도 성국의 일에는 관심을 끄는 건데.
적어도 지금 대비해야 하는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아야 했다.
“확신할 수 있는 건 없지만…… 저를 해하려는 이들을 조종하는 이가 바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 같아요. 아마 가명이겠죠.”
바릴이라.
들어 본 이름이다.
“바릴이라면…….”
“그 인간 맞아.”
멜리사가 수긍하자 나디아의 눈이 크게 뜨였다.
“아는 인물인가요?!”
“아뇨. 이름만 들어 봤습니다.”
베르네르 영지에서 도른 루 파스칼리아에게 대천사의 헤일로를 넘겨준 장본인이다.
“당장은 섣불리 움직이는 게 하책이네. 그럼 이 편지는 누가 보낸 겁니까.”
나는 시간과 장소가 쓰인 비밀 서신을 보여 주었다.
“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성국 내부에 저를 돕고자 하는 이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일지도…….”
비밀리에 성녀를 암살할 뻔한 사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쥐고 있을 만한 인물이 그냥 성국의 인사일 리가 없다.
이 정도 정보를 손에 넣으려면 역시 그 또한 상당한 지위가 있어야 한다.
문득 이게 성녀와 우리 전부를 공적으로 청소해 버릴 명분으로 써먹기 위한 함정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애써 고개를 저었다.
상대도 멍청이가 아닌 이상 그런 무리수를 함부로 두는 인물은 아닐 것이다.
“일단 여기서 편히 쉬면서 지내세요. 하엘 부족의 일은 당신의 호위를 믿어 보세요.”
전쟁을 막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그 일 때문에 그녀를 축출하려는 이들이 생겨난 지금까지 그곳에 신경을 쓰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요.”
그녀가 우리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러자 루나가 기다렸다는 듯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레온.”
“어?”
“아르샤를 보여 줄 것.”
그녀가 성녀 쪽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내 치유로도 회복이 가능하긴 하지만 성흔만의 회복 능력이 가지는 이점도 있음.”
“혹시…… 환자가 있는 건가요?”
루나의 말을 듣고 있던 성녀 나디아가 눈치 빠르게 그것을 캐치해 냈다.
이에 적당히 설명을 해 주었다.
“이전에 제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으셨죠.”
“아…… 네. 기억하고 있답니다.”
“우리 막냇동생이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한 뒤 억류되어 있던 것을 얼마 전에 구해 냈거든요.”
“세상에. 그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군요! 주신의 가호가 함께하시기를…….”
그녀가 양손을 모아 기도하듯 읊조렸다.
“그런데…… 정신적으로 문제가 좀 발생해서 말입니다. 한번 봐 주실 수 있나요?”
그 물음에 그녀는 흔쾌히 승낙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도와드릴게요.”
아르샤가 정신을 차릴 수 있다면야.
뭔들 못 하랴.
* * *
아르샤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육체적 상처는 대부분 치유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비틀린 뼈는 본래대로 되돌리고 실명해 버린 눈도 루나의 힘으로 되돌리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크라켄의 여파로 망가져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정신은 되돌릴 방법이 없었다.
“세상에…… 대체 어쩌다가…….”
성녀 나디아는 아르샤를 보자마자 입을 틀어막았다.
루나도 그렇지만 그녀에게도 아르샤의 상태가 따로 보이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가능하겠습니까?”
“확답을 드릴 순 없지만 최선을 다해 볼게요.”
“무리하진 마세요. 그렇지 않아도 많이 지치셨을 텐데.”
“이 정도는 괜찮아요.”
그녀는 아르샤의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양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의 전신에서 신성력이 흘러나온다.
총량 같은 면에선 루나가 더 높다는 느낌도 들지만 조금 다른 힘이 스며들어 있는 게 보였다.
천사들은 성흔을 갈망한다 하였던가.
어쩌면 저게 진짜 신의 사랑을 받은 증거가 아닐까.